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이겨야되는 이유가 생겨버렸다
앤드류 교수가 묵중한 눈빛으로 좌중을 한번 쓰윽 훑자 강의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무리 난다긴다하는 명문대생이라도 마피아 보스, 아니 호랑이 교수 앞에서는 얄짤없는 법이었다.
“반갑습니다. 앤드류입니다. 여러분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도 참으로 뜻깊습니다. 서로 국적도, 인종도, 학교도 다르지만, 지식을 탐구하고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열정과 호기심을 품은 대학생이라는 것은 같습니다. 고로 경쟁의식은 갖되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시작은 특유의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과 비슷한 일장 연설이었다.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벌겋게 충혈된 박성민의 두 눈에 촉촉한 눈물이 고여있었다.
“너 우냐?”
“그게 아니고 하품하느라.”
“무슨 하품을 입도 안 벌리고 하냐?”
“턱에 힘 빡 줘서 억지로 참은 거죠. 저 교수 앞에서 함부로 하품했다간 입에다 총구를 쑤셔 넣을 수도 있다고요.”
어지간히 앤드류 교수가 무서운 모양이다.
저런 개소리를 진지하게도 하는 걸 보니.
“여러분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충 알고들 계시겠지만 학교별로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수행할 겁니다. 가장 우수한 성과를 만들어낸 팀에게는 소정의 상금과 함께 특전도 주어질 겁니다.”
웅성웅성
원래 제사보다는 제삿밥에 더 관심이 가는 법.
특전이라는 말에 학생들의 호기심이 들끓었다.
“특전이 뭘까? 권총이라도 한 자루 주시려나?”
“그거 받으면 뭐해. 한국으로 들고 가지도 못하는데.”
“하아. 그냥 아이패드 같은 거나 줬으면 좋겠네. 내건 너무 구형이야.”
“오. 그거 괜찮네.”
제삿밥을 가지고 설왕설래하는 학생들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앤드류 교수가 조용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조용.”
뚝
어쩌면 앤드류는 교수가 아니라 마술사가 아니었을까?
콰이어트. 한마디로 장내를 한순간 무음의 공간으로 바꾸어 버리다니.
“아직 제 말 안 끝났습니다.”
입 한번 잘못 벙긋했다간 총알이라도 날아들 분위기였다.
“계속 이어가도록 하죠. 특전은 간단합니다. 우승팀 MVP에겐 MS나 아마존, 애플과 같은 기업에 교수 추천을 넣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종의 특별 채용이라 할 수 있죠.”
“오 대박!”
“나 여기에 무조건 목숨 건다. 어차피 한국 돌아가면 취준해야하는데 그냥 여기서 끝내버려야지.”
“지랄. 방금 교수 말 못 들었냐? MVP한테만 기회 준다잖아. 네가 MVP가 가당 키냐 하냐? 트롤짓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
“이 새끼가 날 뭘로보고. 나 실전에 강한 거 몰라?”
앤드류 교수의 특전 발표에 한영대 학생들 사이에선 한바탕 난리가 났다.
물론 스탠퍼드나 다른 명문대 학생에겐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회사일지 몰라도 한영대 학생들에겐 그야말로 꿈의 기업이나 마찬가지였다.
충분히 욕심 생길 법했다.
“다음은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기에 강의실엔 또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간단합니다. 글로벌 사회 문제에 대한 창의적 솔루션을 제안하세요.”
“응? 저게 끝이야?”
과하게 심플한 내용에 학생들의 고개가 순간 갸우뚱했다.
“교수님! 다른 건 더 없습니까?”
“네. 끝입니다. 솔루션의 유형은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제품이 될 수도 있고, 서비스될 수도 있고, 다른 어떤 것이 될 수도 있겠죠. 여러분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해주시면 됩니다. 저는 결과물만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그 말을 끝으로 앤드류 교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
강의실 내에 내려앉은 어색한 침묵.
이내 학교별로 옹기종기 모여 대책 회의가 펼쳐졌다.
“아오. 저렇게 성의 없을 수가 있나?”
“그러니깐. 지구 평화를 지킬 방안을 마련해오시오! 띵! 하는 거랑 뭐가 달라?”
“하아···.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냐. 야야 쟤내들 봐라. 벌써 종이에다 뭐 적고 난리도 아니다.
평소 이런 부류의 과제를 많이 해봤다는 듯, 머리를 맞댄 스탠퍼드 학생들이 거대한 종이에 무언가를 빠르게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야. 우리도 종이 구해서 뭔 낙서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괜히 후달리네.”
“우리 집안 문제도 해결 못 하고 있는데 글로벌 사회 문제를 내가 어떻게 해결하냐고!”
“풉! 갑자기 집안 문제가 왜 나와 새꺄? 부모님 이혼이라도 하셨냐?”
“그래. 지난달에 하셨다.”
