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여긴 다른 세상 같네
[아이돌 아니고 돌아이 고유라: 오빠! 애들 데리고 프랑스로 휴가 간다며!? 나는!? 나는나는나는…..] [남다른 동생 이지원: 오빠. 프랑스로 휴가 가요? 아니죠? 설마 저한테 얘기도 없이…?] [이웃사촌 홍슬기: 대운씨 다음 주에 프랑스 간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저도 마침……….]“뭐, 뭐야? 갑자기 한꺼번에 왜 이래?”
내가 주변에 아는 여자가 몇이나 되겠냐마는 그나마 친하게 지내는 여자들이 짜기라도 한듯 문자폭격을 보내오자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휴가 가는 걸 얘들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의아한 마음에 동시에 똑같은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나: 어떻게 알았음?]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돌아온 답장.
[아이돌 아니고 돌아이 고유라: 헐. 어이 없넹. 나도 새싹 보육원 가족이거든? 애들이 나한테 대운이 오빠랑 휴가 간다고 얼마나 자랑했는지 알고나 하는 말임?] [남다른 동생 이지원: 강마리아 원장님이 알려주셨어요. 혹시 시간 되면 저도 같이 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던데…] [이웃사촌 홍슬기: 유라가 알려줬어요!]역시나 내부 고발자가 있었고, 대부분의 정보 유출은 보육원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유라야 그렇다 치고, 원장 엄마는 지원이랑 따로 연락하고 지내나 보네?”
지원이가 우리 보육원에 봉사를 다닌 지도 어느덧 횟수로 4년 차.
그동안 꾸준히 봉사에 임했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물론, 대부분의 선생님과도 친해져 있었고, 무엇보다 원장 어머니와는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정도일 줄 몰랐지만.
“그나저나 유라 이 기집애는 왜 슬기씨한테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는 아오.”
내 졸업식에서 처음 마주한 유라와 홍슬기는 비슷한 직업군을 가졌다는 공감대 때문인지 사적으로 몇 번 만나더니 지금은 거의 친남매와 다를 바 없는 사이가 됐다.
간혹 유라는 아이리스 멤버들을 이끌고 우리 집에 놀러 오곤 했는데, 그때마다 홍슬기도 같이 불러내곤 했다.
여자들 북적거리는 소리가 처음에는 통 적응이 안 됐지만, 그래도 고양이 울음소리만 울리던 집안에 여인네 웃음소리가 들리니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지긴 하더라.
“믿을 여자 하나 없다더니···.”
어찌됐건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난감함부터 들었다.
굳이 주변 사람에게 의중을 묻지 않은 것은 방학이라는 안락한 기간을 누리고 있는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은 엄연히 사회생활이라는 걸 하고 있기에 시간 내는 게 여의치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나: 같이 가고 싶어도 다음 주 수요일부터 일주일 동안 다녀올 거라 일정이 빡빡함 ㅠㅠ. 시간 내기 힘들거임.]“바쁘신 어른들은 현생을 사셔야지 어딜 따라오려고.”
깨똑, 깨똑, 깨똑
[아이돌 아니고 돌아이 고유라: 대표님한테 못 들었어? 우리 이제 유럽 투어 끝나서 휴식기임! 고로 한두 달은 시간이 남아돈단 말이지. 아무튼, 나도 따라간다? 괜찮지?] [남다른 동생 이지원: 이번에 중국 수출 건이 잘 풀려서 포상휴가 받았어요. 연차랑 붙여 쓰면 그 정도는 충분할 듯하네요.] [이웃사촌 홍슬기: ㅎㅎ 어머 이런 우연이? 마침 그 시기에 프랑스 로케 촬영이라 시간 낼 수 있어요.]“이럴수가···.”
얼이 빠진 나는 몇 번이나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다 된다고?”
공교로워도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을까?
월드 투어한다고 전 세계를 누비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아이리스의 휴식기가 하필 다음 주라니, 더구나 이지원은 왜 이 타이밍에 포상휴가를 받았으며, 홍슬기는 그 많은 나라 중에 하필 프랑스에 스케쥴이 잡힌 것일까?
“어이가 없네.”
정말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어쩌겠는가.
그만큼 함께 휴가 가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며 일정까지 맞춘다고 하는데 거부할 명분도 없었다.
“굳이 거부할 이유도 없고.”
따지고 보면 그녀들이 오는 게 나로서도 이득이었다.
