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함께 하고 싶습니다
브라운 대표는 옥스퍼드 메디컬 스쿨(생화학과)에서 약 15년간 교수직을 지내다가 창업을 하게 된 케이스였다.
“혹시 축산농장이나 도축장에 가보신 적 있으십니까? 작금의 축산업을 통해 고기를 얻는 방식은 너무도 파괴적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모를 겁니다.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보다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더욱 심각하다는 사실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브라운 교수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대체육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10만년 전으로 한번 돌아가 볼까요? 당시 인류의 숫자는 다 합쳐서 20만 정도였고, 동물은 3억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1976년도를 기준으로 하면 야생동물은 절반 정도인 1억8천만으로 줄었고, 반대로 인간은 2억 3천만으로 급증했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 돼지와 같은 가축동물들은 8억 3200만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온실가스와 각종 수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팀은 어떻게 구축하신 겁니까? 상당한 고학력자를 필요로 했을텐데.”
“맞습니다. 대부분 화학, 생물, 식품공학 박사 출신들이죠. 다행히 뜻이 맞는 전 직장 동료들과 제자들이 선뜻 저와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운이 아주 좋았지요.”
“도대체 대체육이라는게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가요?”
“혈액이 붉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바로 헤모글로빈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거 아십니까? 식물에게도 이러한 ‘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당장 콩을 살펴봐도 붉은색 액체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헴’입니다.
이 ‘헴’이라는 것은 생명체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고기의 맛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낼 수 있었죠. 우리 미라클푸드는 수백 가지의 단백질과 수천 가지 지방원을 연구했으며 덕분에 이에 관한 여러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소중한 자산이죠.”
온갖 전문적인 용어들이 난무했지만 중요한 건 이들은 대체육이 세상에 이로운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진정성있게 미쳐있다는 사실이었다.
“좋습니다.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대체육’이 전 세계 육고기의 점유율을 뺏어올 수 있다고 쳤을 때 대략적으로 얼마나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겁니까?”
내 물음에 브라운 대표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이에 관한 논문이 있습니다. 우리 미라클 푸드의 제품이 메이저로 올라서는 순간 수자원은 70%, 온실가스는 85%, 토지 활용은 90% 가까이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과장은 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놀라운 수치였다.
그리고 축산업이라는 게 이토록 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는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채식주의자(Vegeterian) 인구가 그 정도나 나올까요?”
명청하게 듣고 있던 박성민의 질문에 브라운 대표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의 타겟은 베지터리안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육식을 즐기는 이들을 주타겟으로 두고 있죠. 요즘 제로 음료수들이 유행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보면 됩니다. 일반 콜라와 제로 콜라를 두고 기왕이면 칼로리가 없는 제로 콜라를 고르는 것과 비슷한 이치죠. 맛에서 극적인 차이가 있지는 않으니까요.”
예시를 들어주자 어느 정도 와닿긴 했다.
“솔직히 설명만 들으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제품인데 분명 단점이나 어려움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감 없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폐부를 찌르는 질문에 브라운 대표가 살짝 움찔했지만 이내 순순히 답했다.
“가격이 비쌉니다. 소고기보다 두 배는 비싸죠.”
“가격을 낮출 수는 없는 겁니까?”
“지금으로서는···. 힘듭니다. 제조 원가를 줄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단기간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죠.”
“흐음···. 그거 참 큰 문제군요. 육고기와 비교하면 맛은 어떻습니까?”
“최근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절반 정도는 동물성 단백질과 저희 미라클푸드의 제품을 구별해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이 수치는 꾸준히 올라갈 거고요.”
“그렇군요···.”
역시 제일 큰 문제는 역시 가격이었다.
어느 누가 소고기를 두고 굳이 식물로 만든 고기를 택하겠는가.
호기심으로 한 번 정도는 먹어볼 수 있을지라도 재구매율은···. 글쎄?
일반적인 시장을 놓고 봤을 땐 쉽지 않아보였다.
“그나저나···. 아까 말씀하신 제안이라는 건 뭘 얘기하시는건지···?”
“아. 그전에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아까 투자 얘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는 벤처캐피탈이 어딘지 알 수 있겠습니까?”
“음···. 엑셀 파트너스입니다.”
“혹시 담당 VC가 스테파니 씨입니까?”
“그걸 어떻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그 여자, 보는 안목이 대단했다.
객관적으로 볼 때 미라클 푸드보다 더 매력적인 대체육 업체가 적지 않았다.
나야 황금빛을 볼 수 있는 능력 덕분에 떡잎을 알아볼 수 있다 치더라도 그 여자는 대체 어떤 기준으로 미라클 푸드를 컨택한 것일까?
궁금하긴 했지만 일단 이지스 머터리얼즈에 이어 미라클 푸드 역시 내가 리드 투자자가 되어야 했다.
나는 브라운 대표에게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미끼 하나를 투척했다.
“아무래도 원가가 그리 높으면 판매처를 찾는 게 쉽지 않겠군요.”
“…사실입니다. 미국에 몇몇 레스토랑에 납품하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그 정도 판매량 가지고는 회사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투자금을 받으면 어떻게 쓰실 생각이셨습니까?”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가 가격이다 보니···. 공장을 더 지어서 최대한 원가를 낮춰볼 생각이었습니다.”
