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33)
33화 세상에…저분 뭐 하시는 분이세요?
“새로 지읍시다. 기왕 짓는 거 아주 제대로요.”
김정남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넘기기엔 너무 아까운 땅이죠. 건물만 잘 지어놓으면 떡상할게 분명하니까요.”
“그런데도 그냥 건물을 넘기는 사람들은 이유가 뭐예요?”
“뭐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죠. 그 정도 차익만으로 만족한다는 분도 있을 수 있고, 과한 대출로 이자가 부담돼서 팔 수도 있고요. 더구나 건물 짓는 것도 보통 번거로운 게 아니거든요. 그런 거 귀찮아서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시 건물 지어본 적 있으십니까?”
지어 본 적 있었다.
어릴 적 뭣도 모르고 일당 5만 원짜리 건설현장 인부로.
김정남이 묻는 저의와는 달랐기에 고개를 내저었다.
“처음입니다. 김 소장님이 좀 도와주실거죠?”
“하하하. 물론이죠. 마침 또 제 전 직장이 건설회사였습니다. 인맥을 총동원해서 괜찮다고 소문난 시공업체로 물색해보겠습니다.”
역시 그는 눈치도 빨랐고, 일 처리도 빨랐다.
“감사합니다. 비용은 어느 정도 들까요? 러프하게라도.”
“물론 시공사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그래도 30억 이상은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30억이라···.”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물론 대출받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부동산 자산을 제외하고 내가 가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약 70억.
들어올 임대보증금까지 생각하면 크게 무리는 없을 듯 했다.
“알겠습니다. 가능한 빠르게 좀 부탁드릴게요. 사례는 섭섭지 않게 해드릴 테니.”
“어후. 송 사장님 일이라면 다른 일 만사 제쳐두고 매달려야지요.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김정남이 이토록 적극적인 것도 당연했다.
건물이 지어지고 임차 계약이 이루어지면 적지 않은 수수료를 벌어들일테니.
나로서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느니 황금빛으로 맺어진 김정남에게 맡기는 편이 좋았기에 흔쾌히 그에게 일임했다.
그렇게 또 다른 대운(大運)이 나에게 날아들었다.
***
토요일 아침.
오늘은 유기동물 봉사를 가는 날이어서 아침부터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힘을 쓰거나 작업하는 일이 많다고 미리 언질 받았기에 최대한 활동하기 편한 옷으로 챙겨입었다.
“어디 보자. 주소가.”
전날 저녁. 유진이에게 받은 문자를 확인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반드시 비밀 엄수 할 것! ^0^. 누설하면 즉각 처형 될 수 있음!]첩보 작전 뺨치는 살벌한 주소 전달에 어이가 없었지만,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네비를 찍었다.
주희는 내가 태워서 가기로 했고, 가행이와 유진이는 집이 남양주에서 그리 멀지 않았기에 함께 택시를 타고 간다고 했다.
“오빠!”
가로수 길에서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주희를 옆자리에 태워 곧장 남양주로 출발했다.
센스 넘치게도 주희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 들려있었다.
더구나 사이즈까지 업된.
“오 센스쟁이. 안 그래도 갈증 났었는데.”
“헤헤. 얻어타는 처지인데 이 정도는 당연히 준비해야죠.”
빨대를 입에 물고 얼음 가득한 커피를 한껏 들이켜자 흐릿했던 정신이 번쩍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들이켰나보다.
“아으···. 골 아퍼···. 그나저나 유진이 고것은 왜 그리 난리 법석이래? 보호소 이름도 제대로 안 알려주고, 주소도 어디다 퍼트리면 안 된다고 어찌나 신신당부하던지. 누가 보면 국정원 블랙 요원인 줄 알겠더라.”
내 투덜거림에 주희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원래 사설 보호소는 정보 노출을 엄청 꺼린대요.”
“왜?”
“유기견 보호소 위치가 노출되면 사람들이 강아지들을 엄청 버리고 간대요. 그곳에 버리면 죄책감 좀 덜하다나···. 사람들 진짜 너무하죠?”
“헐. 진짜?”
“네. 오늘 가는 곳도 그래서 이전한 거래요. 보호소 앞에 강아지 버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요.”
“아니···. 어떻게 그러지···? 가족이라고 데리고 온 거 아냐? 가족을 그렇게 막 버려?”
녀석들의 처지가 어쩐지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을까?
왠지 모르게 속이 뜨거워졌다.
“애기 때 귀엽다고 데리고 왔다가 성견이 되어가면서 마음이 바뀌는 거죠. 배변도 치워야 하고 냄새나니 점점 귀찮게 느껴지고. 특히 휴가철에 그렇게 많이 버린대요.”
