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여기가 어딘지 잊으신 겁니까?
내 말에 흠칫 놀란 기색을 보인 지얌비.
“그걸 어떻게···?”
“저는 투자가입니다. 면밀한 기업 분석은 일상과도 같죠. 그린넷 와이어리스란 기업을 분석하다 보니 묘한 위화감이 느껴지더군요. 어쩐지 중국과 관련된 사업은 은근히 꺼리는 느낌을 말이죠.”
무거운 침묵을 지키던 지얌비가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 순순히 인정했다.
“역시 안목이 남다르시군요. 맞습니다. 저는 중국을 무척 싫어합니다. 그들은 명백히 선을 넘었습니다. 중국은 그동안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이라는 명목하에 아프리카에 막대한 돈을 뿌려 많은 국가들을 친중(親中) 성향으로 만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 이면의 무서움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습니다.”
내가 알기로 일대일로란, 중국에서 주도하는 신(新) 실크로드 전략으로 동남아,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육해공으로 이으려는 대외국책사업이었다.
“세상에 절대 공짜는 없습니다. 중국의 퍼주기식 대출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에 중국 채무액만 무려 835억 달러에 달합니다. 중국은 채무 이자를 탕감 해주겠다고 호의를 베푸는 척하고 있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시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그들은 애초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상환능력이 없다는 걸 알고 치밀한 함정을 파놓은 것입니다.”
“만약 상환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탄자니아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빌린 100억 달러를 갚지 못해 항구 사용권을 99년 동안 빼앗겼죠. 비단 탄자니아뿐이겠습니까?
파키스탄, 케냐, 키르기스스탄, 스리랑카, 지부티 등···. 셀 수 없이 많은 나라의 국민들이 중국인 관리자 밑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착취를 당하고 있습니다.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에 세워진 학교는 어떤지 아십니까? 아이들이 아프리카어로 대화하면 강도 높은 체벌을 주지 않나, 강제로 중국 노래를 부르게 하질 않나. 아프리카 곳곳에 믿을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얌비가 분통을 터트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건 사실상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 지배로 이어지던 프로세스와 매우 흡사합니다. 중국의 자본과 기술로 밖에 만들 수 없는 것을 손에 쥐여준 다음 의존성을 높이는 저열한 수법이죠. 이건 투자가 아니라 지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런 불공정 계약을 그 나라 정부에서 순순히 승인했다는 말입니까?”
내 의문에 지얌비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정치인들 입장에서 국민들에게 생색내기 그만한 치적도 없으니까요. 정말 통탄할 일입니다.”
안 봐도 알만했다.
머리에 든 것 없이 욕심만 그득한 수뇌부들이 중국의 사탕발림에 홀라당 넘어가 버렸겠지.
그게 아니면 막대한 뒷돈을 챙겼거나.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건설 자재 단가표를 살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책정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건설에 무지하기 때문에 그냥 어물쩍 넘어가 버렸죠. 건설사도 중국 기업, 동원되는 인력도 중국인입니다. 실질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다시 회수해간 뒤, 이권만 챙기는 꼴이죠. 이자는 이자대로 챙겨가면서 말입니다. 상식적으로 이게 맞습니까?”
“거참… 중국답네요.”
아주 저열한 수법이 아닐 수 없었다.
정작 돈을 빌려준 대상은 실질적인 손해가 아무것도 없었다.
중국 기업이 사업을 수주하고, 노동력도 자국 노동력을 쓰기에 당사국 고용 창출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을터.
뿐만 아니라 돈을 번 중국 기업의 법인세와 근로자의 소득세 역시 중국 정부에 환류될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악성 건축 자재들을 소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출 실적이 저조한 중국산 고속철도의 시장 점유율도 늘릴 수 있었다.
이에 대한 장기간 유지 보수 수요까지 감안하면···.
‘이건 뭐 칼만 안 들었지 날강도가 따로 없구만,’
설령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 나라의 영토 사용권이나, 자원 채굴권을 빼앗으면 그만이었다.
이 얼마나 고상한 양아치 짓이란 말인가.
“IMF에 구제금융이라도 신청하면 안 됩니까?”
지얌비가 힘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미 짐바브웨는 IMF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습니다. 더구나 미국으로서는 중국 좋은 일 하는 꼴이 될 텐데 그걸 가만히 보고 있겠습니까?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가에 대해 국제통화기금 지원을 차단하는 방안이 이미 추진 중입니다. 국가들이 파산하든 말든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겠다는 생각이겠지요.”
“후우···. 진퇴양난이로군요. 중국의 만행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북산솔라를 택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태양광 발전소 수주에 중국 제품을 들이게 된다면 그야말로 불난 집에 휘발유 들이붓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더 이상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흐음···.”
이쯤 되면 진짜 거의 다 넘어 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한 방이 필요했다.
“중국은 어떨지 몰라도 저 딜런은 다릅니다. 제가 추구하는 가치는 ‘상생’,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을지 몰라도,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는 법입니다. 회장님이 품고 있는 비전을 이룰 수 있게 제가 일조하겠습니다.”
“제 비전이라면···?”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를 구제하고, 완벽한 경제적 자주독립을 이루는 것 아닙니까?”
지얌비 회장이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긴 합니다만···. 솔직히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딜런 대표 입장에서 제게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회장님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마음이라···?”
