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250
49화
각자의 특성
미엠- 미에엠-
미엠미엠- 미에에-
초여름인데 벌써 매미 소리가 들렸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괴물들로 인해 한국대 병원엔 외래 환자들이 급감한 상태.
그 여파로 [SeeYou]에 음식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 역시 감소했다.
후우-
평소처럼 15시에 마친 시후는 집에서 휘준과 함께 뒷산을 오르는 중이었다.
“오늘도 시위 중이래?”
노노가 만들어놓은 뒷산 쉘터로 향하던 중.
시후는 휘준을 보며 물었다.
“광화문 광장과 시청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고 하네.”
“그런다고 해결되나?”
휘준은 안타깝다는 듯.
시청 방향 쪽을 쳐다보았다.
“시후야-.”
“어?”
“넌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
“…뭐 앞으로 15일 있으면 정말 아포칼립스 물을 쓴 작가들의 말처럼 게이트가 열리겠지.”
“그럼 상태창 같은 것도 생기고 그러려나?”
“그건 나도 모르겠다. 어차피 넌 상태 창 있잖아. 탑 등반에 탑돌이까지 했으니까.”
“어-.”
휘준은 걷다가 생각났다는 듯.
“아- 처음엔 상태창이 희미하더라. 그런데, 방금 불러봤거든? 굉장히 선명하게 뜨네.”
“…….”
“왜 그렇지?”
휘준의 질문에 시후는 어깨를 으쓱이며 생각했던 바를 말했다.
“아마-. 저쪽이랑 대기질이 비슷해지고 있어서가 아닐까? 라고 생각해. 이거 한번 볼래?”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인 휘준.
그 표정을 확인한 시후는 손뼉을 친 뒤.
양손을 활짝 펼쳤다.
“오우- 와- 씨-.”
휘준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눈에 보인 것은 거대한 물방울이었다.
찰랑거리는 물방울의 겉면.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였다.
“이쪽에서 이 정도까지 힘을 쓰려면 몇 분 걸렸거든? 그런데 바로 이렇게까지 되더라고.”
시후는 말을 한 뒤 팔을 위로 휙 쳐올리자.
그러자 물방울은 공중으로 빠르게 떠올랐다.
휘이잇- 파앗-
촤아아악-
사방으로 내리는 물방울.
마치 비처럼 내리는 것이 여우비가 내리는 듯했다.
“거 참. 시원하네….”
휘준의 중얼거림에 시후는 손짓 한 번에 젖었던 옷이 금세 말라버렸다.
“요즘 너 보면 진짜 신기하다 신기해.”
“…….”
휘준의 말.
시후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도착한 쉘터 안으로 들어갔다.
핑거 스냅 한 번에 밝아진 쉘터.
컨테이너 주택이 질서 정연하게 놓여 있었다.
“그런데, 분명 여기에서도 권력 다툼 분쟁 등이 있을 것 같은데… 그건 괜찮냐?”
“그거? 그건 문제없어.”
“그래? 그럼 난 각 컨테이너 주택 안 점검하러 간다.”
“수고해라.”
휘준의 뒷모습을 보며 며칠 전 일을 떠올린 시후였다.
* * *
테이블 위엔 김치찌개와 각종 전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을 때.
시후는 술병을 들고 강훈에게 따르며 말했다.
쪼르르륵-
시후는 강훈과 하윤의 잔을 따라 준 뒤.
타악-
병을 놓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을 좀 해 봤는데…. 저쪽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형들이 위험해지는 일은 못 보겠더라고요.”
“…….”
“형들이랑 휘준이 그리고 태민이만큼은 어떤 일이 생겨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쮸압-
시후는 소주잔을 그대로 들이킨 뒤.
말을 이었다.
“탑에서 일이 있고 엘퀴네스랑 이야기를 좀 했는데. 그 약병 하나씩 드릴 테니까 드셔도 될 것 같아요.”
“환골탈태 시키려고?”
휘준의 질문에 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라고 하더라. 엘퀴네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네. 내가 사는 세계에 닥칠 일을….”
“그 닥칠 일이 설마 소설에 종종 등장하는 아포칼립스냐?”
끄덕-
시후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하윤의 눈이 가늘어지는 것을 본 강훈이었다.
자신은 언급한 적은 없었던 아포칼립스 물.
지금 현실에 닥친 문제를 떠올린 하윤이 입을 열었다.
“지금 괴물들이 종종 나타나고 하는 것 보니까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형태냐? 예를 들면 게이트가 막 생기고 하는?”
“엘퀴네스의 말을 들어보니까 대충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 그렇게 되면 세계 어딜 가도 안전하지 않다는 거잖아.”