“미안하다···.”
대환장 파티가 되어가는 분위기를 보다못해 결국 내가 나섰다.
“자자. 진정하고.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자. 솔직히 저 교수도 우리가 일주일 안에 뭘 대단한걸 만들 거라 기대하겠어? 그냥 원래 하던 과제 한다 생각하자고. 1등은 못하더라도 개 쪽은 당하지 말아야지. 잊은 거 아니지? 남교수님 말씀?”
내 말에 한영대 애들이 순간 흠칫했다.
“아 맞다. 총장님···.”
“하아···. 대운이 형 말이 맞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해야 해.”
어느 정도 분위기가 잡히자 나는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일단 글로벌 사회 문제라고 했으니깐 요즘 사회문제들이 뭐가 있는지부터 쭉 적어보자고.”
내 제안에 모두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사회 문제라···.”
“요즘 제일 심각한 건 저출산 아냐?”
“그건 우리나라 문제지 인마. 아프리카 같은데는 오히려 넘쳐서 문제야.
“그럼 뭐가 있지?”
“오! 나 하나 떠올랐어. 마침 어제 봤던 너튜브 영상 중에 거북이가 폐그물에 엉켜있는 거랑, 새들이 플라스틱 주워 먹다가 죽는 거 뭐 그런 거 봤는데.”
“호오. 그거 괜찮네. 플라스틱으로 인한 바다 오염문제.”
“근데 그걸 우리가 해결할 수 있나?”
“강대국들도 해결 못 한 걸 우리가 어떻게 하냐.”
그래도 첫 단추가 중요했기에 종이에 ‘플라스틱 바다 오염 문제’라고 적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막 던져봐. 자 다음.”
“바다 나왔으면 지구온난화랑 기후변화도 나와줘야죠.”
“오케이. 지구온난화랑 기후변화. 적었고. 그다음은?”
물꼬가 트여서였을까?
그래도 배운 녀석들답게 여러 국제 사회 문제들이 연이어 튀어나왔고, 어느새 종이가 글씨로 빼곡히 채워졌다.
“대충 나올만한 건 다 나온 것 같고. 이제 여기서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흠.”
다양한 국제 사회 문제들이 줄줄이 나열되어있는 종이를 내려다보며 또다시 깊은 침묵이 찾아왔다.
“이런 문제들을 우리가 어떻게 해결하냐고! 그것도 일주일 만에. 하아···. 답답하다.”
안경잡이 남학생의 푸념에 모두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내가 봐도 답이 없긴 했다.
일개 대학생이 무슨 재주로 지역 사회도 아닌, 국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좀처럼 나가지 않는 진도에 답답함을 느낄 때쯤.
“헐. 쟤들 갑자기 왜저래?”
스탠퍼드와, 예일대, 심지어 북경대까지.
뭔가 길이 정해졌는지 각자 자리로 돌아가 현란한 손놀림으로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누가 저기 가서 쟤내들 뭐 하고 있는지 염탐하고 올 사람?”
“나라 망신시킬 일 있냐? 우리도 빨리 뭐라도 해야 할 텐데 쫄려 죽겠네.”
좀처럼 방향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던 우리에게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다가온게 바로 그 시점이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야구 점퍼 등판에는 [PEKING UNIV.]라는 스펠링이 떡하니 박혀있었다.
“한영대? 여기가 어디야?”
“몰라. 한국 어딘가에 있는 대학이겠지. 그나저나 얘네들 표정 봐봐. 아주 죽상을 하고 앉아있네.”
“킥킥. 잘 안 풀리나 보네. 하긴. 한국대 생들을 데리고 와도 모자랄 판에 이런 애들이 왔으니 뭐가 되겠어?”
“야야. 듣겠다. 살살해.”
“들으려면 들으라지. 중국어 하는 놈도 없어 보이는데 뭘. 내가 작년에 한국에 한번 가봤는데 어이가 없었다니깐.”
“뭐가?”
“한국 시장에 가봤더니 순대라고 불리는 음식이 있더라고. 중국 음식 그대로 따라서 만든 음식이더만. 누가 도둑의 국가가 아니랄까 봐 안 베끼는 게 없어.”
“우리에게 지배받던 민족이라 그 영향이 없을 수 없나 보군.”
“누가 민폐 국가 출신 아니랄까 봐 드럽게 민폐 끼치네. 이 새끼들이.”
벼락처럼 내리꽂힌 고함에 중국어로 솰라솰라 떠들던 북경대 학생들이 순간 멈칫했다.
“지금 우리한테 말한 건가?”
“그럼 니네 말고 여기서 쫑알대는 애들이 또 있냐?”
듣자 듣자 하니 귀가 썩어버릴 것 같아 결국 나설 수밖에 없었다.
원양어선에 조선족 선원들도 많다 보니 프리토킹 수준은 안 되더라도 듣는 귀는 뚫려있었다.
