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16)
16화 금 수익률이 원래 이 정도까지 나오나요?
종목명 / 평가손익(원) / 잔고수량 / 매입가
금99.99K / 2,788,887,042 / 135,478 / 59,050
구분 / 수익률 / 평가금액(원) / 현재가
현금 / 35.21% / 10,788,887,042 / 79,840
“이, 이게 언제 이렇게 됐지?”
분명 두 달 전만 해도 9% 정도였던 수익률이 어느새 35%라는 말도 안 되는 수익률로 바뀌어있었다.
80억이라는 돈을 투자해서 내가 거둔 순이익은 약 28억.
3개월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벌어들인 돈이었다.
“세상에···.”
연신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현금성 자산만 108억에, 보육원 부지를 매입한 땅이 10억, 오피스텔 20억 하면 총자산이···.”
차 떼고 포 떼면 대략 136억원 정도였다.
100억 원에서 출발하여 근 1년 만에 40% 가까이 오른 것이었다.
“황금빛이 내 인생의 동아줄이구나.”
새삼 황금빛에 대한 신뢰가 더욱 굳건해지는 것을 느끼며 김선기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김 주임님? 미팅 끝나셨나요?”
[네! 이제 막 끝났습니다. 확인해 보셨어요?”“네 확인했습니다. 근데 금 수익률이 원래 이 정도까지 나오나요?”
[그럴 리가요. 괜히 안전자산에 속하는 게 아니죠. 그만큼 등락 폭이 크지 않은 게 금이라는 자산인데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여기저기에서 전쟁 소식이 들리면서 돈들이 무섭게 금쪽으로 몰리고 있어요.]“이거 지금 팔아도 문제없겠죠?”
[괜찮으시겠어요? 더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이 정도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잖아요. 이 광풍이 어디까지 갈지도 모르는 거고.”
[송 사장님은···. 대단하시네요. ‘탐욕’이란 놈을 컨트롤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건데.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하하하. 부끄럽네요. 혹시 따로 내야 하는 세금 같은 게 있나요?”
[아니요. 금 ETF나 펀드였다면 배당소득세 15.4%가 원천징수 되는데, KRX 금 거래소는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가 됩니다. 0.3% 정도 되는 매매 수수료만 나갈 거예요.]“그거 좋네요. 알겠습니다. 조만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다시 한번 축하드리겠습니다.]통화를 끊은 나는 곧장 보유한 금을 전량 매도처리 했다.
매도한 수익금을 현금화하려면 족히 3일은 걸릴 터.
“건물을 하나 사야겠어.”
이 큰돈을 예금 통장에만 넣어 놓는 건 너무 아까웠다.
괜찮은 상가 건물을 하나 매입하여 현금 흐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장 ‘남녀칠세 부동산’ 김정남 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소장님. 지금 전화되세요?”
[그럼요! 송 사장님 전화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받아야지요.]노골적인 아부성 발언이었지만 이상하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이런 것도 재능의 영역인걸까?
“다름이 아니라 여윳돈이 좀 생겨서 건물을 하나 매입하려고요.”
[아! 혹시 찾으시는 건물이 어떤 종류인지요?]“수익형 부동산이요. 세를 받아서 현금흐름을 만들고 싶습니다.”
[예산은 어느 정도 생각하시는지요?]“흐음···.”
턱을 긁적이며 잠깐 고민하던 나는 생각한 금액을 내뱉었다.
“50~60억 정도면 딱 적당할 것 같네요.”
[그···. 정도면 꼬마 빌딩 하나 정도는 충분히 매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생각보다 큰 금액에 김정남이 헛바람을 삼켰지만, 프로답게 금세 목소리를 정돈하고 침착하게 물었다.
[원하시는 지역은 따로 있으십니까?]“그런 건 없는데 무조건 번화가 쪽이면 좋겠습니다. 김 소장님이 리스트 한번 뽑아주세요. 날 잡고 같이 임장 한번 다니시죠.”
[어후 그럼요. 기가 막힌 매물들로 리스트업 해놓고 연락드리겠습니다.]“네. 잘 좀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학생들이 들락날락하는 도서관 로비에서 28억 원의 수익을 실현하고, 60억 원의 건물 매입 오더를 내린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사람 구경을 시작했다.
