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하룻강아지는 범 무서운지 모른다
“남편이 왜 없어?”
문신남의 팔을 ‘탁’ 쳐낸 나는 둘 사이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어우야. 문신 돼지 놈 덩치 때문에 좁다 좁아.
“넌 뭐야?”
갑작스러운 내 등장에 두 문신 돼지들이 얼빠진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 찾는 거 아니었어?”
그러면서 벙찐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김미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뭐야? 남편이 있었어?”
“그럼 없는 줄 알았냐?”
말이 이어질수록 문신남의 얼굴이 당황에서 분노로 바뀌어갔다.
“이거 제대로 또라이 새끼네. 말이 왜 이렇게 짧아?”
“너도 짧잖아. 이거 제대로 멍청한 새끼네?”
곧바로 받아치는 나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린 문신남.
“이런 시츄레이션···. 굉장히 신박하긴 한데. 너 나 누군지 모르지?”
“잘 알지 인마. 동네 양아치잖아. 아니면 반달인가?”
“이런 개좆같은 새끼가. 선을 씨게 넘네? 좋을 말로 할 때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빌어라. 그럼 내가 몇 대만 때리고 끝내줄게.”
나는 예전부터 이런 놈들을 극도로 혐오했다.
뒤룩뒤룩 찐 살과 난잡한 문신만 믿고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까부는 종자들.
이 문신 돼지들이 이 지역 깡패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어려서부터 반골 기질이 다분해서 이런 놈들 보면 오히려 전투력이 불타오르는 속성이 있었다.
잠자고 있던 전사의 심장이 오랜만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설마 건달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 에이. 제발 그건 아니라고 해주라. 내가 아는 진짜 건달들은 민간인 세계에 들어와서 이런 추잡한 짓거리 안 하거든? 그냥 양아치라고 해주면 안 될까?”
“이런 개새끼가! 형님! 저 새끼 그냥 제가 죽여버리겠습니다.”
또 다른 문신 덩어리가 고래고래 고함을 치자 가게 안에 남아있던 몇몇 손님들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빠져나갔다.
가게 사장은 혹시나 가게 시설물이 박살이라도 날까 봐 전전긍긍한 모습이었다.
형님 문신 돼지가 쓰윽 손을 들어 올렸다.
“앉아 있어 이 새끼야. 쪽팔리게 하지 말고.”
“죄송합니다 형님.”
형님 건달의 말에 동생 건달이 다소곳하게 자리에 앉았다.
“어후. 무서워라. 근데 건달이 막 민간인 패고 그래도 돼? 많이 바꼈네. 옛날엔 그래도 건달이 가오 하나로 죽고 살고 그랬는데.”
몰아치는 비아냥에 형님 건달이 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뽀얀 담배 연기를 내뿜은 문신 돼지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후우···. 너 뭐 믿고 이렇게 나대냐? 옆에 마누라 있다고 이러는 거야? 너 그러다 진짜 죽어.”
“우리 내기할까?”
“뭐?”
뜬금없는 내기 제안에 형님돼지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내기하자고. 내가 전화 한 통이면 네놈 모가지는 물론 네 조직까지 한방에 정리할 수 있거든? 아까 조직 이름이 북문파라고 했나?”
내 말에 서로를 쳐다본 문신 덩어리들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하. 철용아 내가 잘못 들었냐?”
“큭큭큭 아닙니다 형님. 저도 들었습니다. 이 새끼 이거. 방금 막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나 본데요?”
“내가 지금 미친놈하고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지 갑자기 현타가 오네.”
“그냥 몇 대 놔주고 자리 옮기시죠 형님?”
“어째 요즘 깡패들은 패기가 없냐? 쯧쯧쯧. 쫄았으면 쫄았다고 얘기하던가.”
“이 새끼가 진짜 뒤질라고!”
“너희도 머리란 걸 달고 다닌다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움찔
흉흉한 기세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두 문신 돼지들이 순간 멈칫했다.
