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인생을 바꿀 기회야
“돈놀이 좀 한다고 눈에 보이는 게 없나 보구만.”
갑자기 급발진하는 샤오 부장의 모습에 도리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건 왜일까?
아무래도 그가 쓰고 있는 ‘불편한 친절’이라는 가면이 계속 거슬렸기 때문이리라.
차라리 이런 날것의 민낯이 나에겐 더 편했다.
“당신 여기가 어딘지 파악 안 되나?”
“중국 공신부 아닙니까? 직접 불러놓곤 뭔 소리세요?”
“허. 어이가 없구만.”
내 성실한 답변에 샤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저도 어이가 없네요. 불러놓고 갑자기 이런 태세전환이라뇨? 중국에선 손님 대접을 이렇게 합니까? ‘上车饺子,下车面’이란 말도 다 거짓이었군요. 손님을 떠나보낼 땐 만두를, 맞이할 때는 국수를 대접한다더니, 국수는커녕 갑자기 엿을 주시면 어떡합니까?”
“이봐. 쏭따밍. 나는 당신에게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는 생각 안 하나?”
“대체 하긴 뭘 했다는 겁니까? 아, 돈 대줄 테니까 투자셔틀 해달라는 거요? 설마 그게 저한테 베푼 호의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단단히 착각하신 것 같은데요?”
“정말 답답하구만. 당신이 손해 볼게 뭐가 있다고 거절을 하느냐 이 말이야!”
“손해가 크죠. 혼자 맛있게 먹을 수 있는걸 나눠달라고 하는데.”
“뭐야?”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노려보는 샤오 부장을 향해 친절히 설명해줬다.
“내가 왜 중국과 나눠 먹어야 하냐 이 말입니다. 그리고 속내가 너무 뻔히 드러나는 제안 아닙니까?”
“속내는 무슨 속내!?”
“그 돈으로 저를 옭아매서 중국 스타트업의 영향력을 키우고, 꼭두각시처럼 휘두르려고 하는 거 제가 모를 것 같습니까?”
무언은 긍정이라 했던가.
샤오가 말없이 나를 노려봤다.
그나저나 입 꾹 다물고 저러고 있으니 진짜 황소개구리 같네.
“그런 웃기지도 않은 개수작에 놀아날 생각이 없어서 정중히 거절한 건데 뭐가 문제라는 겁니까? 그럼 제가 무조건 승낙할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무슨 자신감으로요?”
“이런 건방진···.”
샤오의 관자놀이에 시퍼런 핏줄이 도드라졌다.
제대로 열 받은 모양이었다.
“겨우 그 말도 안 되는 제안하려고 저를 여기까지 부른 겁니까?”
“후우···. 황당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군.”
“할 말이 딱히 없겠죠. 구구절절 맞는 말일 테니깐.”
또다시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 샤오를 보며 살짝 템포를 늦췄다.
원래 상대를 극한으로 빡치게 하려면 치고 빠지기를 잘해야 하는 법.
살짝 진정이 됐는지 샤오가 또다시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좋아. 일단 그 문제는 뒤로 넘기고, 다른 제안을 하지.”
“아직 남은게 있어요?”
사실 예상되는 바가 있었다.
“당신이 가진 이지스 머터리얼즈 지분, 그거 우리 쪽에 넘길 생각 없나?”
역시나는 역시나였다.
“당신 같으면 팔겠습니까? 가만히 있어도 황금알을 순풍순풍 낳는 거위를?”
“그럴 리가 없겠지.”
“잘 아시네요.”
“어차피 그건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
의외로 순순히 물러나는 듯 보였던 샤오 부장이 또 다른 제안을 했다.
“그럼 이지스 머터리얼즈에서 보유하고 있는 테트라테라이트 레시피를 우리에게 넘기게.”
“제가 미쳤습니까? 그런 짓을 하게?”
“그 대가로 1억 달러를 주지. 물론 전혀 탈 안 나는 돈으로.”
웃기지도 않는 양반이었다.
돈으로 나를 매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이봐. 무조건 거절만 하지 말고 잘 생각해봐. 어차피 테트라테나이트는 2년 안에 우리 중국이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어. 못할 것 같나? 아니, 우리가 따라 하지 못할 건 세상에 없어.”
