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갑자기 왜 다들 날 찾는건데
“너···. 북산솔라가 어떤 곳인지 잘 알고 하는 말이렷다?”
알다마다요.
북산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태양광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성신솔라라는 업체를 인수한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에서 수백 개 업체가 이 태양광 산업에 진입하며 태양광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게 된다.
공급이 시장의 수요를 아득히 초월태양전지 가격은 폭락했고, 세계 곳곳에서 도산 행렬이 줄지어 벌어졌다.
북산솔라 역시 그 여파에 허덕이며 연이은 적자를 냈고, 현재 누적 손실액이 500억에 달하며 자본잠식을 코앞에 둔 상황이었다.
북산으로서는 이 애물단지의 매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인수를 희망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어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북산의 이름만 달고있는 ‘미운 오리’ 취급을 받는 계열사 중 하나였다.
사실상 내다 버린 자식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북산솔라의 지분을 달라? 더 좋은 선택지도 많을 터인데?”
내 의중을 떠보듯 듯한 이승환 회장의 물음에 나는 싱긋 미소지으며 태연하게 답했다.
“북산솔라면 충분합니다. 그 이상은 욕심이에요.”
“북산솔라 지분이라···.”
잘 구워진 장어를 앞에 두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이승환 회장.
나는 아랑곳없이 다시 장어를 흡입해나가기 시작했다.
“너도 잘 알겠지만, 북산 입장에서 북산솔라는 그야말로 골칫덩이야. 똥값에 주겠다고 해도 사 가려는 곳이 없는 게 현실이지. 그런데도 굳이 북산솔라는 꼭 집은 이유가 무엇이냐?”
또 나왔다. 사람 발가벗기는듯한 저 심유한 눈빛.
“저는 투자가입니다. 투자가는 기업가치가 저평가되어있다고 판단될 때만 움직이는 족속들이죠. 이렇게 말씀드리면 답변이 될까요?”
“흐음···. 북산솔라가 저평가되어 있다라···.”
아마 납득하기 힘드시겠지.
누구든 북산솔라의 재무제표를 보면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마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중환자와 같은 상태라고나 할까.
물론 나라고 아무 근거 없이 북산솔라 지분을 달라는 건 아니었다.
‘언제였더라?’
지금으로부터 약 한달전.
이승환 회장님과의 장기 대국 약조를 이행하기 위해 북산 타워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안내데스크 직원은 물론 시큐리티까지 한껏 긴장한 기색으로 무척이나 분주한 모습을 보여 의아함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엘리베이터에서 우르르 사람들이 내렸다.
그중 몇몇은 익숙한 인물들이었는데 가운데에는 이승환 회장이 있었고, 양복 입은 중년 남성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내가 잘 아는 북산벤처스의 이종훈 대표였고, 나머지 인물들은 아마도 다른 계열사 사장단 인듯싶었다.
무슨 일인지 화가 잔뜩 난 이승환 회장이 한 사내에게 노호성을 질렀다.
“올해도 죽 쑤면 정말 짐 쌀 준비해! 우리가 무슨 자선사업 하나? 만년 적자인 회사를 매번 어떻게 끌고 가! 내 말 알아들어 이상일이!?”
길길이 날뛰는 이 회장의 고함에 한 중년 남자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이마에서 땀을 흘려댔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내 입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성격이 불같은 이승환 회장의 이런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고, 정작 내가 놀란 것은 죄인처럼 고개를 조아리는 남자에게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도대체 누구지?’
이후에 알아보니 그가 북산솔라의 이상일 대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북산솔라의 전신이었던 성신솔라 시절부터 평사원으로 입사하여 대표까지 오른 나름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건 북산솔라 내부의 시선이었고, 그룹 전체로 봤을 땐 다른 계열사들에 무시당하는 만년 꼴찌 계열사일 뿐이었다.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황금빛이었지만 다른 때와는 달리 접근이 녹록지 않았다.
중소기업과 다를 바 없다고는 하나 엄연한 대기업 계열사 꼬리표가 달려있었고, 지배구조도 확실히 자리잡힌 곳이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외면받는 계열사라 할지라도 생각없이 지분을 사드렸다간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흐음···. 그냥 포기하기엔 너무 아쉬운데.’
