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시원해 개운해 산뜻해
뒷골이 서늘한 느낌에 다급히 휴대폰을 손에 든 김현철.
[검찰, ‘법카 유용 의혹’, 최원우 정무보좌관 수사] [경찰, 김현철 지사 경기도청 ‘정무직 하드파기’ 의혹 수사]‘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김현철 경기도지사의 최측근인 최원우 보조관, 경기도청 별정직 공무원 이성수씨를 증거 인멸 혐의 등으로 고발······.’
[홍재희 경기도의원, 경기철도포럼 예산 집행에 강한 의혹 제기] [산불에 술자리 의혹, 김현철 경기 도지사 사퇴요구] [경기자원봉사센터 관권선거 의혹, 김현철 도지사 부인 등 연류 의혹]“뭐, 뭐야? 이 새끼들 갑자기 왜 이래? 단체로 미쳤어?”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자극적인 기사들의 향연에 김현철이 당황을 금치 못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훔친 최원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김현철이 다급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이 새끼들이···.”
[연결이 되지 않아 삐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지금 뭐 하자는 거야!”
쾅!
결국, 노호성을 터트린 김현철이 원목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당내 지지자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 누구도 받는 이가 없었다.
통화 연결음이 채 3초가 흐르기 전에 재깍재깍 받던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이를 갈던 김현철이 최원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봤어?”
“이런 기사들이 한번에 터졌다는 것 자체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내부자 아니면 모를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청와대 쪽에서 개입한 게 분명합니다.”
가슴이 답답했던지 김현철이 거칠게 심호흡을 했다.
“후우···. 청와대가 미친게 아닌 이상 이럴 수가 있나? 같은 편을 공격해?”
실제로 김현철은 박창수 대통령과 같은 정당에 소속되어 있으며 그의 뒤를 이을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야당에서 어떻게든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해 눈 시퍼렇게 뜨고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는 상황에 되려 같은 편에게 목덜미를 물어뜯기다니.
뒤통수가 얼얼하다 못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너 청와대 라인 있잖아! 뭐 알아낸 거 없어?”
“저···. 그게 들은 게 있긴 한데 너무 얼토당토않은 내용이라···.”
난색을 보이며 우물쭈물하는 최원우를 보며 김현철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개소리든 뭐든 빨리 빨리 말해!”
“그···. 며칠 전에 방한한 빈사르 왕세자 있잖습니까? 그와 독대를 마친 대통령이 느닷없이 크게 화를 냈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김현철의 미간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뜬금없이 여기서 빈사르 왕세자가 왜 튀어나온단 말인가.
“빈사르? 그자랑 나랑 엮일 구석이 단 1도 없는데 무슨 개소리야! 얼굴 한번 본 적 없구만.”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정황상 그때 무슨 말이 오간 게 분명합니다.”
자신을 두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빈사르 왕세자가 조금이라도 엮여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거야.”
붉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어느새 허옇게 질린 김현철이 머리를 감싸 쥐며 불안감을 표출했다.
띠리리리
때마침 울리는 벨소리에 최원우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뭐!? 이런 미친.”
거칠게 통화를 종료한 최원우가 떨리는 동공으로 김현철을 바라봤다.
“도, 도지사님 큰일 났습니다.”
“또 왜? 무슨 일인데?”
“당내에서 도지사님 탈퇴 논의가 벌어지고 있답니다···.”
“어떤 개새끼가 그딴 개소리를 해!?”
이제는 체통 따윈 쓰레기통에 내던진 김현철이 상욕을 내뱉으며 최원우를 노려봤다.
“당대표가 직접···. 움직였다고 합니다.”
“뭐? 한병우 그 작자가 미쳤나!”
눈에서 불이라도 뿜을 듯 살벌한 눈빛으로 휴대폰을 잡은 김현철.
[연결이 되지 않아 삐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쾅!
“이런 개새끼들이!”
바닥에 휴대폰을 내던진 김현철이 분을 참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고, 고정하십시오 도지사님.”
