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44
43화
시후와 하윤이 주방의 에어컨을 놓고 옥신각신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휘준이 시계를 보고는 놀라 짐을 챙겼다.
“형!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시후야 나중에 보자.”
휘준의 말에 시후는 깜짝 놀랐다.
“뭐? 너 저녁에도 집으로 올 거야?”
“그럼! 대충 짐 챙겨서 넘어갈게.”
능글맞게 웃으며 말한 휘준이 손을 흔들며 가게 문을 나섰다.
“미친놈아!”
시후는 한숨을 내쉬며 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좋아 보이네?”
하윤의 말에 시후의 얼굴에선 궁금함이 번졌다.
“네?”
하윤은 시후를 보며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
“너 중, 고등학교 때 친구 없었잖아.”
하윤의 말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죠.”
하윤은 휘준이 나간 가게 문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런데, 친구가 생긴 것 같아 좋아 보인다고.”
시후는 하윤의 마음이 고마웠다.
친형은 아니었지만, 가끔 친형처럼 생각되었다.
타악-
“나도 이제 슬슬 학교 올라가야겠다. 아, 현금 들어온 거 포스에 넣어놨으니까. 입금해 둬라.”
“네. 올라갈 때 ATM에 넣죠. 뭐. 형 마감 다 했죠?”
시후의 물음에 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있다가 휘준이 집으로 이사 들어오면 한잔해요.”
“결정한 거야? 휘준이한테 월세 주기로?”
“네. 그래서 이사 들어오면 모여서 한잔 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그럴까? 또 저번처럼 잔칫상 차릴 건 아니지?”
하윤의 물음에 시후는 살짝 뻘쭘해졌다.
강훈이 왔을 때 정말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차리긴 했다.
세 사람은 먹으면서도 잔소리를 했다는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까지 안 해요.”
“그래? 그럼 나 먼저 올라간다.”
“네.”
따라랑-
가게 문이 열리고 하윤이 먼저 퇴근을 했다.
혼자 남은 시후는 텃밭의 아이들에게 줄 간식 종류를 떠올려보았다.
“아이들이니까. 음…. 근데 애들한테 초콜릿이나 사탕을 줘도 되나?”
문을 닫고 학교로 올라가던 도중 보인 세계과자점.
가게안으로 들어서자 달콤한 향기 시후의 코끝을 스쳤다.
아이들이 먹을 만한 막대사탕과 입안에서 굴리면서 녹여 먹는 사탕 종류를 산 뒤 가게를 나왔다.
두리번- 두리번-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시후는 사탕을 인벤토리에 수납한 뒤 학교로 향했다.
* * *
시후가 학교로 올라간 시각
텃밭 근처 공터에서는 올망졸망 모인 블랙 고블린 아이들이 있었다.
공중에서는 꼭 성인 주먹만 한 물 덩어리들이 일렁거리며 떠 있었다.
물 덩어리 아래에선 양팔을 허리에 대고 있는 화를 내는 작은 꼬마 숙녀 고블린이 서 있었다.
그 앞에서는 꼬마 고블린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중이었다.
-너희들. 시후가 오면 알리지 않고. 이번에도 그랬지?
-그, 그게.
-시끄러워! 내가 뭐라고 했어!
엘라는 다른 친구들에게 시후가 재배터에 나타나면 알려달라 부탁했었다.
그중 율이 시후와 가장 친해 보였다.
엘라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시후의 피를 율이 먹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율은 엘라에게만 그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래서 율은 시후가 재배터에 나타날 때 가장 빠르게 눈치챌 수 있었다.
잘 때 빼고는.
엘라는 정말 속상했다.
시후처럼 잘생긴 휴먼은 처음 보았다.
어릴 적 제국에서 본 휴먼 종족보다 훨씬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엘라는 율에게도 질투가 났다.
-맨날…. 맨날 율만 시후한테 가고.
엘라는 속이 상했다.
시후를 처음 봤을 때.
저 푸른 웅덩이. 시후가 ‘바다’라고 부른 곳에 함께 갔을 때였다.
시후가 놀라는 모습.
미소 짓는 모습.