유라야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이랑 함께 자랐으니 위화감이 있을 리 없었고, 지원이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아이들의 마음을 모두 휘어잡았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었다.
“슬기씨야 뭐···. 얼굴이 프리패스니.”
그거 아는가?
아이들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로 외모를 더 따진다는 것을.
아마도 홍슬기는 가만히만 있어도 아이들이 호감을 보이며 알아서 다가갈 것이 분명했다.
“흐흐. 오히려 좋아! 애들 케어하라고 던져놓고 나는 빈사르랑 밤새 게임이나 해야지.”
[나: 콜! 숙소랑 기타 여비는 필요 없으니 몸만 오면 됨. 공항에서 픽업까지는 해드림.]어차피 별장을 통으로 쓰는 건데 남는 방이야 썩어 넘치도록 많았다.
음식이나 음료는 무한 제공이고, 픽업 기사도 별도로 있다고 하니 말 그대로 몸만 오면 되는 것이었다.
깨톡, 깨톡, 깨톡
[아이돌 아니고 돌아이 고유라: 오키오키. 오빠가 직접 데릴려 와야행♡ 안그럼 주거.] [남다른 동생 이지원: 알겠어요. 그날 공항에서 봬요.] [이웃사촌 홍슬기: 촬영 일정 다 끝나면 연락할게요!]“얘네들 지금 같이 있나? 어떻게 이렇게 계속 동시에 보내지?”
누군가 신호를 보내면 동시에 전송 버튼 누르기로 합의라도 한 걸까?
아까부터 계속 합창하듯 울리는 알림음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근데 생각해보니 스케일이 장난 아니네.”
즉흥적이었던 바캉스 계획이 말이 안 되는 수준으로 커져 버렸다.
장소부터 사우디 왕세자가 정성껏 만들어놓은 휴양지를 전세 내 쓰게 되었고, 대한민국을 넘어 이제는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누리게 된 ‘아이리스’ 리더 고유라 뿐만이 아니라, 재벌 4세이자 북산그룹 최연소 임원의 타이틀을 단 이지원, 대한민국 여배우 중 세 손가락에 꼽히는 톱스타 홍슬기까지.
이건 뭐 기자들이 냄새라도 맡게 된다면 아주 환장할만한 그림 아니던가.
“하지만 그럴 일은 없지.”
무려 빈사르 왕세자의 사유지이다.
그 보안의 삼엄함이란 일반적인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허가받지 않은 이는 아예 들여다볼 수도 없는 구조여서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쉬고 올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큰 메리트였다.
어쩌다 보니 스케일이 좀 커지긴 했지만, 막상 떠날 때가 다가오니 나 역시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좋아. 눈치 안 보고 빈사르랑 이번엔 무조건 ‘자쿰’ 깬다.”
전의를 다지며 하루빨리 그날이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
프랑스 니스 코트다쥐르 공항.
“우와아···.”
게이트를 빠져나와 공항을 둘러본 아이들이 입을 벌리며 연신 주변을 둘러보기 바빴다.
자신들을 제외하고 모두가 외국인인 광경은 처음 겪었을 터.
병아리처럼 옹기종기 모여 고사리 같은 손을 맞잡은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괜스레 웃음이 났다.
“좋냐?”
“완전 좋아요!”
합창단이라도 된 듯 입을 모아 소리치는 아이들.
“쉿! 여긴 공공장소야. 시끄럽게 하면 안 돼.”
“쉬이이!”
해외 나간다고 한창 들떠있다가 막상 비행기에 오르자 잔뜩 긴장해서는 주변 눈치 살피기 바빴던 녀석들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대부분 통제에 잘 따라줘서 장거리 비행이었음에도 별문제 없이 도착했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본대장은 제군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말 잘 들을 거지?”
“네에~”
“아주 좋아. 이제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할 거야. 여기 프랑스는 막 시끄럽게 떠드는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깐 차에 탈 때까지는 소곤소곤 얘기하기! 알았지?”
“네에···.”
굳이 저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대답도 속삭이듯 하는 녀석들.
내 동생들이지만 너무 귀엽다.
“자! 각 조장은 조원들 잘 챙기고, 본 대장을 따라올 수 있도록.”
가장 나이가 많은 녀석들을 조장으로 삼고 혹시나 인원 누락이 되는 사고가 벌어지지 않게 철저히 관리토록 했다.