“너희 같은 깡패들은 엄한 사람들 괴롭히는 걸로 먹고사는 놈들이잖아. 너희가 이런 개짓거리를 하면 보통은 ‘어이구. 죄송합니다’ 하면서 그냥 갔을거고. 그 시나리오 생각하고 지금도 이렇게 땡기 잡는 거 아냐. 안 그래?”
“…………..”
자고로 이런 놈들 상대할 땐 패기와 기세가 가장 중요하다.
놈들 머릿속에 ‘이 새끼 진짜 뭐가 있는 놈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여유를 보이는 것도 포인트였고.
물론 육탄전이 벌어져도 이런 육수 덩어리들한테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이 새끼는 뭔데 이렇게 당당하지? 혹시 잘못 건드린 거 아닌가? 이런 생각부터해야 정상인건데 너무 아무 생각 없어 보이길래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너···. 너가 뭔데?”
드디어 기세가 한풀 꺾인 깡패 놈들이 한발 뒤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면 페이스가 내 쪽으로 넘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아무한테나 이러다가 진짜 심하게 두들겨 맞을 수도 있으니 상대를 봐가면서 시도하자.
딱 봐도 깡패 중에서 급이 한참 낮아 보이는 놈들이었기에 이런 장난질도 통하는 것이었다.
“말로 해서 뭐하냐. 잠깐만 기다려봐.”
다리를 꼬며 한껏 거만한 자세로 등받이에 몸을 젖힌 나는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짧은 연결음이 울리고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나는 속사포처럼 준비된 멘트를 쏟아냈다.
“아이고. 우리 공사가 다망하신 수원지검의 자랑 이상철 부부장 검사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제가 급하게 부탁드릴 일이 좀 있는데요.”
[………………]수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이 흐른 후, 들려오는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
[아우님이 이 시간에 전화했을 정도면 무슨 일이 터지긴 했나 보구만. 그래. 무슨 일인가?]“거, 검사?”
깡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의 등장에 두 덩어리가 서로를 쳐다보며 당황을 금치 못했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수원에 북문파라고 아세요?”
[명색이 강력부 검사인데 모를 리가 있나? 요즘 법무부 장관님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으로 깡패와 마약은 공공의 적이라며 민생을 침해하는 깡패놈들 싸그리 조지라고 지시가 내려왔거든. 안 그래도 이놈들 한 번에 싹 쓸어버리려고 준비하고 있었네만···. 근데 무슨 일이야?]“아 그래요? 그거 잘됐네요.”
시선을 돌리자 사색이 된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문신 돼지 형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제가 지금 술자리에 있다가 우연히 민간인에게 행패를 부리는 북문파 깡패 두 놈을 만났거든요. 근데 이놈들 하는 말이 자기들은 법 따윈 무섭지도 않다면서 막 깽판 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형님한테 여쭤보는 게 맞는 거 같아서요.”
“지금 같이 듣고 있으니깐 직접 물어보실래요? 제가 말하면 말 안 해줄 것 같아서···.”
[호오? 듣고 있어? 야 이 새끼들아! 너희들 이름 뭐야? 너네 오야 김상춘이가 요즘 몸 사리라는 말 안 하디? 어디서 겁대가리 없이 설치고 있어!]“아, 아닙니다. 이게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행패 부리고 그런 게 아닙니다.”
[이 새끼들이 검사를 개좆으로 아나 보네? 어차피 가게 CCTV 싹 걷고 목격자 수배하면 다 나올걸 발뺌을 해? 깡패 새끼들이 왜 검사만 보면 학을 떼는지 잘 모르지?]“모, 모릅니다.”
[검사가 한번 눈깔 돌아서 조지면 어떤 판타스틱한 일이 벌어질 것 같냐? 환갑 전까지 빵에서 뺑뺑이 돌며 썩어볼래? 나 이상철는 속이 존나게 좁은 검사라서 너희 같은 새끼들 한번 조지겠다고 마음먹으면 진짜 영혼까지 털어드릴 수 있거든? 어때? 한번 보여줘?]“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군기 바짝 든 이병처럼 허리를 고쳐세우고 우렁차게 답하는 우리의 문신 덩어리들.