그 전부가 엘라의 마음을 흔들었다.
거기다 시후의 손은 따뜻했다.
-시후가 해준 요리 너희만 먹고!
엘라는 너무 억울해서 발을 쾅쾅 굴리며 울먹거렸다.
-친구들. 나 안 불렀어. 흐에에엥-
너무 속상한 나머지 눈물을 터뜨리고 만 엘라.
그녀의 기분에 동조한 물 덩어리들은 일제히 떠 올라 비처럼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엘라. 미안해. 울지마.
-미안. 미안해. 으아아앙-
-에, 엘라. 응? 우리가 잘못 해쪄. 응? 울지마.
엘라가 서러워하는 건 얼마 전 시후가 재배터와 떨어진 곳에서 고기 요리를 해 줬다는 것을 듣고 난 뒤였다.
엘라는 시후를 보면 기분이 좋았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만 해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고르륵 소리를 낼 만큼.
그런데. 친구라고 생각했던 애들이 자기들끼리만 시후가 만든 요리를 먹었다고 한다.
-나만 쏙 빼고. 너무 해.
-미, 미안.
엘라가 계속 울고 있자 한 아이가 옆에 있는 친구에게 귓속말을 했다.
-속닥속닥.
작은 아이 하나가 재배터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 시각이면 재배터의 식물을 돌보고 있을 율을 찾으러 간 것이다.
-율!
재배터로 헐레벌떡 뛰어온 친구를 쳐다보았다.
-왜 그래?
-에, 엘라가.
뛰어온 친구가 허벅지에 두 손을 올리고 가쁜 숨을 쉬었다.
-그림자 이동하면 될 텐데….
-아! 잊었다.
-바보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엘라가 화가 많이 났어.
친구의 말에 인상이 찌푸려진 율은 바로 그림자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율의 종족이 할 수 있는 그림자 이동술은 소리 없이 이동하기 좋았다.
종족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은 바다와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얼마 전 시후가 요리를 해 주었던 공터.
으아아앙- 으에에-
누군가의 울음소리에 율은 그림자에서 나왔다.
하아-
한숨을 내쉰 율은 우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엘라.
율은 조용히 엘라를 불렀다.
평소의 엘라라면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율을 보았을 것이다.
율의 목소리가 들리자 엘라는 손을 휘저었다.
프사사삿-
엘라의 머리 위로 생긴 물방울들.
-율 미워! 시후에게 쓰담쓰담 혼자 받고.
-엘라. 진정해.
-싫어! 율 미워!
시후에게 나이를 밝혔을 때 ‘미운 일곱 살’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게 뭐냐고 물었을 때를 떠올린 율 이었다.
“때 쓰고 울고불고 난리 치는 아이를 지칭하는? 음…. 지칭이라는 말이 어렵겠구나. 말 안 듣고 때 쓰는 아이를 가리키는 말.”
율이 보기에 엘라는 시후가 이야기한 미운 일곱 살 아이였다.
파칭- 파삭-
파칭- 파사삭-
엘라의 손이 허공에서 지나갈 때마다 허공에 뜬 물방울이 율에게 날아들었다.
평소라면 가볍게 맞받아쳤겠지만, 율은 몸을 놀려 가볍게 피했다.
시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엘라. 시후 못 만나서 화가 많이 났네?
멈칫거리는 엘라의 모습이 보였다.
-이리와 엘라. 시후가 금방 올 거 같아.
까만 얼굴에 투명한 눈물길이 생겼던 엘라가 의문을 표하며 물었다.
-…정말?
엘라의 사나웠던 모습이 조금 누그러들자 주위의 아이들은 마음을 놓았다.
율이 다시 한번 엘라를 부르자 엘라는 종종거리며 율에게 다가갔다.
-시후 언제 와?
-조금 있으면 올 것 같아.
-엘라. 아이들에게 사과해야지?
엘라는 조금은 미안한 듯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미안해. 그래도 시후 와서 요리했을 때 나 안 불러 준 건 속상해.
엘라의 속상하다는 말에 아이들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미안해 엘라.
-나두 미안해쪄
-미안 엘라.