짝퉁의 나라답게 내 앞에서 당당하게 기술을 베끼겠다고 단언한다.
가히 놀라운 뻔뻔함이 아닌가.
내가 뻘하게 서 있자 개소리가 먹혀가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샤오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과연 그때가 되어서도 이지스 머터리얼즈의 가치가 똑같을까? 아니, 가치라는 건 희소에서 나오는 법이야. 희소성이 떨어지는 순간, 그 가치도 곤두박질치겠지. 그럴 바엔 지금 당장에 큰돈이라도 챙기는 편이 현명하지 않겠나?”
“보기보다 멍청하시네요. 정말 그걸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대륙의 기술력이 물로 보이는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야.’
안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글쎄. 그게 과연 너희 마음대로 될까?’
애초에 이 부분에 대한 염려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특허가 걸려있다고 해도 음지에서 벌이는 일까지 다 막기엔 불가능했으니깐.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지스 머터리얼즈는 철저한 대비를 마련해 놓았다.
아니, 이건 비단 한 기업만의 문제만이 아니고, 미국 전체의 문제였기에 정부까지 개입되어 있었다.
기술력이 곧 국력인 법이었으니.
“기술 카피는 불가능합니다. 레시피에서 조금만 오차가 생겨도 지금의 자성을 가질 수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기밀 정보 관리를 미국 정부에서 직접 하고 있기 때문이죠.”
앨런이 내게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 가자 일말의 불안감도 연기처럼 사라졌다.
“거절합니다. 그냥 포기하시고 원래 잘하시던 희토류나 열심히 캐는 게 어떨까요? 왜요? 요즘 좀 어려운가봐요?”
어려울 만했다.
테트라테나이트의 양산 기술이 상향되어 가며 원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반면에, 무리하게 희토류 채굴량을 늘린 중국은 여기저기에서 부작용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환경 오염 수준이 이미 위험 단계를 넘어간 것은 물론이고,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니 이제는 선뜻 희토류 채굴장에서 일하겠다는 지원자조차 없는 실정이었다.
무엇보다 채산성에서 테트라테나이트에 밀리기 시작하니 이제는 사실상 제 살 파먹어 생을 유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모양새가 되었다.
“정말···. 후회하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주는 기회일세.”
도무지 말로는 먹힐 것 같지 않자 샤오의 분위기가 무겁게 일변했다.
“해서 후회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안 해서 후회하는 경우는 없어서요. 저도 마지막으로 답합니다. 절.대.안.합.니.다.”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샤오가 한껏 낮춘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긴 중국이야. 한국이 아니라고. 그게 진짜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왜요? 해코지라도 할 겁니까?”
“못할 것 같나? 혹시 소문 같은 거 못 들어 봤어? 당국에 끌려간 기업인들이 소리소문없이 실종됐다는 뭐 그런.”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는 샤오 부장을 나는 말 없이 바라봤다.
“저우청이라는 놈이 있었어. 꼴에 패션재벌이라고 나대고 다니던 놈이었지. 아무것도 없는 거지새끼를 번듯한 사업가로 만들어놨더니 개 주제에 스스로 목줄을 풀려고 하더군? 그래서 불러서 좀 타일렀지. 개새끼면 개새끼답게 말 좀 잘 들으라고 말이야. 그때부터는 좀 고분고분해지더라고. 듣기로 아직도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지?”
“협박하는 겁니까?”
“그래. 협박하는 거야. 주제 파악을 못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너처럼 시건방지게 굴다가 크게 혼쭐이 난 놈들이 저우청 하나뿐인 줄 아나? 아! 딱 떠오르는 놈이 하나 더 있군. 첸준이란 놈이었는데 너처럼 돈놀이를 잘하던 놈이었지. 그런데 금융당국을 물 먹이고 다니는 꼬락서니가 마음에 안 들더군.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나?”
“글쎄요? 회초리라도 쳤나요?”
“반부패 조사 대상자로 지정하고선 내부자 거래, 시세 조종 같은 혐의를 뒤집어 씌워버렸지. 아마 지금도 놈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지? 연기처럼 증발해버렸으니 말이야.”
