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31)
31화 건물이 뭐가 어떻게 됐다고요?
“그러니깐···. 정말로 한국대 해커톤에서 입상했다는 얘기지요? 더구나 금···. 상을?”
민동원 교수가 손에 들린 과기부 장관상과 우리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끝을 흐렸다.
특유의 포커페이스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얼굴로.
“넵. 한영대의 위상을 한껏 드높이고 왔습니다.”
“고생···. 하셨습니다.”
“그럼 저희 둘은 과제랑 시험 면제인 거죠?”
“물론입니다. 제 입으로 한 약속이니까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저흰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달칵
대운과 이지원이 교수실을 나가자 민동원이 의자를 뒤로 젖히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뭔가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나오는 그만의 버릇이었다.
“진짜 한국대 해커톤에서 입상했다고? 그것도 금상···?”
쉬이 믿기 힘든 일이었다.
한국대 해커톤이 어떤 곳이던가.
한국 최고의 대학에서 주최하는 대회인 만큼 상금도 상금이지만, 그 격 또한 무척이나 드높았다.
오죽하면 한국대 해커톤은 기성(旣成)들의 잔치판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만큼 기존에 창업 ‘꾼’들이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서 나가는 곳이 한국대 해커톤이었다.
“그런데 저 두 사람은 뭐지?”
분명 저 두 사람은 창업에 ‘창’자에도 관심이 없는, 그저 학점을 위해 수업을 듣는 학생일 뿐이었는데 어떻게 그 쟁쟁한 기성들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일까.
“호부무견자(虎父無犬子)라더니. 역시 북산가라 이건가?”
민동원 교수 머릿속에 대운의 정체가 더욱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더 신경 쓰고 주시해야겠어.”
개인 다이어리를 펼친 민동원이 무언가를 열심히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
한영대 인근 카페.
교수실을 빠져나온 우리 두 사람은 시간이 남아 근처에서 커피나 한잔하기로 했다.
“하아···. 4일이 어떻게 지나간 줄 모르겠네. 진짜 폭풍 같은 주말이었어.”
“아쉽지 않아요?”
“아쉽지. 나름 재밌었는데.”
“아뇨. K-스타트업에 나가지 않은 거요. 마음먹으면 할 수도 있었잖아요.”
이지원의 물음에 입술을 쭉 내밀었다.
일말의 아쉬움도 없냐고 물어보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내 결정을 후회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해커톤을 참가한 이유도 대학생 시절에만 겪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했기에 나갔던 것이었고, 혼을 불태우다시피 ‘따봉’을 살려보려고 했던 것도 애초에 장원이에게 황금빛을 봤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사업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돈’에는 관심이 많았다.
때문에 이장원에게 ‘투자’ 한 것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찬란했던 황금빛이 결코 헛된 투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줬기에.
“정말 좋은 경험이었지만. 난 창업 이런 건 딱 질색이야. 하지만 장원이는 달라. 걘 타고난 사업가 기질이 있어. 그걸 봤기에 흔쾌히 투자한 거고.”
이건 진심이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부대끼면서 열정을 불태우며 경쟁하고, 나중에는 서로 응원해주는 전우가 되어가는 과정까지.
해커톤 자체는 너무도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새삼 늦게라도 대학생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 우우웅
덜덜 떨며 테이블을 때려대는 휴대폰을 보며 이지원에게 양해를 구했다.
“쏘리. 잠깐 전화 좀 받을게.”
“그러세요.”
“어 그래 주희야. 나? 아지트카페. 뭐? 애들이랑 이리로 온다고?”
이지원이 묘한 눈빛으로 대운을 지긋이 쳐다봤다.
*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팔린 저 이상한 오빠를 바라보며 이지원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저 남자의 정체는 뭐지?’
온통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였다.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오히려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시작은 가벼운 질투와 호기심이었다.
가족 식사 자리에서 할아버지가 타인에 대한 칭찬을 그렇게 많이 하는 것은 난생 처음 봤으니깐.
“껄껄껄. 송대운인가? 그놈 대답이 정말 걸작이야. 배포도 보통이 아니고. 크게 한번 사고 칠 놈이야. 그놈이랑 얘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니깐. 끌끌끌 말년에 아주 재밌는 놈을 만났어.”
온통 칭찬 일색이었다.
