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313)
313화 어떻게 이년이?
[HSSL 케빈 부회장(bf)]순간 얼굴에 웃음꽃이 피며 곧장 통화버튼을 눌렀다.
“케빈! 이 시간엔 어쩐일이세요? 네덜란드는 지금 이른 아침일 텐데.”
[오매불망 제 전화만 기다리고 있던 것 아닙니까 딜런?]“보고 싶은 친우의 전화라면 언제든 환영이지요.”
[하하하. 애타게 제 전화만 기다렸을 것 같아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곧장 연락드리는 겁니다.]“오오. 그 말은···. 얘기가 잘 된 건가요?”
[물론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지만···. 하하. 결국엔 이사진들도 수긍했습니다. 이번에 저희 HSSL에서 새로 선보이는 ‘SUPER NA EUV’ 기종의 첫 계약사는 SI하이텍이 될 겁니다.]“저, 정말입니까? 세상에···.”
솔직히 거의 안될 거라 생각하고 던진 부탁이었다.
아무리 내가 케빈과 남다른 사이라고 해도 비즈니스는 전혀 별개의 문제였기에 넌지시 묻기만 한 것이었는데 이걸 성사시키다니.
그가 나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머릿속에 그려져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실 운도 많이 따랐습니다. 하필 이번에 출시할 신제품이 전력반도체용 노광장비라는 것과 동시에 SI하이텍에서 산화갈륨 전력 반도체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내부 반발이 그나마 적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딜런의 이름값이 빛을 발했지만요.]“제 이름값이요?”
[실리콘밸리의 현인, 기적의 투자자, VC딜런의 위명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했던 겁니다. 그런 인물이 큰돈을 투자한 회사였기에 미래 가치를 보고 결정을 내린 거죠.]갑작스러운 찬양 공격에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하하하. 지금 딜런의 표정이 어떨지 예상이 가는군요. 친우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팩트가 그렇다는 겁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치킨게임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저희 HSSL의 EUV장비 확보전도 그만큼 치열해진 상태입니다. 사실상 EUV 장비를 얼마나 많이, 적기에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경쟁의 승리가 판가름 나게 될 테니까요.]실제로 대당 수천억 원에 달하는 EUV 장비는 보통 1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미리 발주를 넣는데, 이마저도 제때 받기가 힘든 까닭에 반도체 기업들은 하나같이 모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처럼 입만 벌리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세계 반도체 시장을 리드하는 기업들은 HSSL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아무튼, 전력 반도체 역시 자율주행 등 기술 고도화로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소형화 및 고효율화가 요구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번에 저희가 출시하는 EUV 장비라면 반도체 웨이퍼에 초미세 회로를 새길 수 있어 더욱 효율이 높은 전력 반도체 생산이 가능할 겁니다.]“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군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은혜라뇨. 먼저 저에게 큰 은혜를 베푼 건 딜런 아닙니까? 저도 마땅한 도리를 다했을 뿐입니다.]“아무리 그래도 케빈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문제였을 텐데 이리도 선뜻 도움을 주시니···. 참 감사하면서도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오, 이런. 그런 마음은 부디 접어두시길. 딜런이 제게 보여준 선의는 딜런이 생각하는 것보다 큰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가문에서 입지를 더 공고히 다질 수 있었고, 저 스스로를 옥죄던 족쇄까지 벗어던지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딜런과의 만남은 인생이 바뀐 터닝포인트라는 겁니다. 그러니 부담으로 여기지 말아주십시오. 사실 우리 사이가 이런 사소한 일로 부담을 가질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그릇이 다르다.
사실 케빈과 알게 된 후, 직접 만난 횟수는 채 다섯 번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정말 나라는 인간을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으로 대한다.
황금빛이 인도해준 인연이었지만, 그 어떤 물질적인 것보다 이런 진정성과 신뢰가 내 가슴을 더할 나위 없이 벅차게 만들었다.
“호의···.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네덜란드로 한번 가겠습니다. 그때 못다 한 회포를 푸는 것으로 하시지요.”
