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27)
27화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한방
해커톤 2일 차 중간발표.
각 팀이 그동안 해왔던 진행 과정에 대해 발표를 하는 시간이었다.
주어진 발표 시간은 2분.
길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임팩트있게 핵심만 발표하는 게 포인트였다.
웅성웅성
이틀간 지지고 볶고 해서인지 팀원들끼리 가까워진 것이 확연히 보였다.
어떤 팀은 서로 장난치고 농담 따먹기 하느라 바빴고, 또 어떤 팀은 진지한 얼굴로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았다.
우리 팀 분위기도 첫날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장원아. 발표는 내가 하는데 왜 네가 더 떨고 난리야?”
“혀, 형. 저흰 한 팀이잖아요. 형이 떨리면 저도 떨리는 게 당연하죠.”
“난 하나도 안 떨리는데?”
“그렇다고 너무 안 떠는 거 아니에요?”
특유의 시크한 표정으로 묻는 이지원을 향해 씨익 미소를 날려줬다.
이제는 이지원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코피까지 쏟아가며 개발에 몰두한 장원이의 입에 닭다리를 쑤셔 넣어준다거나, 쪽잠이라도 좀 자야 한다며 엉덩이를 걷어차는 등.
싸늘하기만 할 것 같은 첫인상과 달리 이지원은 꽤나 츤데레적인 면모가 있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거지. 다들 열심히 했잖아.”
그 말만큼은 반박할 수 없었던지 지원이가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 나누어줬다.
“저 피부 상한 거 보여요? 무조건 입상해요. 우리.”
내 시선이 이지원의 얼굴로 향했다.
여전히 투명하고 깨끗한 피부였지만 살짝 거스라미가 돋은 입술이 그간의 피로를 말해주는 듯했다.
“걱정마. 씹어먹고 올게.”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존호가 단상으로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이틀만이네요. 첫날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릅니다. 그만큼 열정을 불태웠다는 얘기겠죠. 오늘은 중간발표 일입니다. 여러분들이 이틀 동안 만들어온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죠. 물론 최종 발표가 아니기 때문에 초기 아이디어에서 어떻게 디벨롭했고 앞으로 어떻게 완성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간단히 발표하시면 됩니다.”
비록 중간발표였지만 묵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발표 순서는 저희 주최 측에서 무작위로 정했습니다.”
거대한 스크린에 발표 순서가 띄워졌다.
우리 팀 발표 순서는 마지막 조의 바로 앞.
본격적인 중간발표가 시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데이터 마이닝을 통한 합리적인 주거지 선정 서비스 ‘집도사’를 기획한······.”
역시나 전국에서 모인 실력자들이라 그런지 이틀 만에 만든 결과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를 선보였다.
IP 카메라를 통한 신체 노출을 감지하여 인터넷으로 유출을 방지하는 솔루션.
키오스크에 활용 가능한 지문인식 기반 간편 결제 서비스.
AI 활용해 증권 뉴스 및 여러 주가 영향을 분석한 자산관리 조언 서비스까지.
요즘 뜨고 있는 기술을 응용한 결과물이 우후죽순으로 튀어나왔다.
발표가 이어질수록 장원이의 어깨가 점점 처져 가는 것 같으면 착각이겠지?
퍽
나는 손바닥으로 장원이의 등짝을 살짝 내리쳤다.
“쫄지마 인마. 우리가 최고니깐.”
한 치의 의심 없는 목소리에 장원이의 표정이 다소 밝아졌다.
“그···. 렇겠죠?”
“그렇겠죠가 아니라 무조건이라고. ‘따봉’은 네가 낳은 네 새끼야. 우리 ‘따봉’이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자식이니?”
“그, 그럴 리가요! 따봉이 세상에 가져다줄 가치가 얼마나 큰데요.”
“그래 인마. 그거면 된 거야. 우리 서비스가 엄청난 기술은 들어가 있진 않지만, 저들한테는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게 있잖아.”
“진정성···.”
“그래.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너의 진정성이 우리 서비스에 진하게 녹아있다고. 그러니 자신감 가져.”