대한민국 인걸상 시상식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그 아쉬움이 더 컸다.
그곳을 다녀온 뒤, 황금빛을 발견할 확률이 얼마나 극악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괜한 분란 일으킬 생각은 없었기에 반쯤 포기하고 있던 시점에서 빈사르 왕세자의 부탁 아닌 부탁을 받게 되었고, 이 기회를 잘 살리면 북산솔라에 숟가락 얹을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계획을 짠 것이었다.
“좋다.”
귓가를 때리는 호쾌한 목소리에 상념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만약 사우디 측에서 알테어 프로젝트를 북산건설에 맡겨준다면 네가 말한 대로 내가 가진 북산솔라 지분을 모두 너에게 넘기마.”
“저도 좋습니다.”
어차피 나로서는 이러나저러나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였다.
“솔직하게 말해 보아라. 대체 왜 북산솔라인게냐?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가는구나. 나는 네가 물산이나 건설 지분을 요구했어도 아마 들어줬을 게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북산솔라 대표에게 황금빛을 보지 못했다면.
모름지기 투자자라면 주식 가치가 저평가되어있을 때 진입해야 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북산물산이나, 북산건설의 기업가치는 이미 부푼 만큼 부푼 상태였다.
투자자로서는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곳들이었다.
“그건 제 영업 비밀입니다.”
“끌끌끌. 고얀 놈. 오냐. 어디 두고 보자꾸나. 네가 아무리 지금껏 거침없는 성공 가도를 걸어왔다고는 하나, 북산솔라는 쉽지 않을 게다.”
어찌 됐건 이렇게 나는 북산솔라에 한발 걸칠 수 있는 지분을 얻게 되었다.
물론 북산건설이 사우디에게 간택 받아야만 가능한 일이었지만···.
‘아마 북산건설로 선택하겠지.’
수도 없는 게임 접대를 통해 빈사르 왕세자의 속내 파악에는 가히 경지에 올라있는 나다.
마지막에 북산 건설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반쯤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였다는 방증이었다.
‘그건 기다리면 되겠고···.’
북산솔라의 지분이 나에게 완전히 넘어오면 그때 이상일 대표와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었다.
일단 만나봐야 돌파구를 찾든 어쩌든 할 테니깐.
“그나저나 네놈은 요즘 회사에 일이 많다면서? 괜찮은게냐?”
흘러가듯 넌지시 나에게 묻는 이승환 회장님.
아마도 나와 김현철 도지사 사이에 있었던 일을 대강 알고 계신듯 했다.
“귀찮은 똥파리가 꼬여서요. 더러워서 그냥 피하려고 했는데 계속 달라붙길래 파리채를 좀 들어야 할 것 같네요.”
“끌끌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천하의 김현철이를 똥파리라 부르는 놈도 네놈밖에 없을 게다.”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린 이 회장님이 조금씩 얼굴을 굳히더니 내게 물었다.
“왜 도움을 청하지 않은게야? 너 혼자 힘으로 그놈을 상대할 순 없었을 텐데.”
“에이. 매번 신세 질 수야 있나요. 한번 의지하기 시작하면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회장님만 찾게 될 텐데 저는 그런 거 싫습니다. 그런 이해 관계없이 편하게 회장님을 뵙고 싶거든요.”
“그놈 혓바닥 하나는···. 쯧쯧.”
당돌한 답변에 혀를 차는 이 회장님이었지만 얼굴에는 흐뭇함이 묻어나왔다.
“진짜 괜찮은 게냐? 그놈 절대 만만한 놈 아니다.”
어조는 무심했지만, 그 저변에는 나에 대한 걱정이 깔려있었다.
아무튼, 츤데레 영감님이라니까.
“괜찮아요. 뭐 세무조사니 감사니 부지런히 오긴 하던데 저희가 턴다고 털릴 게 있나요? 거기다가 아주 기가 막힌 살충제를 쳐놔서 조만간 무슨 반응이 나올 거에요.”
