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마지막 질문입니다
“누, 누구라고?”
강대웅의 물음에 작가들이 얼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하버드 교수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노벨 경제학···. 뭐 이런 말도 나왔던 것 같은데?”
그때 휴대폰으로 뭔가를 검색하던 조연출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헐. 피, 피디님! 인터넷으로 찾아보니깐 저분 엄청난···. 위인 아니, 사람인데요? 이름 라파엘 파울로. 현직 하버드 교수에, 노벨 경제학까지 수상한 분이고···. 워낙 성격이 깐깐해서 인터뷰하기 가장 어려운 경제 석학 중 일인이라고···.”
“대애박.”
조연출의 설명에 사람들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자, 잠깐 잠깐! 대운아 잠깐!”
난데없이 스튜디오로 난입한 대웅이형이 나에게 다급히 달려왔다.
“네가 말한 자문을 구할 분이···. 저분이셔?”
“응. 이쪽 업계 전문가야.”
“야이씨! 저 정도면 전문가가 아니라 끝판 대장이지! 아오. 미리 얘기라도 해주던가! 큼큼···. 미안한데 저분께 양해 좀 구해서 화면이 방송으로 나갈 수 있게 부탁 좀 해줄 수 없을까?”
“뭐···. 어려울 건 없지.”
역시나 라파엘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 오늘 드디어 딜런 자네에게 빚을 지을 좋은 기회가 아닌가. 껄껄껄.”
“또, 무슨 이상한 부탁을 하시려고 그래요?”
“어허. 이상한 부탁이라니. 나는 그냥 자네의 투자 철학과 분석 기법에 관한 가벼운 사담을 나누고 싶을 뿐일세.”
“가벼운 사담은 무슨, 사람 붙잡아놓고 10시간 내내 떠드는 것도 가벼운 사담입니까?”
“그거야 뭐···.”
화면 속 라파엘이 머쓱한 얼굴로 턱을 긁적였다.
세간에 알려진 이 양반의 이미지는 까칠 도도, 편집증 환자 뭐 대충 그런 것들이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나에게만 달랐다.
내가 거둔 묘목들을 관리하기 위해 실리콘밸리를 자주 들릴 수 밖에 없었는데, 그때 피에르 로번의 소개로 만나게 된 게 라파엘 교수였다.
이 괴짜 양반은 나를 보자마자 대뜸 내 투자 포트폴리오를 들이밀며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정말 끈질기게도 물어봤다.
처음에는 도망 다녔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의외로 통하는 부분이 많아 지금은 꽤나 절친한 사이로 지내고 있었다.
“다 됐다 대운아! 하려고 했던거 그대로 하면 돼. 진행자분도 자연스럽게 이어갈게요.”
PD의 오케이 사인에 잠깐 끊어졌던 녹화가 다시 이어졌다.
“어후.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저희 제작진도 전혀 몰랐던 돌발 상황이 발생했는데요? 송대운 대표님이 여러분들을 위해 아주 특별한 분과 전화 연결해주신다고 합니다. 간단히 소개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분은 제 친한 지인인 라파엘 교수님입니다. 저를 대신하여 여러분께 만족스러운 답변을 주실 분이기도 합니다.”
곧이어 스튜디오 대형 전광판에 라파엘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송출됐다.
“한국 시청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라파엘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라파엘 교수님은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으신 분입니다. 자! 그럼 다시 질문드리겠습니다. 열심히 돈을 벌어도 투자만 하면 돈을 잃습니다. 아무리 공부하고, 별의별 수를 다 써봐도 손실만 입는 저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경제학적인 접근이 가능할까요? 라는 질문인데 교수님? 답변 가능하시겠습니까?”
