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이 회사 뭔가 이상합니다
“갑자기 들어와서 뭐하는 짓이에요!”
당황하여 허둥지둥하는 진채원에 반해 김선기는 비교적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했다.
장내에는 뉴스에서 종종 보던 파란 박스를 든 4명의 사내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사무실을 훑어봤다.
“중부지방 국세청 조사 2국 박상도 팀장입니다. 혹시 송대운 대표님 자리에 계십니까?”
“제가 송대운입니다. 무슨 일이길래 그런 무서운 얼굴로 우리 회사를 찾아주신 거죠?”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한 나를 한차례 훑어본 박상도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무조사 차 나왔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저희 회사는 세무법인을 통해 적법한 절차로 모든 세금을 냈습니다만.”
“그건 조사해보면 알겠지요. 제대로 세금 처리가 됐는지 안됐는지는.”
팀장이라는 양반이 서늘한 목소리로 내 말을 끊어냈다.
목소리만 들으면 이미 나를 탈세범으로 단정 지은듯한 늬앙스였다.
그때 김선기가 앞으로 나서서 박상도에게 항변했다.
“세무조사는 15일 이전에 사전고지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난데없이 이렇게 찾아와서 세무조사라뇨?”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위험한 세무회피를 감지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경우 세무조사 사전통지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위험한 세무회피? 증거 인멸의 우려?
이 양반이 지금 뭐라는 거야?
하지만 우리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박상도가 부하 직원에게 거칠게 소리쳤다.
“시작 안 하고 뭐해? 놀러 왔어?”
박상도의 업무지시에 사내 중 하나가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지금부터 움직이시면 안 되고요. 모든 건 촬영되십니다. 화장실 가실 때도 검문 검색받고 나가세요.”
박상도의 지시에 사내들이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각종 서류와 컴퓨터 하드에 담긴 자료들을 퍼담기 시작했다.
한없이 진지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실소가 흘러나왔다.
“근데 직원이 세명밖에 안 되는 이런 작은 회사에도 세무조사를 나옵니까? 국세청이 요새 널널한가보네요?”
“탈세 정황이 포착되면 충분히 가능하죠.”
말하는 본새는 세무 조사관이 아니라 웬만한 검사 못지않게 위협적이다.
나는 태연한 기색으로 김선기와 진채원에게 말했다.
“조금만 대기하죠? 어차피 가져갈 것도 얼마 없어서 금방 끝날 것 같으니.”
덤덤한 내 목소리에 불안해하던 두 사람도 기색도 한결 차분해졌다.
“다 담았습니다 팀장님.”
얼마 지나지않아 가져온 박스의 반도 채우지 못한 조사관들이 박상도를 보며 상황 종료를 알렸다.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인 박상도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통보하듯 말했다.
“향후에 적극적인 소명 부탁드립니다. 혹시 시간이 부족하면 소명 기한을 연장하셔도 무방합니다. 조사가 끝나면 20일 이내에 결과 통지가 날아올 겁니다.”
“그러시던가요. 다 끝났으면 이제 저흰 가봐도 되죠? 배고플 시간이라.”
박상도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김선기와 진채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주 스펙타클한 날인데 스펙타클한 한우나 먹으러 가시죠.”
놀란 가슴 진정시키는 데에는 한우 만한 게 없는 법이었다.
***
황동색 구리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깃덩이를 지켜만 보고 있는 것도 참 고역이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겉면만 살짝 익혀진 상태의 고깃덩이를 입안으로 투하했다.
우물우물
“으음! 역시 한우는 이 집만 한 데가 없어.”
여기가 어디냐고?
내 건물, 그러니깐 영록프라자 2층에 있는 ‘우담가’였다.
왜 있지 않은가. 예전에 영화 ‘네메시스’팀 회식을 하기도 했던 거기.
그때 한우가 담긴 접시를 손에 든 아주머니가 우리 테이블 쪽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시그니처가 되어버린 온갖 호화스러운 금붙이를 잔뜩 매단 채.
“호호호. 우리 송사장 온다고 해서 특수 부위 중에서도 꽃갈비살이랑, 제비추리만 따로 챙겨왔어. 오늘 새벽에 잡은 따끈따끈한 놈이여. 소 한 마리 잡아도 쥐똥만큼 나오는 놈이니껜 제법 맛이 날거여.
나와는 제법 인연이 있는 우담가의 사장님이셨다.
“세상에! 뭘 또 이런 걸 준비하셨어요. 사장님.”
