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12)
12화 달러 투자의 결실 그리고 두번째 투자
편입 합격 10관왕.
8개월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달성한 내 성적표였다.
최종적으로 집에서도 가깝고, 가장 가고 싶기도 했던 한영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 등록을 마쳤다.
등록금을 이체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학교 학생이 된다는 것이 조금은 실감이 났다.
“내가 한영대생이라니.”
언감생심 꿈도 못 꿨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학창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전교 최상위권 석차 정도 되는 애들이 한영대 원서를 쓰니 마니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수능을 쳐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정시로 한영대 경영학과를 가려면 못해도 수능 오답이 여섯 일곱 미만이어야 한다고 들었다.
아직 오리엔테이션도 하지 않은 주제에 주책맞게도 벌써 애교심 비스름한 게 샘솟았다.
최종 합격한 학교들의 합격증을 출력하고는 정성스레 액자에 넣어 선반 위에 고이 올려놓았다.
공허했던 공간이 풍성하게 채워진 느낌이 들어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더구나 내 노력과 의지로 이룬 자랑스러운 업적이 아니던가.
보고 있자면 절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인생 격변의 한 달이 그렇게 흘러갔다.
***
2월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온전한 새내기는 아니었지만, 마음만은 푸릇푸릇하다 보니 신경을 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을 들어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남자 대학교 새내기 룩] [대학생 남자 봄 코디] [대학 신입생 개강룩]“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주책맞을 정도로 어려 보이는 스타일은 제외하고, 내가 입어도 어색하지 않겠다 싶을 깔끔해 보이는 스타일의 사진을 저장했다.
그리고 곧장 인근 백화점으로 직행했다.
도통 옷이라고는 사본 적이 없어서 살짝 어색하긴 했지만,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봐두었던 스타일과 유사한 제품들을 마구잡이로 담기 시작했다.
급기야 쇼핑 백을 양손에 다 들지 못할 정도가 되서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날 하루 백화점에서만 쓴 돈이 삼백은 넘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곧 만나게 될 학우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가 더욱 중요했다.
“어후. 근데 걸어 다니려니 너무 힘드네.”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채 택시를 타고 집까지 오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문득 차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어차피 등하교하려면 차 한 대는 필요하잖아.”
평소 꿈꿔왔던 로망 중 하나가 자가용을 끌고 다니는 대학생이 아니던가.
그리고 나에게는 웬만한 외제차 정도는 전혀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자산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김 주임님이 은행 한번 들리라고 했는데 내일 가봐야겠네.”
공부에 미쳐있느라 신경 쓰지 못했는데 8개월 전 투자했던 달러가 제법 수익을 보게 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으으음~ 가야지. 돈이 벌렸다는데.”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통창 너머로 유유히 흐르는 한강 물줄기를 보며 입가에 부드러운 호선이 그려졌다.
올해 2월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한 달이었다.
***
“오랜만입니다. 김 주임님.”
“대운씨 오셨습니까?”
직장 상사 모시듯 깍듯이 인사하는 김선기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역시나 오늘도 어김없이 은행에는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나 같은 경우엔 김선기의 안내를 받아 곧장 VIP 라운지로 입장했다.
뒤에서 전해지는 사람들의 시선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종종 찾아뵀어야 했는데 제가 딴 걸 하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하하하. 일이 바쁘시면 당연히 그러실 수 있죠. 그래서 일부러 수익 현황 리포트를 문자로 보내드린 겁니다.”
“배려에 감사하네요. 덕분에 편하게 잘 봤습니다.”
솔직히 공부에 정신 팔려 제대로 본적은 없었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었다.
“그래서 달러가 얼마나 오른 건가요?”
내 물음에 김선기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 자료를 봐주시겠습니까?”
[매수가(KRW) / 매도가(KRW)]1,169 / 1,435
[수익(KRW) / 수익률]1,135,000,000 / 22.7%
종이를 읽어내리던 내 동공이 점점 커져갔다.
