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38
37화
“고쳐 쓸 물건은 고쳐 쓰지만 그렇지 못한 물건은 그냥 버려.”
시후의 말에 휘준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무슨…?”
휘준의 물음에 시후는 자신의 표현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사과했다.
“물건이라는 표현은 미안하다. 넌 그나마 날 덜 괴롭혔잖아.”
휘준은 시후의 말에 가만 있었다.
죽은 두 선배 그리고 기수보다는 자신이 시후를 덜 괴롭히긴 했다.
시후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때 시후의 다리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시후는 율을 안아 들고는 휘준을 보며 말했다.
“야. 다 마셨으면 씻고 자라.”
“어? 어. 미안하다.”
시후는 손을 휘휘 저으며 안방으로 향했다.
조금 전의 말을 율에게 물었다.
“율. 저 친구한테 너희 종족 냄새가 났다는 거지?”
-응. 그리고 더 위험한 냄새도 났어. 마치 장로같….
율은 장로라는 말에서 말을 얼버무렸다.
“장로? 아세트 장로?”
시후의 물음에 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는 아세트 장로에게 뭔가 있을 것 같단 생각은 했다.
능글거리며 웃는 모습.
물어보면 대답하지 않고 거리를 두는 모습에서 뭔가 감추는 느낌이었다.
“율. 저 친구 그림자에서 며칠 함께 있을 수 있겠니?”
-시후 부탁이야? 아니면 명령? 아니면 의뢰야?
시후는 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부탁이야.”
* * *
시후는 여느 때 보다 더 일찍 일어나 텃밭으로 향했다.
율이 휘준의 배 위에서 함께 자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시후는 빠르게 텃밭의 작물을 캐 와서 저녁에 만들어놓은 재료들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으하함-.”
방에서 나오던 휘준이 기지개를 켜며 시후를 보았다.
“미친놈아 뭔 새벽부터 움직이냐.”
“씻고 준비해라 나가자.”
욕실로 향하던 휘준의 핀잔이 들려왔다.
시후는 아랑곳하지 않고 출근 준비를 끝냈다.
씻고 나와 자기 가방을 챙기고 있는 휘준을 보고 있자 묘한 느낌이 들었다.
‘옛날에 강훈이 형이나 하윤 형이 자고 갈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네.’
시선을 느꼈을까?
시후와 휘준의 시선이 부딪혔다.
“가자.”
“어. 그런데….”
휘준은 주위를 둘러보며 뭔가를 찾는 듯했다.
“뭐 찾아?”
“어, 고양이.”
시후는 휘준의 그림자를 힐끔 보며 말했다.
“어딘가 갔겠지. 시간 없어 가자.”
“재촉하기는. 가자 가.”
* * *
호수고등학교 유새싹과 위주하는 영양사 박지윤 선생의 말에 못 이기는 척 함께 학교를 나섰다.
[SeeYou]의 문을 연 위주하와 유새싹은 한숨을 동시에 내쉬었다.“어서오세요. 어? 학생들 오늘도 왔네?”
오늘도 왔냐는 말에 박지윤이 두 여학생을 쳐다보았다.
혀를 쏙 내미는 여학생들.
그녀들은 휘준의 안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너희들은 뭐 먹을 거니? 난 저기 [오늘의 메뉴]가 궁금하네.”
박지윤의 말에 두 여학생은 메뉴판을 탐독하다 새싹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전 이 고등어 파스타? 시켜볼래요.”
고등어 파스타를 선택하자 주하는 그 모습을 보고 혀를 내밀며 말했다.
“새싹이 니 진짜 용타. 그걸 어케 물라카노?”
“비, 비릴까?”
주하의 말에 고등어의 비린 맛이 올라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글쎄? 저 오빠야 라면, 맛있게 안 해주겠나?”
박지윤은 두 학생의 이야기를 듣다 피식 웃었다.
파스타와 고등어 조합.
맛있기 힘든 조합이긴 했다.
잘못하면 비릴 수 있다.
다만 제대로 하면 고등어의 고소함을 끌어올릴 수는 있었다.
주하는 늘 시키든 메뉴를 주문했다.
휘준이 다가와 메뉴를 읊었다.
“고등어 파스타 하나 오늘의 메뉴 그리고 매콤 새우 파스타 3단계 맞으신가요?”
메뉴 확인에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휘준이 주방으로 향하고 박지윤은 가게를 둘러보았다.