내 말에 입술을 굳게 다문 이장원이 눈을 번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새끼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지’라는 얼굴이었다.
단순한 녀석이었지만 옆에서 잘 잡아주기만 하면 누구보다 빛날 재능을 가진 녀석이었다.
“다음 팀은···. 오우. 팀 이름이 무척 인상적이네요. ‘미운오리쉐끼’팀. 앞으로 나와주세요.”
“킥킥킥. 미운오리쉐끼래.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구만.”
“거기 아냐? 산문대인가?”
“아. 대책 없이 낭만만 가득한 그 팀?”
나는 담담한 얼굴로 단상 위에 섰다.
발표 막바지라 그런지 집중력이 흐트러져 잡담을 나누거나 딴짓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미운오리쉐끼 팀의 발표자 송대운입니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미리 제출했던 PPT 자료가 스크린에 띄워졌다.
나는 형형한 눈빛으로 좌중을 한번 훑었다.
“기획 의도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서비스명은 ‘따봉’입니다. 칭찬을 뜻하는 제스처이기도 하죠. 극단적으로 말해 혐오의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 왕따나 학교폭력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죠.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저희 팀은 그런 암담한 현실 속에서 ‘칭찬’을 유도하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SNS)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차분하지만 귀에 쏙쏙 박히는 목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나에게 집중됐다.
“저희가 만든 MVP입니다.”
화면이 넘어가며 장원이가 이틀 밤낮을 새워가며 만든 웹 버전 프로토타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 그럴싸한데?”
“저걸 이틀 만에 만들었어? 나름 실력은 있나 보네.”
나지막한 감탄이 귀로 들려왔다.
“사람들은 왜 칭찬을 잘하지 않는 걸까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쑥스럽고 낯간지러워서 못하겠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익명’과 ‘투표’라는 수단을 통해 칭찬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산만했던 분위기가 점차 정돈되며 모두의 이목이 나에게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은 중간과정이기에 수정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최종 발표 때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당당한 걸음으로 내려오자 장원이가 물개박수로 나를 맞이했다.
“대운이형 발표 진짜 잘하시네요! 귀에 쏙쏙 박힌달까?”
“고생했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흘러가던 그때 누군가 단상 위로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쭉 째진 눈에 흘러내릴 것처럼 늘어진 볼살이 인상적인 중년 남자였다.
“안녕하십니까. 멘토단 단장을 맡은 차경호입니다.”
멘토단.
해커톤 기간 동안 돌아다니면서 참가자들이 여러 기술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도움을 주는 전문가들을 칭했다.
물론 우리 쪽에도 간혹 왔었지만 형식적인 말 한마디 툭 던진 이후로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중간발표 잘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이틀 동안 보여준 열정에 저희 멘토단은 감동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어서 이렇게 마이크를 잡게 되었습니다.”
차경호 단장의 뱁새눈이 우리 쪽으로 향한 것 같았으면 착각이었을까?
“여러분들은 봉사활동이나 비영리 단체를 하고자 여기에 모인 게 아닙니다. 엄연히 사업을 하고자 모인거죠. 즉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겁니다. 누구를 칭찬하고 세상에 긍정적 메시지를 던져주고, 다 좋습니다. 좋은데. 결국, 수익 창출을 하지 못한다면 그 의미가 아무리 좋더라도 그 프로젝트는 빵점짜리입니다.”
뼈를 때리는 말에 몇몇 팀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물론 우리 팀도 예외는 없었다.
“그렇다고 여러분께 당장 수익을 창출하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그건 불가능하죠. 대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최종 평가 때 결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주시길 바랍니다. 제 말을 여기까지입니다. 남은 기간 화이팅 하시길.”
뜨거웠던 장내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어갔다.
“말투는 좀 재수 없지만 틀린 말은 아니에요. 넌 이거 구상할 때 돈은 어떻게 벌지 생각해봤어?”
지원이의 말에 이장원이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아뇨···. 아이디어 구상만 했어가지고······.”
