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통째로 빌려주지
우리 보육원 아이들이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자 욱하는 마음에 결국 내지르고 말았다.
‘에효. 이참에 단체 휴가 한번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지.”
휴가다운 휴가 한번 가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바캉스가 뭔지 제대로 한번 체험시켜줘야겠다.
“거짓말 하지 마요!”
“맞아! 괜히 갈 데 없으니깐 구라치는거죠?”
요 발칙한 놈들 좀 보소?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요녀석들아.
“그럼 형이랑 내기할래?”
“내, 내기요?”
내기라는 말에 주춤하는 꼬맹이들.
“정 못 믿으면 내기하자고. 이번 여름방학 안에 유럽에서 휴가 보내는 인증 영상 보내면 내가 이긴 거고, 못하면 너희가 이긴 거고. 만약 내가 지면 너희한테 최신형 게임기 한 대씩 사주마. 대신 너네가 지면 여기 우리 민태를 형님으로 모시면서 아주 충실한 부하가 되는 거야. 언제 어디서든 부르면 쪼르르 달려오고. 어때?”
유치한 짓이었지만 이 나이대 애들한테는 이런 수가 잘 먹히는 법.
“그건 좀···.”
“쫄?”
“쫄긴 누가 쫄았다고 해요! 가면 가는 거지 그게 우리랑 뭔 상관이라고. 흥.”
애써 쿨한척 돌아서는 녀석들을 향해 친절히 손을 흔들어줬다.
새싹 빌런을 무찌르자 민태가 나를 올려다보며 눈을 반짝였다.
“형! 우리 진짜 해외로 휴가 가는 거예요?”
“당연하지. 이 형이 약속한 거 어기는 거 봤냐?”
“와아! 대박! 얘들아! 우리도 휴가간데! 그것도 해외로!”
“우아아아!!”
“대우니 오빠 짱!”
민태가 전한 길보에 보육원 아이들이 만세를 부르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짜식들 저렇게 좋을까?”
진작 신경 좀 써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어릴 적 보육원 시절을 돌이켜보면 얼마를 후원했다는 금액보다는, 추억을 만들어준 후원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 같다.
“갈만한 휴가지 한번 알아봐야겠네.”
애들 숫자가 많다 보니 비행기 예약이며 숙박까지 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저렇게 행복해하는데 그까짓 수고가 대수랴.
그렇게 나는 졸지에 뒤늦은 여름 휴가를 계획하게 되었다.
***
“꺄하하하.”
“푸하핫. 저게 뭐야. 개웃기네.”
단체별로 강당에 모인 아이들이 레크레이션 강사의 지도에 따라 장기자랑을 선보이며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뒤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이야. 분위기 진짜 많이 바꼈네.”
그 어떤 강압적인 분위기 없이 자유롭게 웃고 즐기는 광경은 내가 겪었던 수련회와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라떼는 정말…”
때는 바야흐로 중 3 시절.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수련원에 대한 기억은 폐교를 리모델링한 건물에서 해병대 뺨치는 강도 높은 극기훈련과 담력훈련을 했던 그런 것들이었다.
낮엔 미칠 듯 덥고, 밤엔 겁나게 추운 환절기 때라 체력 저하가 극심하여, 팔팔하게 날아다닐 때임에도 불구하고 커리큘럼 따라가기도 벅찰 정도였다.
“그게 수련회냐? 사실상 군대 훈련소지?”
수련회 첫날의 강렬한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강당에 애들 모아놓고 시작부터 소지품 검사를 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내 앞까지 다가온 시뻘건 모자를 쓴 교관.
당시 나는 MP3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장 미친 듯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천운처럼 검사를 하던 교관이 잠깐 전화를 받는 상황이 펼쳐졌고,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앞에 있는 처음 본 친구한테 간곡히 부탁을 했다
대신 좀 가지고 있어 달라고.
덕분에 안 걸리고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고, 그 기점으로 걔랑은 엄청 친해졌던 기억이 있었다.
“물론 둘째 날에 걸려서 단체 기합을 받긴 했지만···.”
수련회는 군대와 마찬가지로 연대책임을 져야 하는 곳이었다.
단체 얼차려를 받으며 어찌나 악을 써댔던지 목이 쉬어 ‘악’ 구호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지경까지 갔고, 시커먼 선글라스에 모자를 푹 눌러쓴 교관들이 좌로 굴러, 우로 굴러를 하면서 애들을 잡아 돌리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교관들도 갓 군대 전역한 대학생이었을 텐데 당시엔 어찌나 무서웠던지 그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묵묵히 이행했었다.
“밥은 더 최악이었지.”
