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39
38화
팔락-
일과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과제로 나온 책을 보고 있을 때였다.
지이잉-
시후는 소파에 던져놓은 전화가 불길하게 느껴졌다.
전화기에 뜬 이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 왜?”
-너, 우리 집으로 빨리 좀 와라.
뭔가에 놀란 듯한 상대의 명령조에 기분이 살짝 나빠진 시후였다.
“왜?”
-빨리 오라면 좀 와! 새끼야.
수화기 너머에서 소리를 질렀다.
시후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침착하게 휘준의 말을 들어보니, 휘준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문자 보내. 너희 집 주소 몰라.”
-아, 알았어. 지금 보낼게.
시후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 쉬었다.
느낌이 싸했다.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시후는 문자에 찍힌 주소로 향했다.
휘준의 당혹스러운 목소리에 조금은 걱정이 된 시후는 서둘렀다.
찌이이-
휘준이 알려준 주소 오피스텔에 도착한 뒤 벨을 눌렀다.
덜컹-
문이 열리고 휘준이 나왔다.
“들어와.”
“무슨 일인데 새끼 찾으면서 빨리 오라고 하냐?”
시후는 중얼거리듯 묻고 집안으로 발을 들였다.
“?!”
시후는 나와 있는 율을 보며 한숨을 내 쉬었다.
거실은 개판 오 분 전보다 더한 상태였다.
‘난장판이네….’
물건이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어디서 나타난 건지 나뭇가지가 흩어져있었다.
판타지에서 드루이드는 나무와 동물에 대한 이해도와 친밀도가 높다고 나온다.
‘율이 이런 건가?’
주위를 둘러보며 놀랐다.
천장까지 나무줄기가 얼기설기 감겨 올라가 있었다.
한숨을 내 쉬며 거실을 둘러볼 때 율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후. 이거.
율이 가리킨 것은 블랙 고블린 종족이었다.
하아아-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리던 시후는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단서는 ‘그림자와 킥킥 소리’였다.
그림자로 이동하는 블랙 고블린 종족의 특성이 떠올랐고 그림자 속에서 소리를 낸다?
그러면 당연히 인간은 겁을 집어먹는다.
‘잡았으니 일단 해결된 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얼굴을 쓸어내리며 율의 마법에 잡혀있는 생물을 보았다.
옆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본 듯한 휘준이 서 있었다.
“야. 휘준아. 정신 차려.”
“어? 너 저게 뭔지 알아?”
시후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너 판타지 소설 좋아한댔지?”
“어? 무슨? 지금 이걸 보고 판타지 소설이 왜 나와?”
의문스럽게 묻는 휘준을 살짝 무시하고 시후는 율을 보며 질문했다.
“율, 혹시 저기 서 있는 사람에게도 네 말이 통할까?”
시후의 질문에 율은 휘준에게 다가갔다.
까만 고양이처럼 생긴 율이 다가오자 휘준은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휘준아. 겁먹지 말고 손가락 좀 내밀어 봐.”
“손은 왜?”
“글세- 내밀어 보라고.”
시후의 말에 휘준은 겁을 먹긴 했지만, 손가락을 율에게 내밀었다.
콰직-
끄악-
휘준은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눈을 살짝 감았다.
할짝- 할짝-
“휘준아.”
“어?”
시후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뭇가지에 묶여 꿈틀거리는 생물을 가리킨 시후가 휘준을 보며 물었다.
“네가 좋아하는 판타지 속 생물이라고 하면 믿을래?”
시후의 말에 휘준은 고개를 저으려고 하다 들려온 목소리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져 있었다.
-시후,
율의 목소리가 휘준에게도 들린 것 같았다.
“뭐, 뭐야-”
눈이 튀어나올 만큼 커진 휘준이 호들갑 떨자.
“조용히 좀 해라. 이야기 좀 듣자.”
시후는 휘준을 조용히 시킨 뒤 율에게 물었다.
“어떻게 잡았어?”
-저 사람이 시후가 가진 네모난 것을 받고 이야기를 한 뒤 어디론가 갔어.
시후는 어디론가 갔다는 말에 휘준을 쳐다 보았다.