“씨발!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한병우 그 새끼가 누구 덕분에 그 자리에 올랐는데 이런 식으로 내 뒤통수를 쳐? 으아아아!”
와장창
광분한 김현철이 집무실 내 집기들을 마구잡이로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허억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깨를 들썩이던 김현철이 광기가 흐르는 눈으로 최원우를 쳐다봤다.
“이봐.”
“네, 넵. 도지사님.”
움찔한 최원우가 군기 바짝 든 이등병처럼 답했다.
“후욱후욱···. 좋아. 우리 머리 좀 식히고 이 좃같은 상황을 한번 정리해보자고.”
길게 날숨을 한번 내뱉은 김현철이 최원우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니깐 방한을 왔던 빈사르가 대통령하고 독대를 했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쳐내라고 작업을 지시했다는 거잖아. 같은 편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새끼들은 이제 와서 나를 쌩까고 있는 거고. 맞아?”
“마, 맞습니다.”
“허, 이거 미치겠구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 당에서 굳이 나를 팽할 이유가 없을 텐데 왜···.”
삐리리리리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바닥으로 향했다.
조금 전 김현철이 바닥으로 집어 던진 휴대폰에서 울리는 벨소리였다.
저벅저벅 걸어가 휴대폰을 집어 든 김현철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래도 김종길이 이 자식은 의리가 있구만.”
“중부 국세청장입니까?”
통화버튼을 누른 김현철이 태연한 척 전화를 받았다.
“어. 그래 종길이. 뉴스 보고 연락했나? 그거 다 거짓······.”
[도, 도지사님. 큰일 났습니다.]불길한 느낌에 김현철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
[지, 지금 검찰에서 압수 수색이 들어왔습니다.]“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근데 너 설마···.”
얼굴이 창백해진 김현철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랑 관련된 건···. 다 지웠지?”
[아, 아마 포렌식하면 나오긴 할······.]“야이 미친새끼야!”
벼락과 같은 고성에 옆에 있던 최원우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걸 왜 거기에다가 가지고 있어! 내가 별도로 보관하라고 했잖아!”
[시, 실수로 잠깐 옮겼다가···. 다 지우긴 했는데 갑자기 검찰에서 들이닥쳐서······.]정신이 불안정한 듯 김종길이 횡설수설하며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어, 어디까지 넘어갔어? 설마 장부까지 털린 건 아니지?”
[장…부는 물론 녹취까지…]“녹취? 무슨 녹취?”
[보, 보험 삼아 녹취해놓은게 있는데 그게…]“서, 설마 나랑 통화했던 거 말하는 거야?”
[…………]“야이 미친 새끼야!!”
콰직.
이번에는 제대로 내리꽂힌 휴대폰이 개박살이 나며 파편들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허억허억.”
텅빈 동공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던 김현철이 비틀거리며 소파에 주저앉았다.
“도, 도지사님 괜찮으십니까?”
“물···. 물 가져와.”
“네.”
최원우가 가져온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킨 김현철이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렸다.
“하루아침에 이게 무슨 일이야. 흐흐.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냐고? 나 김현철이가 이대로 죽을 것 같아? 개새끼들.”
현실을 부정하듯 김현철이 연신 헛웃음을 터트렸다.
띠리리리리
또다시 울리는 벨소리.
이번에는 최원우의 휴대폰이었다.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최원우를 보며 김현철이 말했다.
“받아봐. 중요한 정보일 수 있잖아.”
“옙.”
혼이 쏙 빨린 최원우가 발신자도 확인하지 않고 곧장 전화를 받았다.
“최원우입니다.”
[어? 되게 정신없으실 줄 알았는데 목소리는 괜찮네요?]“누, 누구?”
[와. 벌써 제 목소리도 까먹었어요?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질 대들보라고 치켜세워 줄 땐 언제고. 이거 서운한데요?]그제야 누군지 감이 온 최원우가 눈가를 찌푸렸다.
“송…대운?”
[뭐? 누구라고?]짜증 섞인 김현철의 물음에 최원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 왜 있지 않습니까? 스프라우트 인베스트먼트에 송대운이라고.”
