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급히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
부담스럽게 왜 굳이 나를 총장실까지 부르는 걸까?
혹시 뭐 잘못한 건 없는지 곱씹어봐도 딱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저···. 혹시 무슨 일로?”
[허허.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일단 와서 설명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안 좋은 일은 아닙니다.]“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강 마리아 어머니와 이지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죄송해요 어머니. 지금 총장님이 부르셔서 잠깐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송구스러워하는 나를 보며 강 마리아 어머니가 자애로운 미소로 내 등을 두드려주셨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얼른 가보거라.”
그때 이지원이 강 마리아 어머니의 팔을 살포시 잡으며 내게 말했다.
“원장님은 제가 모시고 학교 구경 시켜드리고 있을게요.”
이런 날개 없는 천사를 보았나.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어머니를 모시고 학교 투어까지 시켜준다고 하니 절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고맙다 지원아. 금방 끝내고 돌아올 테니까 어머니 좀 부탁할게.”
그렇게 어머니를 지원이에게 잠깐 맡기고 곧장 총장실이 있는 본관으로 향했다.
***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총장실 내부 전경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열심히 대학 생활하면서도 총장실 방문은 처음이었는데 딱히 인상적인 건 없었다.
취향이 묻어나오는 원목 가구들과 각종 화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있는 인테리어는 그냥 누가 봐도 총장실 같았으니.
그런 것보다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온 반가운 인물이 있었다.
“이 회장님?”
“끌끌끌, 학사모가 제법 잘 어울리는구나.”
늘 입고 다니는 개량 한복이 아닌 깔끔한 정장을 갖춰 입은 이승환 회장님이 소파에 앉아 나를 바라봤다.
“멍청하니 거기에 서서 뭐하누? 어서 앉지 않고.”
이 회장님이 왜 총장실에 있는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아 잠깐 멍하니 서 있다가 부랴부랴 소파에 착석했다.
“회장님이 어떻게 총장님하고 같이···?”
“박 총장하고는 제법 안면이 있지. 괜히 분란 일어날까 싶어 네놈 얼굴이나 잠깐 보고 가려고 이렇게 불렀다.”
아마도 나름의 서프라이즈를 준비하신듯 싶었다.
“잘하셨어요. 연세도 있으신데 당연히 제가 가야죠. 아무튼, 축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쪼르르르
금테가 둘린 찻잔에 직접 내린 차 한잔을 내어 주시는 총장님.
현역 대학생 중에 총장님이 직접 우려주신 차를 마셔본 이는 아마 나밖에 없지 않을까?
“감사합니다 총장님.”
“하하하. 졸업 축하합니다 대운 학생. 소문은 정말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로군요.”
“이번에 대학민국인걸상 후보로 저를 추천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이제야 드리게 됐네요.”
내 인사치레에 박완 총장이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서 은근 이 회장님 눈치를 보는걸 보니 어지간히 이 회장님께 잘 보이고 싶으신가 보다.
“하하하. 학교의 명예를 드높인 인재를 추천한 건데 그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송대운 군은 우리 학교의 자랑입니다. 어떤 대학생이 학업을 병행하면서 그런 대단한 투자 성과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교직에 40년 이상 몸담았지만 그런 사례는 일찍이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내 생각보다 총장님은 나에 대해 아는 게 많은 것 같았다.
그러면서 슬쩍 이승환 회장님 쪽으로 시선을 돌린 박완 총장.
“북산의 미래가 참으로 든든하겠습니다. 이런 전도유망한 후계자를 두셨으니 말입니다.”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당최 이해가 안 되어 멀뚱히 총장님만 바라봤다.
그런데 더 이해가 안 가는 건 이 회장님의 반응이었다.
“떡 줄 놈만 그렇게 생각하면 뭐하나? 먹여 준다고 해도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는데.”
“하하하. 그만큼 겸손하다는 거지요.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박 총장은 예나 지금이나 교양있게 말하는 건 여전하구만. 사람이 변하질 않아.”
“교육자라는 사람이 쉽게 변해선 쓰겠습니까? 일관성만큼 중요한 교육자의 덕목도 없는 법이지요.”
“끌끌끌. 어찌 됐건 박 총장 눈엔 대운이 저놈이 우리 북산의 후계자로 제격이란 말이렷다?”
