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금맥(金脈)으로 가다
“뭐라고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무 두서없이 말했다는 생각에 김채형 대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허······.”
비록 전화통화였지만 알 수 있었다.
지금 김채형 대표의 턱이 한껏 벌어져 있음을.
하긴, 나 스스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되긴 했다.
미국으로 단기 연수를 간 학생놈이 저녁에 들린 바(게이바라는 얘기는 뺐다)에서 맥주 한잔하고 있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이 위너 레코드 팀장급 인사였다?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 아닌가.
충분히 얼이 빠질 만 했지만, 황금빛의 비밀을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잘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이거 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되는 사람은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더니. 허 참···.”
김채형의 반응도 이해할 만했다.
현재 K-POP 열풍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팝의 성지, 미국 시장 진출은 한국의 대형 기획사도 쉬이 도전하기 힘든 입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위너 레코드와 같은 대형 레이블과 미팅 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고무적인 일이었다.
“아무튼, 미국 올 시간은 되시죠?”
“당연히 가야죠. 아니, 없어도 무조건 빼야죠. 이게 어떤 기회인데.”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 저어야 했다.
비록 택톡의 인기 덕분에 빌보드를 포함한 해외 음원 차트에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 인기였다.
세상에 영원한 건 존재할 수 없기에.
하지만, 지금의 인기를 추진력 삼아 대형 레이블과의 파트너십을 맺고 본격적인 해외 활동을 한다면 그 폭발력은 배가 될 것이 분명했다.
“좋습니다. 일단 오늘 내에 가능한 일정 전달 주세요. 그러면 제가 위너레코드 측이랑 일정 조율해보겠습니다.”
“네, 넵. 알겠습니다.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애들이 좋아하겠네요.”
“그 녀석들 잘 지내죠?”
“요즘 뭐 정신없습니다. 해외에서 반응이 더 크게 터지다 보니 여기저기서 섭외가 물밀듯 몰려오고 있어요. 애들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에요.”
“그래도 적당히 조절 부탁해요. 우린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하아···. 오히려 제가 말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떻게든 스케쥴 하나라도 더 소화하겠다고 고집부리고 있는 것을요.”
“쯧쯧즛. 의욕만 앞서서는. 전화로 혼쭐 한번 내줘야겠네요.”
“하하하. 아이들이 송 이사님 많이 보고 싶어 합니다. 특히 나비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다고 하루라도 빨리 송 이사님을 봐야겠다면서 어찌나 성화던지.”
스트레스가 쌓였는데 왜 나를 보겠다는 걸까?
유일한 샌드백인 나를 갈궈서 스트레스를 풀려는 사특한 속셈이 분명했다.
당분간은 피해 다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하하. 언젠간 보겠죠. 서로 바쁘니 원. 아무튼, 연락 부탁드려요.”
“네. 송 이사님. 조만간 뵙겠습니다.”
뚝
그렇게 통화는 끝이 났고 나는 산호세 대학의 캠퍼스를 거닐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미국에 와서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헥헥···. 형! 아오. 좀 천천히 가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박성민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게 뛰어왔다.
“와! 이형 진짜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 치사 빤스네.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
“전화통화하고 있던 거 못 봤냐?”
“어제도 나 버리고 금발 미녀랑 밤새 히히덕 거리고! 번호까지 따고! 내가 어제 근육몬들한테 몇 번의 추행을 당했는지 형이 알아요? 머슬 대회에 나갈 것처럼 생긴 무서운 아저씨들이 혀를 낼름거리면서 끈적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 무서운 광경을 형이 보셨냐고요!”
눈물까지 글썽이며 울분을 토해내는 박성민을 보자 살짝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다가 이내 고개를 털어냈다.