“흐음···. 투자만 하면 손실을 보는 인간의 경제학적인 접근이라···. 행동 경제학을 통해 설명 드릴 수 있겠군요. 보통 인간이 돈을 잃는 행위는 세 가지 안에서 귀결됩니다. 첫 번째는 돈을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죠. 현실에서는 1달러 한 장도 쉽게 못 쓰면서, 모니터에 적힌 수백만 원의 손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답변을 들은 진행자가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뭔가 주식 계좌에 있는 돈은 사이버머니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긴 하죠.”
“두 번째는 대체로 그런 분들은 정보에 1차원으로 반응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가 대유행하면서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들은 백신을 개발할 제약사 주식을 주시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이들은 그 백신을 운반할 콜드체인 관련주에도 관심을 가졌죠. 정보를 1차원적으로 받아들여 투자하게 되면 절대 큰 수익을 거둘 수 없습니다.”
라파엘의 따끔한 지적에 진행자 박인수가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저도 찔리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데요. 테마주 뭐가 흥한다 그러면 우르르 몰려갔다가 천장에서 물렸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네요. 마지막 세 번째는요?”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주제에 그게 자기 실력인양 나대다가 큰 코다치는 경우입니다. 그건 여러분의 실력이 아닙니다. 어쩌다 얻어걸린 요행일 뿐이지.”
“큼큼. 교수님이 팩트로 뼈를 때리긴 하시지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네요.”
생각보다 강한 멘트에 진행자가 농담으로 살짝 분위기를 상기시켰다.
하지만 강대웅PD는 오히려 자극적인 멘트가 마음에 드는듯 손을 휘저으며 계속 이어가라는 사인을 보냈다.
“조금 더 부가설명을 해드리죠. 다 같이 퀴즈 하나 풀어볼까요? 0에서 100까지의 숫자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수의 평균에서 3분의 2에 가까운 숫자를 한번 선택해보십시오.”
라파엘의 주문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아마 1차원적 사고자는 평균이 50일 테니 50의 3분의 2인 ‘33’을 고를 겁니다. 하지만 2차원적 사고자는 대부분 참가자가 1단계에서 머무를 것을 예상하고 33분의 3분의 2인 ‘22’를 고를 겁니다. 여기서 더 나아간 3차원적 사고자는 게임이 어떻게 돌아갈지 생각하고, 2단계까지는 무난하게 생각할 것으로 예측하여 22의 3분의 2인 ‘15’를 선택할 겁니다.”
화면속 라파엘의 얼굴에 악동같은 미소가 그려졌다.
“보시다시피 사고의 깊이가 깊어질 수록 숫자는 ‘0’에 가까워질 겁니다. 과연 우승 숫자는 뭐였을까요?”
알 수 없다는듯 진행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우승 숫자는 ‘13’이었습니다. 이는 실제로 시행했던 실험이기도합니다. 결과를 들여다보면 1차원과 2차원에 머문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0이나 1과 같이 극단적인 사고를 한 이들도 드문드문 있었죠. 여기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술자리와 같이 가벼운 자리에 있던 조사 대상자 대부분은 1차원적 사고에서 그쳤고, 도박꾼들에게 물었을 때는 0이나 1과 같은 극단적 숫자를 선택했습니다. 그만큼 참여하는 사람의 환경과 성향이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백발의 머리를 쓸어올린 라파엘 교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투자도 마찬가집니다. 우선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치가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대상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후, 뉴스 혹은 떠도는 소문과 같은 것에 1차원적으로 반응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2차원, 3차원적 사고를 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혼자 10차원적까지 가버리면 그건 예측이 아니라 판타지가 될 겁니다. 아! 물론 그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인간도 존재는 합니다. 여기 있는 딜런처럼 말이죠.”
순간 스튜디오에 있는 모든 인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아오. 저 양반은 저게 문제야. 쓸데없는 소릴···.’
지나친 관심은 사양이었기에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이후에도 라파엘 교수는 이해하기 쉽게 여러 사례를 덧붙여서 설명해줬다.
“아무튼, 시간 관계상 더 길게 얘기 못 하는 점 양해 부탁드리고 이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라파엘 저자의 [행동경제학: 생각의 생각하기 훈련] 서적을 사서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이 순간에도 깨알같이 자신의 책을 홍보하다니.
