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대체 그자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합니까?
“이, 이건···?”
대운과 자신이 대면하는 장면, 괴한에 의해 차에 태워지는 모습이 선명하게 찍힌 사진들을 바라보며 샤오는 할 말을 잃고 입만 벙긋거렸다.
“이제는 좀 기억이 나는가?”
싸늘한 미소를 입에 내건 빈사르를 보며 샤오가 말을 더듬었다.
“이, 이걸 어떻게?”
샤오는 도무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런 사진이 찍혔는지는 물론, 어째서 이것들이 빈사르 왕세자의 손에 들어갔는지도.
“모든 증거를 완벽히 없앴다고 자신했나 보군. 안타깝지만 그대들 못지않게 우리도 이런 쪽으로는 능한 편이거든. 돈을 주면 세상에 구하지 못할 건 없어, 돈으로 구하지 못한다는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돈이 부족하다는 것일 뿐.”
너무도 명백한 증거 앞에 샤오는 그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저자는 제 친우를 본 적 없다고 단언했지만 보시다시피 둘이 만나고, 심지어 어디론가 끌고 간 증거까지 명백히 있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주석?”
빈사르의 추궁에 쯔쉬안 주석과, 하오위 총리도 침중한 기색으로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보군요.”
그들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답변이라고는 고작 이 정도였다.
“오해라···. 무슨 오해가 있었다는 건지 나에게 소상히 말해줘야 할 겁니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꿰뚫을듯한 날 선 시선에 샤오의 몸이 한차례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그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정치인답게 금방 정신줄을 부여잡고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왕세자님께서 찾는 분이 이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이거 참 공교롭게 됐군요.”
“호오. 내가 분명히 한국에서 온 스프라우트 인베스트먼트 대표라고 언급했는데도 몰랐다라?”
“하하하. 안타깝게도 저는 사진 속 인물의 신상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알았으면 바로 아는 체를 했겠지요.”
“기껏 생각해낸 답변이 그것인가? 뭐 좋아. 도대체 무슨 연유로 내 친우를 잡아간 것인가? 듣기로는 당신 초청을 받고 그곳까지 갔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빈사르의 차가운 눈이 주변을 한번 훑었다.
“심지어 손님 대접이 극진하다고 그렇게 자부하던 나라에서.”
“진짜 손님이었다면 당연히 그랬겠지만, 그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되었기에 부득이하게 그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해주십시오.”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법 없이 살아도 무탈할 자인데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라···. 도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단 말인가?”
“그건 저희 내부 사정이라 상세하게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흐음···. 그런가?”
“하하하. 죄송합니다. 조사가 끝이 나면 그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뭐···. 그대 뜻이 그렇다면이야.”
어물쩍 답변을 흘려버리는 샤오 부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빈사르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쯔쉬안 주석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부로 중국과 진행해오던 모든 협력 관계를 끊도록 하겠습니다.”
빈사르가 투하한 핵폭탄에 쯔쉬안 주석과 하오위 총리의 두 눈이 찢어질듯 부릅떠졌다.
“지, 지금 무슨 말씀을?”
“이해를 못 했습니까? 그럼 상세히 말씀드리죠. 지금껏 중국 기업과 맺어온 MOU의 전면 무효화는 물론, 우리 사우디에게 브릭스(BRICS) 참여를 권유했던 것도 거절하겠소. 뿐만 아니라 석유 거래를 할 때 위안화로 결제받기로 한 것도 철회한 것이며, 다음 달에 예정되어있던 사우디-중국 비즈니스 콘퍼런스도 취소합니다. 아! 상하이 협력기구에 가입하기로 한 것도 전면 무효화 할 것이며, 랴오닝성에 100억 달러 규모의 정유단지 건설에 협력하기로 했던 것도 백지화하겠소. 한마디로 중국과의 모든 경제 협력 관계를 끝내겠다는 이 말입니다.”
장내에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지금···. 그게 어떤 의미인 줄 알고 하는 말씀입니까?”
