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330)
330화 제 전 재산입니다
“수요미씨 그룹의 총수, 사가미 슌사쿠(佐上峻作) 회장을 독대하고 싶습니다.”
사가미 슌사쿠(佐上峻作).
수요미씨 중공업 전 회장이면서 실질적으로 수요미씨라는 거대한 제국을 이끄는 수장이자, 컨트롤 타워였다.
4대 총수였던 사가미 나가모리의 4남이었던 그는 같은 배에서 태어난 형제들을 차례대로 밟아가며 총수 자리에 오른 인물이기도 했다.
그 과정이 무척이나 냉혹했고 아직도 의혹투성이인 사건 사고가 많이 얽혀있어 사람들의 두려움을 사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슌사쿠···. 의장님을 말입니까?”
“한 두 푼 하는 비즈니스도 아니고, 그래도 사이즈가 있는데 총 책임자는 만나봐야 담판이 지어지지 않겠습니까?”
“아···.”
마츠다와 미노루가 난감한 듯 서로를 쳐다봤다.
“그···. 슌사쿠 의장님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서신 분입니다. 크게 의미가···.”
“두 분은 제가 눈뜬장님인 줄 아십니까?”
“예?”
“실질적으로 그룹을 움직이는 손이 슌사쿠 의장이라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들이면 다 알고 있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슌사쿠 의장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고, 그게 안 된다면 제안해주신 건은 없던 걸로 하면 되는 겁니다. 깔끔하지 않습니까?”
다른 대안은 없다는 단호한 뉘앙스에 미노루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의중은 잘 알겠습니다. 일단···.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저야 뭐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너무 그렇게 심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원래 비즈니스라는 게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는 거, 두 분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물론 철저한 갑이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실제로 아쉬울 것도 없었고.
“송 대표님의 의중은 잘 알았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내가 건네준 명함을 품에 챙긴 두 사람이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와인을 입에 머금은 나는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과연 어떻게 나오려나···.”
수요미씨 그룹 5대 총수인 사가미 슌사쿠(佐上峻作) 의장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스탠스를 보여왔기도 했고, 전면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는 항상 대리인을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흐음···. 별로 기대감은 안 생긴다만···.”
피를 나눈 형제들까지 냉혹하게 숙청하며 총수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왜 대면을 해야 하냐 묻는다면···.
“아직은 무슨 그림을 그려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히니깐.”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몰라도, 일본 같은 경우에는 내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작정 수요미씨 그룹을 적대한다는 것은 돛단배로 거대 함선을 상대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손자병법에도 나와 있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성웅 이순신 장군님도 그러시지 않았던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그리고 그것보다 상책(上策)은 싸우지 않고 원하는 바를 얻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확신했다.
“무조건 연락 오겠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내가 아니라 저들이었으니깐.
***
일본 혼슈 동북부 미야기현 센다이 인근 공업단지.
“뭔가 휑한 공단이구만.”
쓰레기 하나 안 보일 정도로 깨끗하긴 했지만, 을씨스년스러울 정도로 적막이 들어찬 길을 걷다보니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R-ACE]창고라고 오해할만한 자그마한 공장 건물에 붙어 있는 간판이었다.
그 간판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탕! 탕! 탕!
위이이이잉!
“야야야! 그 부분은 더 조여 이 새꺄! 저번에 풀릴뻔했다고.”
“알았다고! 거참 잔소리는.”
“다케시 형님, 얘 계속 쓸 겁니까? 아주 그냥 말을 안 들어 처먹어요.”
“웃기시네. 지는?”
“잡담하지 말고, 집중하자. 오늘까지는 보완 끝내야 해.”
“옙. 형님.”
도면 같은 걸 보면서 이것저것 지시하던 다케시가 인기척을 느끼고 멀뚱히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 아닛? 소, 송대표님?”
화들짝 놀란 다케시가 손에 든 도면을 던져두고 한걸음에 다가왔다.
작업을 멈춘 다른 사람들도 의아한 눈으로 나와 다케시를 번갈아 봤다.
“일하시는데 방해한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어차피 곧 점심시간이라···. 그런데 여긴 어떻게···?”
