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별표 열개짜리 스타트업
한영대 총장실.
한 대학의 관리와 운영을 맡은 최고 책임자의 집무실답게 넉넉한 실내 공간에는 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고미술품과 난초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검정 가죽 소파에는 네 명의 인물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가운데 상석에는 박완 총장이 자리하고 있었고, 양옆으로는 장풍세 경영학과장, 민동원 교수, 최대세 창업지원단장이 앉아있었다.
“이게···. 맞는 겁니까?”
손에 든 서류를 눈으로 훑으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박완 총장이 연신 최대세 단장을 힐끔거렸다.
복잡한 심경이 묻어있는 반문에도 최대세 단장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확실합니다.”
“음···. 일인 법인을 설립해서 시작한 첫 투자가 영화투자였고···. 거기서 얻은 이익금이 200억···. 이후에는 몇몇 창업회사에 투자했고 심지어 매각까지 해서 1,000억이 넘는 수익을 만들어냈다는 게···. 전부 사실이라는 말이지요? 더구나 사우디 빈사르 왕세자로부터 훈장까지 받고요? 그것도 대학생 신분으로?”
본인 입으로 말하면서 이게 맞나? 하는 뉘앙스로 박완 총장의 얼굴이 괴이쩍게 일그러졌다.
“모두 사실입니다. 진위 여부도 모두 확인했고, 인맥을 통해서 크로스체킹도 했는데 다 사실이라고 합니다.”
“허! 나 이거 참···. 황당하군요.”
이 내용을 총장 모임에 가서 얘기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모르긴 몰라도 이 양반이 벌써 노망이 들었나 하면서 지탄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어떤 대학생이 학교 다니면서 투자로 1,300억이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간혹 난 놈들 중에 주식투자로 돈 좀 만졌다는 얘기는 간혹 들리기도 했지만, 이런 케이스는 40년 이상 교직에 몸담아온 박완 총장으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민동원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저 친구라면 그럴 만도 합니다.”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민 교수?”
“송대운 저 친구의 정체를 알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민동원 교수의 말을 자연스럽게 이어간 장풍세 학과장.
“혹시 예전에 제가 드렸던 말씀 기억나십니까? 북산 이승환 회장이 주시하는 핏줄이 우리 한영대에 다니고 있다는.”
“아! 기억이 납니다. 설마···?”
“예. 맞습니다. 그때 말씀드렸던 학생이 바로 그 친구입니다.”
“허! 과연···. 북산가의 자제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박완 총장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주억였다.
“더구나 심증을 굳힐 수 있는 완벽한 정황이 어제 드러났습니다.”
이에 질세라 최대세 단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황이요?”
“실리콘밸리 단기 연수 책임자로 가 있는 남정민 교수에게 전화가 왔었습니다.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요.”
“믿지 못할 일이요?”
박완 총장은 물론 장풍세 학과장과 민동원 교수까지 몸을 한껏 앞으로 기울였다.
누가 뒤에서 손가락으로 톡 찔러도 앞으로 고꾸라질 모양새였다.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어제 매크로 소프트 탐방을 하러 갔다고 합니다. 근데 거기서 라델라 CEO가 송대운 군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고 하더군요. 그러고는 어딘가로 데려갔다고 합니다.”
“매크로 소프트 정도 되는 회사의 CEO가 직접 데리러 왔다라···.”
라델라 CEO라고 하면 공식 석상 아니면 보기도 힘든 인물이었고, 미국 현지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인사여야지 그나마 한번 만나볼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거물이 일개 대학생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이건 빼도 박도 못 하는 증거 아니겠는가.
“확실하군요. 재벌가 자제 정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아뇨. 보통의 재벌가 자제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장풍세 학과장이 말했던 대로 이승환 회장이 북산의 후계자로 키우려는 게 확실해 보이는군요.”
“그런데 이 회장이 라델라 CEO와 친분이 있었던가요?”
“이승환 회장이야 글로벌 경제 포럼에도 자주 얼굴을 비추는 편이니 오가며 안면이 있을 순 있겠지요. 그리고 그 옆에는···.”
“늘 대동하고 다녔겠군요. 그게 아니면 먼저 아는 체했을 리 없었을 테니.”
베일에 싸여있던 윤곽이 드러나자 앉은 네 사람의 얼굴이 한결 개운해졌다.
물론 헛다리도 이런 헛다리가 없었지만.
“그럼 여기에 적힌 말도 안 되는 커리어들도 혹시 이승환 회장이 만들어 준 건···.”
말끝을 흐리는 박완 총장의 말에 장풍세 학과장이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영화 투자라는 게 아무리 대기업 후광으로 상영관을 늘리고, 막대한 홍보를 한다고 해서 뜨지 못할 영화가 뜨는 경우는 없습니다. 더구나 대운 군이 투자했다는 스타트업을 인수한 곳이 사우디 국영 기업인 샤비 게이밍 그룹입니다. 만약 북산에서 직접 인수가 이루어졌다면 의심해볼 여지가 있겠지만, 그곳은 북산의 영향력이 전혀 닿지 않는 곳이지요. 결국,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매각이 이루어졌다는 소립니다.”
합당한 추론이었기에 모두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아무리 북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재벌 그룹이라고 할지라도 사우디 같은 산유국의 오일머니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무리 북산가 자제라고 해도 어린 나이에 그런 대단한 일을 해내다니···. 이승환 회장이 전폭적으로 밀어줄 만하군요.”
