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보물 찾기
마스비누의 전화를 받고 다음 날 곧장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고된 비행이었지만 퍼스트 클래스석의 안락함이 그 피곤함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주었다.
극도로 흥분한 마스비누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격양되어있었고, 처음에는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했다.
[딜런! #$%#$^#%@#$!$!$! @#! @#!]“마스비누. 뭐라는지 하나도 안들려요. 침착하게!”
[드디어 터졌습니다! 이, 일단 와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설명드릴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전화로는 일일이 다 설명하기가 힘들었던지 마스비누가 다급히 나를 호출했다.
“더 안 늦어서 다행이네.”
사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시추에 들어가는 비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몇 개월 사이에 3억 달러(약 4, 000억 원)나 쓰다니···. 어마무시하네.”
이 회장님이 한 손 보태주셔서 다행이지, 자칫하면 팔자에도 없는 대출을 받아야할 뻔했다.
“그나저나 뭐가 나왔다는 건지 궁금해 죽겠네.”
원래 맛있는 건 가장 나중에 먹어야 하는 법.
대체 뭐가 얼마나 발견됐는지는 묻지도 않고 일단 짐바브웨로 향하고 있었다.
“기대가 되는구만.”
다우드가 이어준 황금빛의 결과물이 어떤 식으로 돌아올지 기대되어 잠도 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말라크 에너지’ 사옥.
“오셨습니까!”
회의실에는 마스비누와 로버트 어윈, 그리고 처음 보는 백인 사내가 자리하고 있었다.
“다들 얼굴이 좋으시네요?”
반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는 걸 증명하듯 피부 자체는 무척이나 푸석푸석했지만, 역설적으로 얼굴에선 번쩍번쩍 빛이 났다.
그만큼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받는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말이겠지.
“대체 뭘 발견했다는 겁니까?”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마스비누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리튬! 분화구 아래에 리튬이 매장되어있었습니다! 양이 엄청납니다!”
“역시 그쪽에 리튬이 묻혀있던 거였네요.”
생각보다 담담한 내 반응이 답답했던지 마스비누가 다그치듯 말했다.
“그 정도가 아닙니다! 잘만하면 단일 광산 최대 리튬 매장량으로 기록될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라고요?”
예상했던 것 보다 그 규모가 심상치 않은가 보다.
늘 여유로워 보였던 로버트 어윈까지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으니깐.
“중요한 건 리튬이 광석 형태가 아닌 점토층으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말은···?”
“그만큼 고농축으로 리튬이 저장되어있다는 말이죠. 자세한 설명은 이 친구가 해줄 겁니다.”
어윈의 소개에 덩그러니 앉아있던 백인 사내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리치 마인스 개발 1팀장 데이빗입니다.”
“반가워요 데이빗.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고개를 끄덕인 데이빗이 본격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처음 저 분화구에 시추 비트를 박아넣었을 때만 해도 그다지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지층이 수월하게 뚫렸거든요.
하지만 120m까지 시추해서 들어가자 어마어마한 강도의 경암층이 나타났습니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었기에 단단히 준비하고 왔는데도···. 말도 안 되는 강도더군요.
특수 장비와 다이아몬드 시추 비트를 가지고도 도통 작업 진행이 되질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건 미친 짓이라고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한다고 보고 올리려 했습니다. 무리해서 진행했다가는 설비가 망가질 수도 있었고, 자칫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한국에서 유유자적 있는 동안 그런 험난한 과정들이 있었는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래서요?”
“거의 자포자기하던 중에 우리를 일으켜 세운 게 마스비누 대표였습니다.”
“마스비누가요?”
마스비누가 대체 뭘 했다는 걸까?
알고 보니 응원단장으로서의 재능이라도 있었던 걸까?
하지만 데이빗이 들려준 얘기는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마스비누씨가 개발한 탐사 소프트웨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탐사 소프트웨어요?”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그러다 문뜩 마스비누의 약력 한 줄이 떠올랐다.
“아. 마스비누… 컴퓨터 공학도 전공했댔죠?”
“예. 에너지자원 공학이 주전공이고, 컴퓨터 공학을 복수 전공했습니다. a? Master’s? degree(석사)도 컴퓨터공학으로 땄습니다.”
몰랐던 사실이었다.
“석사 과정을 밟으며 연구원으로 있을 때 만들었던 프로토타입을 디벨롭한 겁니다. 사실 시간이 없어서 최소 기능만 구현하는 식으로 만든 거죠.”
“그건 어떻게 쓰이는 겁니까?”
“위성데이터와 지질 데이터를 결합하여 최적의 채굴 장소를 찾을 확률을 높이는 겁니다. 이를 이용하여 레이 호스 광산이 미국의 최대 리튬 광산인 맥더미트 칼데라와 굉장히 유사한 지질학적 특성을 가졌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목표로 하는 광물이 어디에 집중되어 있을지 예측하여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겁니다.”
“세상에···. 그걸 불과 몇 개월 안에 만들었다고요?”
“말씀드렸다시피 전체적인 개요는 머릿속에 있었고, 문제는 전문 인력인데… 딜런의 투자금으로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뭐 대단한 건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겠다 싶어서···.”
과하게 집중된 관심에 쑥스러워하며 마스비누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에 데이빗 팀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물론 초기 모델이라 엉성한 부분도 많았지만, 더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고, 디벨롭된다면 자원개발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사실 자원 개발이라는 게 시간이 곧 돈인 사업이고, 지연되면 될수록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됩니다. 그걸 줄일 수 있다는 건 가히 혁신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흥분해서 말하는 데이빗을 보니 제대로 만든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스비누?”
