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8
7화
“그만둘까 생각 중이긴 한데….”
시후는 내심 어지러웠다.
하윤이 그만두게 되면,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야 했다.
재료 다듬고, 음식 만들고, 서빙 하고, 계산 하고, 정리하고….
혼자서 전부 다 한다? 조금 힘들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시후는 고개를 털었다.
“형이 그만두신다고 한다면…. 형?”
하윤은 시후를 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언제 그만둔다 했냐? 생각 중이라고 했지.”
하윤의 장난기가 살짝 섞인 말에 시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너 내가 예전에 그랬지? 너 혼자 두지 않는다고.”
하윤의 표정은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지이잉-
“잠시만 기다려.”
“네.”
하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통화 후 시후에게 다가왔다.
“후배가 왔다네. 아! 맞다. 강훈형이 이거 너한테 주라고 하더라.”
하윤은 봉투 하나를 시후에게 내밀었다.
시후가 받자마자 하윤은 급한 듯 뒤돌아 뛰어갔다.
“나중에 봬요.”
“어 간다!”
봉투를 열어 보았다.
“어? 이건….”
시후는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국내 한식 명장이 운영하는 한정식집을 이용할 수 있는 초대권이었다.
시후는 초대권을 보는 순간 입이 살짝 벌어졌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가게 주인이 허락하지 않으면 음식을 맛보지 못하는 곳이었다.
거기다 명장의 이름을 보는 순간 시후의 눈동자는 흔들렸다.
부스럭-
시후는 초대권 뒤쪽에 있는 종이 하나를 발견했다.
[메뉴 선정하는 데 도움이 좀 되길 바라. 그리고 하윤이랑 내일 같이 가라.]시후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강훈에게 문자를 보냈다.
[형! 초대권 감사합니다.]잠시 뒤.
강훈에게 웃는 이모티콘 하나가 문자로 날아왔다.
* * *
소파에 반쯤 누워 책을 보고 있는 거실엔 책장 넘기는 소리만 가득했다.
스슥-
책장을 넘기며 눈동자를 열심히 움직이다 결국엔 질린다는 듯한 숨을 내쉬었다.
“아우- 무슨 가게 하나 운영하는데 이렇게 신경을 많이 써야 하냐?”
시후는 소파에 기대어 가게 운영에 관련한 책을 읽던 중이었다.
타악-
책을 덮은 뒤 시후는 머리도 식힐 겸 마당으로 나갔다.
슬리퍼를 끌며 마당으로 나오니 쌀쌀한 공기가 시후를 감싸 안았다.
휘이잉-
찬바람이 시후의 머리카락을 헝클였다.
마당에서 서성이다 한쪽 구석에 만들어 놓은 화덕에 눈이 닿았다.
시후는 화덕을 만들 때를 떠올리다 피식 웃었다.
‘저거 만든다고 진짜 고생했지….’
시후는 화덕을 만들었던 추억을 잠시 떠올렸다.
너튜브에서 화과를 화덕에 넣고 굽는 것을 본 시후는 냅다 화덕 설계도를 검색했었다.
정말 만들어 사용해 보고 싶었다.
쭈그리고 앉아서 사용하는 화덕보다는 서서 사용하는 화덕을 만들기로 했다.
황토벽돌을 용돈으로 구매하고, 산에서 퍼온 황토를 벽돌 틈에 채운 화덕이었다.
화덕 앞에 서자 화덕 입구가 시후의 허리 정도 의 높이와 넓이는 100센티 정도였다.
꼬르륵-
시후는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겨울 하면 생각나는 대표 간식을 떠올렸다.
“군고구마나 해 먹을까?”
시후는 창고에 넣어 놓았던 장작을 화덕에 넣고 불을 피웠다.
화르르륵-
건조한 날씨에 나무는 금세 타올랐다.
불이 피는 것을 본 시후는 화덕 굴뚝을 잠시 보았다.
하얀 머리를 풀어헤치고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가 보였다.
“오랜만에 화덕을 써 보네.”
시후는 중얼거리고 부엌으로 향했다.
텃밭에서 가져왔었던 고구마 몇 개를 쿠킹 호일에 감싼 뒤, 마당으로 나왔다.
나무는 이미 다 타고 잔불이 남은 숯으로 변해 있었다.
장작 지름이 작아서였을까?.
숯으로 변한 나무 아래 시후는 호일로 감싼 고구마를 넣어 놓은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쌀쌀한 날씨에도 시후의 집은 보일러를 켜지 않아도 되었다.
