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시작부터 놀라운 중국행
공업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 본부 부장실.
“죄, 죄송합니다.”
무슨 전화인지 막대한 권력을 지닌 공신부 부장 샤오가 양손으로 전화를 붙들고 연신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해결하겠습니다. 예. 기다려주십시오.”
뚝
“후우···.”
통화가 끝이 나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깊은 한숨을 내쉰 샤오 부장.
“이런 썅!”
와장창!
순간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재떨이를 선반에 내던진 샤오가 씩씩거리며 분을 삭였다.
“워치(젠장)! 그게 왜 내 잘못이야? 개새끼들···. 아주 만만한 게 공신부지.”
샤오 부장이 분을 삼키지 못하고 허공에다 욕을 쏟아붓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누구야!?”
“후앙입니다 부장님!”
“들어와!”
끼이익
사십이나 되었을까?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보기만 해도 안쓰러울 정도로 깡마른 남자였다.
“무슨 일이야?”
“싱 하오밍 중한대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싱 하오밍? 아! 그 쏭따밍(송대운)인가 뭔가 하는 건방진 놈 데리고 오라는 거? 그거 어떻게 됐어?”
“중국에 오기로 했답니다.”
“건방진 가오리방쯔···. 부르면 빠딱빠딱 올 것이지 뜸을 들여?”
가오리방쯔란 중국인이 한국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로 일제강점기 때 중국 대륙을 침략한 일본 제국의 앞잡이 구실을 했던 몽둥이를 든 조선인들을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고, 조선의 노비들에게 흔히 쓰이던 ‘방자’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었다.
“아무튼, 오긴 온다는 거지? 호랑이 굴인 줄도 모르고 제 발로 말이야.”
샤오 부장의 펑퍼짐한 얼굴에 비릿한 웃음이 내걸렸다.
“그런데 그자가 온다고 해도 무슨 수가 있겠습니까?”
“멍청한 소리! 할 수 있을까가 아니고 우린 무조건 해내야 해. 그놈의 테트라테나이트 인지 뭔지 때문에 주석과 총리의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그리고 그 불똥이 나한테 튀고 있는 더러운 상황이지. 놈이 중국으로 들어오면 우린 무슨 수를 쓰더라도 두 분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알겠나 후앙?”
“네 부장님!”
후앙이라 불린 사내가 마치 군인처럼 샤오 부장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이건 내 목숨 줄만 걸려있는 게 아니야. 내가 날아가면 후앙 자네 모가지도 날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쏭따밍인지 뭔지 아무튼 도착하면 후앙 자네가 직접 공신부로 데리고 오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명심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어물쩍 넘어갈 그런 분위기가 아니야.”
“목숨을 다하겠습니다.”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목소리에 그제야 만족한 샤오 부장이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나가봐.”
“네 부장님.”
그렇게 최측근인 후앙이 떠나가고 집무실 의자에 앉은 샤오가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
“후우···. 어서 빨리 보자고.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니깐 말이야.”
샤오 부장의 한쪽 입꼬리가 쓰윽 올라가며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
중국 베이징 공항.
“와. 세상에 아니 무슨 중국에 첫발 내딛자마자 이런 일이. 허 참. 어이가 없어서.”
검은색 배낭을 짊어진 박성민이 연신 툴툴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너 때문에 별 경험을 다 해본다 이 자식아.”
“저도 이런 건 처음이라고요!”
그렇다. 이번 중국행 파트너로 내가 데려온 사람은 미국 연수 때 룸메이트였던 박성민이었다.
왜 이 녀석을 데리고 왔냐고?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자기가 휴가인데 같이 여행이나 가자고 졸라대기도 했고, 중국 여행도 몇 번 가본 적이 있다고 나한테 강한 어필을 하기도 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원양어선 선원 시절, 조선족 선원들이 많았기에 중국어는 어느 정도 할 줄 알았지만,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녀석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물론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땅을 치고 후회를 했지만.
“아니. 내가 무슨 마약상처럼 생겼다고 진짜!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아오!”
그렇다. 무슨 영문인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박성민에게 공안들이 다가왔고 마약상으로 의심된다며 짐을 뒤지고, 웬 개떼들이 몰려와서 녀석을 위아래로 미친 듯 훑기 시작했다.
당황한 박성민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손바닥에 뭔가를 바르는 시약검사까지 마치고서야 겨우 의심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나중에 공안에게 물어보니 박성민처럼 생긴 마약상이 많고, 무엇보다 여행자치고는 짐이 너무 단출하여 의심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마약은 무슨 마약이야. 영양제도 안 챙겨 먹는 놈한테!”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박성민이 길거리에 있는 돌멩이를 발로 툭 찼다.