“아. 그 애송이가 왜?”
“도지사님께 할 말이 있다고···.”
[허. 이제는 개나 소나···. 어쩌다 김현철이 신세가 이렇게 된 건지 참.]잠깐 고민하던 김현철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스피커폰으로 돌려봐!”
“옙.”
“나 김현철이야. 지금 너랑 노닥거릴······.”
[제가 보낸 선물 보따리는 잘 받았어요?]“뭐?”
소파에 마주 앉은 김현철과 최원우의 눈이 동시에 맞부딪혔다.
***
대표실 소파에 앉아 봇물 터지듯 쏟아 나오는 기사를 확인한 내 입가에 조소가 그려졌다.
“아주 그냥 제대로 보내버리기로 작정했나 보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을 때 내가 당한 일과 주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아주 일목요연하게 설명했고, 더불어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동안 수집한 자료까지 친히 건네줬으니.
“상철이형테 통 크게 쏴야겠네.”
새싹 보육원까지 피해를 봤다는 소식에 격한 분노를 터트린 자칭 의리의 사나이 상철이형은 자신의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자료 수집에 나섰고, 비록 그들의 목줄을 단칼에 끊어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데미지를 입힐만한 증거를 확보하여 내게 건넸다.
“그런 거 보면 상철이형도 진짜 능력자란 말이지. 그런 건 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매번 느끼는 거지만 상철이형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능력이 좋은 스토커···. 아니, 탐정이었다.
거의 강탈 당하다시피 돈을 뜯긴 기업인은 물론, 사특한 목적을 가지고 검은 봉투를 건넨 이들까지 싹 털어 유의미한 증거를 야무지게도 캐내 왔다.
그 과정까지는 세세하게 듣지 못했지만 짧은 시간 이뤄낸 성과치고는 일선 형사 못지않은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앞으로 야매 탐정이라고 그만 놀려야겠다.”
그렇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속으로 하고선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받았으면 돌려주는 미덕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원우입니다.]“어? 되게 정신없으실 줄 알았는데 목소리는 괜찮네요?”
누가 들어도 무슨 일 생겼음을 직감할 수 있는 축 처진 목소리였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곧이어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김현철이야. 지금 너랑 노닥거릴······.]“제가 보낸 선물 보따리는 잘 받았어요?”
[뭐?]“생각보다 다들 상태가 좋으시네. 초상집 분위기일 줄 알았더니.”
아우. 짜릿해.
유치하지만 역시 받은 만큼 갚아주는 것처럼 개운한 것도 없었다.
[…….서, 설마 네놈 짓이냐?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네까짓 게 뭐라고 청와대를 움직여.]“일개 소시민이 그럴 힘이 어딨습니까? 대신 빈사르 왕세자님과는 친분이 좀 있죠.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너 따위가 어떻게 그런 인물과···?]“함께 전장을 휩쓸고 다닌 전우입니다. 전우.”
[…………?]비록 전화통화였지만 지금 두 사람의 표정이 어떠할지 생생히 그려졌다.
“뭐 어찌 됐건 그동안에 쌓으신 업보 잘 청산 받으시고요. 또 볼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너튜브라도 하시게 되면 제가 슈퍼챗 후원 정도는 해드릴게요. 그럼 이만.”
[자, 잠깐! 송대······.]뚝
“아이 시원해. 어후 개운해. 아이고 산뜻해.”
소파에서 일어나 두 팔을 쭉 펴고 진하게 스트레칭을 했다.
어쩐지 명치 부근에 탄산을 부은듯한 청명함이 느껴졌다.
“상철이형 불러서 고기나 사 먹여야겠다. 룰루루”
그렇게 나는 절로 나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무실 밖을 빠져나갔다.
***
다음 날.
[BUKSAN SOLAR]새로운 황금빛의 주인공 ‘북산솔라’ 이상일 대표를 만나기 위해 시흥으로 향했다.
북산 그룹 내에서 미운오리새끼를 담당하고 있는 그에게 대체 뭐가 있어서 황금빛이 터져 나온건지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