안방 문만 열어 놓으면 집안 전체가 훈훈했다.
‘텃밭에서의 훈풍이 집안 전체를 데워 주니 난방비 아꼈지 뭐.’
시후는 안방 쪽을 잠시 쳐다본 뒤.
소파에 앉아 가게 운영책을 다시 읽어 내려갔다.
잠시 뒤.
화덕에서 고구마를 꺼내 들어왔다.
시후는 고구마껍질을 깐 뒤 후후 불며 한입 먹었다.
크하-
뜨거운 고구마가 입속에서 크리미한 느낌과 함께 달콤함을 전해 주었다.
후릅-
끓여놓은 보리차 한 모금.
누가 그랬던가?
고구마엔 사이다를 마셔야 한다고.
시후는 고구마 한입에 입가의 미소가 절로 생겼다.
어릴 적 아빠가 사 온 군고구마가 떠 올랐다.
‘그때가 8살 때였던가?’
시후의 시선이 마당을 향했다.
덜커엉-
끼익-
“어? 아들!”
깨어있는 시후를 보며 아빠는 품속에서 노란 종이봉투를 꺼내며 말했다.
“아들! 요 앞 버스정류장에서 군고구마를 팔더라. 그래서 우리 시후랑 나눠 먹으려고 사왔다.”
아버지는 시후의 작은 손에 고구마 하나를 쥐어 줬다.
“시후야. 이렇게 호- 호- 불어먹어야 한다. 뜨거우니까 알았지?”
아빠의 시범에 시후는 똑같이 따라 하며 고구마 한입을 먹었다.
“와- 아빠. 진짜 맛있어요.”
아버지는 부엌에서 신김치를 접시에 몇 조각 담아 오셨다.
“시후야 고구마엔 이렇게 김치를 척 걸쳐 먹음 더 맛있다?”
“……?”
시후의 똘망똘망한 시선에 아버지는 조금 무안했는지 김치를 올린 고구마 한입을 먹은 뒤 입을 열었다.
“우리 시후는 고구마에 김치 올려 먹는 맛은 아직 모르겠지?”
그때 아버지는 정말 고구마에 김치를 올려 맛있게 드셨었다.
“시후 여기 아빠가 껍질 깠으니까 조심히 들고 먹어.”
“네.”
어렸던 시후는 아빠가 손에 쥐어준 고구마의 온기가 따듯하게 느껴졌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 시후는 먹던 고구마를 쳐다보았다.
“아빠가 주셨던 고구마 맛과 똑같잖아.”
달콤했지만, 어딘가 그리움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시후는 어릴 적 아버지의 추억을 떠올리고는 코끝이 살짝 찡해졌다.
“고구마…. 내일 [SeeYou] 가기 전에 고구마 맛탕이나 만들어 갈까?”
시후는 내일 출근하기 전 이 맛있는 고구마로 맛탕 간식을 만들기로 하고는 계속 고구마를 먹었다.
터업-
우물 우물-
꿀꺽-
후릅-
고구마 3개를 한자리에서 해치운 시후는 마지막으로 보리차로 끝냈다.
“아- 잘 먹었다.”
출출 하던 차에 고구마로 배를 채웠으니 다시 한번 더 힘내서 가게 운영책과 함께 메뉴 구성을 위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어?’
한참을 읽던 시후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던 내용들이 한 번에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아- 배고파서 그랬나? 출출하면 머리가 안 돌아가니까.’
시후는 이때다 싶어 한식 메뉴를 노트에 끄적거렸다.
한참을 메뉴 구성을 위해 끄적거리다 강훈이 준 초대권을 꺼내 보았다.
“근데 형은 이걸 어떻게 구하신 거지? 윤숙희 선생님 가게는 정말 가기 힘든 곳인데….”
시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윤숙희는 조카의 부탁에 어이없어하다 이름을 듣고 눈이 커졌다.
“내가 아는 강시후가 맞다면, 좋겠구나.”
수화기 건너에서 들려오는 말에 윤숙희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랬구나. 그렇다면 내가 아는 학생이 맞을 듯하네. 그래 보내 주마. 오냐. 너도 몸조심하고, 한번 들르거라.”
전화 통화가 끝난 윤숙희는 가벼운 한숨을 내 쉬었다.
윤숙희는 강시후를 떠올렸다.
요리전문학교에서 처음 만난 강시후를 본 윤숙희는 내심 놀랐었다.
칼질과 음식의 맛을 해석해 내는 능력이 고등학생이 아닌 듯했다.