“중국이 막대한 돈을 뿌려 영향력은 샀을지 몰라도, 그런식이면 절대 진심 어린 마음은 얻지 못합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택한 파트너의 마음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장황한 자기 어필이 끝이 났고, 한동안 말없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지얌비 회장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하하. 이제 보니 딜런은 안목보다 말솜씨가 더 뛰어난 투자가였군요. 마음이라···. 맞습니다. 결국,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신뢰를 쌓아야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법이죠.”
그러더니 내게 큼지막한 손을 내미는 지얌비 회장.
“앞으로 파트너로서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절대 후회하실 일 없으실 겁니다.”
그렇게 나는 지얌비 회장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고, 결국 짐바브웨 태양광 발전소에는 북산 솔라 제품이 들어가게 되었다.
덕분에 북산솔라는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본격적인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고, 이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
“저 역시 딜런에게 도움받은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 정도 부탁가지고 사례를 요구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저를 찾아 선뜻 도움을 청해주시니 기쁜 마음이 더 크군요. 으허허.”
지얌비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과거의 상념에서 깨어나 현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나저나 회장님은 요즘 근황이 어떠십니까? 엄청 바쁘시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이곳 아프리카는 하루라도 사건이 안 터지는 날이 없습니다. 아마 저는 스트레스 때문에라도 오래 살진 못할 겁니다. 으허허.”
“무슨 일 있었습니까?”
“얼마 전에 짐바브웨 의사들과 간호들이 단체로 파업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게 얼마나 끔찍한 일이냐면 인력 부족으로 한 병원에서 하룻밤 사이 신생아 7명이 사산하게 되는 비극까지 벌어졌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짐바브웨 보건 영역은 완전히 코마(Coma) 상태였습니다.”
“허···. 대체 무슨 이유로 파업한 겁니까?”
“생활고 때문입니다.”
“생활고···.”
가장 원초적이자 확실한 명분이 튀어나오자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생계 문제로 파업한 걸 어찌 비난만 할 수 있을까?
“짐바브웨 의사들의 한 달 급여는 100달러(12만원) 정도 입니다. 식료품이나 생필품 사기도 빠듯한 돈이지요.
흐음···. 대충 아시겠지만 2008년 한 해 동안 짐바브웨 물가 상승률이 몇 퍼센트가 되는지 아십니까? 하하하. 듣고 놀라지 마십시오. 무려 2억%가 넘었습니다. 아침에 50 짐바브웨 달러였던 콜라 한캔이, 저녁이 되면 150짐바브웨 달러까지 올라가는 마술을 볼 수 있었죠.”
“네? 이억 퍼센트요?”
말도 안 되는 숫자에 내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정부는요?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정부는 뭘 했답니까?”
“이 나라 정부는···. 급료를 올려줄 여력이 없다고 피해만 왔습니다. 썩은 상처가 곪아 터져, 암 덩어리가 되어가고 있는데도 방관만 한 채 자기들 잇속 챙기기 바쁘더군요.”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데도요?”
어느 나라를 가도 썩어 빠진 놈들은 항상 있었지만, 이곳은 어메이징할 정도였다.
“더 이상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자선 재단 기금을 통해 의사들과 간호들의 급료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도 ZHDA(짐바브웨 의사협회)는 제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고, 4개월 넘게 지속되던 파업도 그렇게 끝이 난 겁니다.”
“마음고생 심하셨겠군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무슨 일개 기업인이 해결한단 말인가.
이게 아프리카의 현주소라는 생각과 함께, 눈앞에 저 쌀집 아저씨처럼 생긴 기업인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새삼 와닿게 되었다.
“이건 터진 상처에 간단한 외상 연고를 바른 격밖에 되질 않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화폐부터 손을 대야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최근 그와 관련된 일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으허허.”
“화폐를 어떻게 하려고 하십니까?”
일국의 화폐라는 게 일개 기업인이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던가?
“현금없는 경제(Cashless Economy) 체제를 만들 겁니다. 전자 화폐 시스템을 도입하여 미국 달러를 대체하는 거죠. 우리 그린넷 와이어리스가 만든 그린캐쉬라는 전자 화폐가 있습니다. 이것을 주 통화수단으로 만들 겁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하하. 불가능에 가깝죠.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이미 작업은 2년 전부터 착수했고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짐바브웨 성인 31%가 그린캐쉬 계정을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물론, 저는 사회운동가가 아닙니다. 향후 그린캐쉬 사업이 캐쉬 카우가 될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무리해서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한 가지에 꽂혀 눈이 돌아간 이들에게만 보이는 광기가 엿보이자 내 입에서 낮은 감탄이 흘러나왔다.
성공 여부야 어찌됐건 저걸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보통 인간은 아니라는 방증이었으니.
“아이구 이런. 제가 손님 모셔놓고 너무 제 푸념만 늘어놓았군요. 죄송합니다. 부탁하신 ‘윌리엄 마스비누’라는 자의 신상은 제가 빠르게 파악해서 알려드리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연락만 주시면 곧장 달려오겠습니다.”
얼추 마무리되어가는 분위기에 나와 다우드가 소파에서 엉덩이를 뗐다.
그러자 고개를 갸웃한 지얌비가 나를 보며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용무가 끝났으니 이제 돌아가서 기다려야죠.”
“으허허. 여기가 어딘지 잊으신 겁니까?
“네?”
“한 시간 정도면 될 겁니다. 사람 하나 찾는 것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