“끌끌끌. 그거 기대되는구나. 그나저나 김현철이 그놈 정말 많이 컸어. 검사 시절에 떡값 받아가겠다고 내 앞에서 알랑방귀 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지. 사업하는 놈은 정치하는 놈들이랑 가까이 지내봤자 좋을게 하나 없어. 적당히 거리를 두고 데면데면 지내는 게 속 편하지 암.”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그 사람들 원래 기업인들 삥을 그렇게 당당하게 뜯습니까? 하는 짓이 동네 양아치들보다 더 심하던데요?”
내 말이 뭐가 그렇게 웃긴지 이승환 회장이 허리를 젖히며 웃음을 터트렸다.
“껄껄껄. 근본 없이 정치하는 놈들 하는 짓이 다 그런게지.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 처먹어서 말이야. 처음에는 깨끗한 정치 해보겠다고 설치던 놈들도 시간이 지나면 전부 김현철이처럼 되는 거야. 이 돈이란 놈은 말이지 누구나 좋아하는 종이 쪼가리지만, 이것에 먹혀버리면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아. 돈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 대운아. 과분한 탐욕은 결국 사람을 파멸로 이끌 뿐이야.”
이 회장님이 묵중한 눈빛으로 내게 건넨 말이었다.
나는 이 회장님이 이따금 해주는 이런 말들이 참 좋았다.
나를 걱정하는 따듯한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고백하자면 이것 때문에라도 이 회장님을 자꾸 보고 싶은 것도 있었다.
“명심하겠습니다.”
“네놈이야 알아서 잘하는 놈이니깐 별걱정은 안된다만. 크흠. 아니지. 이건 걱정이 아니라 그냥 늙은이가 오지랖 한번 부려본 게야. 오해하지 말거라.”
뒤늦게 까칠한 척 해봐야 소용없습니다 회장님.
이미 제 가슴은 훈훈하게 데워졌다고요.
“옙옙. 알겠습니다.”
“크흠. 그나저나 아까 네가 말한 살충제 얘기나 좀 해보거라. 김현철이 정도면 웬만한 파리약 가지고는 씨알도 먹히지 않아.”
“대통령이 치는 살충제면 그래도 약발이 좀 있지 않을까요?”
“뭣이!?”
이승환 회장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오늘 차담회에 늦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빈사르 왕세자에게 통역과 자문을 부탁받았을 때 내가 당한 부당한 일들에 대해 설명하며 아마 한국에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고 은근슬쩍 흘렸고, 격노한 빈사르 왕세자가 박창수 대통령에게 이것에 관해 컴플레인을 한 것이었다.
이후에 청와대 인사로부터 김현철 도지사에 대한 내사가 들어갔으니 제발 차담회에 서둘러 가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
확답을 받고 나서야 부랴부랴 차담회장으로 향하다 보니 지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이건 청와대와 나만 아는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끌끌끌. 무슨 마법을 부린지는 모르겠다만 대통령을 장기 말로 두는 놈도 네놈밖에 없을 게다.”
“어후. 그런 무서운 말씀 마세요. 단지 제 무기로는 상대할 수가 없으니 더 강한 아군을 끌어왔을 뿐이니깐요.”
“그 더 강한 아군을 끌어올 수 있는 게 바로 능력인게야. 네놈이 제대로 영업을 했으면 아주 볼만했겠구나. 혹시 사업 망하면 언제든 내게 찾아오거라. 내가 영업 본부장 자리 정도는 바로 꽂아 넣어줄 테니.”
순간 이게 악담인지 칭찬인지 헷갈렸지만 결국엔 나를 인정한다는 말 같았기에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지이이잉
꼭 이런 타이밍에만 전화가 오더라.
삐리리리리♬
묘한 타이밍에 이승환 회장님의 휴대폰에도 벨소리가 울렸다.
그렇게 우리는 동시에 전화를 받게 되었다.
“여보세요?”
“이 시간엔 어쩐 일이신가 문회장?”
– 나 오성에 임 회장인데 자네 지금 시간 되나?”
“응? 스프라우트 인베스트먼트 송대운 대표를 만나고 싶다고?”
뭔데? 갑자기 왜 다들 날 찾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