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모든게 뒤집어 질 겁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앨런 대표의 다급한 호출에 나는 다음날 미국으로 출국하여 곧장 실리콘밸리로 향했다. 이제는 제법 제대로 된 구색을 갖추게 된 이지스 머터리얼즈는 규모 있는 연구동은 물론 별도의 사무동까지 갖춘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난 상태였다.
물론 당장 매출을 내지 못하는 이지스 머터리얼즈의 사업 구조상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꾸준한 내 후속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똑똑
대표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눈에 봐도 바빠 보이는 앨런 대표가 내가 들어온 것도 인지 못 하고 모니터만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었다.
중구난방으로 뻗친 머리와, 꾀죄죄한 몰골을 보아하니 며칠 집에도 안 들어가고 회사에만 있었던 게 분명해 보였다.
“큼큼. 앨런 대표님?”
큼지막한 헛기침 소리에 그제야 내 존재를 인식한 앨런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미안합니다 딜런. 오신 것도 몰랐군요.”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하아···. 요 며칠 집에도 못 들어갔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일단 앉으시죠.”
내가 자리에 앉자 냉장고에서 병 음료 하나를 가져다준 앨런이 맞은편에 쓰러지듯 털썩 주저앉았다.
옴폭 들어간 볼과 광대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을 보아하니 이건 뭐 툭 건드리면 당장 쓰러질 모양새였다.
“앨런. 일도 좋지만 건강이 우선입니다. 앨런이 하는 업은 마라톤 아닙니까? 단거리 선수처럼 행동하다간 큰일 날 수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사안이 워낙 중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절 다급히 부른 이유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처음이었다.
신사의 표본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늘 침착하고 차분한 앨런이 느닷없이 연락하여 다짜고짜 미국으로 와달라고 하다니.
처음 겪는 일에 나 역시 당황하여 앞뒤 다 제쳐두고 미국행 퍼스트클래스 비행기 표부터 끊어 하룻밤 만에 날아온 것이었다.
“이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드려야 할지 저도 정리가 잘 안 되는군요.”
“그냥 차분하게 처음부터 말씀해보세요. 어차피 시간은 많습니다.”
“후우···. 좋습니다. 우선 서두부터 말씀드리면 저희 연구진이 무언가를 만들어냈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설마? 그래플렌 개발에 성공한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것처럼 달아올랐던 흥분이 빠르게 식어갔다.
“아, 제가 너무 오바했군요. 그럼 어떤 유의미한 결과값이라도 얻은 겁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지난 3년간 딜런 덕분에 저희는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었고 몇 가지 성과는 얻을 수 있었지만···. 죄송스럽게도 상용화까지는 아직 요원합니다.”
축 처진 어깨와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앨런의 모습에 나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줬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애초에 쉽게 될 거라 생각한 적 없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들어간 돈이···.”
“돈 걱정은 제가 하는 겁니다. 앨런은 그냥 지금처럼 연구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겁니다.”
“딜런···. 당신은 정말···.”
눈가가 촉촉해진 앨런이 복잡한 감정들이 일렁이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그동안 나는 앨런에게 그야말로 헌신적일 정도의 지원을 퍼부었고, 성과에 대해 그 어떤 압박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무심한 사람일지라도 이 정도의 믿음과 신뢰를 보이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지금의 앨런은 아마 내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물론 이런 미친 짓의 기반에는 그에게 보았던 누구보다 찬란한 황금빛이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그나저나 그럼 저를 부른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 저 그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앨런이 자신의 책상에서 서류 한 뭉텅이와 요상하게 생긴 돌덩이 하나를 들고 왔다.
“이게 뭔가요?”
“설명하자면 좀 긴데 우선 자료부터 봐주시겠습니까?”
앨런의 주문대로 종이 뭉텅이를 들여다보니 무언가 복잡한 수식어와 기호들이 수도 없이 나열되어있었고, 각종 지표와 처음 보는 전문용어들로 뒤범벅되어있었다.
한마디로 봐도 모르겠다는 소리였다.
대충 통밥으로 보니 무언가를 만들었는데 그 특성이 자성을 띄고 있다는 말 같았다.
“이 돌멩이는 또 뭔가요?”
앨런 대표 손에 쥐어진 자그마한 돌덩이.
강가에서 흔히 볼 수 있을법한 누런색의 작은 돌멩이였다.
고놈 참 물수제비 던지면 잘 날아가게 생겼네.
“테트라테나이트라는 광석입니다. 주로 운석에서 발견되는 녀석이죠.”
“운석이요? 우주에서 날아오는 그 운석?”
“네 맞습니다. 뜨거웠던 운석이 천천히 식으면서 자성을 갖게 된 물질이죠. 운석에 섞여 있는 철과 니켈이 우주를 떠도는 오랜 기간동안 특정 순서로 배열되며 만들어지게 됩니다.”
“호오. 신기하네요. 그럼 이 테트라···. 뭐시기 하는 돌덩이는 대표님이 수집한 겁니까?”
뭐지? 자기 수집품 자랑이라도 하려고 하는 건가?
“아니요. 이건···. 저희가 우연히 만들어 낸 겁니다.”
“네? 만든 거라고요?”
우주에 떠도는 운석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냈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어떻게요···?”
“사실 이 테트라테나이트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려는 시도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철과 니켈 합금에 중성자를 쪼이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죠. 하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워낙 많은 비용이 들어 상용화는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네요.”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저희는 중성자를 쓰지 않고 이걸 만들어냈다는 거지요.”
나는 설명을 더 요하듯 앨런을 지긋이 바라봤다.