“아따. 건물주께서 우리 가게에 행차하셨는데 내가 잘 보여야지 안그랴? 오호호호.”
우담가 사장님의 유쾌한 너스레는 여전했다.
“요즘 장사는 잘되세요?”
“아주 그냥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여. 일 힘들다고 도망간 아지매만 벌써 셋이여 셋. 장사가 힘든 게 아니라 사람 구하기가 더 힘들다니깐.”
원래 CEO 입장에선 일보다는 사람 관리하는 게 더 힘든 법이었다.
“그래도 장사는 잘된다니깐 다행이네요.”
“호호호. 송 사장 덕분이지. 진짜 참한 딸내미 있으면 당장에 소개라도 해주고 싶은디 고것이 참말로 아쉽네.”
등급 좋은 한우 보듯 저를 보지 말아주세요 사장님. 무섭습니다.
연신 나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우담가 사장님이 떠나가고 서비스로 받은 고기를 불판 위에 올렸다.
치이이이익
고기는 금세 노릇노릇 익어갔고 나는 타다끼처럼 겉면만 익은 고기를 입으로 직행시켰다.
역시 고기는 레어지.
제비추리는 진한 육향과 함께 연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꽃갈비살은 꽃이라는 명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닌 듯 마블링이 마치 만개한 눈꽃처럼 활짝 피어있었다.
식감은 무척이나 부드러웠고 고소한 풍미는 폭발하듯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근데 두 사람은 왜 먹는 둥 마는 둥이에요? 한우 앞에 두고 그러면 벌 받아요.”
어느 정도 포만감이 차오르자 그제야 눈앞에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걱정과 근심이 한가득 들어차 있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나는 잘 익은 고기 두 점을 두 사람의 앞접시에 올려다 주었다.
“뭐가요?”
“우리가 무슨 대기업도 아니고, 사전 통보도 없는 이런 식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한껏 찌푸려진 김선기의 미간.
그러면서 내가 준 고기를 은근슬쩍 입으로 가져간다.
진지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입이었다.
“그건 제가 해결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요. 짐작 가는 바가 있으니까요.”
흠칫 놀란 김선기가 내게 되물었다.
“어떤···?”
“있어요. 언급하기도 부끄러운, 힘만 센 우둔한 멍청이가 저지른 유치한 보복 같은 게. 그나저나 채원아.”
“네, 네!?”
내 부름에 화들짝 놀라 토끼 눈이 된 채원이.
“회사 안 망하니깐 궁상 그만 떨고 고기나 먹어.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거든?”
“헤헤헤. 당연히 그렇겠죠.”
그제야 우걱우걱 고기를 입에 대기 시작한 채원이.
저 기집애는 우리 회사가 진짜 망하는 줄 알았나 보다.
“그래도 세무사한테 연락은 해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까 잠깐 통화했어요. 어이없어 하더군요. 아닌 밤중에 무슨 세무조사냐고 길길이 날뛰던데요? 하하하.”
“문제없겠죠···?”
“문제 없습니다. 오히려 놀랄걸요.”
“놀란다고요?”
고개를 갸웃하는 김선기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준 나는 다시 한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지시 한 일은 잘 처리했습니다.”
“음? 무슨 일?”
집무실에 소파에서 뻐끔뻐끔 담배를 피우던 김현철 도지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돈놀이 좀 한다고 뭣모르고 설치던 젊은 놈 하나 있지 않습니까.”
“누구···. 아! 그 송대운인가 뭔가 하는 애송이? 어떻게 처리됐어?”
“수술 들어갔고 사자(使者)들이 싹 다 털어갔다고 합니다.”
“크흐흐. 그 건방진 낯짝이 아주 하얗게 질렸겠구만. 이 김현철이 거둬준다는데 감히 거부해?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구만.”
“아직 아무것도 모를 나이 아닙니까?”
“쯧쯧. 이래서 내가 새파랗게 어린놈하고는 별로 일하고 싶지 않은 거야.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지. 돈도 많이 번다는 놈이 그깟 푼돈에 연연하고 그래선 안돼! 그래 가지고 나중에 큰 일을 할 수 있겠어?”
“맞는 말씀이십니다. 아마 이번에 제대로 깨우쳤을 겁니다.”
“근데 그놈이 그 정도의 큰 부자는 확실해? 실제로 보니 별 볼 일 없던데.”
“이미 다 확인한 사실입니다. 합정에 본인 소유 건물도 한 채 있고, 추정 자산만 1,000억 원은 가뿐히 넘어간다고 합니다.”
