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82
81화
하윤은 우물거리는 듯 입을 열었다.
“어- 잠결에 뭐라 한 거라 신경 쓰지 마.”
하윤의 말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피곤하셨나 보네요.”
하윤은 무안한 듯. 얼굴을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어? 어. 조금….”
“씻으세요. 대충 챙겨 먹고 넘어가서 오늘 메주 담가놓고 오려고 해요.”
“아- 그렇지. 그리고 나서는?”
하윤의 질문에 시후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형이 보여 준 이력서 친구들 한번 만나야 않겠어요?”
시후의 말에 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럼 씻고 준비해야겠네.”
하윤의 말에 시후는 대답하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 * *
세 사람은 안방을 통해 텃밭으로 향했다.
텃밭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림자 하나가 솟아올랐다.
“오셨습니까?”
시후가 인사를 정중히 하자 뒤의 두 사람도 시후를 따라 아세트 장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아세트 장로와 함께 메주를 빗어놓은 곳으로 향했다.
시후 일행은 마을 입구에서부터 풍겨오는 냄새에 코가 벌름거렸다.
“메주. 잘 띠워졌나 보네요.”
아세트 장로는 시후가 집으로 가기 전 알려줬던 대로 마을 주민과 함께 메주를 띠웠다.
비어 있는 집에 밀짚을 깔고, 메주덩어리를 올린 뒤 다시 그 위에 밀짚을 깔았다고 한다.
그리고, 집의 창문을 열어 놓고 26-28도 사이를 유지했다고 한다.
아세트 장로의 안내로 메주가 있는 집으로 발을 들였다.
메주 특유의 냄새가 싫었던 사람은 코를 막겠지만, 시후는 냄새를 통해 메주의 발효정도를 확인했다.
그리고 메주 한 덩어리를 들고 확인했다.
메주 겉면엔 하얀 곰팡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정도면 되겠네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 저쪽에 항아리들 있을 건데, 휘준이랑 먼저 항아리 소독 좀 부탁할게요.”
“항아리 안에서 신문지 태우면 된다고 했지?”
“네, 신문지 태우고 재가 안 남게 뒤집어서 다 털어 주면 돼요. 전 마을 분들이랑 소금물 만들고 메주 곰팡이를 털어야죠.”
“그래 그럼 일 해 보자고.”
하윤과 휘준은 항아리가 있는 곳을 보고 살짝 눈이 커졌다.
“미친놈-”
“그러게-. 미친놈이네. 이걸 다 소독 해야 된다고?”
“근데 저걸로 저 집에 있는 메주 다 담을 수 있어요?”
휘준의 질문에 하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하윤도 휘준도 된장, 고추장을 먹을 줄만 알았지. 담아 본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모르지, 일단 우리는 항아리 소독이나 하자.”
“네.”
하윤과 휘준은 블랙 고블린들과 함께 메주를 한 곳에 모았다.
우물 근처.
시후는 고블린들이 메주를 가져올 동안 자신은 소금물을 만들었다.
촤아앗-
가져온 대야에 물을 받아 소금을 풀고 휘저으며 소금을 녹였다.
가져온 달걀 하나를 빠뜨리며 염도를 조절했다.
‘소금물은 됐고.’
시후는 고블린들이 가져온 메주를 물로 씻기 시작했다.
빡빡- 빡빡-
겉면에 붙은 하얀 곰팡이들을 솔로 씻어냈다.
-시후, 나도 도와줄게.
-엘라도 도와주께요~.
율과 엘라가 다가와 시후가 하는 것처럼 메주를 솔로 씻었다.
얼마나 메주를 씻고 있었을까?
-아암.
엘라가 메주 한 덩이를 입에 넣고 베어 물려고 했다.
-악.
메주가 굳으면 딱딱해진다.
씻는다고 해도 겉은 물렁하지 않다.
“이그-. 엘라 그걸 왜 씹어먹어.”
시후는 아파하고 있는 엘라의 턱을 만져주었다.
-시후 손 기분조아.
엘라는 시후의 손이 차가우면서도 기분 좋았다.
엘라는 시후의 손길을 받으면서 메주를 노려보았다.
-저거 왜 저렇게 딱딱해? 먹는 거 아냐?
언젠가부터 엘라는 먹는 것에 욕심이 생겼다.
특히 시후가 만든 것은 다 먹고 싶어 했다.