맛도 문제였지만, 왜 밥에서 벌레 사체가 보이는 것일까?
이것조차 수련의 일종인가? 우리를 시험하는 것인가? 당시에는 심히 고민하던 문제였다.
차마 이것까진 참지 못했는지, 소위 말하는 일진 무리 중 하나가 벌떡 일어나 당시 식당을 책임지던 늙은 주방장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그리고 그때 그 영감님 입에서 나온다는 말이···.
“이놈들아. 너희 나이 땐 돌도 씹어먹는 거여. 그냥 먹어도 괜찮어.”
그 말에 격분한 일진 놈이 이성을 잃고는.
“그런 게 어딨어요! 영감님보고 나이 잡수실 만큼 잡수셨으니 제삿밥만 먹으라고 하면 기분 좋습니까?”
“뭐시라? 이런 옘병할 놈이!”
진노한 쉐프 영감이 교관에게 그 일을 낱낱이 고했고, 결국 교관들에게 끌려가 정신개조를 당한 일진 놈이 착한 눈이 되어 돌아왔던 기억이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었다.
“돈 주고 가는 건데 왜 그런 생고생을 한 거지?”
그놈의 똥 군기 체험 때문에 친구들과 더욱 돈독해진 효과는 있었지만 지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마지막 날, 수련회 후기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시행했을 때···.
[후배들에게도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겠습니까?] [강력 추천합니다.]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짧아 아쉽습니다. 수련회 일정을 조금 더 길게 잡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모두가 씨익 웃으며 같은 마음으로 설문에 임했던 기억까지도.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힘들었던 기억도 세월이 묻으면 미화되듯 지금은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때 묻은 추억이 되어있었다.
“대우니 오빠! 나 잘하지?”
“어이구. 우리 미연이가 제일 잘하네.”
레크레이션 강사에게 배운 우스꽝스러운 춤을 선보이며 엉덩이를 씰룩대는 미연이를 보자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레크레이션 타임이 끝이 나고 간식 타임이 시작됐다.
상자 안에 크림빵과 흰 우유를 가리키며 교관이 크게 외쳤다.
“자! 여러분 고생한다고 백곡중학교 학부모회에서 간식을 준비해주셨습니다. 각 조장은 나와서 인원에 맞게 빵을 가져가시면 되겠습니다!”
교관의 말에 백곡중 아이들의 어깨에 한껏 힘이 들어가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빵을 가지러 갔다.
그 중엔 아까 휴가 이슈로 트러블이 있었던 발칙한 꼬맹이도 있었는데 녀석이 대뜸 나에게 다가왔다.
“아저씨도 하나 드세요. 특별히 아저씨 것도 챙겨 드릴게요.”
마치 본인이 사가지고 온 것마냥 거들먹거리는 모습에 실소가 흘러나왔다.
“고거 먹고 힘이나 쓰것어? 자고로 힘을 썼으면 단백질을 보충해줘야지.”
어이없어하는 녀석을 뒤로하고 나는 차로 가서 커다란 박스들을 교관 앞으로 가져다 놨다.
“새싹 팀 책임자입니다. 저희도 간식을 좀 준비했는데 나눠주시겠습니까?”
박스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범상치 않은 냄새에 교관들이 코가 벌렁거렸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별거 아닙니다. 그냥 요기나 하라고 수제버거 좀 사 왔습니다.”
“수제버거요?”
간식으로 수제버거를 받은 경우는 처음이었을까?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로 교관이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햄버거라는 소리에 새싹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함성을 질렀다.
“와아! 햄버거어어!”
“대애박! 냄새 장난 아니야!”
박스가 오픈되자 고급스러운 포장지에 쌓인 두툼한 햄버거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후후. 아마 처음 먹어보는 맛일 거다.’
이 햄버거는 일반적인 수제 햄버거가 아니었다.
두툼한 한우 투 뿔 패티로 만들어진, 단품 가격만 무려 3만 원에 달하는 최고급 프리미엄 수제버거.
패스트푸드에서 파는 햄버거와는 비교가 황송할 정도의 귀한 몸이었다.
“넉넉하게 준비했으니 애들 다 나눠주시고 교관님들도 하나씩 드세요. 제법 맛이 날겁니다.”
제법 맛이 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그냥 입에 살살 녹을 거다.
나도 우연히 한번 맛봤다가 홀딱 반해 단골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쩝쩝쩝
우걱우걱
“으아아. 짱 맛있어.”
“미쳤다 진짜. 내가 알던 햄버거 맞음?”
“수련회 오길 잘했어···.”