“거참. 용한 놈일세.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어디서 폰지같은걸로 제대로 한탕 땡긴거 아냐?”
“그건 아니고 투자에 재주가 있는 듯합니다.”
“애미애비없는 고아 출신에 그 정도로 자수성가했다라···. 이거 그림이 좋은데?”
“밑으로 거두실 생각입니까?”
“히스토리가 좋잖아.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이룬 성공! 크···. 이거 제대로 설계만 하면 정치 쪽으로도 써먹을 수 있겠어. 안 그래도 요즘 정치계에서 젊은 정치다 뭐다 하면서 청년 열풍이 불고 있잖아. 우리 쪽에도 내세울 수 있는 카드는 있어야지. 쓰읍···. 그놈이 딱인데···.”
허공에 담배 연기를 내뿜은 김현철이 보좌관을 보며 물었다.
“근데 확실히 혼쭐 내줄 수 있는 거 맞아? 그냥 이대로 흐지부지되는 거 아니겠지?”
“세무조사에 대해 잘 아시지 않으십니까?”
“하긴. 우리나라에서 회사 운영한다는 놈들치고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놈 없지. 대기업이고 지랄이고 추징금은 무조건 때려버리는 게 국세청 놈들이지.
“듣기로는 세무조사 나가기 전부터 이미 추징할 목표치를 가지고 들이닥친답니다. 그러다 추징할 돈이 안 나오면 별의별 꼬투리를 다 들춰낸다고 합니다.”
“아무튼, 징글징글한 새끼들. 주머니에서 돈 뜯어 가려고 아주 혈안이 되어있구만. 쯧쯧.”
“그래도 중부 국세청장님이랑 도지사님이 연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끌끌끌. 누가 그 자리까지 올려줬는데? 당연히 내 말이면 끔뻑 죽어야지 안 그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도지사님 말씀만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법인데 왜 다들 그걸 모르는 건지 쯧쯧.”
“일단 추징금 나오면 그때 다시 한번 은근슬쩍 접촉해봐. 그쯤 되면 성질 더러운 개새끼도 꼬리를 말게 되어있거든. 그다음에 확실히 목줄을 채워서 단번에 제압해야 해. 끌끌끌. 송대운인가 뭔가 하는 놈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깝단 말이지.”
“그나저나 괜찮으시겠습니까? 듣자 하니 북산에 이 회장과 친분이 있다고 하던데.”
“쯧쯧. 자네도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구만. 상식적으로 이 회장 정도 되는 양반이 고아 출신에 빽도 없는 놈을 신경 쓰면 얼마나 신경쓰겠나? 그냥 본인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한두 번 말이나 섞었겠지. 가만 보면 자네도 순진한 구석이 있어.”
“죄송합니다. 괜한 노파심에···.”
“끌끌. 아냐. 자네의 그런 조심성이 장점이 될 때도 많지. 아무튼, 그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눈치 보지 말고 기왕 시작했으면 제대로 조져놓으라고.”
“걱정 마십시오. 안 그래도 국세청 담당자한테 연락받았습니다. 곧 제대로 먼지털이 시작할 거라고.”
“결과 나오는 데로 곧장 나한테 보고 올리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현철과 최원우, 서로를 마주 본 두 사람의 입가에는 비슷한 미소가 내걸렸다.
***
중부지방국세청 조사국 조사 2과.
“훗. 돈 좀 만졌다 이거지?”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박상도 팀장이 손에 들린 명함을 쳐다봤다.
[스프라우트 인베스트먼트 대표 송대운]날고 긴다는 대기업 임원들도 자신들 앞에서는 설설 기며 원만한 협의를 요청하는 판국에 그런 시건방진 태도라니.
세무조사를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애송이한테 세금이 얼마나 무서운지 제대로 알려주마.”
이 맛에 세무 공무원 하는 것 아니겠는가?
어차피 공무원 월급이야 정해져 있는 것이고, 큰돈을 벌기 위해선 뒤에서 찔러주는 돈이 필요했다.
근래에도 재벌 3세가 운영하는 골프장을 털면서 제법 두둑한 용돈을 받지 않았던가.
뒷돈의 달콤함은 한번 맛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마약과도 같았다.
“팀장님!”
부하 직원의 다급한 외침에 박상도의 입가에 그러면 그렇지 하는 미소가 그려졌다.
“왜? 벌써 뭐가 나왔어?”
“그게 아니라···. 이 회사. 뭔가 이상합니다.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째 기대하던 뉘앙스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