역시 수완이 남다른 양반이었다.
나는 라파엘 교수가 더한 빌런짓을 할까 두려워 다급히 전화를 마무리했다.
“라파엘? 오늘 좋은 말씀 너무 감사드리고요. 나중에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껄껄껄. 저 역시 이런 훌륭한 방송에 잠깐이나마 얼굴을 비추게 되어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나는 전화찬스를 다급히 마무리했고, 분량은 충분히 뽑혔던지 대웅이형의 얼굴에는 흡족함이 묻어있었다.
“정말 깜짝 놀랄만한 카메오셨습니다. 오늘 방송 보신 분들은 정말 큰 선물 받은 거나 마찬가지네요. 그만큼 미디어 매체에서 몹시 뵙기 힘든 분이라고 합니다. 자! 다음 질문 이어가겠습니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채팅창을 유심히 살펴보던 박인수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호오. 굉장히 재밌는 질문들이 많네요. gmaqkr1 님께서 질문주셨습니다. 코인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이혼하게 생긴 남자입니다. 송대운 대표님도 과거에 코인 투자로 크게 낭패봤던 경험이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질문을 주셨는데… 정말 송 대표님이 코인 투자로 크게 망해본 경험이 있습니까?”
전혀 몰랐던지 박인수가 눈을 크게 치켜뜨며 나를 쳐다봤다.
내가 어디 가서 나 코인으로 폭망했다 떠벌리고 다닌 적이 있었던가?
하긴, 내 과거를 아는 사람이면 충분히 퍼질법한 이야기였다.
“어떻게 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철없던 시절, 인생은 한방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전 재산을 코인에 투자했다가 쫄딱 망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인가요? 이거 놀랍네요. 엄청난 명성을 쌓아 올린 VC가 그런 아픈 과거가 있을 줄이야.”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으니까요. 코인은 ‘참지 못하는 자의 돈을 빼앗아, 잘 참는 자에게 주는 것이라는 걸요’. 질문자분도 상황이 많이 힘드실 거라 예상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누가 시킨 것도 아닌 스스로가 벌인 일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남 탓, 세상 탓만 하는 순간 절대 그 절망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단언하여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다만 그 실수를 발판삼아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는 게 그나마 정답에 가까운 길일 겁니다.”
정론적인 답변에 박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업보를 깔끔하게 청산하고, 하루라도 일찍 새 출발 하라는 말씀이군요.”
“아! 이건 멘탈 회복에 도움이 되는 제 개인적인 팁인데 지금 상황이 너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나보다 더 망한 사람들의 사례를 찾아 보세요. 그분들 사연을 들으면 ‘아. 그래도 내가 저것보단 낫지.’라는 생각에 조금은 힘이 납니다.”
“아···. 예 그렇답니다. 하하.”
꿀팁 대방출에 진행자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거 진짜다. 내가 해봐서 잘 안다.
내가 한때 코인으로 흥했다가, 코인으로 망한 놈이라는 게 밝혀져서였을까?
코인이나 주식에 관한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돈 잃지 않고 버는 방법 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면 됩니다.”
“1년 안에 1억 만드는 비법 좀.”
“2억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천장에서 물렸습니다. 탈출 방법 좀 알려주세요.”
“지금 당장 손절하세요.”
“하하···. 답변이 칼 같으시네요.”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우문현답에 진행자가 땀을 삐질 흘리며 연신 PD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지식적 요소는 라파엘 교수한테 뽑을 만큼 뽑았다고 생각했는지, 이제는 이런 예능적 요소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건 저도 너무 궁금한데요.”
뭔데 저리 비장한 기세가 느껴지는 걸까?”
“지금 현재 정확히 송대운 대표님의 개인 자산 규모는 어떻게 됩니까?”
진행자의 물음에 스튜디오의 모든 이목이 나에게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