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75
74화
시후가 일을 보러 간 사이.
세 사람은 아세트 장로의 안내로 이곳저곳 다닐 때였다.
“어? 형-. 이거 파도 소리 아니에요?”
하윤의 말에 강훈은 귀를 기울였다.
쏴아아-
“여기 바다가 있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본 휘준이 말했다.
“바다?”
“네.”
“근처에 있어요. 장로님 바다 쪽으로 가실 거죠?”
휘준의 질문에 아세트는 빙긋이 웃으며 그들을 안내했다.
바다에 도착한 그들은 탁 트인 바다를 보았다.
쏴아아-
철썩-
하얀 백사장을 보자 모래 위에 털썩 주자 앉은 세 명.
강훈과 하윤은 밀려드는 바다 냄새에 숨을 한껏 들이쉬었다.
“바다가 있네.”
“그러게요. 신기하네요.”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말인가?”
강훈의 말에 하윤은 피식 웃고 말았다.
“사람 사는 곳은 똑같은데, 마수가 공격하는 판타지는 살기 빡빡할 것 같은데요?”
하윤의 말에 강훈 역시 걷다가 잠시 생각했다.
언제 어디서 공격해 올지 모르는 마수의 위협.
강훈의 눈앞에 있는 블랙 고블린의 눈과 귀가 발달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혹시, 시후가 바다 생물도 잡아서 요리했냐?”
강훈의 물음에 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호수고등학교의 ‘성적상승 고등어’ 사건도 이야기했다.
아하하-
강훈은 이야기를 듣고 배를 잡았다.
“고등어 먹는다고 머리가 좋아져서 성적이 오른다고?”
“네. 시후가 그 뒤부터는 국산 생물 고등어를 도매상에서 주문한 뒤 음식을 만들고 있어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여기 생명체를 안 써요.”
“특별한 경우?”
휘준은 잠시 동공이 왼쪽 위로 향했다.
시후가 ‘이세계 고등어’를 내는 특별한 경우를 떠올렸다.
“인지장애가 올 것 같은 어르신들. 또는 치매 진행이 되어 가는 어르신들 외엔 안내더라구요.”
휘준의 말에 강훈은 먼바다를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어? 저거 범고래 아냐?”
강훈의 눈에 보인 고래 한 마리.
저 멀리 하얗고 까만 몸을 지닌 고래 한 마리가 바다 위로 튀어 올랐다.
휘준과 하윤 역시 눈에 고래가 보였다.
“빠, 빨리 높은 곳으로 가야 합니다.”
아세트 장로의 다급한 말에 의아한 듯 쳐다보는 세 사람.
뿌오오오-
고래의 우는 소리를 들은 세 사람은 다시 바다를 쳐다보았다.
“으헉-.”
“허억- 저게.”
“빠, 빨리 이동하자.”
범고래가 바다 위로 뛰어오른 뒤 몸통부터 떨어지니 그로 인해 만들어진 높은 파도가 저 멀리에서 밀려오고 있었다.
“쓰, 쓰나미?”
세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강훈은 아세트 장로를 옆구리에 끼고 달렸다.
두 사람 역시 빠르게 약간 높은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qkfmrp”
아세트 장로는 시동어를 중얼거린 뒤.
강훈의 옆구리에서 손을 휘저어 세 명의 발에 마법을 걸었다.
“뭐야? 발이 왜 이렇게 가벼워?”
“날개 달린 것처럼 가벼워요.”
“오- 마법. 판타지.”
세 사람은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도착하자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헉.
헉헉-
헉- 허억- 헉.
바닷가로 밀려드는 파도는 모래사장을 지나서는 올라오지 못했다.
강훈은 눈을 좁히고 바닷가 쪽을 쳐다보았다.
투명한 벽이 있는지 파도는 그 벽을 통과하지 못했다.
“뭐- 뭐지?”
강훈이 주위를 살피며 두리번거릴 때 옆구리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강훈님. 내려주시죠.”
“아-. 영감님.”
강훈의 옆구리에 있던 아세트가 강훈에게 부탁하자.
잊었다는 듯 강훈은 아세트를 바닥에 조심히 내려주었다.
“아-. 아! 죄송합니다.”
아세트는 바닷가 쪽을 바라보았다.
“엘라가 도착하자마자 일은 확실하게 해 놓았군요.”
아세트의 말에 세 사람은 눈이 살짝 커졌다.