“지금부터 하면 되지. 일단 야식 치킨부터 뜯으면서 같이 고민해보자.”
매 저녁 주어지는 피자와 치킨을 잔뜩 가지고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일단 먹자. 먹고 일한 귀신이 때깔도 좋은 법이니라.”
“저, 전 죽기 싫어요.”
닭다리 하나를 냉큼 집어간 이지원이 나에게 물었다.
“무슨 좋은 생각 있어요?”
“다른 팀 발표를 쭉 들어보니 확실히 우리가 후달려. 아니. 많이 후달려.”
“그거야 뭐···. 다른 팀들은 심사 위원들이 좋아할 만한 온갖 고부가가치 기술들이 잔뜩 들어있으니까요.”
“과연 비즈니스 모델 하나 만든다고 전세가 역전될까?”
내 물음에 두 사람이 침묵으로 답했다.
“지금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이 문제가 아냐.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한방이 필요해.”
“그런 게···. 있을까요?”
자신 없어 하는 이장원을 바라보다 이지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솔직히···. 너무 불리해요. 심사 위원들 눈엔 우리 서비스가 애들 놀이처럼 보일 거예요.”
이장원이 먹던 치킨 조각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암울한 분위기가 흘렀다.
나는 턱을 긁적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전세를 뒤집으려면 어떤 한방이 필요할까?
사실 답은 명확했다.
“그냥 서 가지고 물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절대 바다를 건널 수 없어.”
“뭐라고요?”
뜬금없는 내 말에 이지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남은 기간은 기껏해야 이틀. 장원아. 내일 아침 7시까지 개발 마무리할 수 있겠냐?”
“할···. 수 있어요. 어떻게든 해낼게요.”
뭔가를 느낀 것인지 이장원이 눈을 번득이며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도울게요. 근데 무슨 수가 있어요?”
이지원의 물음에 닭 날개 하나를 집어 들고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음. 맛있네. 솔직히 우리가 어필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 기술? 커리어? 아무것도 없어. 진정성? 내가 말하긴 했지만 당장은 허울 좋은 말로 들릴 뿐이야. 결국,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여주는 것 말곤 없어.”
“성과···?”
이지원의 커다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장원아 개발 끝나면 기능 구현에는 문제없겠지?”
“네. 문제없어요.”
어떻게든 해내고 말리라는 이장원의 의지가 전해졌다.
“오케이. 두 사람은 어떻게든 개발만 마무리해줘. 이후엔 내 몫이니깐.”
그렇게 자리로 돌아간 두 사람이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나 역시 나만의 준비를 위해 노트북을 펼쳤다.
*
다음 날.
다크서클이 광대까지 내려온 이장원이 감기는 눈을 어떻게든 부여잡으며 노트북을 쳐다봤다.
옆에선 새벽까지 제 몫을 다해낸 이지원이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자고 있었다.
“드, 드디어 끝났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내가 이장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노고를 치하했다.
이후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고생 많았다. 눈 좀 붙이고 있어. 자고 일어나면 많이 바뀌어 있을 거야.”
몰려오는 수마를 감당하지 못한 이장원이 두 눈을 끔뻑끔뻑했다.
“네. 형님···. 저···. 너무 졸려서···. 조금만 눈 좀 붙일게요. 진짜 잠깐만······.”
그대로 책상에 엎드린 이장원이 기절하듯 곯아떨어졌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 내 자리로 돌아가 노트북을 펼쳤다.
저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내 차례였다.
**
“하암···.”
천근만근한 몸을 억지로 일으킨 이장원이 기지개를 켰다.
비몽사몽 한 얼굴로 멍하니 앉아있던 이장원이 화들짝 놀라 시간을 확인했다.
“헉! 벌써 시간이···.”
오전 여덞 시쯤 눈을 붙였는데 어느새 오후 세 시가 되어있었다.
“마, 망했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팀원 두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다.
허겁지겁 노트북을 펼친 이장원.
그때였다.
노트북을 들여다보던 이장원의 동공이 거세게 떨려오기 시작한 것이.
“어? 이, 이거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