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35
34화
시후는 안방으로 올라와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지도와 주소를 본 시후는 중얼거렸다.
“어? 여기라면 조금 가깝네.”
시후는 다음 날 학교 수업을 째고, 가까운 양계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병아리 20마리를 주문 후 박스에 담아 왔다.
암놈과 수놈 각 10마리씩 가져왔다.
집에 도착하니 핸드폰이 울렸다.
“네, 집에 있습니다. 등산로 주차장에서 조금 내려오시면….”
시후는 병아리가 든 상자를 마당 구석에 내려놓은 뒤.
골목 위의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서 마트 직원이 짐수레를 드르륵거리며 끌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시후는 마트 직원을 향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고생하셨습니다.”
마트 직원은 시후에게 묵례로 답한 뒤.
짐수레를 보며 물었다.
“이렇게 많은 닭을 주문하셨던데…. 어디다 쓰시려고….”
시후는 직원의 말에 볼을 긁었다.
“제가 가게를 하는데, 신메뉴 개발하려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아-.”
직원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이 자신이 올라온 길을 슬쩍 돌아보곤 표정을 살짝 일그러뜨렸다.
“이쪽 위 도로로 차가 다닐 수 있으면 좋은데….”
직원은 시후의 말에 공감하는 듯 내심 한숨을 내 쉬었다.
처음엔 이곳으로 배달을 시킨 그가 조금은 원망스러웠지만 수레에 실려 있는 물건을 함께 날라주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힘드시죠?”
시후의 목소리에 직원은 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집까지 모든 물건을 다 옮긴 뒤 시후는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보리차를 꺼내 물컵 가득 따라 직원에게 건넸다.
“한잔 드세요.”
직원은 보리차가 반갑다는 듯 말했다.
“아-. 네 아무래도 목이 말랐는데 감사합니다.”
직원은 벌컥거리며 시원한 보리차를 들이켠 뒤 눈이 살짝 커졌다.
‘뭐야? 이 보리차 뭐가 이렇게 구수해?’
직원의 생각은 모른 채 시후는 들어온 아이스 박스 안에 든 생닭 개수를 세고 있었다.
주문한 수량 총 50마리.
그리고 기타 돼지고기와 우유와 대용량 냄비 몇 종류.
주문한 내용과 도착한 물건을 확인한 시후.
그는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수고 많으셨어요.”
직원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죄송한데 보리차 한잔 더 주실 수 있을까요?”
직원의 말에 시후는 눈을 초승달로 만들며 물을 건네주었다.
벌컥- 벌컥-
“후우- 어쩌면 이렇게 보리차가 구수하죠?”
직원의 말에 시후는 어깨만 으쓱였다.
“잘 마셨습니다. 그럼 가볼게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신메뉴 파이팅입니다.”
직원은 시후에게 두 주먹을 쥐어 보이며 응원을 남겼다.
* * *
직원이 가고 시후는 냉장고에 생닭을 정리해 넣은 뒤 마당으로 나왔다.
구석에 놓여 있던 병아리들이 든 상자를 들고 안방 지하실 이 세계 텃밭으로 향했다.
스으윽-
들어가자마자 시후의 뒤쪽에서 그림자 하나가 솟구쳐 올라왔다.
“오셨습니까?”
들려온 목소리에 시후는 목이 돌아갔다.
“아, 네. 어떻게 아신 거죠?”
시후의 의문에 아세트 장로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아직은 알려줄 생각이 없다는 뜻처럼 보였다.
뭐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시후.
삐약- 뺙-
시후가 들고 있는 상자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은 장로의 눈이 부엉이처럼 커져 상자를 보았다.
“이, 이건?”
시후는 박스를 살짝 열어 안을 보여주었다.
“쿠코크 새끼들 아닙니까?”
장로는 정말 놀랍다는 듯 시후를 쳐다보았다.
시후가 그에게 상자를 내밀었다.
“이 병아리들 여기서 키우시죠. 그리고 달걀을 낳으면 다시 부화시키세요.”
시후의 말에 장로의 머리가 끄덕였다.
이내 그는 눈이 살짝 촉촉해진 채 시후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고, 고맙습니다.”
장로의 눈을 본 시후는 다시 한번 고양이 같단 생각을 했다.