데구르르
일직선으로 굴러간 돌이 길바닥에 앉아있던 노숙자의 신발을 툭 건드렸고.
“니쪄거 샤비아#^$#^! 고우니 앙양더@#$%!!”
흥분한 노숙자가 차마 입에도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터트리며 박성민에게 손가락질을 해댔다.
다행히 그걸 알아들을 수 없던 박성민이 기겁하며 내 뒤로 숨었다.
“저 미친놈이 대체 뭐라는 거에요?”
“앞으로 조심하래.”
차마 있는 대로 통역해줄 수 없었던 나는 진실은 조용히 묻어두기로 했다.
“어째 느낌이 영 쎄한데요? 오랜만에 왔는데 중국이 나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
“얼마 만에 왔는데?”
“글쎄요? 한 15년···? 어릴 때 아빠 따라 온 거라.”
어째 내 느낌이 더 싸했다.
혼자 다니면 심심할 것 같아 데리고 오긴 했지만, 이 녀석과 다니면 늘 스펙타클한 사건들이 벌어졌기에 벌써부터 불안감이 엄습했다.
“에이. 잠깐 있다 돌아갈 건데 설마 무슨 일 생기겠어?”
“네? 뭐라고요?”
고개를 흔들어 애써 불안감을 털어버리고는 박성민에게 물었다.
“근데 우리 숙소가 어디냐?”
“흐흐흐.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일단 저만 믿고 따라오시라니까요.”
“믿질 못하니깐 기대도 안 된다. 그냥 호텔 잡자니깐 어휴.”
내 한숨에 박성민이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형이 중국을 처음 와봐서 아무것도 모르시네. 중.국.은.요. 호텔 투숙이 겁나게 번거로워요. 외국인이 투숙 가능한 호텔에만 숙박이 가능한데 그것도 보니깐 예약이 꽉 찼더만요.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이 중국이라는 나라는 진짜 눈뜨고 코베일 수 있는 곳이라고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이 말입니다.”
“너부터 좀 정신 차려야 할 것 같은데···.”
“아직도 사태 파악이 잘 안되시나 본데 여긴 한국이랑 달라요. 외국인들한테 돈 뜯어내려고 혈안이 되어있어서 어딜 가더라도 돈 달라고 난리라고요. vpn은 깔아뒀죠? 그거 없으면 외부 세상과는 단절입니다.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을 거예요. visa나 master 카드 결제도 안 되니깐 무조건 위챗페이나 현금만 쓸 수 있어요. 아! 근데 대부분 거스름돈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을 테니 웬만하면 위쳇페이로 결제하는 게 나을 겁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왜 더 걱정이 되냐?”
저 녀석의 저런 자신만만한 모습만 보면 괜히 불안해진다.
이런 것도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걸까?
찝찝한 기분을 애써 갈무리하고 택시를 잡아 녀석이 잡았다는 숙소로 향했다.
공항을 벗어난지 이십여 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택시가 멈춰 섰고 우리 두 사람은 버려진 것처럼 길가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난 후미진 동네는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여기···. 맞냐?”
“원래 여행오면 로컬의 감성을 느껴봐야 하는 게 국룰인거 몰라요?”
몰라 이 새끼야! 라는 말이 턱 끝까지 올라왔지만 숙소 잡느라 고생한 녀석한테 차마 모진 소리를 할 순 없었다.
박성민을 따라 골목 몇 개를 지나치니 드디어 숙소라 할만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때요? 분위기 죽이죠?”
“분위기는 모르겠고 널 패고 싶은 충동은 드는구나.”
물끄러미 올려다보니 우리나라로 치면 모텔과 여인숙 그 중간쯤으로 보이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후기 보니깐 좀 낡긴 했어도 평은 좋아요. 주인도 친절하다고 하고. 일단 들어가시죠.”
어쩌겠는가.
길거리에서 노숙을 할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
비록 긴 비행시간은 아니었지만 제법 피곤하기도 했고, 날씨가 워낙 후덥지근하여 온몸에 꿀을 바른 것마냥 끈적끈적한 것이 빨리 씻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딸랑딸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지독한 적막이 우리를 맞이했다.
“뭐야? 직원 어디 갔어?”
당황한 박성민이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이씨. 왜 전화를 안 받아?”
뭐가 잘 안되는 건지 박성민이 조급한 얼굴로 계속 통화를 걸어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어? 헤, 헬로우? 아야!”
녀석의 이마에 딱밤을 한 대 날리고선 휴대폰을 건네 받았다.
“안녕하세요. 예약한 투숙객인데 데스크에 아무도 없어서요.”