근래 할아버지가 그리 밝은 웃음을 내보인 적이 없었기에 가족들도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그 청년이 그렇게 마음에 드셨어요 아버님?”
“에잉. 마음에 들기는 무슨. 그냥 그놈 하는 짓이 웃겨서 그런게지 크흠.”
마음에 드신 게 분명했다.
강한 호기심과 동시에 묘한 질투심이 들끓었다.
자신이 아는 할아버지는 매사 칭찬에 인색했고 질책과 훈계를 더 중요시하셨기에.
“그러고 보니 지원이 너랑 같은 학교라더구나.”
화들짝 놀란 이지원이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그 사람이 한영대 학생이에요?”
“그래. 경영학과라던가? 이번에 편입으로 들어갔다던데.”
“어느 집안 자제분인가요? 혹시 보게 되면 인사라도 드릴게요. 할아버지.”
“끌끌끌. 집안은 무슨. 보육원에서 튀어 나온 어린놈이 빚까지 져서 몇 년 동안 태평양에서 참치만 잡다 온 놈이야. 그런데 참 신통방통하지. 그랬던 놈이 그런 돈은 또 어디서 났을꼬. 정말 보물선이라도 턴 갠가? 크헐헐. 아무튼, 요상한 놈이야.”
할아버지의 말에 이지원의 곱게 뻗은 눈썹이 들썩였다.
묻고 싶은 건 산더미였지만 그 이상 묻진 않았다.
친할아버지이자 북산 그룹 이승환 회장은 무언가 꼬치꼬치 캐묻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같은 학교라고?”
찾는 건 시간문제였고 궁금한 건 직접 알아보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등잔 밑이 어둡다고 심지어 수업 하나가 겹쳐 있었다.
그때부터 송대운이란 인물을 유심히 관찰했지만 크게 특별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설마 할아버지가 사람을 잘못 본 건가?’
단언컨대 사람을 보는 것에 있어서는 세상 누구보다 까다로운 것이 할아버지 이승환 회장이었다.
분명 자신이 눈치채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때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저기. 혹시 저랑 같이 해커톤 안 나가실래요?”
뜬금없는 제안에 남자는 당황한 듯했으나 이내 흔쾌히 승낙했다.
‘뭐지? 저렇게 흔쾌히?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한국대 해커톤은 명문대 중에서도 난다긴다하는 학생들이 벌떼처럼 모여드는 곳이었다.
상금 규모도 규모지만, 이곳에서 입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러 정부지원자금이나 투자를 받기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해커톤이 시작되었다.
가장 중요한 팀 빌딩 시간에도 남자는 천하태평이었다.
‘설마 벌써 포기했나?’
진한 실망감이 스며들 때쯤 남자가 단호한 음성으로 말했다.
“있어요. 반드시 데려와야 할 사람이.”
당황스러웠다.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은 인물을 홀로 지목했기에.
심지어 그 이유라는 것도.
“그냥요. 촉이 오거든요. 저 사람이랑 하면 입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촉이.”
이때부터는 반쯤 자포자기 해서 ‘그래 어디에 네 마음대로 해봐라’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할아버지가 사람을 잘못 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하지만 중간발표가 다가오면서 그 생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장원이···. 능력 있어.”
솔직히 말해서 학벌도 그렇고, 자신감 없는 모습도 그렇고, 기대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장원은 의외로 다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코딩 짜는 능력도 훌륭했지만 유저 친화적인 UI/UX에 대한 감각도 뛰어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수없이 망해봐서 이제는 어떻게 만들어야 유저들이 좋아할지 저절로 안다고 했던가.
덕분인지 이틀 만에 만든 것 치고는 제법 훌륭한 MVP가 만들어졌다.
중간발표가 이루어졌고 우리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뼈아픈 충고를 듣게 된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선사업을 하려는 건 아니었으니깐.
하지만 송대운이라는 사람은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이 문제가 아냐.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한방이 필요해.”
고민하던 남자는 아침까지만 개발을 끝내 달라고 부탁하였고, 밤을 새워 작업을 마무리하고 몰려드는 수마를 이기지 못해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잠에서 깼을 땐 작은 기적이 벌어져 있었다.
“맙소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자고 일어났더니 텅 비어있던 세상에 사람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남자는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일까?
그리고 남자가 밤새 했다는 행동에 기함했다.
