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48
47화
아세트 장로는 혀가 꼬인 듯 입을 열었다.
“제가요-. 이 텃밭의 원래 장로는 아니었슙니다.”
발음이 살짝 새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세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저희 종족. 원래 제국 출신입니다. 지금 자라고 있는 어린아이들은 여기 ‘이름 없는 마을’ 출신이고요.”
아세트 장로의 시선이 시후의 뒤쪽 산 너머를 향했다.
문득 불어온 바람이 아세트 장로의 털을 휘감았고 그는 아련히 웃어 보였다.
과거 어느 시점을 곱씹는 듯 보였다.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되었는지 아세트는 다시 시후를 바라보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블랙 고블린 종족이 이 외진 곳에 살고 있는지.
그들은 왜 이곳에서 나갈 수 없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놓았다.
시후는 아세트 장로의 말에 공감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일을 겪은 당사자 외엔 모르는 감정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시후는 장로의 말을 정리해 보았다.
“그러니까 원래, 블랙 고블린 종족은 암살에 특화된 종족…. 황실이나 귀족의 더러운 일을 맡았던 암살자라는 말씀이죠?”
시후의 정리에 아세트 장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든 것을 끊기 위해 저의 아버지 아미노펜 족장이 당대 종족들의 의견을 모았죠.”
꼴꼴꼴-
아세트 장로는 목이 타는지 연거푸 소주를 들이켰다.
푸하-
“아미노펜 족장은 측근 몇몇에게만 저희를 숨길 계획을 알렸습니다. 그런 뒤에 대다수 일족 몰래 어린 저희를 데리고 제국 근처 자이 왕국의 왕에게 저희를 맡겼죠. 그 뒤에 저희의 거처를 완전히 숨기기 위해 자신들은 황제와 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아세트 장로의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아세트는 그 당시를 보지는 못했지만, 참석한 자이 왕에게 이야길 들었다.
그 당시 가장 나이가 많았던 아세트였다.
크흡- 끅- 끅-.
그때를 떠올린 건지 아세트의 큰 흑요석 같은 눈에서 굵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꼴꼴꼴-
시후는 그저 묵묵히 아세트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는 술잔을 단숨에 들이킨 뒤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잠시 술잔을 만지작거리던 아세트는 시후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희도 다른 수인족들처럼 밖으로 나가 장사도 하고 싶고 식당도 차리고 싶고 일도 하고 싶지만….”
아세트 장로는 감정을 삼키듯 숨을 들이켰다.
“그럴 수 없었습니다. 선조들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었으니까요. 혹시라도 제국에서 저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면….”
그의 아버지 아미노펜은 암살자 같은 더러운 일을 당대에서 끊기 바랐다.
블랙 고블린들의 뛰어난 암살 및 정보 수집 능력으로 그들의 몸값은 어디에서나 높았다.
발견될 때마다 제국은 사람을 보내어 그들을 잡아 세뇌시켰다.
세뇌된 고블린들은 황제와 귀족을 위해 더러운 일도 서슴지 않았다.
아미노펜은 이런 악연을 자신의 대에서 끊어내고 후대에는 종족이 평화롭게 지내길 원했단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아미노펜은 유일하게 자신들을 진심으로 가엾게 여기고 호의를 베푼 자이 왕국의 국왕 부부에게 어린 아세트와 아이들을 의탁한 것이다.
그 뒤.
아세트와 함께 자란 종족의 형제자매들은 자이 왕국의 왕과 왕비의 보호 아래 이곳에서 지내게 되었단다.
시후는 의문이 하나 생겼다.
“그럼 오라드는 어떻게 된 겁니까?”
아세트 장로는 남아 있는 소주를 들이킨 뒤 입을 열었다.
“푸하-. 그는 아버지의 수하이자 그는 제국의 개였습니다.”
아세트의 눈이 서서히 빨갛게 변해 가는 것을 시후는 보았다.
“아버지 대의 모든 종족이 자결에 찬성했을 때 그는 반대했습니다.”
아세트는 시후의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힐끔 본 뒤.
꼴꼴꼴-
잔을 들고 한입에 마셔 버렸다.