말괄량이, 천방지축이었던 작은 여자아이 엘라를 떠 올리자 피식 웃고 말았다.
“자, 슬슬 배고프실 테니 마을로 돌아가시죠.”
아세트의 이야기에 세 사람은 마을로 함께 이동했다.
찌르르르-
강훈과 하윤은 흠칫거리며 하늘을 보았다.
퍼덕- 퍼덕-
그리핀의 날갯짓 소리 그리고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잉-
세 사람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하강하는 그리핀 한 마리.
그의 등엔 무표정한 시후가 있었다.
‘표정이….’
강훈은 싱긋 웃으며 시후를 불렀다.
“시후야?”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시후는 입꼬리에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아. 다녀왔습니다.”
“그래. 어서 와라.”
그리핀의 등에서 뛰어 내린 시후는 그들에게 다가왔다.
휘준은 그리핀의 몸에 묻은 피를 보았다.
그리핀은 떨리는 목소리로 시후에게 입을 열었다.
-아, 아이들이 걱정돼서 가야 한다.
“어? 어. 그래 수고했어. 그리고…. 미안하다.”
시후의 사과에 그리마린은 독수리 머리를 저었다.
-아니다. 그리고 우리 일족 전체는 맹세를 지키겠다.
“어, 그래. 그래”
시후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대답했다.
“아- 그리고, 내가 부르면 언제든 오는 건 잊지 마라.”
-알겠다. 그럼 간다.
그리마린은 날갯짓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세 사람은 무슨 일인가 싶었다.
“갔던 일은 잘되었나 보네?”
휘준이 질문을 하자 시후는 피식 웃고 말았다.
아세트가 시후에게 다가왔다.
“시후 님-. 강훈 님 일행에게 식사를 대접 할 생각인데 함께 가시죠.”
아세트의 권유에 시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강훈을 쳐다본 시후.
그의 얼굴엔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시후는 이들의 식사를 떠올렸다.
‘생식일 텐데….’
시후는 현재 음식을 먹기 조차 지친 상태였다.
겉만 멀쩡해 보일 뿐이었다.
“네, 함께 하죠.”
시후의 행동을 유심히 보던 강훈이 하윤의 옆구리를 찔렀다.
“쟤 많이 지쳐 보이는데?”
“설마요. 설삼까지 아침에 먹었는데 지치겠어요?”
“하긴 그렇지?”
시후와 휘준이 아세트 뒤를 따르자 강훈과 하윤 역시 함께했다.
일행과 함께 마을에 도착할 때 즈음 시후는 익숙한 음식 냄새를 맡았다.
‘응? 이건….’
일행이 마을에 도착하자 마을 중앙에 솥이 걸려있었다.
그 안에서 용암처럼 끓고 있는 것은 닭고기 백숙처럼 보였다.
시후가 다가가 솥을 열어보았다.
과거 자신이 블랙 고블린들에게 해준 것을 블랙 고블린 마을 사람들이 재현해 놓았다.
아니 재현보다 여러 가지 야채를 넣어 함께 끓이고 있었다.
‘백숙보다는 닭고기 수프에 가까운데?’
시후가 끓고 있는 내용물을 보고 있을 때.
아세트가 시후 옆으로 다가왔다.
“그날 알려주셨던 레시피대로 끓였더니 맛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손님이 오셨으니 대접하고자 이렇게 쿠코크를 잡았습니다.”
풍기는 향기는 좋았다.
시후는 닭이 어디서 났는지 알 것 같았다.
“장로님 전에 드렸던 닭 아니 쿠코크는 얼마나 자랐을까요?”
시후의 질문에 아세트는 스무 마리의 병아리가 지금은 700마리까지 늘었다는 답을 했다.
‘아직…. 양계장까지는 아닌가?.’
아세트의 말에 시후는 가져다 준 닭이 어느 정도 블랙 고블린들에게 돌아갈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시후가 가져다 준 닭은 마을 사람들이 가끔 한 번씩 먹어도 될 정도로 빠르게 번식 중이라고 했다.
처음 닭들이 자라서 알을 낳았을 때.
유정란이 많아서 한 번에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를 율이 빠르게 성장시켰다고 한다.
그 병아리가 자라 또 닭이 되고 알을 낳는 과정이 몇 번 반복 되자.
닭은 많이 불어났다.
요즘은 가끔 마을 사람들이 기르고 있는 닭들 중 50마리씩 잡아 나눠 집으로 가져가 요리를 한다고 한다.