“그리고 내 최애 음식 순대가 왜 니네 음식이냐? 이거 웃긴 새끼들이네.”
“흥! 중국은 명나라 때부터 돼지 창자를 이용해서 관창이라는 음식을 만들었어. 너네가 그걸 그대로 베낀 것 아닌가?”
“지랄도 풍년이네. 순대는 몽골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무식한 놈아. 고려 말기 몽골군한테 침략받았을 때 넘어온 음식이라고, 역사서인 삼국사기에도 잘 기록되어있구만 너넨 무슨 근거로 그딴 개소리를 짖어대는건데?”
팩트로 조져버리자 당황한 북경대 놈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역시나 한국은 인내심이나 배려가 전혀 없구만. 지금도 봐. 마음에 안 든다고 화부터 내고, 사람을 무시하고.”
“그러니깐. 맨날 뭐에 쫓긴 듯 바쁘고, 성급하고. 늘 중국의 눈치를 봐왔기 때문에 그런것 아닌가?”
얼씨구?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아주 지랄들을 한다.
이쯤 되니 나도 슬슬 스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랏님의 통제 덕분에 형제자매 없이 자라서 그런가 말하는 게 더럽게 이기적이네. 우리는 그걸 근면성실하다고 얘기해 인마. 그리고 우리는 누구처럼 주변에 피해는 안 끼쳐. 무엇보다 우리는 중국 따위에게 지배받을 만큼 수준 낮은 민족이 아니란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구경거리가 불구경, 싸움구경이라 했던가.
언성이 다소 높아지자 주변의 시선이 나와 북경대 세 놈에게 쏠렸다.
그걸 의식한 북경대 놈들이 목소리 데시벨을 높이며 나를 압박해갔다.
“그건 네 희망 사항이지. 너네들 한복, 음식, 건축양식까지, 모든 문화가 중국이 전수한 문화인 거 몰라? 그 모든 것들이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었다는걸 증명하는 거라고.”
“야이 돌대가리 새끼들아. 북경대는 어떻게 들어갔냐? 잘 들어. 너희 조상인 고대 중국의 명나라 황제는 조선에 신하들을 파견해서 인쇄기술을 배워가기도 했고, 배를 만드는 기술과 종이를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기도 했어. 청나라 초대 황제는 한국의 벼농사법을 눈으로 보고 배워 가기도 했고 말이지. 이건 속국 따위가 아니라 교류라고 말하는 거야. 언더스탠?”
내 입에서 속사포처럼 쏟아져나오는 반론에 이를 악문 북경대 놈들이 돌연 타겟을 돌려버렸다.
“너희가 쓰는 한글이라는 실패한 언어는 또 어떻고? 한글도 과거에 중국이 만든 언어야. 너희가 ‘아버지의 나라’라 부르는 우리 중국이 한글을 버리고 왜 중국어를 택했는지 생각 좀 해봐.”
“길바닥에 똥이나 싸지르는 더러운 문화를 가진 너희를 우리가 아버지의 나라라 부른다고? 미쳤냐? 그리고 알려면 좀 제대로 알자. 한글은 언어가 아니라 언어를 기록하기 위한 문자야. 언어를 말하는 거면 그건 한국어라고 한단다. 멍청아”
“이익···! 한글은 한자가 없으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삼류문자 아냐? 당장 네 신분증만 봐도 한자가 떡하니 박혀있겠지. 왜냐면 한자가 없으면 한국인은 동명이인 식별이 불가능하잖아.”
“이 무슨 똥멍청이 같은 소리야? 한자는 동명이인 없냐? 영어는? 동명이인은 무조건 생겨. 이 성격더러우면서 부족한 친구야. 그런 개소리는 너네들 열등감만 보여줄 뿐이라고. 너희가 다른 나라에 어떻게 비치는지 내가 알려줄까?”
“뭣?”
몸을 틀어 흥미진진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외쳤다.
“소국이라고 하기엔 땅이 너무 넓고, 대국이라 하기엔 백성들 속이 너무 좁으니 그 이름을 중국이라고 했노라. 이 말에 이의 있는 사람?”
휘이이이익
복식호흡에 기반한 다부진 외침에 주변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나는 다시 북경대 놈들을 돌아보며 마지막 일침을 날려줬다.
“그리고 남을 깎아내리라고 교육하는 게 너희들의 교육방식인가? 그렇게 모범이 되는 나라라고 자부하면서 말이야. 진짜 멋진 국가면 너희처럼 왈왈 짖지 않아도 주변에서 알아서 리스펙해주는 법이란다. 알간?”
이를 갈며 나를 노려보던 북경대 놈들은 결국.
“어디 이번 경연에서도 그 잘난 혀만큼의 결과물이 나올지 지켜보마.”
그렇게 경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