“그, 기수한테 연락이 왔거든.”
“그래? 역시 예상대로네.”
“뭐?”
시후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이야기했다.
자신을 괴롭히던 선배 두 명이 왜 자살하게 된 건지에 대한 추론을.
“그, 그럴 수 있는 거야?”
시후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우연이 겹친 거겠지.”
-시후. 우연이 뭐야?
율의 질문에 대답을 해 준 뒤 시후가 묶여있는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뭐예요?”
시후가 한쪽 무릎을 꿇고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본 휘준이 피식 웃었다.
“말이 통하냐?”
“그럼 넌? 지금 율의 이야기 듣고 있잖아.”
“?!”
그때 놀란 휘준에게 율이 네발에서 몸을 일으켜 두 발로 일어섰다.
그리고 손을 살짝 든 뒤 입을 열었다.
-시후. 친구 휘준. 안녕.
휘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 이건 꿈일 거야….”
휘준은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벽에 기대었다.
-꿈 아니야. 휘준.
시후는 휘준과 율이 이야기하는 동안.
묶여있는 고블린에게 다시 물었다.
“이름이…?”
“이름, 그런 건 이 세계로 오면서 버렸다.”
“그래요?”
시후는 눈앞의 고블린에게 말을 높였다.
키가 아세트 장로와 비슷해 보였다.
그 묶여있는 고블린이 율을 쳐다보는 게 보였다.
“이름을 버리셨다고 하면 그냥 이름을 지어 부를까요?”
“뭐라고?”
“까망이?”
블랙 고블린의 침음성이 들린 뒤 이름을 밝혔다.
“…오라드다.”
“네, 오라드 씨. 어떻게 이쪽 세계로 넘어오게 된 거죠?”
시후의 질문에 오라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율과 휘준은 시후 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오라드가 율을 보며 물었다.
“너 꼬마. 어느 마을 애냐?”
-마을? 우리 마을은 ‘이름 없는 마을’인데…
“이름 없는 마을?”
-아세트 장로가 마을을 이끌고 있어.
율의 말에 오라드는 눈이 부엉이가 되었다.
“아, 아세트라고?”
-아세트 장로를 알아?
율의 물음에 오라드는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그 쪼그만 꼬마가 장로라고?”
율은 아세트 장로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씀 중 죄송한데. 오라드씨는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되신 거죠?”
시후의 질문에.
“베니시 마법에 당했어.”
오라드의 말에 시후가 중얼거리며 아! 소리를 내었다.
판타지 소설에서 마법 중 차원 추방 마법인 ‘베니시’가 있었다.
“배니시? 설마, 그 차원 추방 마법?”
시후의 중얼거림이 휘준에게 들렸는지 눈이 동그래지며, 둘을 바라 보았다.
오라드는 시후를 보며 물었다.
“오- 자네. 마법을 좀 아는가?”
시후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집이 보였다.
“율-. 이 사람을 어디서 잡은 거야?”
율이 설명을 천천히 했다.
모든 설명을 들은 뒤 시후는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그때까지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정신을 못 차리는 휘준을 불렀다.
“야, 방 정리하자.”
“어? 어.”
시후의 말에 휘준은 어지럽혀진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후는 정리하는 모습을 멀뚱히 보고 있는 율에게 부탁했다.
“율, 저분 풀어줘.”
율은 시후의 말에 손을 흔들며 중얼거리자.
엉망으로 집안 곳곳에 얽혀있는 나뭇가지들이 정리되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뭇가지에서 풀린 오라드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후우- 저 꼬맹이 녀석. 드루이드였구나.”
시후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휘준을 보았다.
신기한 눈빛으로 율과 오라드를 보고 있던 휘준이 시후에게 물었다.
“조금 전 배니시 마법에 당했다고 한 거지?”
시후가 고개를 끄덕이자 휘준이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럼 우리가 사는 차원 말고도 또 있나?”
휘준의 질문에 시후가 답했다.
“있으니까 넘어올 수 있었겠지.”
시후의 말에 휘준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와우- 개 쩌는데?”
