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어쩌다 보게 된 면접에서 생긴 일
어색한 적막.
대회의실 안에는 나와 임원으로 보이는 면접관 3인만이 남게 됐다.
방금 담배를 태우고 온 것인지 특유의 니코틴 쩐내가 내 코로 훅 치밀었다.
U자형 테이블 한가운데에 뻘쭘히 앉은 나는 면접관 면면을 유심히 살폈다.
조금 전 최진아 대리가 팀장이라고 부른 남자는 정황상 인사팀장인듯 싶었는데 서글서글하니 무난한 인상이었다.
문제는 나머지 두 사람이었는데 한 사람은 풍채가 무척이나 비대했고, 한 명은 극단적일 정도로 깡마른 체형이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두 사람 모두 눈꼬리가 올라가 있는 반면, 입꼬리는 축 쳐져 있다는 점이었는데 내가 썩 좋아하는 인상은 아니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한 사람은 욕심 많은 메기 같았고, 다른 한 사람은 자벌레와 비슷한 이미지였다.
“뭐야? 지원서가 왜 없어?”
“너무 이른 시간에 와서 아직 세팅이 안됐나 봅니다.”
“이런 건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거참. 요즘 인사팀 많이 널널한가봐 정 팀장?”
“죄송합니다 전무님.”
메기 전무가 압박하자 인사팀장이 쩔쩔매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자벌레가 한마디 거들었다.
“요즘 연말정산이다 뭐다 해서 바쁘지 않겠습니까? 너그러우신 전무님이 이해하시죠.”
“에잉. 최 이사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탈이야.”
자벌레는 이사 직책을 달고 있는듯했다.
“뭐. 그냥 얘기나 나눠보지. 간단히 자기소개 한번 해봐.”
“서울사는 서른 살 송대운입니다.“
벙찐 세 면접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간단히 하라고 해서 간단히 했을 뿐인데 왜 저럴까?
“그게 끝이야? 그리고 서울? 너무 먼거 아냐? 학교는 어디까지 나왔어?”
“한영대 경영학과 졸업 예정입니다.”
내 말에 면접관들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한영대···? 한윤대 아니고 진짜 한영대야?”
“네. 왕십리에 있는 한영대 맞습니다만.”
“흐음···. 학벌이 너무 좋아도 곤란한데.”
학벌이 괜찮으면 좋은거지 뭐가 문제라는 걸까?
“좀 배웠다는 놈들은 영 끈기가 부족해서 금방 도망가버리거든. 자네도 그럴건가?”
내가 이 회사 대주주인데 도망가긴 어딜 도망가.
더구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황금빛까지 봤는데.
“그럴 일 없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내 대답에도 메기 전무는 영 못 미덥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면접때는 자신 있게 말했다가 꼭 붙여 놓으면 다 도망가던데···.”
이래도 지랄, 저래도 지랄, 뭐 어쩌란 말인지.
어째 면접관으로서는 영 소양이 부족해 보이는 메기 전무였다.
진짜 임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우리 회사가 뭐 하는 회산지는 알지?”
이번에는 자벌레 이사의 질문이었다.
“태양광 모듈 제조 회사입니다.”
“그게 끝이야?”
“뭐···. 북산 계열사라는 거 정도요?”
“그건 잘 아네. 아무튼, 요즘 젊은 애들 너무 대기업만 찾아서 문제야. 막상 힘들게 대기업 가도 기계 부품처럼 쓰이다가 버려진다는 것도 모르고 쯧쯧.”
메기 전무 못지않게 자벌레 이사도 제법 만만치 않은 포스를 풍겼다.
“그래도 우리 회사 식당 아줌마가 본사 구내식당 못지않게 음식솜씨는 좋아. 안 그래? 껄껄껄.”
저걸 개그라고 친건지 아니면, 진지하게 하는 말인지 순간 헷갈렸다.
“우리 회사에 일하고 있는 직원 숫자가 몇인 줄 아나? 정확하게.”
“모릅니다.”
“회사 창립연도는?”
“모릅니다.”
“2년 전 우리 회사 년 매출이 어떻게 되나?”
“좋지 못하다고 들었습니다.”
칼 같은 내 답변에 면접관들의 얼굴에 황당이 깃들었다.
“어째 면접 본다는 사람이 회사에 대해 아는 게 하나가 없고만.”
그런 것까지 내가 어떻게 알아 이 양반아.
별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이 자꾸 들어오니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올 뻔했다.
안면근육에 힘을 잔뜩 주어 올라가는 입꼬리를 가까스로 내려 앉혔다.