“그러게 누가 그런대로 가제? 너가 먼저 죽이는 클럽 있다고 데리고 간 거잖아 새꺄! 그 충격에 나도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저도 속았다고요! 크흑···. 개빡쳐서 리뷰를 다시 확인하니깐 죽이는 클럽이 아니라, 죽이고 싶은 클럽이더라고요. 하아···. 내 인생. 그래도 형은 레전드 금발 미녀 꼬셨잖아요! 진짜 양심적으로 새끼 좀 쳐줘요.”
“새끼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 새끼가. 꼬신 게 아니고 일 때문에 명함 주고받은 거라고 몇 번을 얘기하냐.”
“저보고 지금 그 말을 믿으라고요? 어느 누가 게이바에서 비즈니스를 해요?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볼까요?”
“끄응···.”
내가 생각해도 그건 좀 이상했기에 딱히 반박할 말을 못찾았다.
그렇다고 박성민에게 내가 파랑새 엔터의 대주주이며 아이리스와 관련된 비즈니스 했다고 곧이곧대로 말하고 싶진 않았다.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아 몰라. 믿든 말든 네 맘대로 해라. 늦겠다 빨리 가자.”
“아 형. 그러지 말고 새끼 좀 쳐달라니까요. 아니면 그 금발 미녀한테 친구 한 명만 불러 달라고 해서 2:2로 노는 건 어때요? 오! 그게 더 자연스럽고 좋겠는데? 아이디어 죽이죠?”
그냥 널 죽이고 싶다 성민아.
아침부터 쫑알쫑알 고막이 저렸다.
결국, 묵비권을 행사하며 빠른 걸음으로 강의실에 들어섰다.
끼이이익
강의실로 들어서니 이미 많은 학우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모두의 이목이 순식간에 나에게로 집중됐다.
“형님 오셨습니까?”
“오빠 맨날 뒤에만 앉지 말고 이쪽으로 와요.”
지난번 앤드류 교수와의 기 싸움에서 나름의 활약을 보인 후로 데면데면하던 애들이 먼저 친한 척하기 시작했다.
내가 대인기피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는데 굳이 멀리할 이유도 없었기에 웃으며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내 옆엔 역시나 박성민이 터줏대감처럼 자리했다.
그런데 이놈 하는 모양새가 웃기지도 않았다.
“뭐야 이 분위기? 처음엔 아는 척도 안 하더니 갑자기 웬 친한 척?”
박성민이 도끼눈을 치켜뜨고 노려보자 나에게 말을 걸 타이밍을 보던 다른 학우들이 기가 찬다는 듯 뭐라 구시렁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근데 네가 왜 승질이야?”
“아니, 기분 나쁘잖아요. 이것들이 뒤늦게 침 바르려고 하는 꼬락서니가.
이 자식이 게이바를 다녀오더니 자기도 몰랐던 성 정체성에 대해 눈을 뜬 게 아닐까?
지금이라도 손절을 쳐야 하나 깊은 고민에 빠진 와중 문이 열리며 남정민 교수가 들어왔다.
강단 앞에 선 남정민 교수가 씨익 웃으며 학생들을 둘러봤다.
“밤새 평안들 하셨나?”
“네엡.”
“밥은 잘 맞고?”
“한식이 너무 그립습니다!”
“하하하. 사실 나도 그래. 나중에 한식당 갈 계획도 있으니깐 그때까지만 좀 참으라고. 그나저나 여기 송대운이가 누구야?”
일순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나는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접니다 교수님.”
남정민 교수가 나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응시했다.
“자네 어제 특강 때 무슨 일 있었나?”
“아뇨···. 딱히 별건 없었습니다. 그냥 교수님이 질문하면 성실히 답변한 것 말고는요.”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답변이 좀 도발적이어서 그렇지.
“흐음···. 그래? 어제 특강을 맡았던 앤드류 교수가 대운이 너 칭찬을 그렇게 하더군. 그러면서 너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물어 갔어. 옆에 있던 교수들이 전부 놀라던데? 앤드류 교수가 특강 들어가서 그런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라고.”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내가 했던 답변이 무례하다고 여겨 안 좋은 소리라도 했으면 괜히 불편해질 뻔했다.