“그걸 정말 일일이 손으로 다 했다구요?”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 씨익 웃음 짓는 남자를 보자 할 말을 잃었다.
학교별로 별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서 일일이 팔로우 신청을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심지어 계정을 비공개로 하여 점심시간과 하교 시간을 노려 일순간에 유저를 모은 전략도 기가 막혔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이 모든 걸 생각해내고 실행까지 해내다니.
물론 관점에 따라 무식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모든 건 결과가 증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당황스러웠던 건 그 이후였다.
느닷없이 유창한 아랍어를 선보인 것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정말 경악한 것은 금상을 받고 난 이후였다.
“투자금은 오천, 대신 10%의 지분을 줘. 내가 첫 엔젤투자자가 되어줄 테니.”
충분히 욕심낼법한 상황이었건만 남자는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뜬금없이 오천만 원이라는 돈을 이장원에게 투자했다.
“그냥 너라는 ‘사람’한테 투자한 거야. 넌 뭘 해도 될 놈이니깐.”
놀라웠다.
남자의 얼굴에선 일말의 의심도 보이지 않았으니깐.
미래라도 들여다본 듯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엿보였다.
참 이상한···. 아니, 신기한 사람이었다.
북산가라는 재벌가에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집안에서 정해놓은 메뉴얼대로 살아왔다.
크게 속 썩인 일도 없었고 일탈도 해본 적 없었다.
그만큼 ‘타인’에 대한 관심 보다는, 어떻게 하면 집안에서 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
드라마처럼 정략결혼의 희생양으로 남고 싶지는 않았으니깐.
일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처음으로 타인에 대한 진한 호기심이 들었다.
눈앞에 실없이 웃고 있는 저 남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지원이 심유한 눈빛으로 다시 한번 대운을 응시했다.
*
“아오. 시끄러운 것들.”
휴대폰을 내려놓은 나는 거칠게 귀를 후벼팠다.
가행, 유진, 주희 세 녀석이 마침 근처라 이쪽으로 넘어온다고 어찌나 성화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끊어버렸다.
“그때 강의실에 쳐들어왔던 녀석들이 여기로 온다고 하네.”
“괜찮아요. 저도 곧 수업 들어가야 하거든요.”
“아 그래? 잘됐네. 아무튼, 4일간 지지고 볶느라 고생 많았다. 흐흐흐. 어찌됐건 우리 둘은 시험 면제받았잖아. 민승사자의 마수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때마침 카페 입구가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운 오빠 저깄다!”
“헐. 또 한대 여신이랑 같이 있네.”
우리 쪽으로 도도도 달려온 가행이와 유진이가 이지원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주희는 어쩐지 심통 가득한 얼굴로 두 사람 뒤를 따랐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한 번 뵀었죠?””
“네 반가워요. 이지원이라고 합니다. 이거 어쩌죠? 제가 수업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앗. 그럼 빨리 가보셔야죠. 다음에 보면 같이 커피 한잔해요.”
이지원이 주섬주섬 짐을 챙기며 나를 쳐다봤다.
“내일 수업 끝나고 뭐해요?”
“나? 글쎄? 그냥 숨 쉬고 있지 않을까?”
“같이 밥이나 먹어요. 연락할게요.”
그 말을 끝으로 이지원을 세 녀석에게 눈인사하고 훌쩍 떠나버렸다.
“겁나···. 시크하고 멋있어.”
“헐···. 형 설마 한대 여신한테 데이트 신청 받은 거에요?”
“데이트는 개뿔. 헛소리 좀 하지마. 팀플 끝난 기념으로 밥 한 끼 하자는 거 가지고 무슨.”
“진짜 데이트 아니죠?”
“어느 나라에서 데이트를 저렇게 건조하게 하냐? 나는 낭만도 없는 줄 아냐 이것들아!”
“그럼 됐어요.”
뭐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또다시 울리는 진동에 휴대폰을 확인했다.
[남녀칠세 부동산 김정남]“네. 김 소장님. 이 시간엔 어쩐일로.”
종종 통화하긴 했지만, 이 시간에 전화 거는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의아함이 들었다.
“네? 우리 꼬빌이가 뭐가 어떻게 됐다고요?”
꼬빌이는 내가 소유한 꼬마빌딩의 애칭이었다.
“뭐가 풀려요? 제한이요?”
흥분한 김정남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까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