“언제든 찾아오라면서요.”
“이렇게 빨리 찾아오실 줄 몰랐습니다.”
“스타트업의 생명은 속도 아닙니까? 벤처캐피탈도 거기에 따라가야 하는 거고요. 한번 결정했으면 빨리빨리 진행해야죠. 안 그렇습니까?”
“아···. 맞는 말씀입니다.”
일렁이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던 다케시가 나를 이끌고 공장 소개를 했다.
“보시다시피 여기가 저희 회사입니다. 보시다시피 많이 초라하죠?”
“아뇨? 생각보다 너무 잘 갖춰져 있어서 놀랐는데요? 스타트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라도 해도 믿겠어요.”
“하하하···. 다행이네요. 일단 저희 팀원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기 까까머리 녀석은 카즈키이고, 저기 코가 유독 큰놈은 히소카, 머리가 곱슬곱슬한 저놈은 쇼타라고 합니다.”
확실히 하나하나가 개성이 뚜렷해서 한눈에 구분이 가능할 정도였다.
하던 작업을 멈추고 나를 빤히 바라보던 세 사람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케시에게 물었다.
“형님, 이 사람은 누굽니까?”
“설마 신입 하나 뽑을 수도 있다더니, 드디어 막내가 생기는 겁니까?”
“진짜? 흐음···. 근데 뺀질뺀질해 보이는 게 일머리는 영 없어 보이는데···.”
그런 세 사람의 말에 당황한 다케시가 내 눈치를 살피며 팀원들을 다그쳤다.
“이 미친놈들아! 이분은 우리 회사에 투자해주실 아주 유명한 투자자분이시라고!”
다케시의 말에 세 사람의 얼굴에 당황이 깃들었다.
“에···? 투자자요?”
“저 사람이···? 우리한테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팀원들이 픽 웃음을 터트렸다.
“아···. 형님! 지금 뭔 소리 하세요. 나이도 우리랑 엇비슷해 보이는구먼 투자자는 무슨 투자자입니까? 그것도 유명한?”
“하···. 우리 형님 정말 큰 일이다. 알고 보면 이런 허당이 없어요. 딱 봐도 사기꾼이구만 참나. 이봐요 투자가 양반. 여기는 파봐도 뭐 먹을 거 없어요. 우리 형님 무서운 분이니깐 좋게 말할 때······.”
“야이 멍청한 새끼들아! 이분이 누구신 줄 알고! 아오. 정말.”
다케시의 윽박에 세 사람의 얼굴에 의문이 깃들었고, 명함을 꺼내든 나는 웃으며 세 사람에게 다가갔다.
“우리 다 같이 진지한 얘기 한번 나눠볼까요?”
***
공장 한쪽에 마련된 컨테이너 사무실.
“죄송합니다.”
“큼큼···. 대단하신 분을 몰라뵀습니다.”
“저는 별말 안 했습니다. 정말로요.”
연신 내 눈치를 살피는 카즈키, 히소카, 쇼타 세 사람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별로 신경을 안 씁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껄껄 웃으며 말하는 나를 보며 세 사람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카즈키씨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제가 좀 뺀질뺀질한 편이라 금방 잊습니다. 안 그래도 어디 가면 종종 사기꾼 소리 듣기도 하거든요. 안 그래요 히소카씨?”
“헙···.”
장난칠 맛이 나는 인간들이었다.
내 말 한마디에 얼굴색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걸 보니.
뒤끝이 있어서 이러는 건 절대 아니었다. 아마도.
“철없는 동생 놈들을 대신해서 제가 사과드립니다 송 대표님.”
“하하하, 농담이었습니다. 뜬금없이 젊은 남자 하나가 덜컥 와서 투자자라고 하면 누구든 믿기 힘들겠죠. 그나저나 팀 분위기는 굉장히 좋네요. 다들 대학 동창들이시라고?”
“예. 대학 시절 내내 이렇게 네 명이서 붙어 다녔습니다.”
“흐음···. 신기하네요. 다케시와는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났을 텐데 잘 어울려 다닌 걸 보면요. 사실···. 쉽게 친해지기엔 힘든 비주얼 아닙니까?”