“한영대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열심히 했을 뿐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네요.”
나름 사회생활 좀 해본 나였기의 혓바닥에 구리스 칠 좀 하고 멘트를 쳤다.
역시나 효과는 즉방이었다.
남정민 교수 입가에 그려진 헤픈 미소를 보니.
“큼큼···. 잘 했구만. 덕분에 이곳에 연수 온 다른 학교 교수들한테 내가 면이 좀 섰어. 하하하. 기분이다! 오늘 오후 일정까지 끝나면 저녁에 예정되어있던 과제는 그냥 없던 걸로 하고 각자 자유시간 보내도록.”
“와아아아!! 교수님 최곱니다.”
“역시 센스쟁이 남 교수님! 만세.”
생각지도 않은 자유시간을 얻게 된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나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자! 공지했던 대로 오늘은 T콤비네이터 데모데이가 있는 날이다. 우리는 거기에 관람객으로 참여할 거고. T콤비네이터는 알다시피 세계 최고의 엑셀러레이터 기관이니만큼 여러분이 배울 점도 분명 많을 거야. 괜히 거기서 졸거나 딴짓하는 모습 보여서 학교 망신 시키지 말고 집중해서 들을 수 있도록. 알겠어?”
“네엡!”
“좋아. 밖에 버스가 와 있으니깐 이동합시다.”
드디어 왔구나, T콤비네이터 데모데이.
그곳은 나에게 그야말로 금맥(金脈)이나 다름없는 곳이기도 했다.
***
T콤비네이터의 데모데이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이벤트 중 하나로 매년 딱 두 번씩만 열리는데, 데모데이가 열리는 날이면 벤처캐피털은 물론, 스타트업 창업자, 미디어 관계자 등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실제로 그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데모데이 당일에 실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곤 했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했고, 직접 참가하지 못한 이들은 컴퓨터 앞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투자할 스타트업을 찾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T콤비네이터 데모데이 연회장.
웅성웅성
“와. 이게 뭔 일이야. 세상에···.”
남정민 교수의 안내에 따라 컨벤션센터 안으로 들어선 우리는 어마어마하게 몰린 인파에 그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 동네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클라스가 다르긴 하네···. 한국에서 열리는 데모데이는 그냥 동네 반상회 수준인데?”
애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나 역시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B-CAMP는 그냥 조기 축구회 수준이네.”
스튜디오SH를 만나게 된 B-CAMP 데모데이와 비교해보면, 아니 비교하기도 송구한 수준이었다.
그만큼 그 규모도, 참가 인원도 넘사벽 수준이었다.
“재밌겠는데?”
규모에 압도되어 입이 벌어질수록 내 심장도 덩달아 콩닥콩닥 뛰었다.
여기서는 또 어떤 황금 떡잎들을 보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흥분이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형 아까부터 뭔 땀을 그렇게 흘려요? 혹시 급똥?”
영 쓸모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끔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불꽃을 한순간에 팍 꺼뜨려 버렸으니.
역시 개똥도 때론 약으로 쓸 수 있는 법이었다.
남정민 교수의 안내에 따라 걷길 십여 분.
드디어 데모데이가 진행되는 연회장의 거대한 입구가 보였다.
“헐. 미친. 겁나 넓네.”
흡사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열릴법한 광장과 같은 연회장이었다.
사방은 온통 검은색으로 뒤 덮여 있었고 스테이지에는 영화관 뺨치는 대형 스크린이 액자처럼 내려와 있었다.
“헐···. 자리 꽉 찬 거 봐라. 누가 보면 영화관이라고 해도 믿겠네. 응? 형. 아까부터 계속 왜 그래요? 급똥마려우면 지금이라도 빨리 화장실 갔다 오라니까요. 거참 말 안 듣네.”
하지만 이번에는 박성민의 뻘소리에도 대꾸할 정신이 없었다.
눈앞에 마치 정원등처럼 곳곳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는 금덩어리들을 마주한다면 누군들 그러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