[하하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딜런이 오면 달걀로 만든 전통주인 아드보카트를 대접하도록 하죠.]그렇게 차후 만남을 기약하며 통화가 끝이 났다.
“무슨 전화에요?”
평소에 크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나였기에, 전화기를 붙잡고 고개까지 숙이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나 보다.
“터졌습니다.”
“네?”
“핵폭탄이 터졌다구요. HSSL에서 이번에 새로 출시한 전력 반도체용 EUV 장비를 세계 최초로 SI하이텍에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헉! 그, 그게 정말입니까?”
“HSSL이면 제가 아는 HSSL 맞습니까? 인텔, TSMC, 오성도 꼼짝 못 한다는 슈퍼 을 중에 슈퍼 을 회사?”
드물게 매튜 역시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나를 쳐다봤다.
“아니···. 그게 가능합니까? 냉정하게 말해서 SI하이텍 정도 회사는 발주조차도 힘들 텐데요.”
“불가능하죠. 일반적인 루트였다면.”
“……….?”
세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갸우뚱 기울어졌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입에 그렸다.
“어..음. HSSL 케빈 부회장이 제 친굽니다. 혹시나 해서 부탁을 좀 했더니 흔쾌히 들어주더군요. 참 고마운 친구입니다. 조만간 네덜란드로 갈 때 거한 선물이라도 해줘야겠어요.”
벙찐 얼굴의 스테파니가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HSSL의 세인트 케빈 부회장이···. 친구라고요? 어떻게 이년이···?”
“이년이?”
“아니, 인연이···?”
“저번에 중국 갔을 때 친해졌어요.”
“딜런은 그때 중국 정부에 의해 감금되어있지 않았나요?”
“감금···. 되기 전에 친해졌어요. 어쩌다가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체가 그렇더라고요.”
“그러니깐···. 그 며칠 사이에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오가는 베이징에서 우연히 만난 인물이 HSSL 세인트 케빈이었고 심지어 친구까지 먹었다고요? 더구나 저런 엄청난 부탁을 들어줄 정도면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은데···.”
“원래 진짜 친구는 알고 지낸 기간보다 서로 얼마나 마음이 통하냐가 더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
어이가 없다는 눈빛을 내게 보내오는 세 사람.
내가 말하고도 어이가 없었지만 어쩌겠는가.
딱히 틀린 말도 아닌 것을.
그렇다고 경매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세세하게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문제가 안 됐지만, 케빈 같은 경우에는 집안의 비사였기에 함부로 언급할 수가 없었다.
“뭐···. 딜런이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직한 매튜의 한 마디에 나머지 두 사람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되는 놈은 길가다 넘어져도 억만장자랑 친구를 먹는구나···.”
“하긴···. 저희 대표님 인복이야 타고난 부분이 있죠. 북산의 이승환 회장님부터 해서 사우디 빈사르 왕세자까지. 그 까칠하다는 피에르 로번도 먼저 대표님한테 연락을 했다죠?”
이에 스테파니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저번에 미국 법인 가서 로번에게 물어본 적 있었어요. 당신같이 유명한 사람이 왜 신생 벤처캐피탈 대표에게 먼저 다가가 고문역을 맡겠다고 했는지.”
“그랬더니 뭐라던가요?”
매튜도 솔깃했던지 먼저 물어보는 적극성을 보였다.
“처음에는 사기꾼인 줄 알고 연락한 거였데요. 꽤 예전이긴 하지만 로번의 한때 별명이 사기꾼 잡는 VC이기도 했잖아요.”
“호오. 확실히 기억납니다. 실제로 피에르 로번 앞에서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붙잡힌 이들이 적지 않았죠.”
“동양에서 온 VC 하나가 실리콘밸리를 휘젓고 다니는 다는 소식을 듣고 신경이 쓰였는데 마침 자신의 지인을 통해 만나볼 기회가 생겼다는 거예요. 그래서 칩거를 깨고 나온 거였어요.”
