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프로젝트 경연의 결과
“큼큼···. 미안합니다. 계속하세요.”
발표 중임을 자각한 앤드류 교수가 내게 사과를 하며 계속하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FAO(UN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육류 소비량은 연 34.6kg으로 추산됩니다. 그리고 이 수치는 계속 늘어나게 될 거고, 지구는 그 소비량을 절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우선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통계 자료를 언급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육류 소비를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FAO 자료에 따르면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규모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5%에 달합니다. 쉽게 말하면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이 내뿜는 탄소보다 많은 겁니다.”
발표는 최대한 간결하게, 그리고 핵심만 요목조목 짚었다.
“기술이 발전하면 과연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아뇨.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겁니다. 가축의 장내 발효와 분뇨, 그리고 그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축산업 배출량의 63%를 차지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는요. 지금은 별문제 없어보이지만 계속 방치해두고 있다간 말이 빗장을 친 후에 마구간 문을 잠그는 꼴이 될겁니다.”
이 정도면 밑밥은 뿌릴만큼 뿌렸다.
물고기가 모여들기 시작했으니 본 미끼를 투척할 차례.
“그렇다면 어떻해야 축산업 규모를 위축시킬 수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대체육이 그 파이를 뺏어 먹으면 되는 겁니다. 대체육은 말 그대로 육류를 대체할 수 있도록 개발된 식품입니다.”
이후에는 대체육이 얼마나 하이테크놀로지 산업인지 전문용어까지 섞어가며 설명했다.
앨런 대표에게 단기간 집중 과외받은 게 효과가 컸다.
다행히 각 나라의 수재들답게 대체육에 관한 기술적 설명을 어느 정도 이해한 눈치였다.
“대체육은 소나 돼지에게 먹이기 위한 대량의 곡식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기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분에 1밖에 되질 않습니다. 생산에 사용되는 토지도 무려 93%나 축소시킬 수 있죠. 이런 많은 이점이 존재하기에 우리 한영대 팀은 대체육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캠페인 기획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두 곳입니다. 왜 타겟을 그 두 국가로 잡았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왜긴 왜야.
자칭 중동 왕자들의 애착인형으로서 거기만큼 영업하기 편한 곳도 없었으니깐.
뿐만 아니라 대체육과 중동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잘 맞는다는 점도 크게 한몫했다.
“중동 지역은 건조한 기후 조건으로 인해 가축 사육이 어렵습니다. 때문에 대체육은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선택지로 간주될 수 있죠. 또한, 중동 요리 대부분은 육류 중심으로 구성되어있고, 대체육은 이런 식문화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동은 종교적인 가치와 관행이 강하게 반영되는 지역입니다. 특히나 동물 복지 문제에 대한 인식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육이 이러한 종교적 가치와 일치될 수 있습니다. 중동의 화장품 시장만 봐도 가격이 비싸더라도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브랜드의 화장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식품이라고 다르진 않을 겁니다.”
고마워요 술라이만 형님.
중동 화장품 시장의 니즈에 관해서는 술라이만을 통해 얻은 정보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저희가 기획한 ‘Diet to Save the Earth’는 두바이 ‘알 와슬 플라자’에서 성대한 규모로 개최될 예정입니다. 주요 콘텐츠로는 대체육 요리경연대회, 팝업 레스토랑 운영, 대체육 버거 무료 나눔 행사 등이 기획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알 카사비’, 모하메드 압두’ 등의 유명 연예인들도 행사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입니다.”
연예인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내 전화를 받은 술라이만 형님이 이런 행사에는 유명인사가 있어야 홍보가 되는 법이라며 꽂아 넣어 주셨다.
역시 인맥의 끝판왕, 인싸 중에 인싸 술라이만 형님이었다.
“대체육은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미라클 푸드’로부터 협찬받기로 약조 받았으며, 두바이 행사는 UAE 최대 식품업체인 ‘GFI’에서 주관을 맡기로 했습니다.”
“Oh my God···.”
입을 떡 벌린 채 발표를 듣던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신을 찾았다.
그럴만도 한 것이 누가 일주일 만에 이런 판을 벌일 수 있겠는가?
PPT 마지막 슬라이드가 아니었다면 모두에게 손가락질받을 만한 허황의 끝처럼 보였을 것이다.
“행사가 종료되면 미라클 푸드의 대체육은 ‘GFI’, ‘알 바이크’와 대규모 독점 공급 계약이 이루어질 예정이며, 화면에서 보시다시피 관련 업체들과의 MOU 체결은 물론, 대체육 협찬 계약서에 도장도 직접 받아왔습니다.”
자! 지금까지 열나게 떠들었던게 거짓이 아니라는 빼박증거까지 보여줬다.
이제는 굳히기에 들어가자.
“인구 하나가 하루 한 끼만 육류 없이 채식으로 식사하면 1년에 9.2kg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전기차, 풍력, 태양광 등의 유용한 수단도 있지만 대체육과 비교할 순 없습니다. 과학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체육을 통해 기존 육류를 줄이는 방법만이 기후변화를 피할 최선책이라고 거론해왔습니다. 저희 한영대 팀은 새로운 도구를 만들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도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이런 저희의 작은 날갯짓이 훗날 거대한 태풍으로 돌아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상으로 발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분명 깔끔히 발표를 끝마쳤건만 어째 강의실 분위기는 썰렁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거 괜히 섭하네.
혀에 쥐가 날뻔했을 정도로 열심히 떠들어댔는데 박수 한번이 없다니.
좌중을 한번 쭉 훑어보니 쩍 벌어진 입에 파리라도 들어갈 기세였다.