“그건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생산이 너무 과잉되어 재고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다면 타격이 심할 텐데요? 더구나 식품 아닙니까? 유통기한도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건···. 그렇습니다만. 지금으로선 그 방법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저렴한 원재료를 사용하게 되면 제대로 된 고기 맛이 나질 않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대체육의 원재료 조합을 최적화하는 것인데···. 쉽지 않은 일이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 라인을 최적화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브라운 대표가 푸념하듯 열변을 쏟아냈다.
물론 이런 반응을 의도하여 던진 질문이기도 했다.
“아니죠. 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죠.”
“확실한 방법이요?”
“우량 판매처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게 되면 결국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닙니까? 적어도 계약 기간만큼은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해질 테니.”
“물론 그렇기야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아직은 미국에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단계라···.”
“왜 미국이어야 하죠?”
“네?”
“저희 스프라우트 인베스트먼트와 파트너가 되신다면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판로를 뚫어드리겠습니다.”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
“가능합니다. UAE에 글로벌 푸드 인더스트리스(Global Food Industries) 대표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때마침 대체육 관련 ODM 업체를 찾더군요. 제가 미라클 푸드에 관해 얘기를 했더니 꽤나 관심을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의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알 바이크(Al Baik)에 햄버거 패티를 공급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
얼빠진 얼굴의 브라운 대표가 축 처진 안경을 끌어 올리며 물었다.
“그게···. 정말 가능한 겁니까? 어떻게 그쪽이랑···?”
“제가 중동 쪽으로는 인맥이 괜찮습니다. 아마 원가가 높다는 부분도 그 두 시장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질 않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프리미엄 이미지가 부각되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군요. 그쪽 화장품 시장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이제는 중동 왕자들의 완벽한 애착인형으로 자리매김한 나다.
UAE 최대 식품업체인 GFI(글로벌 푸드 인더스트리스) 대표 같은 경우에는 과거 두바이 VIP 파티에서 술라이만 형님을 통해 소개받은 인물이었다.
혹시나 건덕지가 없을까 해서 간만에 연락해봤더니 마침 프리미엄 식품의 ODM을 찾고 있다는 소리에 쾌재를 불렀다.
이게 웬 떡이냐는 생각에 미라클 푸드에 관해 영업하듯 늘어놓았고 다우드 대표는 내 현란한 언변에 홀라당 넘어가 미팅을 주선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그리고 사우디 쪽은 빈사르 왕세자 하나로 모든 게 정리되었다.
평소 친환경과 국민 건강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던 빈사르 왕세자였기에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일단 자국의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알 바이크’에 우선 납품하여 제품을 출시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조금씩 공급 계약을 늘려가겠다고 의사를 밝혀왔다.
역시나 통이 크신 분답게 그 간단한 납품만 해도 절대 주문량이 적지 않았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 아닙니까?”
자신 있었다.
브라운 대표는 절대 내 제안을 거부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당장 떨리는 손만 봐도 그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밑밥은 던질 만큼 던졌고 미끼를 물면 챔질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벌떡
“이렇게까지 제안했는데도 굳이 엑셀파트너와 하셔야겠으면 저는 이만 자리에서······.”
“자, 잠깐만요! 고민하는 게 아니라 한번에 너무 엄청난 걸 들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정말···. 말씀하신 그 부분만 성사될 수 있다면···. 함께 하고 싶습니다. 스프라우트 인베스트먼트와.”
다급히 내 옷깃을 잡아끈 브라운이 절박한 목소리로 나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됐다.’
바늘이 제대로 입을 꿰뚫었다.
하긴, 당장 회사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내민 달콤한 사탕을 어찌 거부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이건 치트키를 가지고 한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
본의 아니게 스테파니에게 두 번이나 물을 먹이게 됐지만 어쩌겠는가.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가 이런 것을.
이래서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까지는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도 직장인이니깐 월급은 꼬박꼬박 나올 테니···.’
세일즈맨 좋다는 게 그런 것 아니겠는가.
매달 월급은 따박따박 통장에 꽂힌다는 것.
“좋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미팅부터 주선해드리죠. 다음 주에 일정 되시죠?”
“어후. 안돼도 무조건 비워놓겠습니다. 그게 어떤 미팅인데요.”
“일단 UAE 먼저 갔다가 사우디로 넘어가시죠. 그전에 시제품하고 미팅 자료는 꼼꼼히 챙겨주시고요.”
“물론입니다. 열과 성을 다해서 준비해놓겠습니다.”
태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처음에는 미묘하게 ‘을’ 포지션이었던 내가 지금은 완벽한 ‘갑’이 되어있었으니.
이래서 비즈니스 할 때 비장의 카드 몇 장은 항상 품에 숨기고 다녀야 하는 거다.
이후 순풍에 돛단 듯이 분위기는 훈훈하게 흘러갔고, 이제는 도랑을 쳤으니 가재까지 잡아 볼 시간이었다.
“브라운 대표님? 소소한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어떤 부탁 말씀입니까?”
“도장 하나만 찍어주시지요.”
갑작스러운 내 요구에 브라운 대표가 당황을 금치 못했다.
“도장이요? 아무리 그래도 아직 계약서에 사인은 좀···.”
“계약서가 아닙니다. 비즈니스적인 건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부탁입니다. 회사에도 제법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준비해둔 서류 하나를 그에게 들이 내밀었다.
“이건···?”
내용을 확인한 브라운 박사의 푸른색 동공이 한껏 확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