조금 전 온갖 허세로 뒤범벅 되어있던 행동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이것이 이들의 진정한 본모습이기도 했고.
[그냥 상춘이한테 전화나 한 통 넣을까? 오호. 그편이 더 낫겠네. 상춘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아마 똘마니놈들 쓸데없는 사고 치고 다니는 걸 텐데 말이야.]“헉! 제, 제발 그것만은.”
“자, 잘못했습니다!”
육수까지 뚝뚝 흘리며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엉덩이를 들썩이는 게 두목이 무섭긴 한가 보다.
[나도 너희 같은 조무래기들 잡아 쳐넣어봤자 인건비도 안 나와요. 그런데 내가 제일 아끼는 동생 일이라니까 내가 나서지 않을 수가 없네.]“형님. 제가 좀 있다가 다시 연락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그런데 저놈들이 우리 아우님에 대해 잘 모르는 모양이지? 알면 저렇게 행동 못할 텐데 말이야. 총장님도 아우님한테는 그렇게 대하지 못할 텐데 참 간땡이도 큰 놈들이야. 쯧쯧.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른다더니 불쌍할 지경이군. 아무튼, 연락 기다리고 있겠네.]“네 형님.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
뚝
올해의 연기대상은 우리 상철형이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공기는 어느새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흉흉한 분위기를 조성하던 문신 덩어리들은 어느새 세상 순한 눈망울로 양발을 모은 채 다소곳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대단하신 분을 몰라뵀습니다. 뭐해 이새끼야? 빨리 사과 안 드리고?”
“죄, 죄송합니다. 몰라뵀습니다.”
“태세전환이 빠르네. 왜? 검사랑 통화하니깐 죽어있던 현실 감각이 좀 깨어나? 저 양반 별명이 뭔지 모르지? 악어야 악어. 한번 물면 상대방이 찢어발겨 질 때까지 절대 놓질 않거든.”
“허업···.”
“그리고 나 말고 여기 앉아 있는 여자한테 먼저 사과해야지.”
“미, 미안하다. 아니, 미안합니다. 제가 술에 취해서 그만···.”
“저도 잘못했습니다. 몰라뵀습니다.”
온몸에 문신을 휘감은 거구의 남자들이 연신 고개를 조아리자 얼빠진 얼굴의 김미영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야 덩어리들.”
“네 형님?”
“누가 네 형님이야 새꺄. 보고만 있어도 더우니깐 빨리 꺼져. 아니면 나랑 같이 손잡고 검찰청 들어가던가.”
“아, 아닙니다. 수고하십시오!”
꼬리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꽁지 빠지게 줄행랑을 치는 문신 돼지를 바라보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 사람을 더 불렀다.
“거기 숨어있는 사장님? 그쪽도 여기로 와봐요.”
저 멀리서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사장이 화들짝 놀라 내 쪽으로 다가왔다.
“여기가 룸빵입니까? 왜 멀쩡히 홀서빙하는 직원한테 술 접대를 시킵니까? 원래 장사 그딴 식으로 해요?”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여기도 한번 싹 털어줘요? 딱 봐도 먼지 수두룩해 보이는구만.”
“허업···. 미, 미영아. 내가 말이 좀 심했다. 미안하다.”
“아. 네···.”
“하아···. 집나간 마누라 단도리 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나가자. 아. 그리고 미영이는 더 이상 여기서 일 안 합니다. 돈 후킹 칠 생각은 마시고. 오늘까지 일한 거는 필히 입금하세요.”
“물론입니다!”
김미영을 일으켜 세운 나는 그녀를 데리고 가게 밖으로 나와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후우. 이게 뭔 개고생이냐.”
얼떨결에 끌려 나온 김미영이 나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저···. 도와주신 건 감사한 데···. 대체 누구···.”
나는 의문으로 가득 찬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재철이 때문에 왔습니다. 재철이가 지금 매우 위급한 상황입니다.”
충격적인 소식에 그녀의 동그란 두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