“저희가 다루는 주 소재가 탄소입니다. 그리고 철에 탄소를 더하면 강철의 자성이 줄어들죠. 그러나 탄소와 다른 원소가 포함된 아주 작은 나노 입자를 사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상하게 자성이 강해지더군요. 이에 호기심을 갖고 이런저런 파생적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자성을 띠는 물체에 대한 여러 실험을 해왔고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이런 게 튀어나온 겁니다. 처음엔 이게 뭔지 정확히 파악을 못 했는데 여러 검사를 통해 이것이 테트라테나이트와 같은 물질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다 알아듣지는 못하겠는데···. 그래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인 앨런이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핀 합성을 위해선 주로 니켈과 구리가 촉매로 많이 사용됩니다. 고온에서 탄소를 잘 빨아드리는 성질 때문이죠. 그러다 우연히 철과 니켈 합금에 인(P)을 합성했는데 이상한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이상한 현상이요?”
“인(P)은 동물의 뼈나 치아에도 들어있는 성분인데 처음에 백린을 썼을 때는 이런 현상이 발현되지 않았습니다. 아! 원자의 배열에 따라 적린, 흑린, 자린 등 다양한 동소체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성냥갑의 마찰 면에 사용되는 게 적린이죠. 백린같은 경우에는 백린탄이라는 끔찍한 무기의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백린탄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 있었다.
하늘에서 폭발하여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불꽃에 살이 닿으면 문지르거나 바닥에 굴러도 꺼지지 않으며, 심지어 물속에 들어가도 불타오르는 악마의 불이라고.
“아무튼, 원래라면 백린을 썼어야 했는데 수습 연구원이 실수로 흑린을 가져다 놓은 겁니다. 그걸 모르고 실험을 진행했고 여기서 인장 응력과 자기장까지 적용하자 평소와 다른 이상 현상이 발현됐습니다. 알 수 없는 작용이 철과 니켈 원자가 움직이는 속도를 어마어마하게 촉진시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인 앨런이 손에 든 노란 돌덩이를 들어 올렸다.
“바로 이 녀석이죠.”
나는 홀린 듯 그 노란 광석을 쳐다보며 앨런에게 물었다.
“테트라…테나이트가 흔한 물질은 아닌 거죠···?”
“물론입니다. 보통 운석에서 테트라테나이트가 만들어지려면 족히 수백만 년은 필요하니까요.”
“이거···.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걸린건가요?”
“연구 기간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만들어진 시간만 계산하면 5분이 채 안 될 겁니다.”
“맙소사···.”
그야말로 실수와 사고가 만들어낸 우연의 산물 그 자체가 아닌가.
“뭐···. 다 좋습니다. 연구를 하다 전혀 엉뚱한 이 녀석을 만들어냈다는 것까지는 이해했는데 이걸로 뭘 할 수 있는거죠?”
“테트라테나이트의 또 다른 별명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우주 자석’입니다.”
“우주 자석이요?”
“그렇습니다. 정밀한 실험을 해봐야겠지만 만약 이게 제 성능을 발휘한다면 희토류로 만든 영구자석을 대체할 수 있을 겁니다.”
순간 척추에서 전기가 찌릿 올라오는 느낌과 함께 온몸에서 전율이 일어났다.
설마 3년 전 내가 봤던 황금빛은 오늘의 이 상황을 위한 안배였던 것일까?
나는 당연히 그래플렌이라는 신소재 개발 때문에 황금빛이 발한 줄 알았건만···.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희토류로 만든 네오디뮴 자석은 영구자석 중에서도 에너지 지적이 가장 높으며 월등한 보자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2,500~5,000 gauss 정도의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다양한 형태와 사이즈로 제작 가능하죠. 때문에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두루 넓게 사용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테트라테나이트는···. 이 모든 특성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아니, 어떤 부분에서는 훨씬 월등합니다.”
“오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탄성이 새어 나오며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희토류 자석과 비교하면 제조 원가는 어떻습니까?”
“물론 초기 양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겠지만, 안정화만 된다면 크게 다르진 않을 겁니다.”
“훌륭하네요.”
“중요한 건 희토류에 비해 환경오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희토류 자체는 그리 희귀한 자원이 아닙니다. 다만 채굴과 정제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오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굳이 생산하지 않는 것이지요. 만약 이 테트라테나이트가 정말 네오디뮴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다면···. 대부분 국가는 테트라테나이트을 택할 겁니다. 그만큼 환경오염 이슈가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환경 문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니. 이거 뜻하지 않게 어마어마한 선물을 받아가는 기분입니다.”
가까스로 희열에 들뜬 신음을 삼켜낼 수 있었고 더불어 이 기적에 내가 일부 기여했다는 사실이 진한 고양감을 느끼게 했다.
“물론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릅니다. 검증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으니까요.”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습니다. 테트라테나이트 상용화에 전력을 다해 주세요.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을 약속하겠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목숨 걸고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아휴. 감사는 제가 드려야죠. 이런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내셨는데. 하하하. 결국 해내셨군요. 믿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게 딜런이 저를 전적으로 믿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사실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연구는 지지부진했고, 딜런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매출을 내지 못하는 CEO라는 타이틀은 늘 저를 옥죄는 족쇄였습니다.”
그럴 만도 했다.
기업의 본질은 결국 수익 창출이었고 오랜 시간 동안 그것을 못 하고 있으니.
“무너지는 자존감에 힘들어할 때 늘 다잡아줬던 게 딜런입니다. 절대···. 절대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딜런이 없었다면 이지스 머터리얼즈도 존재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나를 바라보는 앨런의 뜨거운 눈길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신뢰가 담겨 있었다.
“만약···. 이게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조심스러운 내 물음에 앨런은 단호한 어조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세계 경제는 물론 국제 정세까지 모든게 뒤집어 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