“그런 책임감 없는 인간들은···. 정말 천벌 받을 거다.”
내가 가장 혐오하는 인간 유형이었다.
그야말로 책임없는 쾌락 아닌가.
귀엽다는 이유로 액세서리처럼 샀다가, 귀여움이 퇴색되고 귀찮아지자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꼴이.
사람이나 강아지나 마찬가지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경험은 평생 안고 가야하는 고통이다.
나 스스로가 쓸모없는, 무가치한 존재가 되어 버린듯한 그 느낌을 버린 사람은 알까?
실제로 보육원 출신 중에서는 버림받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분위기가 살짝 무거워졌음을 느낀 것일까?
주희가 다른 주제를 꺼내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곧 방학인데 오빠는 계획 있어요?”
“흐음···. 방학이라. 글쎄?”
사실 할 건 많았다.
신축 공사 관련 미팅도 다녀야 했고, 이장원이 출전하는 K-스타트업 창업 대회도 신경 써야 했다.
장원이는 매일같이 현황 보고 비슷하게 오늘은 뭘 했는지에 대해 꾸준히 깨톡을 보내왔다.
아담하지만 그럴듯한 사무실도 구했고, 인력도 충원하여 ‘따봉’ 어플 개발도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따봉’의 웹서비스 누적 방문자 수가 어느덧 50만에 육박했다는 소식이었다.
이장원은 어떻게 하면 기존 웹 유저들을 앱으로 자연스럽게 유입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에 관해 내 생각을 지나가듯 툭 내뱉었는데 뭔가 영감을 얻은 것인지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지금까지 연락 두절이었다.
어찌 됐건 황금빛이 선택한 인물이었기에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살짝 정체된 구간을 벗어나 드디어 남양주 외곽의 시골길로 들어섰다.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흙바닥으로 된 공터에는 십여 대의 차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왈왈왈왈왈
잘못 찾아온 건 아닌지 크고 작은 개 소리가 오케스트라처럼 들려왔다.
“다 왔다. 은근히 머네 여기.”
“고생했어요. 오빠. 유진 언니랑 가행이 오빠도 거의 다 왔데요.”
양반은 못되는지 저 멀리서 다가오는 택시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언니!”
“주희야!”
어제도 봐놓고선 이산가족 만난 것마냥 얼싸안는 주희와 유진이를 보자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형. 오느라 고생했어요.”
“너야말로. 너 귀에서 피 나와.”
“헛!”
택시 안에서 쉴 새 없이 쫑알쫑알 댔을 유진이의 모습이 예상됐기에 농담삼아 한 말이었지만 화들짝 놀란 가행이가 본인 귀를 어루만졌다.
“농담이야 인마. 짜식이 겁은 많아가지고.”
“형. 그런 농담은 제발 지양해줘요. 유진이랑 같이 택시 안 타봤죠? 기사 아저씨랑 뭔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은지 나중에는 호형호제 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냥 가면 심심하잖아. 그냥 세상 살아가는 이런저런 얘기 하는 거지.”
어쩐지 택시 안 상황이 상상되어 말없이 가행이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래서 오늘 뭘하면 되는 건데?”
“뭐 별거 없어. 아직 보호소 이전한 지 얼마 안 돼서 어수선하거든. 견사 덜 지은 거 마무리 좀 하고, CCTV 다는거랑 청소같은 것만 하면 돼. 되게 간단하지?”
“그 정도면 업자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럴 돈이 어딨어. 애들 사료값도 빠듯하다고 들었는데. 일단 들어가자.”
유진이의 안내를 따라 보호소 안으로 들어서자 누린내가 코로 훅 스며들며 개 짖는 소리가 더욱 격렬해졌다.
고막이 저릿저릿 울릴 정도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전형적인 시골집 형태의 가옥을 중심으로 녹색의 견사가 칸 별로 줄지어 있었다.
견사 안에는 대형견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미친 듯 짖었고, 어느새 우리는 종을 알 수 없는 소형견들에게 둘러싸였다.
앞치마를 맨 사람들이 유진이를 알아보며 아는 체했다.
“어머. 유진이 왔어?”
“죄송해요 언니. 조금 늦었어요.”
“아니야. 우리가 일찍 온 건데 뭘. 애들도 다 너만 기다리고 있었어. 심심하다고.”
유진이의 인싸력은 동아리 내에서도 빛을 발한듯 싶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유진이에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해댔다.
“언니. 오늘의 용병들이야. 편입 동기들이자 내 베프들. 인사해. 미소 동아리 회장 언니야.”
“안녕하세요. 유혜인이라고 합니다.”