꿀꺽- 꿀꺽-
“푸허-. 그는 아버지가 저희를 이곳에 숨긴 것을 몰랐죠. 만약 알았다면, 저희들을 자기 수하로 놓으려 했을 겁니다.”
“…그럼 위험한 것 아닙니까? 오라드 국경 쪽으로 간 듯하던데….”
시후의 말에 아세트 장로는 씨익 웃었다.
“시후님은 모르시겠지만, 국경으로 나가기 전 강이 하나 흐릅니다. 그 강 건너는 저희 종족이 절대 나갈 수 없습니다. 들어오는 건 가능해도 말이죠.”
시후는 그리핀을 타고 산맥 쪽으로 향할 때 무언가 미세한 이물감을 느낀 것 같았다.
“그리마린을 타고 산맥으로 갈 때 얼핏 느낀 것 같은데…. 그런데 그 강 가까이 가면 어떻게 되나요?”
시후의 질문에 아세트는 잠시 침묵한 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피의 마법으로 장벽이 세워져 있습니다. 다른 종족은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막혀 있습니다. 그 장벽이 저희 고블린 종족을 지켜 주고 있죠. 만약 휴먼 종족이 여기서 저희를 발견했다 해도. 저희 종족을 데려나갈 수 없습니다. 다만….”
“다만?”
아세트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말을 이었다.
“자이 왕국의 왕이 인정한 일족의 대표, 그가 종족을 이끌면 나갈 수 있습니다.”
시후는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면 오라드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겁니까?”
시후의 질문에 아세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시후님께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뭐죠?”
“그건….”
아세트는 말을 한참 동안 이어 나갔다.
그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던 시후의 눈은 점차 커졌다.
모습을 본 아세트는 분위기를 환기하듯 시후가 만들어놓은 버터 새우 머리 구이를 집어 먹었다.
바사삭-
“음-. 역시 시후님은 음식을 잘하시는군요.”
* * *
아세트 장로와 헤어진 시후는 안방으로 올라왔다.
시계를 보니 나가야 하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정기휴무.
어젯밤 휘준과 함께 송이와 여러 버섯을 채취한 것 중 송이버섯을 조금 꺼내놓았다.
송이버섯 하나만 국이나 볶음을 해도 한 끼 먹을 수 있는 크기와 굵기.
심지어 향도 강했다.
부스럭- 부스럭-
시후는 이전에 하윤이 가져다주었던 샘플 용기 중 사각 용기를 꺼냈다.
이 세계 이름 모를 산에서 채취한 이끼를 깔고 그 위에 송이버섯을 몇 개 올렸다.
‘하나는 형이랑 하나는 휘준이.’
시후는 지금까지 두 사람이 엄청 바쁘게 일하면서도 챙겨 주지 않았던 사실이 생각났다.
‘어…. 그러고 보니 급여는 올려줬지만, 이런 자잘한 선물은 준 적이 없…없네.’
시후는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주저앉았다.
‘나 악덕 사장이었던가?’
끼이이-
하아- 품-
방문이 열리고 휘준이 나왔다.
”잘 잤냐?”
시후의 물음에 휘준은 시후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어-. 넌 왜 판다가 친구 하자고 하냐?”
휘준의 질문에 시후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제 좀 쉬려고.”
“어-. 일도 좋지만, 쉬면서 해라.”
수건을 목에 걸고 욕실로 향하는 휘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달그락- 달그락-
시후는 부엌에서 설 삼 한 뿌리를 썰어 꿀에 재었다.
‘정말, 미친 듯 피곤하면 먹어야지.’
이미 씻고 나온 휘준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며.
“이 세계 텃밭….”
휘준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입을 막았다.
커헉-
시후는 옆에 서 있다가 친구의 모습에 눈이 커졌다.
‘이 세계’라는 말에 바로 피를 토하는 그의 모습.
그리고 휘준은 입을 닦으며 경악의 눈으로 시후를 보며 물었다.
“이거-. 맞지?”
닦고 있던 수건으로 입을 막으며 묻는 휘준의 질문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를 보며 휘준은 놀라면서도 신기해했다.