“그럼요. 이만한 인재가 어딨습니까? 어린 나이지만 믿을 수 없는 업적들을 많이 이뤘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북산의 후광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저는 여기서 크게 감탄했습니다. 온전히 본인의 능력만으로 성과를 보이라는 회장님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니까요. 그렇게 따지면 이 회장님이야말로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신념이 뚜렷하십니다.”
“불알 두 쪽 달고 태어나서 신념도 없이 살아가면 쭉정이밖에 더 되겠는가?”
“나이를 먹어가도 이 회장님께는 늘 배우는 입장입니다. 하하하.”
저기요? 지금 나 하나 두고 두 분이서 뭣들 하세요?
대충 눈치를 보아하니 총장님이 나를 북산 가(家) 사람으로 오해한듯싶은데 문제는 이 회장님도 그런 것처럼 호응한다는 것이었다.
“총장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제가 이 회장님과 남다른 사이인 건 맞습니다만 혈연은 아닙니다. 제 성이 송 씨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제가 알기론 이 회장님께서 굳이 장자 승계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착각한 겁니까 회장님?”
“끌끌끌. 잘 알고 있구만. 시대가 어느 시댄데 능력도 없는 놈한테 내 전부인 북산을 내어주겠나? 북산을 지금보다 더 크게 키울 깜냥이 있으면 그게 어떤 놈이든 상관없지. 암. 그렇고말고.”
“아이 참. 장난 그만치고 무슨 말이라도 해주세요. 총장님 오해하시지 않으십니까?”
“무슨 오해? 너도 충분히 우리 북산의 식구가 될 수 있지.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다.”
“그게 어떻게 됩니까? 다시 태어나기라도 해야 해요?”
“쯧쯧쯧. 백년손님은 가족 아니더냐?”
“네? 백년손님요?”
‘백년손님’이란 한평생을 두고 늘 어려운 손님으로 맞이한다는 뜻으로, ‘사위’를 이르는 말이 아니던가.
고로 ‘사위’라 함은···.
“거참. 지원이랑 저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니까 그러네요.”
“끌끌끌. 남녀가 유별한데 어떻게 될지 모르는게지. 그리고 그건 너의 일방적인 생각 아니더냐? 지원이도 그렇게 생각한다디?”
이 영감님 오늘 작정하고 오신 건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손녀사위 공격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그나저나 지원이는 어디 가고 네놈 혼자만 온 게야? 같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 원장 어머니가 오셔서 저 대신 학교 구경 좀 시켜주고 있어요.”
“음? 예비 시어머니한테 점수 한번 제대로 따겠구나. 껄껄껄. 애가 어릴 적부터 눈치가 남다르더니 역시 내 핏줄다워. 크헐헐헐.”
그게 또 왜 그렇게 연결되는 겁니까 회장님.
이제는 나를 놀리려는 건지, 진짜로 나를 저렇게 생각하는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나는 대화 주제를 돌릴 필요성을 느꼈다.
“근데 저한테 할 말 있다는 게 뭔가요 총장님?”
“아!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말씀드려서 죄송하긴 한데 학위 수여식이 시작되면 학생 대표로 간단한 기념사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기념사요? 이렇게 갑자기요?”
“당황스러운 입장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게 참···. 원래 기념사를 맡아주기로 했던 분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없이 넘어가긴 아쉬워서 제안만 드려보는 겁니다. 불편하시다면 굳이 안 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기념사라···.”
너무 갑작스럽긴 했지만 짧게 한마디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말 그대로 학생 입장으로 하는 기념사인데 거창하게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고.
대학 생활의 마지막인데 이 또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제가 졸업생을 대표해서 기념사를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할까요?”
“무슨 말씀입니까? 대한민국인걸상 수상자 출신에 적지 않은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벤처캐피탈 대표면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수준이죠.”
“그런가요?”
묵묵히 우리 대화를 경청하고 있던 이 회장님이 돌연 실소를 터트렸다.
“끌끌끌. 70년 가까이 살았어도 일찍이 네놈 같은 대학생은 본 적이 없다. 솔직히 네가 이뤄왔던 그 많은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보통의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더냐?”
“아마···. 없겠죠?
하긴, 내가 생각해도 지금 내 커리어는 평범한 대학생과는 거리가 한참 떨어져 있긴 했다.
“그럼···. 뭐 간단하게 한마디만 할게요. 그냥 넘기기엔 저도 아쉬우니깐···.”