최대세 단장의 말에 박완 총장도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친구가 안목이 대단합니다. 앞으로 또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 그리고 그런 대단한 인재가 우리 한영대 출신이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하하하. 마음 같아서는 다음 총장 모임때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군요.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그것보다는 일단 북산가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절대 세어나가게 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어째서죠?”
“지금까지 조용히 학교생활을 해온 것을 보면 본인이 원치 않아 하는 것 같으니까요. 괜히 저희 내부에서 이 정보가 새어나가 곤란한 일이 벌어지면 북산에서 좋게 보진 않을 겁니다.”
“흠···. 일리 있는 말이네요. 낭중지추라···. 그렇게 자신을 감추고 다니는데도 그 비범함이 돋보이니,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치면 얼마나 날아오를지 참으로 기대가 됩니다.”
흡족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는 박완 총장을 보며 최대세 단장이 한마디 툭 건넸다.
“그렇다고 이대로 넘어가는 건 또 아닌 것 같습니다.”
“이대로 안 넘어가면요?”
“말만 들어보면 그 친구는 향후 대한민국을 움직일 거인이 될 것이 분명한데 이대로 조용히 졸업해버리면 과연 우리 한영대에 관심을 둘까요? 그래서 말인데 작은 씨앗 하나 정도는 심어두는 게 어떨지요?”
“작은 씨앗이요?”
“조만간 대한민국 인걸상 후보 모집이 있는 걸로 압니다. 총장님은 후보 추천이 가능하시고요.”
탁!
최대세 단장의 말에 박완 총장이 눈앞에 원목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쳤다.
“옳거니! 그거 좋은 방법이군요.”
“그 친구 정도면 자격도 충분하고 어찌 됐건 총장님이 챙겨준 모양새가 될 테니 상부상조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좋은 생각입니다 최단장. 확실히 대한민국 인걸상은 지금 아니면 못 받는 상이기도 하죠. 생색 정도는 낼 수 있을 만합니다.”
“그럼 제가 미국에 가 있는 남정민 교수에게 전하겠습니다. 총장님이 송대운 군을 대한민국 인걸상 후보로 추천하게 됐다고 말이죠.”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꼭···.
“걱정 마십시오. 총장님이 주도적으로 후보 추천을 했다고 전하겠습니다.”
“하하하. 최 단장은 눈치가 빨라서 좋습니다.”
대운 하나를 두고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던 대환장 회담이 그렇게 끝이 났다.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낳았고 이것이 향후 어떤 나비효과로 돌아올지는 미래의 대운만이 알 수 있는 노릇이었다.
***
“반갑습니다. 앨런이라고 합니다. 현재 이지스 머터리얼즈라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낯익은 얼굴과 회사명에 고개가 자동으로 돌아갔다.
어라? 이게 누구신가?
‘가만있어보자 저긴 분명···. 그레플렌이라는 신소재 개발 업체였지?’
덕분에 나도 공부를 많이 하게 됐는데 아직은 이론상으로만 가능하다고 전해지며, 완전한 개발에 성공한 연구진은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마침 잘됐다. 이참에 궁금한 거 다 물어봐야지.”
스타트업 CEO의 강연이라고 해서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내 황금 수첩 적힌 무려 별표 열 개짜리 회사 대표가 떡하니 나타나니 자세가 달라졌다.
잠시 후 커다란 스크린에 PPT 자료가 띄어지며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다.
“저희 이지스 머터리얼즈의 구성원 대부분은 일리노이공과대학 출신으로 창업한 지는 만 3년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소재 관련 R&D 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퇴사를 하고 창업을 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발표시간이 짧아 데모데이에서는 들을 수 없던 내용.
앨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들을 수첩에 열심히 메모하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저희 이지스 머터리얼즈에서 개발 중인 그래플렌이라 불리는 물질입니다. 생소하실 텐데 그레핀이라는 단어는 들어보셨죠? 그래핀을 개량한 신소재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편하실 겁니다. 그래플렌은 2차원 탄소 구조물인 그래핀을 이용한 신소재로 단 하나의 탄소 원자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무척이나 얇고 가벼운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그래핀층을 다른 물질로 감싸는 방식으로 형성됩니다. 그래플렌은 응용 분야가 무척 다양······.”
아무래도 이론적인 부분은 따분할 수밖에 없었던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루즈해져갔고, 이를 느낀 것인지 앨런은 서둘러 질의응답 시간으로 넘어갔다.
“혹시 궁금하신 점 있으신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모름지기 첫인상이 가장 중요한 법.
앨런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네. 거기 학생.”
“반갑습니다. 한국에서 온 송.대.운 이라고합니다. 우선 어려운 내용을 흥미롭게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하단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일부러 내 이름에 악센트를 줘서 앨런이 기억할 수 있도록 했고, 듣기좋은 공치사로 서두를 깔았다.
“제가 궁금한 부분은 그래플린 개발의 기술적 한계에 대한 부분입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여서 나름 공부를 했는데···. 지금부터 하나씩 질문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동양인 대학생이 본인들 산업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앨런의 얼굴에 옅은 흥미가 떠올랐다.
“우선 첫 번째 인터페이스 강도입니다. 그래플렌과 다른 재료 간의 인터페이스 강도가 중요할 텐데 다른 재료의 결합이 강력하지 않으면 전체 소재의 강도와 성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구요. 두 번째는 그래플렌의 특성상 그래핀 층의 형태와 구조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일관되게 제어하는 것이 큰 난제일 겁니다. 이지스 머터리얼즈는 이에 관한 해법을 찾으셨습니까?”
벙찐 앨런의 얼굴이 스크린 화면에 그대로 송출되며 강의실 내에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