최소 요리 바닥을 십여 년을 굴러야 할 수 있는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윤숙희는 강시후를 종종 대회에서 만날 수 있었다.
각종 한식 요리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던 신성 ‘강시후’를 떠 올렸다.
‘그 녀석이 맞으면 좋겠네.’
* * *
시후는 강훈이 준 초대권을 사용하기로 했다.
하윤과 약속을 잡은 뒤 나갈 준비를 했다.
강훈이 준 초대권을 보고 시후가 놀랐던 이유 중 하나는 명장의 이름을 알기 때문이었다.
‘윤숙희 명장님.’
고등학교 다닐 때 윤숙희 명장님이 오셔서 강의를 한번 했던 적을 떠올렸다.
“한식의 근본은 장맛입니다. 장맛은 발효이죠. 발효는 자연이 품은 기운과 함께 시간의 과학입니다.”
한식에 대한 설명을 하실 때 윤숙희 선생님의 표정은 한식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담고 있었다.
시후는 윤숙희 선생님들을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기억은 못 하시겠지만….’
부스럭- 부스럭-
시후는 까만색 면바지와 하얀색 폴라티를 입고 그 위에 검은색 겨울 코트를 걸쳤다.
집을 나서 버스정류장으로 나가자 버스가 오는 게 보였다.
“버스는 타기 싫은데….”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중얼거림.
시후는 버스정류장을 보며 대중교통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남아 있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까지 대중교통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없었기에 시후는 과감하게 버스에 올랐다.
삐빅-.
승차입니다.-
기계음에서 승차했다는 것을 알려왔다.
두근- 두근-
심장음이 귓가에서 들릴 만큼 긴장한 시후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빈자리가 몇 군데 보였다.
시후가 자리에 앉자 주위의 여고생들이 힐끔거리며 시후를 쳐다보았다.
여고생들은 시후를 보며 자기들 끼리 이야기를 귓속말로 나누기 시작했다.
“저 오빠, 한국대 앞 경양식집 요리사인 거 너 알아?”
“난 거기가 어딘지 모른데이.”
“모른다고? 아 맞다. 너 부산에서 전학 와서 잘 모르겠구나. 거기 sns로 유명해. 너도 별그램 하잖아. 잠깐만 보여줄게.”
여고생은 자신의 핸드폰을 뒤지면서 별그램에 올라온 [SeeYou]의 메뉴와 별점을 보여주었다.
별그램에 올라온 것을 확인한 다른 여학생은 조금은 놀란 얼굴로 시후와 별그램을 힐끔거렸다.
“어? 별그램에 나온 거기라꼬? 그라믄 저 오빠야가 거기 요리사가?”
“응, 잘생기지 않았어?”
여학생은 잠시 눈동자를 굴려 시후를 쳐다보았다.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반반하게 생기긴 했는데, 잘생기믄 뭐하노. 우리 오빠야도 아닌데.”
시후는 여고생들의 대화를 듣지도 못한 채 창밖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지이잉-
시후는 하윤의 문자를 보고 답 문자를 보낸 뒤 내릴 준비를 했다.
이번 정류장은 필류동입니다.-
버스 안내방송이 나오자 시후는 하차벨을 눌렀다.
끼이익-
버스가 정차한 후 내리자 하윤이 다가왔다.
“오- 강시후. 차려입고 왔네?”
하윤은 시후의 옷차림을 보며 놀랐다.
항상 보던 모습에서 훨씬 차분하며 멋스러웠다.
시후 역시 하윤을 보며 말했다.
“형도 차려입으셨네요.”
시후의 질문에 하윤은 머쓱한지 볼을 긁으며 말했다.
“강훈 형이 이렇게 입고 가라고….”
“네? 강훈 형이요?”
하윤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어. 내가 너랑 같이 명장이 계신 식당에 간다고 말했더니, 드레스코드를 알려 주더라고.”
하윤의 말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 했다.
시후는 하윤과 함께 윤숙희 명장께서 운영하는 식당을 가기 위해 골목길을 들어섰다.
“여기 맞아?”
“어…. 잠시만요 지도 앱 좀 켜구요.”
하윤과 시후는 처음 온 동네다 보니 조금 헤맸다.
하윤은 두리번거리다 입을 열었다.
“여기 조금 전에 왔던 대잖아. 이리 내봐.”
시후는 아무말 없이 하윤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너…. 혹시?”
하윤의 말에 시후는 눈동자를 굴리며 시선을 피했다.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