하윤의 말에 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그리고 항생제 및 여러 약들을 강훈 형께 부탁 드린 거고, 화학실험실의 기기 같은 것들을 전부 구매한 것도 같은 이유죠.”
“그러면 주거는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니?”
강훈의 질문에 시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약수터가 있는 뒷산 있잖아요. 거기 산 통째로 공동을 만들어 그 안에 주거용 컨테이너를 넣으려고요.”
“…얼마나?”
“강훈 형네 가족이랑 하윤이 형. 그리고 휘준이랑 태민이 그리고 [SeeYou] 식구들 중 설거지 이모님 가족이랑 두부 가게에 있는 보육원 출신들의 어린 친구들 정도요?”
“…그러냐.”
“만약 사태가 벌어지고 난 다음 탑 소환자들이 돌아올 거예요. 그들은 힘이 곧 권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겠죠.”
“…….”
시후는 그들의 행동을 스노우에게 종종 듣고 있었다.
위석천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연합을 하고 이간질하며 세력을 일궜던 모든 일들을.
그들이 다시 돌아와서 일어날 일들.
뻔하다고 생각이 든 시후였다.
타악-
시후는 엘퀴네스에게 받았던 약병을 그들 앞에 하나씩 놓아두었다.
“드세요. 뭐 노폐물 뿌리고 하는 건 아니라고 하니까. 쭉 드세요.”
시후의 말에 그들은 병 뚜껑을 열었다.
포퐁-
퐁-
맑은 음을 낸 병뚜껑 따는 소리.
그들은 꼴깍거리며 마셨다.
프합-
푸-
강훈과 하윤은 입맛을 다시며 동시에 말했다.
“이거 꼭 그 림므 소다 맛인데?”
“그러게요. 꽤 맛있는데?”
“오! 진짜 그러네요.”
“음음-”
다들 입맛을 쩝쩝 다시다 말이 없어졌다.
시후는 그들을 조심스레 쳐다보는 중이었다.
“뭐지?”
“어?”
“이건….”
“헐?”
다들 다양한 반응으로 뭔가에 놀란 듯 보였다.
흠-
왜 저런지 알 것 같다.
엘퀴네스의 언급이 있었다.
다들 각자의 특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훈형-. 특성 뭐예요?”
“나? [쉘터 지정 및 운영]이라고 하는데?”
“하윤 형은요?”
“난 [쉘터 관리 및 조율]”
“휘준이 넌?”
“난 [방어 및 교육]이라고 나오는데?”
“태민이는?”
“…난.”
머뭇거리는 태민을 본 시후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왜? 특성이 뭐길래?”
“이게 왜 특성으로 나오는 거지?”
“뭔데 그러냐?”
“쉘터 요리사라는데?”
“너 중식 요리사잖아. 그런데 장르는 없지? ”
시후의 질문에 태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장르 불문. 그런데 이거 요리사 카테고리에 별의별 게 다 있다?”
“그래? 오크 요리법이라던가 이런 것도 있냐?”
“어? 잠깐만….”
태민은 허공에 손짓을 하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있어- 그런데 붉은 오크가 품종 돼지고기 맛이 난다고?”
“응 그건 사실이야. 저쪽에서 애들한테 종종 해 줬고, 형들도 함께 먹은 적 있어서 괜찮아. 잘 됐네. 그런 조리법이 다 있으면.”
“그릉가?”
태민의 반응에 다들 미소를 지었다.
시후는 다시 표정을 굳히고 둘러보며 말했다.
“조만간 뒷산 쪽에 노노와 함께 쉘터 작업을 할거에요. 그때 강훈 형이 쉘터 지정을 하면 형이 정한 사람들은 들어올 수 있고 추방권도 아마 있을 거예요.”
“어? 어- 그렇네. 있어.”
“그러면 여기 있는 사람들의 가족들과 [SeeYou]의 직원 가족들은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시면 되고, 형네의 가족은 형이 선택을 하면 될 것 같네요.”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강훈은 홀로그램 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시후는 그 모습을 힐끔 쳐다본 뒤.
나머지 사람들의 특성에 대한 이야길 듣고 알려 주었다.
“모르긴 몰라도 본격적인 여름 전에 시작될 것 같고, 태양열 발광판이나 이런 것들은 하윤 형이 전에 해 보셨으니까 해 줄 수 있죠?”
“어-. 할게”
“그런데 좀 많을 거예요.”
“뭐? 많다고?”
“네-.”
“……?”
시후는 일행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서울에서 바위가 많은 산 하나 안에 쉘터를 구축해 놓으면 그나마 생존 인원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하- 그래서 거기도 마찬가지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겠다는 거?”
“네-.”
시후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계획을 차근차근 밝혔다.
그러자 모인 일행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했다.
태민은 시후의 계획을 듣다 문득 궁금해졌다.