“와- 마법 쩌네. 이제 글자로도 ‘어어어’는 말을 못 하는 거네?”
휘준이 ‘이 세계’를 ‘어어어’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조금은 우습긴 했다.
확실하게 제약이 걸린 모습이라는 것을 보고 조금은 안심했다.
휘준은 뭔가 생각 난 듯.
핸드폰에 ‘이 세계 텃밭’이라는 글자를 친 뒤.
시후에게 보여줄 때.
커흡-
휘준은 바로 수건으로 입을 막았다.
새빨간 피가 수건을 적시고 있었다.
“오-. 확실한데?”
“미, 미친-”
시후는 휘준을 믿지 못해 제약을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에 하나.
타인에게 글로서 이 세계 존재를 알린다면?
그야 말로 곤란했다.
욕실에서 피투성이가 된 입을 헹구고 돌아온 휘준은 살짝 비틀거렸다.
“아프냐?”
“아프진 않은데. 뭔 피를 이렇게 쏟게 하냐?”
휘준의 투덜거림에도 평온했다.
‘이 세계’ 비밀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듯 보였다.
”…….”
휘준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은 시후.
시계를 보던 휘준은 학교 가야 한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시후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 세계에 대한 것은 확실히 비밀 보장이 되었고. 조금은 안쓰럽긴 하네. 피를 저렇게 토할 줄 나도 몰랐으니까.’
잠시 뒤.
휘준은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나설 때였다.
“나. 오늘 조금 늦는다. 수업이 풀이라.”
“어. 그러면, 이거 너희 집에 택배로 보내.”
시후는 종이백에 담은 송이 상자를 건네주었다.
“뭔데?”
“네가 캔 송이. 사장이 주는 선물이다.”
휘준은 종이백을 잠시 본 뒤 받으며 현관문을 나섰다.
“어? 땡큐. 그럼 나간다.”
타악-
휘준이 사라진 집은 조금은 휑하게 느껴졌다.
‘사람은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던가?’
시후는 소파에 기대어 잠시 쉰 뒤.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 * *
가게[SeeYou] 문을 열고 들어간 시후는 조금 전 샀던 상자를 꺼내었다.
‘이끼를 깔고. 천년 설삼 하나를 꺼내서….’
시후는 설 삼 중 두 뿌리는 하윤과 강훈에게 줄 생각이었다.
그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이며 완성된 상자를 보자 미소가 흘렀다.
“TV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네.”
사람이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팔을 괴고 있는 듯한 모습의 설 삼.
그 위로는 초록색 잎사귀가 위로 쭉 뻗어 있었다.
삼의 향기가 강하게 풍겼다.
시후는 조금 전 마트에서 상자를 구매할 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가게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마트에 들른 시후.
그는 설삼을 담을 상자를 사러 갔었다.
한뿌리가 거의 30센티가 넘는 길이다 보니 시후는 여러 종이 상자 중 적당한 크기 4개를 골랐다.
그 뒤 초콜릿과 함께 과자 사탕 등을 함께 골랐다.
계산대에서 계산 후. 밖으로 나와 시후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CCTV 사각이….’
시후는 꽤 많이 산 과자와 초콜릿을 인벤토리에 넣기 위해서였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시후는 바로 인벤토리에 물건을 집어넣은 뒤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아저씨!”
시후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분명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
뒤를 돌아본 시후는 아이들의 키를 간과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어? 나 불렀니?”
시후의 부드러운 질문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마술사예요?”
“어? 아니. 마술사는 아니고….”
시후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눈앞의 아이는 딱 봐도 7세 아니 그보다 어린가?
보호자가 없었다.
시후는 뭔가의 기시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아이의 눈은 초롱초롱하게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아저씨. 마술할 줄 아는 거죠?”
시후는 무릎을 굽혀 아이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 뒤.
검지를 세워 자신의 입술에 닿게한 뒤.
”쉿-. 우리 친구 비밀로 해 줄 수 있지?”
아이의 눈빛은 호기심과 흥미로 가득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젊은 엄마 한 명이 이리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민우야!”
“어, 엄마.”
“엄마 옆에 있으라고 했잖아!”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