엘라의 질문에 시후는 메주의 곰팡이를 제거하다 입을 열었다.
“자연 바람에 의해 수분이 날아가서 딱딱해진 거야.”
시후의 답변에 엘라의 머리가 기울어졌다.
-호옹, 그러면 수분이 날아가면, 다 딱딱한 거야?
시후는 그렇다고 답을 해 주었다.
엘라는 시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메주를 열심히 솔로 싹싹 문질렀다.
그 시각 항아리 소독 팀에게 작은 블랙 고블린이 다가갔다.
“어? 넌-”
먼저 알아본 사람은 하윤이었다.
캐논이었다.
휘준 역시 고개를 돌렸다.
“캐논이구나?”
-아, 안녕.
“응, 궁금해서 온 거니?”
캐논은 고개를 끄덕였다.
캐논은 항아리 소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시후가 먼저 씻어 놓은 항아리에 신문지를 넣고 태우면 되는 작업이었다.
그 후 항아리에 남은 재를 탈탈 털어 버리면 끝난다.
-이, 이렇게. 소, 소독하는거야?
캐논의 질문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윤과 휘준은 장독 항아리를 3개째 소독중이었다.
캐논은 두 사람이 신문지를 넣고 소독한 다음, 뒤집어서 재를 터는 모습이 재밌어 보였나 보다.
-캐, 캐논도 할래.
하윤은 씨익웃으며 말했다.
“캐논, 그러면 이 안에 이 신문지를 태워 줄래?”
-으,응!
하윤이 신문지를 꾸낏 거리고 넣으면 캐논이 불을 일으켜주었다.
화르륵- 화륵-
그 모습을 보던 하윤이 캐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하네? 캐논?”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게 아니었다.
블랙 고블린을 춤추게 했다.
항아리 안에서 열기를 뿜으며 타는 신문지.
신문지가 다 타고 나자 재만 남았다.
하윤과 휘준은 항아리를 뒤집어 탈탈 털어냈다.
“자- 하나 끝. 다음.”
-내, 내가 해줄게.
캐논이 하윤에게 부탁했다.
-나, 날 여기 입구에 올려줘.
하윤은 캐논의 말을 이해한 뒤.
항아리를 안아 들고 항아리 안이 보이게끔 도왔다.
-Emrjdnjwufk.
캐논의 시동어에 항아리는 금방 뜨겁게 되었다.
“오- 신문지 안 태워도 바로 소독이 되는데요? 형?”
“그러게.”
두 사람은 캐논 덕분에 빠르게 항아리 소독을 끝냈다.
“형들- 끝났어요?”
시후의 부름에 하윤은 머리 위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메주를 씻던 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 하얀 것 만 솔로 빡빡 씻어 주시면 되세요.”
시후는 블랙 고블린들에게 남은 일을 부탁 하고는 자리를 이동했다.
“형 끝났다고 했죠?”
“어-. 캐논이 도와줘서 빠르게 끝냈어.”
“캐논이요?”
시후는 하윤 옆에서 꼭 붙어 있는 캐논을 보았다.
-나, 나 잘했다.
시후랑 눈이 마주친 캐논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잘했네? 캐논? 여기 사탕.”
시후는 잘했다고 막대사탕을 하나 건넸다.
그러자 캐논은 두 손으로 받아들고 말했다.
-나, 나. 도,도울 거야.
시후는 그런 캐논이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응 도와줄 일 있으면 부를게.”
캐논은 우물가에서 메주를 씻고 있는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우물에서 메주를 씻던 아이들이 캐논의 자랑에 전부 시후를 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건지 시후는 큰 소리로 말했다.
“다 하면 과자랑 사탕 줄게-.”
목소리가 들렸는지 블랙 고블린 아이들은 메주를 계속 씻었다.
* * *
아이들은 시후에게 받은 사탕과 과자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시후는 항아리들을 놓을 장소를 물색해 달라고 부탁한 아세트 장로를 기다렸다.
그사이 시후와 하윤 그리고 휘준은 된장을 그물에 담아 전부 항아리에 담고 소금물을 부었다.
그리고 시후는 그 위에 작은 그물에 담긴 무언가를 올렸다.
하윤이 그것을 보고 물었다.
“어? 그건 숯 아냐?”
하윤의 질문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했다.
“숯이 장의 염도를 올리면서 살균 작용을 하거든요. 옛 선조들은 과거에 이런 식으로 해서 숙성되는 과정에서 담가놓은 장이 썩지 않도록 했어요.”