“넌 그럼 뭐 하려고?”
“…….”
시후가 말이 없자 휘준이 키득거리며 입을 열었다.
“한국에 대환란이 일어나면 넌 저쪽과 이쪽을 오가면서 사람들 돕는 일 하려고?”
“뭐- 그것도 있고, 일단 식량이 제일 문제가 될 거니까. 아무리 쉘터에 스마트 팜을 구축한다고 해도. 실제 먹을 수 있는 식량은 정해져 있으니까.”
식탁 위에 놓은 김치찌개의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은 시후는 말을 이었다.
“최소한 형들이나 너희들 그리고 우리 [SeeYou]식구들은 배 곪지 말았으면 해서.”
시후의 말이 끝나자.
강훈은 손을 뻗어 시후의 머리카락을 헝클였다.
“대견하네. 아니 이 생각을 언제부터 한 거야? 대체?”
강훈의 질문.
“실종사건들이 벌어진 뒤. 저쪽의 탑에서 석천 형을 발견했을 때. 설마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그때부터 계획을 짠 거야?”
하윤의 질문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엘퀴네스의 이야기에서 실제로 다른 차원도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을 준비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경고도 듣기도 했고요.”
“그랬구나….”
“그리고, 사태가 벌어지면. 사람이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 올 건데…. 저 쉘터는 처음부터 열진 않을 거예요.”
“왜?”
“탑에서의 경험 때문이죠.”
탑에서의 경험.
처음부터 그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끌려온 것이 안타까워 도움을 줬던 시후.
그들이 흑단 마을 아이들에게 했던 행동.
그리고 위석천에게 했던 행동들을 들은 시후는 탑 등반하는 한국인들에 대한 도움을 일부만 남기고 끊어버렸다.
도움이 끊기자 등반하다 사망한 사람도 생겼다고 들었다.
그리고 반성을 한 사람들은 극히 일부분.
반성한 이들에겐 도움을 주었고 성장할 수 있는 길도 열어 주었다.
그 이야기가 퍼지자 고분고분하게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시후였다.
탑의 이야기를 일행에게 풀자.
다들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사람이 참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지.”
강훈은 씁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극한 상황이 되면 사람의 인성을 알 수 있다는 옛말 틀린 게 없나 봐.”
하윤 역시 입안이 쓴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래서 시후 넌, 저 쉘터를 준비하고 얼마 있다가 들일 건데?”
휘준의 질문에 시후는 검지를 들었다.
“사태가 시작되고 3주. 그쯤이면, 생각 빠른 한국인들이니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겠지.”
강훈과 하윤은 팔짱을 낀 채로 시후를 쳐다보았다.
“시후야- 넌 전쟁 같은 게 발생하면 제일 먼저 죽는 부류 아니?”
후우-
“알죠- 여성과 어린아이들. 그리고 여성의 경우 유린당하다 죽는 경우도 허다하죠.”
“그렇겠지. 그래서 쉘터 입장 조건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부모와 여성이 1순위라는 거지?”
“네-. 그러나….”
강훈은 경영자답게 시후가 뭘 이야기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만약 쉘터 내 분쟁 조장 및 파벌 형성 시 퇴장시키면 될 거예요.”
두 사람의 대화에 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사람을 경계하게 되는 전쟁.
인간의 도덕성을 시험 받는 상황들이 곧 도래한다는 말에 다들 입을 다물고 생각에 빠져있었다.
“준비를 하면 되니까요. 너무 걱정은 마세요.”
시후의 그 말 한마디에 다들 찡그렸던 인상들이 펴지기 시작했다.
특성을 가지게 된 네 사람을 본 시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잘 해내실 거라 생각합니다.’
* * *
며칠 전의 일을 떠올리며 시후는 손을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 일은 태민의 특성에 맞는 식당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쉘터 한쪽 구석에 태민이 운영할 식당 자리에 컨테이너를 놓고 정리 중이었다.
컨테이너 뒤쪽엔 조리실과 냉장, 냉동까지 되는 컨테이너를 전부 설치한 뒤 허리를 세울 때.
휘준이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어이- 강시- 다 끝냈어?”
“어- 넌?”
“컨테이너 내부 확인만 하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없으니까.”
“그렇긴 하지.”
“그럼, 이제 남은 건?”
“하윤 형이 있는 바위산 쪽으로 넘어가야지. 노노랑 엘라 실라도 함께 있으니까.”
검지와 중지를 세운 시후는 허공을 가르듯 선을 내려 그었다.
그러자 생긴 황금색에 검붉은색이 섞인 게이트가 나타나자.
시후와 휘준은 그곳으로 발을 들이자.
조금 전까지 사람의 온기가 있던 공간이 싸늘해지며 어두운 침묵만 내려앉았다.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