[아, 미안합니다. 지금 가겠습니다.]“오. 형 중국어도 잘하네요. 세상에 그러면 영어, 아랍어, 중국어에 한국어까지 4개 국어를 하는 거네요? 개쩐다 진짜.”
나를 보며 감탄을 터트리는 박성민을 깔끔히 무시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내부를 살폈다.
“괜찮을까···?”
물론 구색은 다 갖춰져 있는 듯 했지만 여기저기 녹슨 시설과 드문드문 보이는 거미줄이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잠시 후.
“하하. 미안합니다. 조금 늦으셨네요?”
주인으로 보이는 배불뚝이 아저씨가 사람 좋은 웃음을 내보이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얼굴이 발그레한 것이 어디서 술자리를 하고 있다가 급하게 뛰쳐나온 게 분명해 보였다.
“키 가지고 5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이게 키라고요?”
주인에게 키를 건네받은 박성민이 황당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박성민에 손에는 일반적인 키(key) 모양은 아니었고 아이스크림 막대 같은 모양의 쇠막대기가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다.
“키라고 했으니 맞겠지. 일단 올라가자. 빨리 씻고 싶어 죽겠어 인마.”
그렇게 엘리베이터로 추정되는 곳에 몸을 실었고 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불안한 출발을 했다.
“성민아···.”
“네?”
“내가 그냥 호텔 잡을 테니깐 내일부터는 거기서 지내자.”
“그래도 아깝······.”
“그냥 닥치고 따라오렴.”
“아 넵.”
띵
녀석의 주둥이가 다물어짐과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힘겹게 입을 벌렸다.
한 층에 대략 6개 정도의 객실이 있는 듯 보였는데 우리가 받은 키에는 501호라 적혀있었다.
“여기네요. 휴···. 고생했어요 형. 그래도 시작부터 재밌지 않았어요? 원래 여행은 고생을 좀 해야 추억이 되는 법이라고요.”
“응. 알겠으니깐 빨리 문이나 열어 자식아!”
내 일갈에 박성민이 열쇠 구멍에 받은 키를 꽂아 넣었다.
“많이 힘들어 보이니깐 형 먼저 씻으세요.”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거든? 그러니 제발 문 좀 열어주라. 나 급해.”
“거참 보채기는 정말.”
그렇게 남들이 들었으면 기겁했을 만한 대화를 주고받다가 박성민이 열쇠 구멍에 들어가 있는 키를 돌렸다.
그런데···.
“이, 이게 왜 안 돌아가?”
철컥철컥
어쩐일인지 아무리 힘을 줘도 돌아가지 않는 키에 당황한 박성민이 나를 쳐다봤다.
“이거···. 이상한데요.”
“아오! 비켜봐 인마.”
결국, 내가 나서서 구멍에 꽂힌 키를 잡아 돌렸고.
철컥철컥
용접이라도 한 듯 구멍과 완벽히 일체(一體)가 된 키는 돌아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오! 진짜 별개 다 말썽이네!”
양손으로도 잡고 돌려봤지만 절대 돌아가 줄 생각이 없다는 듯 키는 망부석마냥 요지부동이었다.
“하아···. 사장한테 다시 전화해봐.”
“옙···.”
내 눈치를 살피던 박성민이 다급히 숙소 주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안 받는데요···.”
아마 또 어딘가에서 술 퍼마시느라 전화 따윈 안중에도 없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성민아.”
“네?”
“널 어떻게 조지면 지금 이 분노를 잠재울 수······.”
띵
드르르륵
임계치에 다다른 분노를 막 터트리려던 찰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웬 젊은 중국 여자 하나가 내리는 게 아닌가.
반색한 박성민이 다급히 나에게 말했다.
“저 여자한테 가서 한번 물어볼게요. 여기는 방식이 좀 다를 수도 있으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함인지 박성민은 서둘러 여자 쪽으로 달려갔다.
이후에 바디 랭귀지까지 섞어가며 여자에게 무언가 열심히 설명을 시작한 박성민.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절박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올라왔던 화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래. 저놈도 열심히 해보려다가 이렇게 된 건데 화까지 내는 건 너무하지.”
그렇게 끓어 오른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휴대폰을 들어 불경 구절을 읊던 중.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생각보다 얘기가 길어지자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돌렸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또다시 열리며 웬 사내들이 우르르 내리더니 갑자기 박성민을 에워쌌다.
“이 자식이다! 체포해!”
“왜, 왜 이러세요!?”
검은 바지에 중앙선처럼 그려져 있는 노란 줄, 어깨에 달린 붉은 견장까지.
중국 공안이었다.
나는 밀려오는 두통에 결국 머리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