“22%?”
달러에서 나온 수익률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숫자였다.
놀란 내 표정을 보며 김선기가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1400원대를 돌파한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보시다시피 총 수익은 11억 3천 500만 원입니다. 더구나 환차익은 세금을 매기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환전 수수료 2% 정도를 제외하면 10억이 조금 넘는 순수익이죠.”
“10억···.”
공부 미쳐 사느라 신경도 못 쓰고 있던 달러가 8개월 만에 10억이라는 수익으로 되돌아왔다.
일반 직장인의 봉급으로는 쉽게 만져보기 힘든 돈이었다.
돈이 돈을 벌어다 준다는 게 이런 것일까?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달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맞물렸지만, 예상대로 기축통화 보유국인 미국이 달러를 엄청나게 찍어버린 게 원인이 됐습니다. 덕분에 물가가 미친 듯 오르기 시작했구요.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달러가 무섭게 치솟았습니다.”
무슨 말인지 다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하나 확실한 건 있었다.
‘빛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포착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빛을 볼 수만 있다면 과감히 행동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오늘 대운씨를 모신 이유는 여기서 뺄 것인지 아니면 오르길 더 기다려 볼 것인지 결정할 때가 왔기 때문입니다.”
“흐음···. 김 주임님 생각은 어떠세요?”
“물론 여기서 더 오를 수는 있습니다만 금리가 너무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서민들이 더는 버티지 못할 정도죠. 아마 연준에서도 이에 관한 대책을 내놓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달러 역시 다시 안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겠죠. 물론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의견입니다.”
처음 봤을 때와는 달리 김선기는 뚜렷한 자신의 주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기다 아니다를 말하진 않았다.
돈의 주인인 내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인듯싶었다.
‘볼수록 더 마음에 든단 말이지.’
앉은 자리에서 10억을 벌어다 준 사람이라 더 이뻐 보이는 것도 있었다.
“여기서 스톱하죠. 이 정도면 분에 넘치게 만족해서요.”
과욕은 금물이었다.
과한 욕심이 얼마나 큰 화를 부르는지 코인을 통해 뼈저리게 배우지 않았던가.
10억의 수익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기에 다음 투자를 기약하기로 했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원화 환전 뒤에는 어떻게 할까요?”
“고금리 시대잖아요. 전부 예금에 넣어주시고 한 20억 정도는 보수적인 상품 포트폴리오로 해서 김 주임님이 자유롭게 운용해주세요.”
엄연히 직장인인데 수고비를 챙겨줄 순 없어도 실적 정도는 챙겨줘야 하지 않겠는가.
“감사합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번 달러 투자의 성공 때문인지 김선기도 초짜 티를 벗어 던지고 제법 PB다운 모습을 보였다.
다음 일정을 위해 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같이 나가실까요?”
“그러시죠.”
그때였다.
김선기가 소파 옆에 두었던 자신의 검은색 백팩을 집어 든 순간.
“어?”
놀란 나는 외마디 당혹성을 내뱉었다.
느닷없이 김선기에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옅은 황금 빛무리.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었다.
올 때는 왜 못 본 거지?
돌이켜 생각해보니 김선기를 봤을 당시 가방을 메고 있지 않았다.
라운지 안에 미리 가방을 가져다 놓은 듯했다.
‘먼저 나갔으면 큰일 날뻔했네.’
‘꺼진 빛도 다시 보자’는 격언을 마음에 새기고 김선기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김 주임님? 잠깐 다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엉덩이를 뗐다가 금세 다시 붙이는 나를 보며 김선기가 의아함을 내비쳤다.
결국, 김선기가 어정쩡한 자세로 다시 소파에 궁둥이를 붙였다.
“일정 있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황금빛이 흘러나온 이유는 필시 저 가방 일터.
내가 아무리 ‘갑’이라도 느닷없이 가방 안을 좀 보자고 하면 미친놈 취급 당할 것이 뻔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방법이 뭐가 있을까?