‘꽤 괜찮네. 깔끔하고, 거기다…. 저 알바 친구 괜찮네?’
박지윤은 가게 문을 열어놓고 서 있는 하윤에게 시선을 던졌다.
위주하와 유새싹은 핸드폰으로 인스타를 보고 있었다.
타악-
탁-
박지윤은 자신 앞에 내려온 쟁반 위를 보고 고양이 동공처럼 커졌다.
‘서, 설마?’
그 표정을 본 주하와 새싹이 피식 웃고 말았다.
자신들도 처음 왔을 때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달그락-
박지윤은 숟가락을 들고 쟁반을 내려다 보았다.
쟁반 위에 놓인 유기 밥그릇에 하얀 쌀밥과 미역국.
조기구이와 함께 김치와 시금치나물 및 콩나물과 김치가 놓여 있었다.
간단한 생일상 같은 느낌을 주었다.
소박하지만, 꽉 찬 느낌을 주는 집밥 한 상.
“…….”
박지윤은 ‘오늘의 메뉴‘를 잠시 쳐다본 뒤.
숟가락을 미역국을 떠올렸다.
후릅-
박지윤은 미역국 한 숟가락을 떠먹고는 말이 없어졌다.
“어? 쌤요. 와 그라는데요?”
주하의 당황섞인 사투리에 새싹도 박지윤을 보고 놀랐다.
급하게 냅킨을 박지윤에게 건넸다.
“어? 왜?”
“쌤 와 울어예-.”
박지윤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지윤은 아침 남편과 대판 싸우고 출근했다.
자신의 생일을 까먹은 남편에 대한 서운함에 싸웠다.
남편에게 속상함을 토로하자 날아온 문자는 이랬다.
[그게 뭐가 그렇게 속상한데? 속상할 것도 참 많다.]문자를 보자 박지윤은 더 서운했다.
미역국 한 숟가락에 아침의 기억이 소환되자 서러움이 올라왔나 보다.
“어? 아니야.”
두 여학생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자 박지윤은 한마디 내뱉었다.
“여기 미역국 맛집이네.”
위주하는 박지윤의 말에 피식 웃었다.
“아이고 쌤요. 여기 다 맛있어예.”
주하의 말에 새싹이 머리를 끄덕이며 파스타 면을 입에 넣었다.
쮸르릅-
새싹은 파스타 면을 빨아 올리고 우물거린 뒤.
“이거 비릴 줄 알았는데, 전혀 비리지도 않고 진짜 고소하면서 면의 쫄깃함과 함께 정말 잘 어울려요.”
새싹의 말에 박지윤은 한마디 더 붙였다.
“너희들처럼 공부하는 학생들이 고등어 많이 먹으면 좋아. 불포화지방산 종류인 EPA와 DHA가 풍부해서 두뇌 건강에 좋으니까.”
두 여학생은 박지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보며 박지윤은 입을 열었다.
“있잖아. 너희들….”
박지윤이 뭐라 이야기하기 전에 새싹과 주하가 뭔가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어? 이게 뭐야?”
박지윤은 놀란 눈으로 학생들을 보았다.
테이블 위에 올라온 작은 상자 두 개.
주하와 새싹은 박지윤을 보며 생긋 웃었다.
“뭐긴예- 쌤 생일 선물이지예.”
“쌤-. 생일 축하해요.”
아이들의 선물에 지윤의 광대 근육이 풀어졌다.
남편의 문자에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이 풀어졌다.
거기다 미역국 메뉴도.
응? 미역국 메뉴? 설마?
박지윤은 눈 앞의 학생들에게 물었다.
“너희가 미역국 해 달라고 이야기했니?”
“아니요.”
박지윤의 말에 주하와 새싹은 고개를 저었다.
“쌤요. 오늘의 메뉴는 아무도 몰라예. 저기 주방 보이소. 그리고 저 짝 테이블 좀 보이소.”
박지윤은 주하의 말에 주방을 쳐다보았다.
더운 열기가 홀로 풍겨 나오고 있었다.
주방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청년이 보였다.
’저 사람이 여기 사장?‘
띠엥-
주방에서 나온 음식은 자신처럼 쟁반에 담겨 있는 게 보였다.
직원이 쟁반을 들고 다른 테이블에 가며 말하는 게 들렸다.
“오늘의 메뉴입니다.”