프리미엄 수제버거가 주는 황홀한 진미에 아이들은 그야말로 홀린 듯 햄버거를 해치웠다.
워낙 햄버거가 두꺼웠기 때문에 하나만 먹어도 한 끼 이상을 먹는 양이었지만, 햄버거를 남기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교관까지 눈깔이 돌아서 햄버거에 얼굴을 파묻을 정도였으니.
“맛있냐?”
“네! 짱 맛있어요 형!”
어쭈? 아까는 아저씨라더니 이제는 형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얄밉지만 그래도 이제 막 잼민이를 벗어난 철없는 어린양들 아니겠는가.
나는 녀석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넌지시 말했다.
“수련회 끝날 때까지 우리 애들이랑 잘 지내면 막 날에 또 사줄테니깐 다들 친하게 좀 지내라. 다 같이 공부하느라 팍팍한 사이에 왜 그러냐?”
내 핀잔에 녀석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건···. 저희가 죄송했어요. 미안해.”
녀석의 사과에 민태가 툴툴거리듯 말했다.
“미안하면 저녁에 우리 방에 와서 같이 놀든가.”
“오케이! 바로 달려간다. 딱 기다리고 있어.”
역시나 어른스러운 민태가 녀석의 사과를 쿨하게 받아줬다.
“아무튼, 이 형아는 햄버거 셔틀 노릇 다 했으니깐 이만 간다. 너희들도 얌전히 선생님들 말 잘 듣고 있어. 아니면 휴가 확 취소해버린다?”
“안돼에에!”
“무조건 말 잘들을게요오!”
휴가 얘기에 눈빛이 달라진 보육원 아이들이 야무지게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나 휴가 못 가게 됐다고 장난이라도 쳤다간, 폭동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 나는 서둘러 휴가 준비에 나서야 했다.
***
며칠 후, 성동구 루카스 오피스텔.
타다다닥
빤스 바람으로 서재 의자에 앉은 나는 모니터에 빨려들듯 한껏 집중한 눈으로 열렬히 마우스를 두드려 댔다.
“아오! 제발 좀 뒈져라! 페이즈가 몇까지 있는 거야 대체?”
그리고 마침내.
[아자젤 토벌 성공!] [지브릴 서버 최초로 ‘아자젤’ 레이드에 성공하였습니다.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예쓰! 드디어 깼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클리어 창이 뜨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만세를 불렀다.
“야오오옹.”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본 연탄이가 한숨 섞인 울음을 터트리고는 무심히 지나갔다.
[PeachFuzz(복숭아벌레털): 드디어 깼습니다 왕세···. 아니 공주님.] [PancakePrincess(팬케익공주): 그대가 구상한 전략이 정확히 먹혀들었군. 그게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어. 아주 잘했네.] [PeachFuzz(복숭아벌레털): 그게 무슨 소립니까? 공주님의 막강한 화력이 없었으면 아자젤 공략은 절대 불가능했습니다. 새로 바꾼 무기가 제대로 돈값을 하네요.] [PancakePrincess(팬케익공주): 후후. 고생 끝에 만든 보람이 있군. 이걸 만들기 위해 얼마가 들었는지 아는가?] [PeachFuzz(복숭아벌레털): 아뇨. 몰라도 될 것 같습니다.]굳이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못해도 슈퍼카 한대 정도는 거뜬히 살만한 돈을 질렀겠지.
+12 강화 무기를 얻으려면 확률상 그 정도는 질러야 할 테니깐.
[PancakePrincess(팬케익공주): 그나저나 사우디에는 언제 오는 건가? 그대 이름으로 지어진 학교 학생들이 애타게 그대만 기다리고 있네만.] [PeachFuzz(복숭아벌레털): 저도 오랜만에 녀석들 한번 보고 싶네요. 이번 달은 휴가가 잡혀있어서 힘들 것 같고···. 그 다음 달에 한 번 방문하겠습니다.] [PancakePrincess(팬케익공주): 음? 갑자기 휴가를 간다고?] [PeachFuzz(복숭아벌레털): 아. 그게 사실은···.]나는 빈사르 왕자에게 내가 나고 자란 보육원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나온 반응이.
[PancakePrincess(팬케익공주): 유럽쪽이라···. 잘됐군. 그럼 이참에 프랑스로 오는 건 어떤가?] [PeachFuzz(복숭아벌레털): 프랑스요? 나쁠것 없습니다만···. 이유가 있습니까?]뜬금없이 나온 프랑스에 고개가 갸웃했다.
[PancakePrincess(팬케익공주):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 해변에 내 사유지가 있네.]응? 프랑스 해변에 사유지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