“호오···. 그런 비하인드가. 그럼 결국 로번은 딜런을 검거하기 위해 나선 거였군요.”
나도 처음 듣는 얘기에 어안이 벙벙했다.
뭐야? 나 용의자 신분으로 조사당한 거였어?
“사실 중간 과정 없이 딜런이 해왔던 업적만 들으면 말이 안 되긴 하잖아요. 특히나 이쪽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잘 알 거예요. 딜런이 하는 투자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건지.”
부정하진 못하겠는지 매튜가 고개를 주억였다.
“어찌 됐건 딜런과 직접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니 정말 놀랐다고 하더군요.”
“왜요? 그제야 저라는 사람의 가치가 제대로 보였던가요?”
“아뇨. 이런 치밀하고 주도면밀한 사기꾼은 정말 처음이라고 생각했데요. 도무지 빈틈이 안 보였다고 하던가?”
들떠서 일어났다가 힘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쩐지 은퇴한 노인네답지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더라니···. 그게 의심의 눈초리였어?
피에르 로번···. 생각보다 집요한 면이 있는 양반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알게 됐다고 하더군요. 딜런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어떤 진정성과 직업의식을 가지고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말이에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자신과는 정말 정반대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데요. 투자에 대한 가치관,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견해, 전혀 궤를 달리하는 투자 방식까지. 모든 게 다.”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그와 나는 참 다른 종류의 사람이었다.
내가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사람’이었다면 그는 ‘시장이었고,
내가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면, 그는 특정 산업에만 집중하여 투자하는 스타일이었으니.
“그래서 끌렸다고 하더라고요. 은퇴를 번복할 정도로 딜런이 매력적으로 보였다나? 호호호. 딜런은 좋겠어요.”
어여쁜 아가씨도 아니고, 칠십을 바라보는 어르신이 그런 얘길 했다는데 뭐가 좋다는 건가요 스테파니?
그나저나 로번이 나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을 스테파니를 통해 들으니 신선하긴 했다.
뭐랄까? 소개팅으로 만나 사귀었다가, 나중에 주선자한테 후일담을 들은 기분이랄까?
뭐 썩 나쁘진 않았다. 어찌 됐건 전설적인 인물에게 인정받았다는 얘기였으니.
“좋게 봐주시니 저야 감사할 뿐이죠. 솔직히 이제와서는 로번이 없으면 우리 회사가 어떻게 돌아갔을지 상상도 안 돼요.”
“확실히···. 로번이 미국에서 든든히 버텨주고 있으니 우리도 안심할 수 있는 거죠. 미국에 있는 스타트업들이 로번에게 받는 도움이 상당하니.”
피에르 로번이라는 인물이 가진 여러 네트워크와 다양한 경험들은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스타트업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덕분에 엇나가지 않고 정도(正道)대로 쭉쭉 커나갈 수 있는 것도 사실 피에르 로번의 공이 컸다.
“아무튼,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겠네요. 이런 초대형 호재가 터진 이상, 우선 언론사에 자료를 배포해서 기사부터 퍼트리는 게 급선무겠어요.”
“아,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게 너무 아쉬워요. 월요일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이것도 일종의 월요병인가?”
그렇게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 내내 SI하이텍의 초대형 호재에 관한 기사들이 줄지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SI하이텍, HSSL의 최신 EUV장비 선제확보 성공, 연이은 겹겹사]그렇게 지독하게 가지 않던 주말이 지나갔고, 월요일이 찾아왔다.
폭풍 전 고요처럼 SI하이텍의 주식은 장전부터 거래량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장이 개시되면서 주가는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고, 단번에 상한가를 찍으며 주가는 65,000대에 올라섰다.
너무도 파멸적인 상승이었기에 어느 정도 정체 구간을 예상했던 사람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한다.
집요할 정도로 공매도를 쳤던 여러 세력들이 공매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빌려서 판 주식을 무섭게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바야흐로 대규모 숏 스퀴즈(Short Squeeze)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