박지윤은 나온 메뉴를 힐끔 보았다.
반찬과 밥은 같았지만, 국이 달랐다.
자신은 미역국 저쪽 은 육개장처럼 보였다.
그 국을 보자 박지윤은 경악했다.
’사람에 맞춰서 국을 낸다고? 이 가게에서? 미친 거 아냐?‘
박지윤도 안다.
국 하나를 끓이는 것만 해도 귀찮음을.
그런데 손님에게 다 다른 국을 내는 것을 확인하고는 침음을 삼켰다.
“쌤요. 식어예 빨리 드이소.”
“어? 어. 그래.”
아이들의 재촉에 박지윤은 아직도 뜨거운 미역국과 밥을 그리고 반찬 위에서 수저가 바쁘게 오갔다.
주방에서 잠시 그들을 쳐다보던 시후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생일이셨나 보네.”
하윤이 주방으로 들어오며 걱정스러운 듯 투덜거렸다.
“에어컨 달자. 너 쪄 죽겠다.”
“저 안 더워요.”
“뭐?”
시후의 말에 하윤은 정말 놀랐다.
주방의 열기에 잠깐 노출된 하윤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안 덥단다.
하윤은 시후의 팔에 손을 대 보았다.
“어?”
시원한 느낌이 하윤의 손에 전해졌다.
“너 왜 이렇게 몸이 차가워? 어디 아파?”
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아뇨. 아프면 이렇게 쌩쌩하게 움직이겠어요?”
시후의 말에 하윤의 눈이 살짝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이 더운 주방과 시후를 번갈아 본 뒤 홀로 나갔다.
휘준이 하윤 옆에서 시후를 가리켰다.
“형, 쟤 얼굴 좀 보세요. 땀 한 방울 안 흘리는 중인데요?”
“어? 그러게….”
두 사람이 주방을 보며 수군거릴 때.
“저….”
손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윤이 고개를 돌리자 조금 전 ’오늘의 메뉴‘에서 미역국을 대접한 손님이 서 있었다.
“죄송한데, 요리사님이랑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하윤이 시후를 쳐다보자 시후가 손가락으로 X를 그리고는 입을 뻐끔거렸다.
그 내용을 이해한 하윤이 손님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저희 쉐프님이 지금은 한참 바빠서 나중에 가게 끝날 때 즈음 다시 오시면 될 듯한데요….”
박지윤은 그 말에 산뜻한 미소로 질문했다.
“그래요? 그럼 15시 정도 오면 될까요?”
하윤은 다시 시후를 쳐다보았다.
고개를 끄덕인 시후였다.
바쁜 시간이 지나고.
[SeeYou]가 폐점 시간이 되어 마감 준비를 할 때였다.따라랑-
가게 문이 열리고 들어온 인영이 시후를 보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시후는 정중히 묵례를 건넸다.
하윤에게 그녀가 근처 호수고등학교 영양사 선생이라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수업 때문에 긴 시간은 뺄 수 없어 죄송합니다.”
시후가 먼저 양해를 구했다.
박지윤은 그런 시후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정중하면서도 배려해 주는 느낌.
시후는 주방으로 잠깐 들어갔다 나왔다.
그의 손엔 작은 쟁반이 들려있었다.
타악-
시후가 그녀 앞에 내려놓은 것은 투명한 유리잔에 든 청귤 에이드였다.
박지윤은 에이드 잔을 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어?”
박지윤이 시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시후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드세요. 청귤 에이드에요.”
“아, 네.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
박지윤은 에이드를 마시며 시후를 찬찬히 살폈다.
’정말 어려 보이네….‘
그녀가 시후를 살피고 있을 때.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나요? 선생님?”
“아, 전 호수고등학교 영영사 박지윤이라고 해요.”
시후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 직원이 알려줘서 알고 있습니다.”
박지윤은 시후에게 자신이 온 이유를 이야기했다.
호수고등학교에서 오전 중 급식조리사를 해줄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시후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제 능력을 높이 평가해 주신 건 감사합니다만, 학교 급식실 조리는 저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 생각 드네요.”
“사장님. 한번 생각해 봐주시면 안 될까요?”
시후는 박지윤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거절했다.
하아-
박지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듯.
개운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본 시후는 그녀가 왜 자신에게 그런 제안을 한 건지 알 것 같았다.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온 건가 보네.‘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