“대운 오빠!”
저 멀리서 여학생 하나가 방정맞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오밀조밀한 귀여운 이목구비, 체구는 작았지만, 비율이 좋아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아담한 체형의 여학생이었다.
오티에서 처음 만나 지금은 무척이나 친해진 김주희였다.
꽃무늬 원피스 치맛자락이 하늘하늘 흩날리자 뭇 남학생들의 시선이 순간 주희에게 확 쏠렸다.
주변 남자들이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게 느껴졌다.
‘겉모습에 속지 말게 이놈들아.’
귀엽고 청순한 이미지와 다르게 주희는 꽤나 왈가닥 적인 면이 있었다.
“왜 이렇게 늦어 인마! 배고파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헤헤헤. 미안미안요. 교수님이 한마디만 하신다더니 그 한마디가 일장 연설이 될 줄 몰랐어요오.”
옆자리에 앉은 주희가 내 등을 툭툭 두드리며 주변을 살폈다.
“유진 언니랑 가행이 오빠는 아직 안 왔어요?”
“그것들도 금방 올 것처럼 말하더니 좀 전에 출발···. 양반은 못되겠네. 저기 온다.”
저 멀리서 두 남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헥헥. 형 죄송해요. 아오. 유진이 얘 때문에.”
“지랄하지마. 네가 괜히 오지랖 부려서 늦은 거잖아.”
오자마자 투닥거리는 가행이와 유진이는 동갑내기 친구로 항상 볼 때마다 으르렁거리며 싸워댔다.
그러다 중요한 순간에는 서로 챙겨주는 모습도 있어서 원수인지 절친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어찌 됐건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녀석들이었다.
“시끄럽고!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가자. 지금 시간이···.”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12시 20분. 다음 수업은 2시.
서두르면 밥 먹고 카페에서 수다까지 떨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근처 부대찌개 집에서 거하게 식사를 마친 우리는 아지트로 쓰고 있는 단골 카페로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을 손에 들고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긴 채 축 늘어진 우리 네 사람.
“하아···. 학교 수업 따라가기 왜 이렇게 빡세냐.”
이가행의 푸념에 유진이와 주희도 수긍하듯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애들 수준이 높아···. 전 학교에서는 조금만 해도 A+은 따놓은 당상이었는데 여기는 다들 열심히 하니깐 따라가기 좀 벅차네.”
“흐흐흐. 그래도 좋지 않아? 그런 애들 사이에 당당히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게.”
“좋긴 좋지. 나 학생증 나왔을 때 계속 지갑에서 꺼냈다 뺐다 했다니깐. 지금은 쳐다도 안 보지만.”
그렇게 우리 네 사람은 온갖 잡다한 수다를 떨어대며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은 영양가 없는 잡담에 불과했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즐거웠다.
“인적자원관리 수업 들어가기 무섭다.”
“그러니깐. 민 교수님이 진짜 너무 빡빡하셔. 점수도 엄청 짜게 주는 거로 유명하다던데.”
인적자원관리는 우리 네 사람이 다 같이 듣는 수업이었다.
“전공과목이라 피해갈 수도 없고. 하아.”
“오늘 팀 과제 공지할 거라고, 팀 할 사람들은 미리 짜놓으라고 했잖아. 우리 넷이서 한 팀 할 거지?”
유진이의 말에 가행이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편입생의 저력을 보여주자고.”
“하아···.”
그때 주희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웬 한숨? 주희 너는 따로 팀 구했어? 그러면 굳이 우리랑 안 해도 돼. 진짜루.”
가행이의 말에 당황한 주희가 격하게 손사래를 쳤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한숨인듯했다.
“무, 무슨 소리에요. 난 당연히 언니 오빠들이랑 팀이지.”
“근데 왜 땅이 꺼져라 한숨이야? 무슨 일 있어?”
“하아···. 사실은···.”
주희의 말은 이랬다.
인적자원관리 수업을 듣는 남자 하나가 언제부턴가 친한척하며 다가오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팀 과제를 같이 하자고 끊임없이 치근덕거린다는 것이었다.
“그럴 땐 단호하게 거절해야지.”