휘준의 눈은 마치 신기하고 새로운 것을 본 것 마냥 눈이 반짝거렸다.
* * *
따라오려고 애쓰는 휘준에게 집 정리나 마저 하라고 엄포를 놓은 시후는 집으로 돌아왔다.
두 블랙 고블린을 자신의 그림자 속에 들어가 있게 한 뒤 말이다.
집에 도착한 시후는 오라드를 불렀다.
“오라드. 나와볼래요?”
시후의 그림자에서 오라드가 솟아올랐다.
율 역시도 함께 올라와 시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시후는 품으로 파고 든 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율. 잠시만 기다려줘. 저 분 너희 장로님께 데려다 드리고 올게.”
부드러운 눈빛으로 율을 보며 말을 하자 율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는 집을 열심히 살피고 있는 오라드를 불렀다.
“오라드 이쪽으로 오실래요?”
시후는 오라드를 데리고 안방으로 향했다.
“어? 저 문은?”
오라드에겐 안방 지하실로 통하는 문이 보이는 듯 했다.
안방 지하실을 통해 이 세계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나타난 장로를 보며 싱긋 웃으며 시후는 오라드의 어깨를 잡고 앞으로 내밀었다.
아세트는 오라드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누, 누구신지…?”
아세트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지고 있었다.
“너 설마 아세트냐? 아미노펜의 후계자로 지목된?”
아세트는 자신의 선임의 이야기를 듣자 눈이 부엉이가 되어 오라드를 쳐다보았다.
“오, 오라드?”
당황한 아세트의 모습에 시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장로님. 회포 푸시고 전 올라가 보겠습니다. 피곤하네요.”
“아, 네.”
장로는 시후의 말에 묵례를 한 뒤 오라드와 함께 마을로 사라졌다.
시후는 오라드를 이 세계로 데려다준 뒤 안방을 통해 올라왔다.
거실에서 뭔가를 유심히 쳐다보고 이리저리 돌려 보고 있던 율을 발견했다.
“율? 뭐해?”
-시후 이게 뭐야?
율이 시후에게 보여 준 것은 TV 리모컨이었다.
“이건 리모컨이라고 하는 건데.”
시후는 리모컨을 조작해서 TV를 켜 주었다.
마침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중이었다.
[내가 있어! 가슴 벅찬 열정을 끌어안고 박차올라 외치고 싶어!]시후가 힐끔 쳐다보자 농구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이었다.
-오? 오오!
율은 온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이미 율은 애니메이션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시후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달칵-
시후는 사다 놓은 소고기를 두툼하게 썰었다.
서걱-
치덕- 촤덕-
사각- 사각-
올리브 오일을 소고기에 골고루 바른 뒤 그 위에 소금과 후추를 골고루 뿌려놓았다.
잠시 양념이 고기에 배일 때까지 기다리며 율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율은 소파에서 발까지 버둥거리면서 애니를 보고 있었다.
‘엄마가 음식 하면서 날 볼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시후는 율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분명 다른 이가 보았다면 아빠 미소를 짓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타타타타-
가스불을 켜고 프라이팬을 달군 뒤 버터를 한 조각 떨궜다.
골고루 녹는 버터의 향이 고소하다.
미리 얇게 썰어둔 마늘을 한 웅큼 쥐고
프라이팬에 넣었다.
마늘을 얇게 썬 것을 버터에 넣고 튀기듯 마늘을 구운 뒤 그 위에 소고기를 올렸다.
촤아아악-
잠시 뒤.
고기 익는 냄새가 집안에 퍼져나갔다.
킁킁-
한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던 율이 시후 옆으로 다가왔다.
율은 코를 한참 킁킁 거리다 시후를 보며 물었다.
-카우카우?
“소고기 스테이크 해 줄게. 오늘 고생했으니까.”
-고생? 그게 뭐야?
고개를 갸웃거리는 율의 모습을 보았다.
율의 그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져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잠시만 기다려 줄래?.”
시후의 말에 율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뒤 식탁 의자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타악-
완성된 스테이크를 들고 식탁 위에 올려놓자 율의 입에서 침 한 방울이 주르륵 흘렀다.
-마, 맛있겠다.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