“취미랑 특기는 뭔가?”
“취미는 집고양이랑 놀아주는 거고, 특기는 게임입니다.”
“무슨 취미랑 특기가 그래? 혹시 등산 좋아하나?”
“좋아하지 않습니다.”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했다.
차라리 근처 한강 변에서 뜀박질 하는 게 낫지.
“회사 들어오면 좋아하게 될 거야. 등산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못 헤어나온다고.”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라 단언할 수 있었다.
이후부터는 정말 의미 없는 질문들의 향연이었다.
“자네가 우리 회사에 들어오게 되면 다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거야.”
딱히 이뤄놓은 게 없으니 이제부터 널 갈아서 이루겠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그 뭣이야 MZ인가 뭔가 하는 애들이 말하는 꼰대 회사가 아니라고, 껄껄껄 우리처럼 직원의 창의성을 중시하는 곳도 없어. 안 그래 최 이사?”
방법은 상관없으니 어떻게든 결과만 내라는 말이었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야. 자네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걸세.”
온갖 잡무를 도맡아 시키겠다는 말이었다.
어쩌다 보게된 면접이었지만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알 수 있었다.
메기와 자벌레, 이 두 사람은 악성 꼰대 그 자체이며 회사 발전에 그다지 유익해 보이진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나저나 대표는 언제 오는 거야?”
인상을 팍 구긴 메기 전무가 인사팀장에게 닦달하듯 물었다.
“방금 문자 왔는데 이제 곧 오신답니다.”
“참나. 누가 보면 회사 일은 본인 혼자 다 하는 줄 알겠네.”
작게 궁시렁 거리는 말이었지만 내 귀에는 또렷하게 들렸다.
대표이사에게 하는 말치고는 상당히 불손한 언행이 아닐 수 없었다.
메기 전무가 대표에게 상당한 반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제일 중요한 걸 안 물어봤구먼. 아버님은 뭐하시고?”
대단한 걸 떠올렸다는 듯 손뼉을 한번 친 메기 전무가 나를 보며 물었다.
그게 중요한 거였어?
면접에서 대체 가족관계는 왜 물어보는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어디까지 가나 한번 보자.’
이제는 궁금할 지경이었다.
만약 내가 아닌 진짜 취업준비생이 여기 앉아있었다면 똑같은 질문을 받았겠지?
경영에 관여할 생각은 딱히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묵과할 생각은 없었다.
“안 계십니다.”
“뭐?”
세 면접관이 흠칫하며 나를 쳐다봤지만 각자 눈빛에 담긴 의미가 전혀 달라 보였다.
인사팀장이라는 사람은 미안한 기색이 엿보였고, 자벌레 이사는 그냥 ‘없구나’ 정도로 무감정했다.
마지막으로 메기 전무는 대놓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주 다채로운 반응이었다.
“그럼 홀어머니 밑에서 큰 거야?”
“아뇨. 어머니도 안 계십니다.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보육원? 쓰읍···. 그럼 고아란 얘기잖아. 이거 곤란한데?”
순수한 궁금증이 들어 메기 전무에게 물었다.
“뭐가 곤란하다는 거죠?”
“살아는 계신 거야? 돌아 가신 거야?”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릅니다. 워낙 어릴 때 버려져서.”
“허. 그럼 천애 고아인 거네? 쓰읍···. 그런 애들은 어떻게든 티가 나는 법인데.”
무슨 티가 난다는 걸까?
고아라고 마빡에 써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보통 드라마나 영화 보면 그런 애들이 막 사람도 죽이고 그러지 않나? 자네 혹시 전과는 없지?”
이야. 내가 고아라는 게 밝혀지자 어떤 리미트가 해제된 듯했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폐부를 찔러대니 말이다.
아마 내가 아닌 다른 이였다면 울면서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았을까?
명경지수와 같이 잔잔한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킬 정도의 엄청난 인신공격이 연이어 들어왔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습니다만. 근데 여기는 면접에서 이런 것도 물어봅니까?”
하지만 내 말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메기 전무와 자벌레 이사가 자기들끼리 쑥덕거렸다. 물론 내 귀에 다 들릴 정도로.
“오히려 더 괜찮지 않을까요 전무님? 말이 보육원이지 사실상 군대랑 다를 바 없거든요. 집단생활을 하다 보니 규율도 되게 엄격하고 애들이 독기도 있고 그러니깐 회사에도 오래 붙어있지 않겠습니까?”
“으흠···. 그런가?”