내 머리가 바삐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실···. 제가 이번에 대학을 가게 됐습니다. 늦깎이 대학생이죠.”
“아! 그렇습니까? 정말 축하드립니다.”
김선기가 진심 가득한 얼굴로 축하를 전했다.
나는 짐짓 고민 가득하다는 표정으로 김선기를 쳐다봤다.
“그러다 보니 여러모로 고민이 많습니다. 대학은 난생처음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거든요. 고등학생 때야 늘 교복만 입고 다녔으니 크게 걱정도 없었는데 대학생은 또 다르더군요.”
내 말에 공감 가는 부분이 있던지 김선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렇죠. 저도 학교 다닐 때 스타일 신경을 엄청 썼거든요. 아무래도 이미지가 중요하다 보니. 그것 말고도···.”
주절주절
향수를 자극한 것인지 김선기가 대학 시절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적당한 타이밍에 김선기의 말을 끊고 노림수를 던졌다.
“사실 가방을 사야 하는데 김 주임님이 메고 다니는 가방 같은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요. 제가 한번 볼 수 있을까요?”
김선기가 품에 안고 있던 검정색 가죽 백팩을 내려다봤다.
“이거요? 취업했다고 선물로 받은 건데 무난하게 매고 다니기 딱 좋습니다. 한번 보실래요?”
김선기가 건넨 가방을 받아든 나는 요리조리 훑어보며 자연스럽게 가방 지퍼를 열며 물었다.
“오. 내부도 넓네요. 근데 김 주임님은 평소 가방에 뭐 넣고 다니세요? 제가 아직 제대로 된 직장을 다녀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네요.”
“하하. 별거 없습니다. 그냥 책이랑 충전기 뭐 이런 거죠.”
가방 안을 들여다보자 정체불명의 물건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알록달록한 포장지로 감싸진 작은 상자 같은 것이었다.
“이건 뭔가요?”
“아. 그거요? 사실 내일이 조카 녀석 돌잔치라서요.”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 온몸을 감도는 찌릿함과 함께 강한 촉이 왔다.
“혹시 금반지인가요?”
“네. 한 돈짜리 돌 반지입니다.”
“금 전망은 어떻게 보세요. 김 주임님?”
“금이요?”
뜬금없이 금 타령에 김선기가 살짝 당황했지만 프로답게 금에 대한 견해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보통 달러와 금은 반대로 움직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에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만약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나와주면서 연준에서 더는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스탠스를 취한다면 가파르게 상승하는 달러에 제동이 걸릴 겁니다. 그러다 약세로 돌아서게 되면 반대로 금값은 오르게 되는 거구요.”
“금에 투자하죠.”
당황한 김선기가 말을 더듬었다.
그의 입장에선 이런 즉흥적인 투자 결정도 없었을 터.
“이, 이건 단순 예상일 뿐입니다. 이대로 쭉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도 있는 거고, 연준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괜찮습니다. 제 감으로는 달러가 곧 약세로 돌아설 것 같거든요.”
물론 이렇게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내 눈에만 보이는 요상한 빛을 믿기 때문이었다.
굳은 내 의지가 전해진 것일까? 김선기가 더는 군말을 붙이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투자 방식은 어떻게 할까요? 직접 골드바를 사는 방법도 있고, KPX 금 시장을 통해 투자하는 방법이나 금 ETF 혹은 금 펀드도 있습니다.”
“김 주임님은 뭘 추천하시죠?
“KPX 입니다.”
김선기의 목소리에선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럼 그걸로 할게요. 투자 금액은···. 80억으로 하죠.”
빛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니 조금은 과감하게 지르기로 했다.
그렇게 김선기와 금 투자에 관련한 얘기를 조금 더 나눈 후.
기분 좋게 은행을 나와 콧노래를 부르며 미리 봐두었던 벤츠 매장으로 향했다.
이제는 8개월간 뭐 빠지게 고생한 나를 위한 선물을 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