“거절했죠! 그런데 포기를 안 해요. 자기 팀에 들어오기만 하면 아무것도 안 해도 무조건 A+ 맞게 준다고 계속 헛소리를 해대서 짜증나 죽겠어요오.”
“미친놈이네 그거. 뭐 하는 놈이야?”
“몰라요. 자기 아빠가 어디 사장인데 어떤 과제든 다 알아서 해줄 수 있다나 어쨌다나. 으으···. 아무튼 좀 이상해요.”
하얗고 동그란 이마를 찌푸리며 주희가 진저리를 쳤다.
“참나. 아빠가 사장이지 지가 사장이야? 웃기는 놈이네.”
의문의 치근덕 남(男)에게 한바탕 욕을 쏟아부자 시간은 어느새 두 시에 가까워졌고, 우리는 수업을 위해 자리를 떴다.
*
경영관 201호.
웅성웅성
아직 교수가 들어오기 전이라 그런지 학생들 떠드는 소리로 강의실이 떠들썩했다.
드르르륵
이내 문이 열리며 가느다란 은테 안경에 단정한 포마드 스타일의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인적자원관리 민동원 교수였다.
날카로운 눈매와 냉막한 분위기에 시끌벅적했던 강의실엔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성격이 까칠했고, 시험이든 과제든 극악한 난이도로 내면서, 학점까지 짜게 주는 걸로 유명해서 학생들 사이에선 ‘민승사자’로 불렸다.
“출석 부르겠습니다.”
서늘한 음성과 함께 출석 체크가 이어졌고, 곧장 수업이 시작됐다.
비록 악명은 높았지만, 민동원 교수의 강의력은 무척 훌륭한 편이었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도 있었지만 실제 기업 사례를 갖다 대며 강의를 했기에 집중이 잘 되는 편이었다.
한참 강의에 몰두하던 민동원 교수가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 살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는걸로 하고. 팀 과제에 대해 공지하겠습니다. 팀 구성은 최소 4인에서 최대 5인. 원하는 팀원이 있으면 우선 팀을 구성하되, 혹여 팀을 못 구한 분들은 제가 임의로 구성하겠습니다.”
그때 남학생 하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교수님. 과제 내용은 뭔가요?”
“학생은 성격이 급하시네요. 지금 말하려 했습니다만.”
“죄, 죄송합니다.”
민망했던지 머리를 긁적인 남자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과목명이 ‘인적자원관리’인만큼 회사마다 직원들을 위한 여러 복지와 처우가 있을 겁니다. 각 팀은 회사 하나를 선정하여 그곳에 어떤 복지와 처우가 존재하는지. 또 그러한 것들이 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자료를 만들어 발표하시면 됩니다.”
웅성웅성
“쉬운 것 같은데?”
“그러게. 요새 인터넷만 쳐도 그런 것들은 쭉 나오잖아.”
학생들의 속삭임을 들은 것일까?
민동원 교수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을 덧붙였다.
“평가요소는 ‘적극성’과 ‘신뢰성’을 가장 우선시 할 겁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은 아무래도 신뢰성이 떨어지겠죠.”
“교수님! 그러면 그 회사에 직접 찾아가란 말씀입니까?”
누군가의 용기 있는 질문에 민동원 교수가 무표정하게 답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네요.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든, ‘전화통화’를 하든 그건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 저는 그저 결과물만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참고로 이번 과제는 제가 여러분께 드릴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참고하시길.”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질문은 사양한다는 듯 민동원 교수가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그러자 막혀있던 뚝이 터지듯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오. 과제 엄청 빡세보이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못해도 인사팀 직원 정도는 만나야 하는 거 아냐?”
“야야. 나 아는 형이 지금 중견기업 인사팀에 있거든? 나랑 팀 할 사람?”
“오! 나 좀 데리고 가줘라. 형님. 제발.”
여기저기서 팀 만들어지는 소리가 들려오자 앞자리에 있던 가행이와 유진이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 네 명이서 팀 할 거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래야지. 주희는 괜찮아?”
“저야 너무 좋죠. 헤헤 언니 오빠들이라면 든든···.”
그때 주희의 뒤쪽으로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웠다.
“주희씨. 팀 아직 안 정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