“잘 생각하셨습니다. 아마 다른 졸업생들도 좋아할 겁니다.”
어쭙잖은 조언 따윈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다만···. 졸업을 하는 시점에서 내가 겪은 대학 생활을 돌아본 소회를 담담하게 얘기해 볼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갖고 싶은거나 한번 말해보거라.”
“갖고 싶은 거요?”
“명색이 졸업인데 내가 거한 선물 하나 정도는 챙겨줘야 하지 않겠느냐?”
“글쎄요···. 선물이라···.”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딱히 갖고 싶은 것도 없었다.
다만,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다면.
“갖고 싶은 건 없는데 원하는 건 있어요.”
“끌끌끌. 뭐든 말해보거라. 내가 웬만한 건 다 들어주마.”
건물 한 채 사달라고 해도 사줄 기세였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건강 검진 한번 받으시죠.”
“뭬야?”
전혀 예상 못 한 요구였던지 이 회장님의 허연 눈썹이 꿈틀했다.
“지원이한테 들었는데 올해 건강 검진 받는 거 거부하셨다면서요?”
“에잉···. 아무튼 계집애가 입은 싸가지고···.”
아마도 건강검진 받았다가 혹여 좋지 않은 소견이라도 받을까 싶어 겁이 나신 게 분명했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차라리 검사받지 않으면 모른 채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깐.
하지만 그런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동은 회장님께 결코 좋지 못했다.
“지원이가 할아버지 걱정 많이 해요. 요즘 통 기력이 없으신 거 같다고.”
“늙은이가 기력 없는 게 당연한 거지 그게 뭔 대수라고.”
투덜대긴 하지만 손녀가 걱정한다고 하니 내심 기분은 좋으신가 보다.
입꼬리는 움찔움찔하는걸 보니.
“저도 걱정 많이 돼요. 제 삶에 낙 중 하나가 회장님이랑 노는 건데 오래오래 장수하셔야죠.”
“그런 놈이 장기만 두자고 하면 냅다 줄행랑이렷다?”
“좋습니다. 만약 건강 검진받으시면 제가 송대운 무료 이용권 10회 쿠폰 발급해드릴게요.”
“으잉? 쿠폰?”
“네. 언제 어디서든 장기 두고 싶을 때 사용하시면 바로 날아갑니다. 어때요? 혹하지 않아요?”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린 이 회장님.
“웃긴 놈일세. 갖고 싶은 거 없냐고 물었더니 뚱딴지처럼 왜 내 건강 검진을 물고 넘어져?”
“제가 갖고 싶은 건 회장님이랑 오래오래 보면서 만들어갈 추억이니까요. 물질적인 건 필요 없어요. 제가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이도 아직 어린데 필요한 건 제가 돈 벌어서 사면 되죠. 그런 것보다 회장님 건강이 더 중요해요.”
잠깐 말이 없어진 이 회장님이 이내 실소를 터트렸다.
“네놈 엉뚱한 거야 하루 이틀 일이냐만은···. 정말 유별난 놈이로구나.”
나를 보며 혀를 차셨지만 내 눈엔 똑똑히 보였다.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려 앉히려고 꿈틀대는 안면 근육이.
하지만 진심이었다.
이 회장님을 친할아버지처럼 여기고 있기에 오래오래 뵙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건강이 최우선이었다.
“오냐. 그렇게 하마. 에잉···. 네놈 때문에 귀찮게 생겼구나.”
“건강 검진 끝나면 꼭 저한테 인증사진 보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쿠폰 발급돼요.”
“알겠다 이놈아! 껄껄껄. 천하의 이승환이한테 이런 어이없는 거래를 청하는 놈도 네놈 밖에 없을 게다.”
그래도 내심 기분은 좋으신 듯 이 회장님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던 바로 그때.
똑똑똑
누군가 노크를 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꽤나 다급해 보였다.
“초, 총장님. 급히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
“응? 무슨 일입니까?”
“저···. 좀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지금 종합 운동장에 헬기 착륙을 하게 해달라는 협조 요청이 왔습니다.”
“헬기···. 착륙이요? 아니 뜬금없이 그게 무슨···. 대체 누가요?”
황당해하는 박완 총장의 물음에 머뭇거리던 남자가 이게 맞나 하는 뉘앙스로 입을 열었다.
“그···. 청와대입니다. 탑승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빈사르 왕세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