그 말에 시후가 블랙 고블린 종족을 둘러보았다.
‘꽤 살집이 생기셨네.’
고블린 종족들의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아세트 장로가 했다.
“다행이네요.”
시후는 짤막하게 대답 후 아세트 장로가 안내해 준 곳으로 가 자리에 앉았다.
먼저 앉아 있던 강훈과 하윤과 휘준이 시후를 보았다.
“시후야-.”
강훈의 부름에 시후는 고개를 들고 그를 보았다.
“무슨 고민 있어?”
시후는 옅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조금 피곤해서요.”
시후의 말에 강훈은 텃밭을 둘러본 소감을 이야기했다.
시후는 그의 말에 경청하며 언제 꺼냈는지 모를 메모장과 펜을 쥐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하윤과 휘준은 피식 웃고 말았다.
강훈은 텃밭을 옮길 지역에 대해 시후에게 물었다.
“거리상 문제가 좀 되긴 해요. 관리자도 있어야 할 거 같고….”
“그건 그렇긴 한데….”
강훈과 시후의 대화는 아세트 장로가 닭고기 수프를 가져다줄 때까지 계속되었다.
타악-
그들 앞에 푹 고운 맑은 닭고기 야채수프가 놓였다.
크흠-
시후는 수프 그릇을 들고 냄새를 맡았다.
야채의 향과 닭고기의 향이 잘 어우러진 구수함이었다.
그릇과 함께 놓인 나무 숟가락을 들었다.
후릅-
뜨거운 국물이 입안으로 들어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시후의 마음에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던 마음의 짐이 살짝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와- 이거 맛있는데? 삼계탕이랑 또 다른 맛인데?”
휘준의 말에 강훈과 하윤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 네가 알려준 레시피라고?”
강훈의 물음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훈은 다시 한번 음미하듯 수프를 입에 넣었다.
후르릅-
야채에서 우러난 채즙이 달달하게 느껴졌다.
그 뒤를 마늘 맛이 달달한 채즙을 감싸 안으며, 단맛이 감칠맛으로 변화되었다.
닭고기 육수가 감칠맛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듯 고개를 내밀었다.
강훈은 맛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시후 역시 ‘닭고기 수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로는 마치 숙제 검사를 맡는 아이처럼 시후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시후는 그를 향해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맛있어요.”
시후의 칭찬에 아세트 장로는 쟁반을 들어 올렸다.
와아아-
마을 모퉁이에서 시후 일행을 보고 있던 블랙 고블린들이 서로 껴안으며 웃고 있었다.
어리둥절하게 그들을 바라보던 시후 일행에게 아세트가 이유를 설명했다.
닭을 잡고, 손질하고 야채를 다듬고 모든 인원이 적재적소에 분배되어 다 함께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 말에 강훈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이렇게 따듯한 맛이 나는 거였군요. 영감님.”
아세트 장로는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하하하- 강훈님께서 그렇게 칭찬해 주시니 마을 사람들이 더 좋아할 것 같군요.”
하윤과 휘준은 닭고기 수프 한 모금에 눈을 감았다.
“닭고기 국물이 이렇게까지 온몸에 스며드는 건 처음인데요?”
“형도 그래요? 저도 이 수프 먹으니까 빵 찍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데.”
하윤과 휘준의 말에 키 1미터 20정도 정도 되었을까?
자그마한 블랙 고블린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다가왔다.
그녀의 옆구리에 있던 바구니를 덮은 천을 걷으며 말했다.
“빠, 빵 여기 있어요. 드셔보세요. 처음 만든 거라….”
시후는 빵을 보고 눈이 커졌다.
그리고는 아세트 장로를 보았다.
“이 근처 밀밭이 있었어요?”
시후의 질문에 아세트는 마을 뒤쪽으로 한참 떨어져 있어 그림자 이동술로 10분을 가야 있다고 했다.
시후가 들어오는 게이트와는 한참 떨어진 곳이라고 아세트가 덧붙였다.
시후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강훈은 시후의 모습을 보다가 나지막이 물었다.
“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 여기 고블린들 처음에 텃밭 재료들을 생으로 먹었어요. 익혀 먹는 것도 전혀 못 하고. 그런데 빵을 만들었다는 말에….”
“그, 그건 아닙니다. 오, 오해입니다.”
아세트 장로가 시후의 말을 끊었다.
아세트 장로는 검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입을 열었다.
“물론. 생식을 하기도 합니다만, 그건….”
“네?”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