공항을 벗어나 잠깐 대기하고 있자, 곧이어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버스가 우리 쪽으로 서서히 다가왔다.
“우와···.”
온통 금색으로 도배 된 버스를 바라보며 아이들이 눈을 반짝였다.
금색 크레파스만 봐도 눈이 돌아가는 나이인데 반짝이는 황금 버스를 봤으니 뻑이 안 갈수가 있을까?
빈사르라는 인간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력이 있는 나는 그와 관련된 것 중에 평범한 건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었기에 비교적 담담한 기색이었다.
버스 문이 열리자 익숙한 얼굴이 나를 반겼다.
“오랜만입니다 딜런.”
“압둘라씨가 직접 와주셨군요?”
압둘라는 빈사르 왕세자의 전담 운전기사로 하도 많이 마주치다 보니 이제는 나와도 제법 친분이 생겼다.
“왕세자님은 먼저 도착하셔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얼른 타시죠.”
1조부터 5조까지 순서대로 아이들이 버스에 올랐고, 인원 체크를 완료한 이후 버스가 출발했다.
“우와! 우주다!”
“짱이다. 별이 반짝반짝거려!”
역시나 내부도 일반 버스와는 궤를 달리했는데 천장에는 별빛처럼 은은한 조명이 흘렀고, 좌석은 구름 위에 앉은 듯한 최고급 소파로 이루어져 있었다.
냉장고에는 각종 음료부터 스낵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내 눈치를 보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펼쳤다.
“먹고 싶은 데로 먹거라. 이제껏 대장의 말을 잘 따라준 포상이다.”
“와아아아!”
신나서 이것저것 꺼내먹는 아이들을 보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무래도 한창 성장기인 만큼 뒤돌아서면 배고플 나이 아니던가.
그때 운전대를 잡고 있던 압둘라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가 바로 ‘영국인의 산책로’라 불리는 곳입니다. 초기 영국 관광객들이 신발을 더럽히지 않고 초승달 모양의 리비에라 해변을 산책하길 원했고, 야자수를 심고 산책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은 3.5km에 달하는 아름다운 해변 산책로가 된 겁니다.”
“오! 거리가 완전 이쁘네요. 근데 어째 프랑스보단 이탈리아 같은 느낌이 있네요.”
구 도심 거리는 따듯한 오렌지색 건물과 가파르고 좁은 거리가 많아 어쩐지 프랑스보다는 이탈리아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하하하. 잘 보셨네요. 1860년까지 니스는 이탈리아에 의해 통치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봐도 이상하진 않을 겁니다. 때문에 프랑스의 우아함과 이탈리아의 자유분방함이 아름답게 조화된 곳이기도 하죠.”
도심을 지나가며 압둘라는 여러 흥미로운 관광 정보를 전해줬는데 마치 전문 가이드와 같은 배경 지식을 뽐냈다.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헐? 여기가 왕세자님 별장입니까?”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해변을 살짝 벗어나자 거대한 콘크리트 벽으로 가로막힌 해변에 차가 정차했다.
버스가 다가가자 곧 시큐리티가 달려 나와 압둘라의 신분을 확인했고, 두꺼운 철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여긴 다른 세상 같네···.”
정말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음은 온데간데없이 고요함만 가득했고, 어찌나 조경을 잘해놨던지 아름드리나무와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있으면 절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이건 별장이 아니라 그냥 리조트인데?”
숙소는 눈처럼 새하얀 벽에 붉은 스패니시 기와지붕 건물이 바둑알처럼 박혀있는 형태로 어딜 들어가더라도 지중해의 아름다운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압둘라의 안내에 따라 배정된 숙소에 짐부터 풀고, 각자 물놀이 세팅을 끝내고선 다시 버스에 올랐다.
우리를 태운 버스가 해변 쪽으로 향했고, 버스의 문이 열리자 짭조름한 냄새와 함께 햇살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지중해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해변가에는 제법 많은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고, 선베드에는 선글라스를 낀 빈사르가 한가로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왔는가? 오느라 고생했군.”
“아닙니다. 덕분에 편하게 왔습니다.”
“다행이로군. 그런데 아이들이 그렇게 보고 싶었던가? 아주 눈을 떼지 못하는군.”
“아니, 그게 아니라···.”
내 시선이 해변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우디 보육원 아이들에게 고정되었다.
그중에서도 햇빛을 받아 더욱 찬란한 황금빛을 내뿜는 정체 모를 까무잡잡한 아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