살짝 처진 귀 그리고 삼각형 코, 검은색이기에 보이지 않았던 고양이의 트레이드 마크인 늘어진 수염.
시후는 확신했다.
‘이들의 조상은 분명 고양이일 거야.’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고블린이라는 생명체.
도끼를 휘두르는 초록색 짜리몽땅한 괴수이지 않던가?
그런데, 눈앞의 블랙 고블린은 그 초록 괴물 고블린들과 전혀 달랐다.
이름만 고블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시후님?”
아,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았나 보다.
장로의 부름에 시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로님. 이 병아리들 아니 쿠코크 새끼들 잘 번식 시킬 수 있죠?”
시후의 물음에 장로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여기 시간으로 얼마나 걸릴지는 잘 모르겠는데….”
“뭘 말이죠?”
시후는 장로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장로님이 이야기한 쿠코크 요리를 제가 이곳으로 가져올 거예요.”
“네? 어떻게?”
장로는 시후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반문했다.
쿠코크 요리는 제국 내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알고 있는 아세트였다.
그런데 눈앞의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예언의 사람 시후.
그는 쿠코크 새끼도 가져다주었고, 거기다 요리까지 해준다고 한다.
여러 감정을 느끼고 있던 장로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자 그가 물어왔다.
“장로님. 혹시 이 근처에 화덕 같은 게 있을까요?”
“화…덕요?”
“네, 불을 피울 수 있는 곳요.”
장로는 불이라는 말과 함께 ‘파이어’라고 중얼거린 듯했다.
장로의 손끝에서 작은 불씨가 아롱거렸다.
그 불꽃을 본 시후는 중얼거렸다.
‘응, 역시 판타지.’
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냄비랑 재료를 가지고 들어올 건데, 바로 해서 먹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아, 그거라면 마을 중앙에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장로는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런데 마을 중앙이라고?
시후는 블랙 고블린들의 마을을 떠 올렸다.
‘멀잖아.’
장로에게 거리가 좀 멀다고 이야기하니 걱정 하지 말라고 한다.
가져오면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며 가슴을 탕탕 쳤다.
“그러면….”
시후의 말에 장로는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장로의 말에 시후는 머리를 긁적였다.
시후가 가만 쳐다보고 있자 장로가 말을 이었다.
”그 얼음 마법을 오래도록 지속하려면, 정령이 필요합니다.”
“정령…요?”
시후는 간단하게 마법을 쓸 수 있으면 주방에서 일할 때 위생적이면서도 시원하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령이 필요하단다.
-시후.
그때, 시후의 발아래에서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시후가 잠시 생각하는 동안 장로가 엘라를 불렀나 보다.
-시후, 정령 계약할 거야?
엘라의 질문에 시후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장로님. 시후 ‘계약의 샘’으로 보내 주세요.
“엘라야. 안 된다. 그건 안 된다.”
장로의 반대에 엘라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들려왔다.
-그럼 저도 재배터의 식물들 물 안 줄 거예요.
시후는 장로와 엘라의 대화를 들으며 정령을 부릴 수 있는 엘라가 갑(甲)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장로는 엘라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지팡이를 내밀어 시후를 가리켰다.
“시후님. 조금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네?!”
시후의 반응에도 장로는 시동어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시후의 몸을 푸른색 빛이 삼켰다.
촤라라랑-
시후가 사라지자 장로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아이들이 시후 님에게 마음을 뺏기다니….”
장로는 자신의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크리스탈 기둥을 보았다.
무지갯빛 안에 시후가 보이고 있었다.
* * *
다음 날.
날은 점점 더워지고 홀은 에어컨을 틀기 시작했다.
개점 준비를 하던 중 하윤과 휘준은 주방을 쳐다보았다.
주방에서 날아다니는 시후를 하윤과 휘준이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형. 쟤 저러다가 쓰러지는 거 아니에요?”
휘준의 말을 들은 하윤은 주방으로 들어갔다.
개점 준비 중이던 시후가 하윤을 보았다.
마스크와 고글에 머리는 두건을 쓰고 있던 시후.
“형. 위에 놓인 것. 좀 가지고 나가 주실래요?”