“물론입니다.”
“그걸 아시면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관계를 깨버려도 되는 겁니까?”
격분한 쯔쉬안이 매섭게 다그쳤지만, 빈사르의 얼굴은 한없이 평온했고, 또 침착했다.
“신뢰를 먼저 깬 건 그쪽입니다.”
“대체 우리가 뭘 어쨌다고···.”
“애초에 제 소중한 친우가 잡혀있다고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대들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결국, 빼도박도 못하는 증거를 내밀고 나서야 마지못해 인정했지요. 그게 신뢰를 깨는 행동이지 뭡니까?”
“그거랑 이거랑 같습니까!?”
“뭐가 다릅니까?”
“뭐라고요?”
나른해 보이던 빈사르의 눈빛에 조금씩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뭐가 다르냐고 물었습니다. 분명 내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라고 밝혔으나 그대들은 내 말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발뺌하기 바빴잖습니까. 신뢰는 미소 한 번으로도 얻을 수 있지만, 그릇된 행동 한 번으로 와르르 무너지는 법입니다. 나는 더 이상 그대들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어이가 없다는 듯 주석이 고개를 내저었다.
“기껏해야 한국의 일개 투자자일 뿐입니다. 자국민도 아닌 자 때문에 국가 간의 협력 관계를 깨겠다는게 말이 됩니까? 지금 왕세자님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계십니다.”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상태라고 자부할 수 있고, 내가 내뱉은 말을 번복할 생각은 없소.”
“아니···. 대체 그자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내 하나뿐인 전우요.”
“전우···?”
도대체 어떻게 하면 사우디의 왕세자와 한국의 젊은 투자자가 전우 관계가 될 수 있는지 당최 이해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세상에 알려지진 않았으나 그와 나는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요. 언제든 서로의 등을 맡길 수 있는 그런 사이지..”
벙찐 세 사람을 향해 빈사르가 단호히 입을 열었다.
“중동에는 이런 속담이 있소. الصديق وقت الضيق (친구는 비오듯이 오지만, 양팔 같이 떠나지 않는다), 진정한 친구는 어려운 시기에 반드시 옆에서 지지해줘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군요.”
“겨우 그런 이유로···.”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빈사르의 말에 세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겨우라니? 나는 이 세상에 돈이면 못할 게 없는 줄 알았던 사람이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지. 진정한 친구 관계에선 돈이란게 무색해지더군. 당신들은 내게 그런 의미의 사람을 핍박한 거요. 그러니 나도 이제부터는 당신들을 적대하는 수밖에.”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빈사르의 단호한 눈빛에, 결국 한숨을 내뱉은 주석이 샤오 부장을 노려봤다.
“이봐.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네?”
“왜 그런 자를 당신 마음대로 붙잡아서 이런 사달을 만들었냐 이 말이야!”
“그, 그거야···.”
갑자기 화살이 자신에게로 돌아오자 당황한 샤오가 힐끔 하오위 총리를 바라봤지만 그런 샤오의 눈빛을 슬쩍 피하며 하오위는 딴청을 피웠다.
“그자는 우리 중국의 권위를 무시했으며···.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끼친······!”
“도대체 무슨 권위를 어떻게 무시했고, 어떤 경제적 손해를 끼쳤다는 건가?”
“그, 그거야.”
순간 말문이 막힌 샤오가 애타는 눈빛으로 하오위 총리를 바라봤지만 하오위는 그 눈빛을 철저히 무시했다.
“이제는 나도 점잖게 얘기할 수가 없는 수준이군. 중국 땅 한번 밟아본 적 없는 이가 도대체 무슨 재주로 경제적 피해를 줬다는 건가? 그런 방법이 있다면 나도 좀 알고 싶군. 적대적 국가에 써먹을 수 있도록. 어디 한번 말씀해 보시게.”
“…………”
빈사르의 지적에 샤오 부장은 그저 입만 벙긋하며 소리없는 아우성을 내질렀다.