유혜인이 흘러내린 안경을 고쳐 쓰며 밝게 인사했다.
굉장히 순박한 인상이었는데 맑은 눈빛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반갑습니다. 송대운입니다.”
“이가행입니다.”
“김주희라고 해요.”
“귀한 휴일에 이렇게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보시다시피···. 일손이 많이 부족하거든요.”
유혜인이 어수선한 주변을 둘러보며 난색을 보였다.
“기왕 온 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도와드리겠습니다. 뭐부터 할까요?”
“아···. 혹시 괜찮으시면 견사 만드는 거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요. 문제없습니다.”
원양어선 4년 차면 작업의 신까지는 아니어도 달인 언저리까지는 도달하게 된다.
배 안에서는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했으니깐.
곧장 작업에 착수했다.
견사 만드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이미 만들어진 견사만 봐도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감이 왔다.
더구나 나는 이런 쪽으로 제법 재능이 있는 편이었다.
위이이이이잉
사이즈에 맞춰 그라인더로 자재를 잘라내고, 단단한 땅에 앙카작업을 했다.
오랜만에 몸 쓰는 일을 하니 흥이 났다.
덕분에 빠르게 몰입해 갔고, 어느새 견사 하나가 뚝딱 만들어졌다.
기계와 같은 내 작업 속도에 지켜보던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저분 뭐 하시는 분이세요?”
“저···. 죄송한 데 조금 있다가 도움 좀 청할 수 있을까요? 저희 쪽은 영 속도가 안 나서.”
내가 할당받은 작업 분량은 일찌감치 끝내버렸기에 다른 봉사 단체에서 온 이들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보다 연배가 있어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흡사 수험생들처럼 열띤 학구열을 보이며 내 설명을 경청했다.
앞치마를 매고 견사 청소를 하던 세 녀석이 벙찐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원래 원양어선 타고 오면 견사 만드는 것도 잘하는 거예요?”
“뱃사람들은 전천후야. 다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미쳤네. 소장님 말로는 견사 작업 마무리하는데 일주일은 걸릴 거라고 했는데 잘만하면 오늘 안에 끝나겠는데?”
충분히 가능했다.
자칭 작업의 달인인 나라는 존재가 있었으니.
견사 작업을 마무리 후, 내친김에 전기 작업까지 손을 댔다.
참고로 나는 실업계 고등학교 전기과 출신으로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배에서도 간단한 전기 작업은 모두 내가 도맡아 했었다.
“이거···. 왜 재밌냐?”
돈 받고 하는 것과는 아예 느낌이 달랐다.
분명 무보수로 하는 노동이었건만, 콧노래가 흘러나올 정도로 즐겁게 작업에 몰입했다.
새삼 이런 게 봉사의 즐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밥 먹고 합시다!”
어느새 이른 점심때가 되었다.
유진이의 우렁찬 목소리에 흩어져있던 봉사자들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덩달아 강아지들까지 몰려들었다.
보통 식사는 각 봉사 단체들이 임의로 준비한 도시락이나 컵라면 같은 걸로 간단히 때운다고 한다.
나 역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컵라면과 김밥 한 줄을 받아 들었다.
“진짜 고생했어. 소장님이 오빠 누구냐고 엄청 물어보더라.”
“오늘로써야 형이 진짜 뱃사람이었다고 완전히 인정하게 됐습니다.”
눈을 반짝이는 쳐다보는 세 녀석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손을 내저었다.
“시끄럽고. 밥이나 먹자.”
분명 성분은 같을 지언데 고된 노동 끝에 야외에서 먹는 컵라면은 어찌 이리도 맛있단 말인가?
우리 네 사람은 그야말로 흡입하듯 라면과 김밥을 먹어치웠다.
부른 배를 쓰다듬던 유진이가 불현듯 손뼉을 쳤다.
“아 맞다! 대박사건. 오늘 여기 온 거 진짜 완전 초 럭키야. 나한테 평생 감사하도록.”
“갑자기 뭔 개 풀 맛나게 뜯어 먹는 소리여?”
“흐흐흐. 오늘 여기에 TV애니멀광장 촬영 온단다.”
“방송 촬영 온다고? 에이. 사람 엄청 북적거리겠네.”
심드렁한 가행이의 반응에 유진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놀라지마. 홍슬기도 온대.”
“뭐? 누가와?”
“홍슬기 몰라? 이번 드라마도 대박 났잖아.”
“헐! 미친 진짜?”
순간 벌떡 일어선 가행이의 입이 쩍 벌어졌다.
물론 내 귀도 쫑긋 섰다.
아직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이웃사촌의 이름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