시후가 눈으로 가리킨 것은 뚝배기 세 그릇과 소금 그리고 잘 익은 깍두기였다.
보글거리고 있는 뚝배기의 내용물은 삼계탕이었다.
“오늘 삼계탕이야? 아침부터 힘 좀 줬네?”
하윤은 삼계탕을 보자 들어온 이유를 잠시 까먹은 듯했다.
시후는 머뭇거리는 하윤의 눈빛을 읽고 어깨를 으쓱였다.
“형. 주방 더우니까 홀에 가 계세요.”
“인마! 넌? 안 더워?”
하윤의 말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 안 더우니까 나가서 빨리 식사하고 오픈 준비하죠.”
시후의 말에 하윤은 쟁반을 가지고 홀로 나왔다.
“어? 삼계탕?”
휘준은 직원 메뉴를 쳐다 본 뒤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침 주방에서 나오는 시후에게 물었다.
“내가 아침에 삼계탕 먹고 싶다고 중얼거렸냐?”
“어? 아니.”
휘준의 말에 하윤은 피식 웃고 말았다.
언젠가 들었던 ‘누가 먹고 싶은 음식을 그냥 알게 된다’는 말.
하윤은 그 감(?)으로 아침 직원식사를 만들어 낸 시후를 잠시 쳐다보았다.
“형 먹죠?”
시후의 말에 상념에서 벗어난 하윤이었다.
후르릅-
휘준이 제일 먼저 국물을 떠먹고 있었다.
“크- 뜨거라. 국물이 위로 내려가는 게 느껴져.”
시후는 물을 따른 뒤 휘준에게 주었다.
“이거 마셔.”
휘준이 물컵을 잡고 물을 마시면서 눈이 부엉이처럼 커졌다.
물컵을 내려놓으며 휘준이 시후를 보았다.
“우리 정수기 물이 이렇게 차가웠어?”
휘준의 말에 시후는 피식 웃으며 엄지에 있는 반지를 보았다.
‘엘라 덕분에 정령과 계약을 하긴 했지, 그런데….’
“시후야-.”
하윤이 부르는 소리에 생각을 이어가지 못했다.
“네?”
“손에 뭐 묻었어? 뭘 그렇게 쳐다봐?”
“?!”
시후는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그리고는 하윤의 눈에 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지가 보이지 않아?’
시후가 반지에 대해 생각할 때 즈음.
“시후야. 탕 식는다.”
하윤이 빨리 먹으라는 듯 재촉해왔다.
후르릅-
“야-, 근데 너 주방 안 더워? 에어컨 달아야 하지 않냐?”
휘준이 삼계탕 국물을 떠먹으며 물어왔다.
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안 더워.”
시후는 싱긋 웃으며 삼계탕 국물을 떠먹었다.
* * *
그날 저녁.
시후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서 사다 놓은 생닭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장로에게 부탁하려 했던 얼음 마법은 엘라 덕분에 해결했다.
타앙- 타악-
텅-
시후의 칼질에 맞춰 닭이 조각조각 분해되었다.
내장 손질은 되어 있는 생닭이기에 조각만 내면 되었다.
시후는 여름을 맞아 신메뉴로 맑은 닭곰탕도 준비해 볼 생각이었다.
닭곰탕은 집에서 쓰는 작은 냄비만큼만 만들고, 나머지 닭들은 간 없이 삶았다.
‘그런데, 닭 뼈는 어떻게 해야 하지?’
문득 마을에 사는 큰 고양이를 닮은 블랙 고블린들이 닭을 먹으면서 뼈를 발라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시후는 닭을 조각낸 채로 200L 냄비에 담았다.
수북하게 쌓인 닭 조각들.
냄비를 들기 위해 손잡이를 잡은 시후의 팔 근육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읏차-
시후는 냄비를 들고 안방 지하실 텃밭 입구 앞에 내려놓았다.
‘물은 텃밭 우물물 쓰면 될 거고, 닭곰탕도 함께 가지고 들어가야겠네.’
모든 준비를 끝낸 뒤, 시후는 이 세계 텃밭으로 발을 들였다.
스읏-
시후는 텃밭 근처 그림자에서 그림자 하나가 솟구쳐 오르는 것을 보았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후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여왔다.
아세트 장로였다.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