결국, 하다못한 하오위 총리가 지원에 나섰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으니 일단 고정하시지요 왕세자님.”
빈사르의 시선이 하오위 쪽으로 돌아갔다.
“내 뜻을 알았으면 지금이라도 친우를 풀어주시오.”
“당연히 풀어줘야지요. 죄가 없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당장은 힘듭니다. 국가에는 엄연히 법도가 있고 체계가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사우디라고 다르진 않을 겁니다. 그 사소한 질서가 무너진다면 국가는 존속할 수 없을 테니까요.”
물타기를 시전하는 하오위 총리의 행태에 빈사르의 눈가가 살짝 찡그려졌다.
“어찌 됐건 저희로서는 어떤 정황이 포착되어 조사가 진행되었고 지금은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왕세자님의 말대로 그가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자라면 몸 성히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일단 시간이라도 벌겠다는 의도에 빈사르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언제까지 잡고 있겠다는 거요?”
“일주일 안에는 돌려보내겠습니다.”
총리의 확언에도 빈사르의 표정은 풀릴 기미가 없었다.
그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친우의 편이 아니었으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이 이상 강경하게 밀어붙일 수도 없었다.
비록 자신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나, 중국이라는 나라는 엄연히 미국과 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세계 경제 2위의 강대국.
이 이상 간섭을 하려 든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었다.
“약속···. 반드시 지킬 거라고 믿소.”
“물론입니다.”
어느정도 상황이 정리되는 듯하자 세 사람의 얼굴이 살짝 풀렸다.
“만약···. 그의 신상에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권태로움이 느껴지던 빈사르에게서 절대자의 위압감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흡사 사자와 같은 눈빛으로 세 사람을 응시한 빈사르.
“그때는 나도 더 이상 물불 가리지 않겠소.”
많은 의미가 함축된 빈사르의 경고에 샤오 부장이 침을 꿀떡 삼켰지만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입에 내걸었다.
‘상관없어. 며칠이면 충분하다. 안되면 티오펜탈이라도 쓰면 돼. 어차피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소위 ‘자백유도제’라 불리는 그 약물은 뇌의 일부 영역에서 활동이 줄어들게 만들어 인간의 심리를 약화시키고, 그들이 가진 비밀을 발설하게 하는 약제였다.
‘시간이 촉박하겠군. 조사관한테 얻어낼 수 있는 건 최대한 빨리 얻어내라고 지시해놔야겠어.’
그렇게 검은 속내를 감춘 채, 샤오 부장은 실실 웃으며 빈사르를 안심시키기 바빴다.
그때였다.
똑똑
짧은 노크 후,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주석의 비서실장이었다.
이에 쯔쉬안 주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비서실장을 노려봤다.
“이봐! 지금 국빈 모시고 차담 나누는 거 안 보이나? 예의 없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죄, 죄송합니다 주석님. 워낙 상황이 급박한 지라···.”
“대체 무슨 일인데 이런 실례란 말인가? 이게 무슨 망신이야!”
진노한 쯔쉬안의 눈치를 살피던 비서실장이 그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려고 하자.
“됐어! 그냥 얘기해. 뭔데 그렇게 호들갑인가?”
짜증 섞인 쯔쉬안의 말에 곤란한 기색을 내비치던 비서실장이 마치 못해 입을 열었다.
“그···. HSSL에서 중국에 수출되는 심자외선(DUV) 장비의 모든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뭐, 뭐라고?”
경악한 주석의 얼굴이 점차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비서실장을 다그쳤다.
“아니! 일방적으로 이러는 경우가 어딨나? 대체 무슨 이유로?”
“HSSL 측에서 당장 스프라우트 인베스트먼트 송대운 대표를 풀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에 불응시 앞으로 평생 우리와의 비즈니스 관계를 끊겠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던 빈사르 왕세자가 픽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 아무래도 내 친우의 무탈을 바라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닌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