숯 자체가 갖는 자정작용에 대한 설명을 한 뒤 시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람 잘 통하고 일정한 온도가 있는 이 세계 재배터.
이곳에서 담근 된장은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달카악-
시후는 모든 작업을 마치고 마지막 장독 뚜껑을 닫았다.
항아리들이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꽤 장관이었다.
시후는 윤숙희 명장을 떠올렸다.
‘선생님 댁에도 이런 장독 항아리들이 많을까?’
궁금했다.
윤숙희 명장이 담근 장맛과 간장 맛이 궁금해진 시후였다.
스윽-
아세트 장로가 자리를 물색해 왔다.
시후는 인벤토리에 담긴 장독을 전부 넣은 뒤 아세트 장로 뒤를 따라갔다.
마을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작은 공터였다.
시후가 이미 부탁한 터라 장독대 공간이 형성되어 있었다.
“여긴가요?”
시후가 묻자 아세트 장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를 둘러봤다.
나무들이 한쪽을 병풍처럼 막고 있었다.
그리고 트인 공간과 함께 뒤로는 마을 집들이 보였다.
“좋네요.”
시후는 짤막한 감상을 남긴 뒤 항아리를 꺼내 하나씩 놓았다.
마지막 항아리가 놓이자 하윤과 휘준은 시골 장독대를 보는 기분이었다.
시후 역시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장독대만 놓인 공간.
그 안엔 맛있는 장이 익어 갈 것 같은 느낌.
시후는 자신이 만든 첫 장이 잘 익기를 두 손 모았다.
시후가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자 아세트도 따라 했다.
뒤에서 보고 있던 두 사람 머릿속엔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집사를 따라 하는 고양이.’
이제 장이 잘 익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시간 흐름이 이곳이 현실보다 빠르니까 주방 공사가 끝날 때 즈음이면 장을 뜰 수 있겠지?’
시후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을로 돌아왔다.
* * *
장을 담근 다음 날.
시후는 하윤과 함께 몇 명의 청년들을 만나기로 했다.
그들은 일명 ‘고아원’에서 일정 나이가 되어 퇴소해야 하는 청소년들이었다.
그들은 퇴소할 때 국가에서 일정 금액의 지원금을 받는다.
그 후, 그들은 아무런 지원 없이 사회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다.
‘최소한 자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만들어주고 그들을 퇴소시키면 얼마나 좋아.’
거기다 시후는 혼자 된다는 게 얼마나 시리도록 마음 아픈 일인지 알았다.
그는 부모 없이 자란 아이들의 마음에 얼마나 큰 공허한 구멍이 있는지도 알았다.
강훈이 자신을 위해 베풀어주었던 것처럼.
시후는 그들에게 직장과 쉴 곳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
시후와 하윤은 가게 근처 카페에 앉아 있었다.
“형-, 조금 떨리는데요?”
“왜?”
“처음 사람을 뽑는 거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래도 익숙해 져야지.”
시후는 떨렸다.
가게에 필요한 사람을 쓰는 거긴 했다.
시후의 떨림에도 아랑곳없이 면접 시간에 맞춰 나타난 사람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시후는 시간 맞춰 나타난 앳된 소년을 보았다.
안경을 쓰고 있는 앳된 소년은 시후와 하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네,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시후는 눈앞의 앳된 소년의 예의 바람이 마음에 들었다.
사회생활의 기본.
그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정확하게 지키는 약속시간.
그리고 인사성이었다.
시후는 눈 앞의 앳띤 소년에게 물었다.
“자기소개 간단하게 해 주시겠어요?”
“네, 저는 이번 부천 XXX 센터에서 퇴소하게 된 이수호입니다.”
시후는 자신의 눈을 보며 이야기하는 이수호 군에게 마음이 살짝 기우는 것을 느꼈다.
“수호 씨는 저희 가게에서 사람을 뽑지 않았으면 어떤 일을 하려고 생각 중이었을까요?”
하윤의 질문.
만약 우리 가게에서 뽑지 않으면 어떻게 살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이수호는 잠시 진중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전…”
* * *
이수호와의 면접이 끝나고 시후는 이력서에 이것저것 쓰여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하윤은 그 모습을 보며 다음 면접자를 기다렸다.
“저….”
시후와 하윤은 누군가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