“그 양반들은 당신네 국민이니깐 그렇다 치고 나는 엄연히 외국인입니다. 너무 막가자는 거 아니에요?”
“그 정도로 너란 놈은 우리에게 참 성가신단 말이기도 하지.”
“인정해줘서 고맙긴 한데 저는 당신네가 말하는 것처럼 돈놀이 좀 하는 건실한 투자가일 뿐입니다. 솔직히 그런 리스크를 감수할 정도는 아니잖습니까.”
이건 좀 억울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냥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같이 성장해갔을 뿐인데.
“당신이 투자한 회사들 때문에 중국에 유망 스타트업 몇 개가 폐업했는지 알아?”
처음 듣는 소리에 고개가 갸웃했다.
“자율주행, 3D네비게이션, 신약개발, 이번에 신소재 분야까지. 분명 우리 중국 기업이 앞서가던 분야들이었는데 당신이 개입하고 난 이후부터는 모두 경쟁력을 잃어버렸어. 하나도 빠짐없이 말이야. 이걸 우연이라고 봐야 하나?”
“그럼 우연이지 설마 제가 설계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지금?”
그런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영역이던가?
저런 머리로 어떻게 장관 자리에 앉아있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의도가 들어가 있든 없든 그건 중요치 않아.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는 게 중요하지. 그래, 당신 말도 맞아. 아무래도 외국인을 건드리는 건 분명 부담이 있지. 하지만 위에서는 이 사안을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어. 그 말인즉슨 조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상관없다는 뜻이지. 이 정도면 지금 당신이 얼마나 위급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감이 좀 오나?”
“감당할 수 있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인지도가 없진 않은 편입니다만.”
“후후. 상관없다. 어차피 모종의 이유로 실종된 것으로 처리될 테니깐. 어차피 증거 따윈 없어. 왜냐고? 여긴 중국 땅이니깐. 우리가 그렇게 하겠다면 그렇게 되는 거야.”
“참나. 막장이라고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이번엔 좀 놀랬다.
이 정도로 막무가내식 협박을 할 줄이야.
그리고 말 뿐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였다.
“어차피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적당한 당근만 쥐여주면 언제 짖었냐는 듯 잠잠해 질 테지. 한마디로 당신이 의지할 곳은 아무 데도 없다는 뜻이야.”
“그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참초제근(慘草除根)이라는 말이 있지. 화근이 될 싹은 미리 뿌리째 뽑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쯤 되니 이게 무슨 국가 기관인지, 삼합회 조직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샤오가 내 옆에 멀뚱멀뚱 앉아있던 박성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자는 자네 수행비서인가 보지?”
“그냥 같이 동행한 일반인일 뿐입니다. 제 일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입니다.”
“하하하. 부하를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하시구만. 보아하니 중국어는 못하나 본데. 영어는 할 줄 아나?”
갑자기 영어로 말을 거는 샤오 부장을 보며 박성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자네. 이 자의 최측근이지?”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동고동락한 세월이 있으니.”
“호오. 그럼 이 자의 치부나 약점이 될 만한 것도 많이 알고 있겠군.”
은근슬쩍 묻는 샤오의 말에 박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볼꼴 못 볼 꼴 다 보긴 했죠.”
“그걸 알려주면 자네는 몸 성히 보내주고, 520만 위안(10억)의 사례금을 주지. 어때?”
샤오의 선을 넘는 행태에 내 얼굴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갔다.
이 새끼가 내가 안 되니깐 주변 사람을 노려?
“형. 이 비만 두꺼비가 지금 뭐라는 거에요?”
“성민아. 지금 상황이 좀 안 좋다. 거짓말이라도 해서 일단 너라도 여기서 빠져나가라. 난 상관 말고.”
“저 혼자 가라고요?”
“그래. 위험할 수도 있어. 너까지 끌어들여서 미안하다. 하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그럼 형은요?”
“일단···. 상황을 좀 지켜봐야지.”
“흐음···.”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는 박성민에게 샤오가 속삭이듯 말했다.
“인생을 바꿀 기회야. 고민할 게 없어.”
그 말에 무언가 결심한 듯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인 박성민이 샤오의 면전에 가운뎃손가락을 번쩍 들어 올렸다.
“조까! 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