아이들의 사과에 엘라는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종족 아이들 모두가 물에 빠진 고양이 같은 모습에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율은 그런 엘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엘라 잘 했어.
시후가 율에게 해준 행동을 율이 엘라에게 그대로 해주고 있었다.
율에게 시후는 늘 따듯한 사람이었다.
* * *
집으로 올라오는 골목.
주위에 보이는 주택들.
꽤 오랜 시간 이 동네에서 살았지만, 해가 지고 전봇대의 가로등 불빛이 켜질 때.
시후의 머릿속엔 가족과 함께 걸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땐 어렸지….”
이 골목을 올라가기 싫다고 업어달라고 졸랐던 어린 시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부모님이 얼마나 당황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후는 그때의 감상에 젖어 들 뻔했다.
“아저씨….”
지금 시후의 등에 업혀 있는 꼬마만 아니면 말이다.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린 시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올라가는 골목길.
모퉁이를 돌자 주저앉아 있는 아이가 보였다.
발목이 퉁퉁 부은 상태로 울고 있던 아이를 본 것이다.
아이를 보자마자 시후의 머릿속은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릴 적 시후 역시 이 골목에서 발목이 삔 적이 있었다.
계단의 높이 차이와 골목길의 경사도 때문에 종종 다친 이들이 있었다.
시후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 뒤 물었다.
“걸을 수 있어?”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발목의 상태를 본 확인해 보았다.
파랗게 멍이 들어 퉁퉁 부어 있었다.
아이에게 부모님의 존재를 물어보니 두 분 다 맞벌이여서 늦게 온단다.
아이의 말에 어릴 적 시후의 모습이 보였다 사라졌다.
“아프겠네. 일단 업혀라. 병원 가자.”
“돈…. 없는데요?”
아이는 돈 걱정부터 했다.
“괜찮아. 형이 내줄게.”
“….엄마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랬어요.”
아이의 말에 시후는 흠칫했다.
아이의 부모님 말씀이 맞았다.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는 게 아니지만, 다친 아이를 내버려 두는 어른이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시후는 생각할 것 없이 아이를 일으켜 세워 등에 업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저씨….”
시후는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한숨부터 나왔다.
부모님이 근무했었던 병원.
그리고 시후 역시 몇 개월간 신세 졌던 병원이었다.
응급실로 들어서자 간호사 한 명이 알은 채 해왔다.
시후는 부모님의 동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머나, 사장님. 여기 무슨 일로? 어디 다치셨어요?”
너스레를 떨던 간호사는 [SeeYou]의 손님이었기에 시후를 아는 것이었다.
시후는 어색한 웃음으로 생각을 털어버린 뒤.
업혀 있는 아이를 보여주었다.
“발목이 심하게 다친 거 같아서 데려왔어요.”
간호사는 아이의 발목을 보고는 응급실 베드로 안내했다.
“아이 일단 여기 눕히세요.”
“네.”
“그리고 보호자님은 수납하시고 오세요.”
시후가 아이를 내려놓은 뒤. 빠르게 접수 후 수납까지 하고 아이에게 다가왔다.
얼마 걸리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아이는 병원 분위기에 움츠러든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본 시후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괜찮아. 금방 의사 선생님이 안 아프게 해주실 거야.”
시후의 말에 아이는 입술을 꽉 다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저벅- 저벅-
일정한 패턴으로 여기저기 다니는 크록스 신발의 소리가 시후 귀에 들렸다.
“우리 친구 이름이 뭐지?”
시후의 부드러운 말투와 눈빛에 마음이 살짝 녹은 아이는 이름을 알려 주었다.
“나무요. 유나무.”
시후는 아이의 이름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나무구나. 좋은 이름이네.”
시후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무는 고개를 들며.
“맨날 놀림 받는 이름인데요….”
아이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잠깐. 아드님 좀 보겠습니다.”
의사는 뭔가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때 나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아빠 아니에요.”
“어?”
그 말에 뭔가 보던 의사가 고개를 들었다.
의사 자신과 나이 차이가 얼마 않나 보이는 청년 그리고 누워있는 아이를 번갈아 보았다.
의사는 눈을 깜빡였다.
“아-.”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