“저···. 교수님? 질의응답 받아도···. 될까요?”
학생들과 비슷한 표정으로 멍하니 날 바라보던 앤드류 교수가 고개를 털고서는 헛기침을 했다.
“큼큼···. 미안하네. 궁금한 게 많은데···. 이거 뭐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할지 도통 모르겠군.”
“생각 정리하시고 여쭤보셔도 됩니다.”
나야 꿀릴 것이 전혀 없었기에 당당한 태도로 여유를 부렸다.
그때 북경대 측에서 족제비처럼 생긴 놈 하나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네 거기 족제···. 아니, 눈매가 샤프한 남자분. 말씀하세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진 모르겠지만 일단 질문드리죠. 대체육이라는게 기존에 없던 제품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축산업을 대체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심지어 아까 무슨 미라클푸드? 스타트업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작은 업체 제품으로는 더더욱 불가능할 걸로 보이는데요?”
생긴 것처럼 말하는 것도 아주 싸가지가 없는 놈이다.
하지만 이 정도 공격은 예상범주에 있는 귀여운 수준이었다.
“맞습니다. 대체육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꼬리표 중 하나가 고기 특유의 맛과 풍미를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죠. 하지만 미라클 푸드에서 독자적인 기술로 만든 대체육은 다릅니다. 제가 백날 떠들어봤자 어차피 와닿지 않을 것이기에 그럴 줄 알고 준비했습니다. 알프레도!”
짝짝
내가 손뼉을 두드리자 강의실 문이 열리며 박성민이 거대한 박스 하나를 들고 개선장군처럼 등장했다.
“저건···?”
“미국에 이런 말이 있죠. ‘The proof of the pudding is in the eating(푸딩의 증거는 먹을 때에 있다)’, 출출한 시간대죠? 직접 드셔보시라고 대체육으로 만든 햄버거를 가지고 왔습니다. 알프레도? 하나씩 돌려.”
내 충실한 조수가 되어버린 박성민이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에게 햄버거를 나눠줬다.
얼떨떨한 얼굴로 햄버거를 받아든 학생들이 곱게 싸인 포장을 벗겨내고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었다.
“맛있어···.”
“이게 진짜 식물로 만든 패티라고?”
“헐. 버거엠페러 보다 맛있는데?”
“진짜 굳이 고기를 먹을 필요가 없겠는데?”
허겁지겁 햄버거 하나를 금세 해치워버리는 학생들.
에상했던 반응이었다.
내가 먹어봐도 육류로 만든 햄버거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였으니.
북경대 족제비가 분하다는 듯 입술을 짓이기고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쯧쯧. 그러게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지.
그렇게 대체육 햄버거 파티가 끝난 후, 질의응답은 계속 이어졌다.
마이크를 잡은 앤드류 교수가 특유의 점잖은 톤으로 대체육에 대한 한줄평을 내뱉었다.
“흠···. 대체육이라는걸 처음 먹어봤는데 썩 나쁘지 않군.”
입가에 소스가 덕지덕지 묻어있습니다 교수님.
씹지도 않고 햄버거를 삼키던 앤드류 교수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는 방증이겠지.
“우선···. 대단하다는 말부터 하고 싶군요. 도무지 믿기지가 않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 짧은 시간 내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겁니까?”
앤드류 교수가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빈틈을 보인다면 당장이라도 목덜미를 물어뜯을 날 선 기세.
하지만 이 역시 준비된 답변이 있었다.
“간단합니다. 머리로만 생각하지 않고 부지런이 움직였더니 이런 작은 기적이 만들어지더군요. T콤비네이터 데모데이에서 미라클 푸드 브라운 대표를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무척 인상적이더군요, 그러다 이번 경연 주제를 듣고 자연스럽게 그곳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찾아갔죠.”
“그냥 찾아갔단 말입니까?”
“약속 잡을 시간이 어딨습니까? 한국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죽이 되든 리조또가 되든 일단 회사부터 찾아갔고 운 좋게 브라운 대표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죠. 그 과정에서 저는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대체육의 대한 인식이 아직은 미흡하니 이를 바꿀 수 있는 캠페인을 열자고요. 물론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한 제안이었습니다. 다행히 양 쪽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렇게 현실로까지 구현될 수 있게 된 겁니다.”
“허···.”
사실 이런 복잡한 과정이 있지도 않았지만, 경연인 만큼 듣기 좋게 포장해야 했기에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답변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말 놀랍군요. 여기 있는 딜런이 보여준 행동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의 표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는 학자가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이론이 있어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여기 있는 딜런이 보여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경연의 우승팀은 한국의 한영대 팀으로 정하겠습니다. 그리고 MVP는 발표자인 송대운 군입니다. 여러분도 딱히 이의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역시나 불도저 같은 성정답게 일말의 고민도 없이 그 자리에서 우승팀을 발표해버리는 앤드류 교수.
우승팀이 된 한영대 학생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었고, 다른 팀 학생들은 그런 우리를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물론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것이나 다름없지만 저들도 밤을 새워 기부 팔찌 만드느라 최선을 다했기에 충분히 그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었다.
고개를 돌려 북경대 놈들을 바라보니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한영대 애들 쪽을 노려보며 대놓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쯧쯧. 속 좁은 놈들.’
그때 가까이 다가온 앤드류 교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있다가 교수실로 찾아주시겠습니까?”
정승같이 뻣뻣하던 양반이 왜 저런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걸까?
동시에 한영대 아갈 특공대 정예요원들이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북경대 팀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