세 사람이 공감하듯 격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오, 역시 대단하신 분 답습니다. 형님 앞에서 대놓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데.”
“하하하. 솔직히 다케시 형님 얼굴 마주하면 말 한마디 붙이기 힘들죠. 특히나 여름에는 더더욱요. 문신이 얼마나 살벌한지 제대로 본적 없으시죠?”
“나도 처음 봤을 땐 오줌 지릴뻔했잖아. 야쿠자가 학교 접수하러 온 줄 알고.”
네 명이서 많이 친하긴 한가보다.
저 정도까지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면.
“근데 우리 다케시 형님. 정말 진국인 사람입니다. 한번 친해지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자기 사람이다 싶으면 정말 잘 챙겨줘요.”
“맞아요. 고등학교 때 저를 괴롭히던 무리가 있었는데, 대학로에서 딱 마주친 게 아니겠습니까? 또 저를 못살게 굴려던 놈들이 다케시 형님 얼굴 보고선 바로 줄행랑을 치더라고요. 얼마나 통쾌하던지. 하하하.”
곱슬머리 쇼타가 해맑게 웃으며 다케시를 찬양했다.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저희한테요?”
“예. 궁금한 게 있어서요.”
“물론이죠. 뭐든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질문하기 전에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이미 레스큐 에이스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가감 없이 솔직하게 얘기하셔도 됩니다. 제가 묻고 싶은 말은···. 왜 창업을 선택하신 겁니까?”
진지한 물음에 세 사람의 얼굴도 한껏 진중해졌다.
“좋은 대학도 나오셨고, 나이도 젊으니 마음만 먹으면 대기업 취업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굳이 남들이 마다하는 창업의 길을 걷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내 물음에 카즈키가 볼을 긁적였다.
“아···. 하하. 뭐···. 거창한 대답을 해야 하나 싶지만,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셨으니···. 뭐 별거 없습니다. 재밌을 것 같아서요.”
“재밌을 것 같다고요?”
“십 대 시절에 제 인생은 오로지 공부였습니다. 부모님이 그것만을 강요하셨거든요. 좋지도 않은 머리를 억지로 굴려 가며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목표만 이루면 인생이 즐겁게 흘러갈 줄 알았는데 웬걸요? 오히려 더 막막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다가 다케시 형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카즈키의 시선이 다케시에게 닿았다.
“진짜 무섭더군요. 처음엔 가까이 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위성처럼 자꾸 다케시 형님 주위만 맴돌게 되더군요. 어느 날은 형님이 제 멱살을 붙잡고 묻더군요. 어디서 보낸 놈이길래 자꾸 자기를 감시하냐고.”
“큼큼···. 그건.”
민망했던지 다케시가 머리를 긁적였다.
“심장이 두근두근하는데 이상하게 웃음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형이 마음에 드니깐 친해지고 싶다고. 그때부터 주구장창 다케시 형님을 쫓아다녔고, 결국 친해진 우리는 여러 재밌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창업 동아리라는 것도 해보고, 같이 여행도 다녀보고, 뭐···. 제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됐죠.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을 겁니다. 오로지 내가 선택한 내 인생을 살고 있다고 느낀 게.”
그때의 기억을 상기하며 픽 웃음을 터트린 카즈키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게 답니다. 이 얼굴만 무서운 형님과 같이 지내면 늘 재밌었으니깐 앞으로도 재밌을 것 같았거든요.”
이에 뒤질세라 히소카와 쇼타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이유는 비슷합니다. 결국, 다케시 형님을 보고 함께하는 거죠.”
“저 역시요.”
“흐음···.”
다케시를 향한 세 사람의 신뢰가 상당한 듯싶었다.
창업 멤버들이 대표에게 이토록 신뢰를 준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신호였다.
“다케시는···. 좋은 동생들을 뒀군요.”
“제 전 재산입니다. 이놈들이.”
다케시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
[어이!!!! 다케시!!! 안에 있는 거 다 아니깐 당장 튀어나와라!]쇠 긁는듯한 목소리의 고성이 문밖에서 들려오자 다케시의 얼굴이 돌처럼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