“네 딜런.”
“당분간 마스비누는 아까 그 탐사 프로그램······. 혹시 이름이 있나요?”
“리소스 프로스펙터(Resource Prospector)입니다.”
“네. 그 리소스 프로스펙터의 개발에만 전념해주세요. 추가 인력은 원하시는 대로 뽑으셔도 좋습니다. 자금이 부족하면 말씀하시고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황금빛과 상관없이 5년간 굴러온 VC로서의 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결코 심상치 않은 떡잎이라는 것을.
“이야기가 잠깐 딴 데로 셌군요. 설명 계속해주겠습니까?”
데이빗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일단 리튬 매장이 확인된 저 분화구는 1, 640만 년 전 약 1, 000입방km의 마그마가 외부로 폭발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분화구 깊숙한 곳 안에는 나트륨, 칼륨, 리튬, 염소, 붕소가 풍부한 알칼리성 마그마가 분출한 산물이 그대로 저장되어있었죠. 이 마그마는 빠르게 냉각되어 미세한 결정질의 유리질 화산암인 이그님브라이트(ignimbrite)를 형성했고, 오랜 기간 풍화 작용을 거치며 풍부한 리튬 입자를 생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헐···. 그렇게나 오래된 화산이라고요?”
“아마도 아주 오랜 옛날, 저 분화구에는 호수가 형성되어있었을 겁니다. 그 상태에서 수십만 년이 흘렀고, 화산의 열기로 인해 물은 조금씩 증발되어 갔습니다.
풍화된 화산과 주변 물질이 점토가 풍부한 퇴적물을 만들었고, 호수가 비워진 뒤 또다시 화산 활동이 일어나며, 퇴적물이 리튬과 칼륨이 풍부한 알카리성 염수에 노출된 겁니다. 그야말로 고농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죠. 지하 190M 발견된 발견한 점토층의 리튬 농도는 일반 리튬 광산의 것보다 적어도 두 세배는 더 높을 겁니다.”
“매장량으로 따지면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추정 매장량은 1, 000만 톤 정도입니다.”
“푸흡! 네!? 처, 천만 톤이요?”
평온을 유지하던 내 얼굴에 금이 가며 입이 떡 벌어졌다.
새삼 숫자로 들으니 우리가 발견한 보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이란에서 850만 톤 규모로 추정되는 리튬 광산이 발견되어 한바탕 떠들썩했다.
인도 역시 최근 발견한 리튬 광산의 추정량이 590만 톤으로 확인되며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였다고 들었다.
상업화된 리튬 광산중 세 손가락에 꼽힌다는 칠레 리튬 광산도 매장량이 920만 톤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는 1, 000만 톤이라고?”
순간 머리가 아찔해져 왔다.
“물론 아직은 시기상조가 될 수 있어서 조심스럽습니다. 어떤 리튬인지도 확인도 필요하고요.”
“리튬에도 종류가 있나요?”
“크게 수산화리튬, 탄산리튬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리튬 다음에 산소하고 수소가 붙으면 수산화리튬이고, CO가 붙으면 탄산리튬입니다. 조금씩 용도가 다른데 탄산리튬은 622 소재를 만들 떼쓰고, 수산화리튬은 811쪽을 만들 때 씁니다. 그리고 확인된 매장량 역시 배터리에 쓸 수 있을 정도로 품질이 나올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 매장량이 많다고 경제성 있는 자원으로 쓸 수 있다는 건 아닌가 보군요?”
“그렇습니다. 배터리에 쓸 정도의 리튬이라면 굉장히 고품질이어야 하는데···. 솔직히 크게 걱정은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고농축으로 압축된 리튬 점토가 발견됐다는 거네요. 그것도 1, 000만 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추정치의···.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요?”
“워낙 가격 변동성이 심해서 딱 정해 말씀드릴 순 없지만 최근 거래된 리튬의 톤당 가격이 20, 000달러였습니다.”
“잠깐···. 그럼 1, 000만 톤이면···. 미친.”
단순계산으로도 2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허얼···.”
너무도 비현실적인 금액에 몸에 힘이 풀려 소파 등받이에 쓰러지듯 털썩 기대었다.
“대박이네요···.”
묵묵히 듣고만 있던 로버트 어윈이 드디어 첫마디를 뗐다.
“저희도 솔직히 이 정도의 결과를 얻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건 말이 안 됩니다. 광산 개발이라는 게 이렇게 단기간에, 그것도 무슨 땅만 판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아마 업계 사람에게 얘기하면 미쳤다고 할 겁니다.”
“앞으로 더 바빠지겠네요.”
내 말에 세 사람 모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면 점토층에 내재된 리튬을 추출하여 가공하는 공정을 거쳐야 할 텐데···. 그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리튬은 주로 광석이나 염수에서 추출하는 게 일반적이라 점토 추출은 상업적 생산 사례도 드물고, 관련 기술도 일부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마침 생각나는 사람이 있거든요.”
공교롭게도 일이 이렇게 풀릴 줄은 그분도 전혀 상상 못 하지 않았을까?
***
북산타워 회장 집무실.
“뭐라고?”
“리튬 찾아냈다고요.”
“………….”
“그것도 매장량이 1, 000톤이나 되는 대물을.”
마지막 결정타에 주름진 눈이 넓게 벌어졌고, 노회한 눈동자는 톱니바퀴처럼 빠르게 돌아갔다.
이마에 찡그린 주름이 더욱 깊게 파인 이 회장님이 외마디 비명을 내뱉었다.
“뭬, 뭬야!?”
이제껏 본 적 없는 경악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이승환 회장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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