“원래 잃을 게 없는 애들이 무서운 거라고 학벌도 나쁘지 않잖습니까?”
“쓰읍. 그래도 뭔가 찝찝한데···.”
당사자를 앞에 두고 자기들끼리 무슨 가축 품평하듯 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아주 가관이었다.
이쯤 되니 저 두 사람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졌다.
“근데 전무님이랑 이사님은 원래 이 회사 출신입니까?”
허! 거참 당돌한 놈일세. 면접 보러 온 놈이 면접관에게 그런 질문을 해?
“하하. 요즘 젊은 애들이 당돌하지 않습니까? 저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요.”
“난 당돌한 놈보다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놈이 더 좋아. 근데 그건 왜 묻는 건가?”
“왠지 여기 회사 출신은 아니신 거 같아서요.”
딱 봐도 근면,성실,정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관상이었기에 묻는 말이었다.
내 물음에 두 사람은 기분 좋다는 듯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래 보이나? 눈칫밥을 먹고 자라서 그런가? 제법 눈썰미가 있구만. 내가 말이야 북산그룹 본사 상무 출신이야. 여기 옆에 최 이사는 부장 출신이고.”
퍽이나 자랑스러운 듯 거드름 피우는 꼴이 웃음만 나온다.
“근데 왜 여기에···?”
“쯧, 자네도 회사 들어오면 라인 잘 골라 타야 해. 괜히 썩은 동아줄 잘못 탔다가 내 꼴 나지 말고.”
뭔가 사연이 있는 듯 메기 전무가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자벌레 이사가 기다렸다는 듯 그를 변호했다.
“그래도 전무님 정도 되니깐 회사에서도 대우해줘서 여기라도 왔지 남들 갔었으면 그냥 바로 퇴직 처리 됐을 겁니다.”
“그런가?”
자벌레 이사의 말에 얼굴이 다소 풀린 메기 전무가 이내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그의 어깨를 툭툭 내리쳤다.
“하긴. 딴 놈 같았으면 바로 나가리였지. 두고 봐. 조만간 다시 본사로 복귀할 테니까. 어제도 회장님하고 전화 통화했다고. 이제 조만간이야.”
“오오. 정말입니까? 역시 전무님! 올라가실 때 저 잊으시면 안 됩니다?”
“껄껄 내가 오른팔 두고 어디를 가겠나? 우린 한 팀이야. 최이사 없으면 나도 많이 곤란하다고.”
“제 진심을 알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얼씨구. 지들끼리 사극 찍고 난리났다.
이건 뭐 소위 말하는 좆소기업보다 더 엉망진창이지 않은가.
무엇보다 메기 전무가 언급한 회장님은 내가 잘 아는 회장님 같은데···.
“회장님이라면 혹시 이승환 회장님 말씀입니까?
“그래. 이승환 회장. 그 꼬장꼬장한 양반한테 말 한번 붙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자네는 모르지? 보통 사람은 회장님 앞에만 가도 뱀 앞에 선 쥐새끼마냥 꽁꽁 얼어붙는다고. 나 정도 되니깐 그나마 얘기라도 하는 거야.”
저 메기 전무는 모를 것이다. 그렇게 무서워하는 이 회장님이 날이면 날마다 내게 연락하여 장기한판 두자고 투정 부린다는 사실은.
“저도 먼발치에서 뵌 적 있었는데 포스가 어찌나 대단하시던지 절로 주눅이 들더라고요.”
“그런 양반이 나 이광희를 인정했다는 거 아니야.”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자기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돌연 메기 전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근데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지만 자네 합격은 좀 힘들 거야.”
“왜요?”
괜히 억울했다.
이제껏 욕 같지 않은 욕만 실컷 얻어먹다가 갑자기 탈락통보라니,
“출신이 걸리기도 하고 관상도 영···. 좀 그래. 예전에 이 회장 그 양반이 관상을 그리도 중요시했다고. 아마 회장님이 자네를 봤으면 두 번 볼 것도 없이······.”
끼익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며 투박하게 생긴 50대 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아이고 대표님. 바쁘신데 굳이 이런 자리까지 나오셨습니까?”
아까는 대표 욕도 서슴없이 하더니 태세전환이 수준급이다.
“아무리 바빠도 새 식구 뽑는 자린데 무조건 나와봐야죠. 여기 이 친군가요?”
메기 전무 옆자리에 앉은 이상일 대표가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다가 이내 서서히 턱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 아니. 송 대표님이 왜 여기 앉아계십니까?”
경악한 이상일 대표를 보며 메기와 자벌레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와 이 대표를 번갈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