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338)
338화 재앙은 눈썹에서 떨어진다
“…….네? 뭘 산다고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한번 후벼판 스테파니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었다.
“일본 증시 풋 옵션을 매수할거라 했습니다.”
스테파니의 고개가 고장난 로봇처럼 삐그덕 돌아갔다.
“……여러분 제가 잘 못 들은 건가요?”
“아뇨. 분명 니케이 지수 풋 옵션을 매수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어···. 저기 딜런? 풋 옵션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하는 거고, 콜옵션이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건 알고 계시죠?
“당연하죠. 설마 제가 아무 생각도 없이 옵션 투자를 하겠다고 하겠습니까?”
“네.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셔서요. 옵션이라는 파생상품에 대해 잘 알면 그리 해맑게 얘기할 수가 없을 텐데···.”
은행원 출신 김선기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옵션은 선물 거래랑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뜬금없이 왜 옵션거래를 하시겠다는 건지···?”
“그 정도는 되야 확실한 유효타가 될 것 같거든요.”
“예?”
아리송한 대답에 김선기가 미간을 찌푸렸고, 스테파니는 고개를 내저었다.
“하아···. 정말 하루라도 바람 잘 날이 없네요. 그래요. 다 좋아요. 그렇다고 쳐요. 일본이 망한다는 것에 배팅한다고 했는데 근거는 있는 건가요?”
“그건···.”
항상 이런 질문 받을 때마다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위험한, 아니 사실상 도박이나 다를 바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에게 근거를 묻는다면···.
‘일장기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빛.’
주변 빛을 모두 빨아들이는 듯한 그 불길한 심연이 내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조만간 일본에 큰 변고가 닥친다.’
국기(國旗)는 한 나라를 상징하는 기이다.
그런 국기에서 검은빛이 흘러나왔다는 건, 그 나라에 어떤 액운(厄運)끼기 시작했다는걸 암시했다.
물론 100% 확신할 순 없었지만.
드물게 매튜가 무거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딜런이 남다른 안목과 식견으로 지금껏 성공적인 투자를 해왔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옵션은 전혀 다른 얘깁니다. 그건 영화나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미래를 거의 예측하다시피 해야 이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맞아요. 왜 증권가에 선물 트레이더는 있으면서 옵션 트레이더는 찾아보기 힘든 걸까요? 그만큼 옵션이라는 파생상품이 인간이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다는 방증이에요.”
“스테파니 말이 맞습니다. 무엇보다 옵션은 구조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도박판입니다. 화투판에 비유하면 상대방은 이미 내 패를 다 보고 화투를 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죠.”
“어째서죠?”
“호가창에 옵션 가격을 제시하는 시장 조성자들은 대부분 기관 투자자입니다. 그 말인즉슨 옵션 매수포지션이 강하게 들어오면 시장조성자들은 현물 시장과 선물시장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거라는 얘기기도 합니다. 그럴 능력이 충분한 자들이기도 하고요. 그만큼 압도적으로 매수자들이 불리한 시장이라는 소립니다.”
“하지만 옵션 매수는 아무리 손실이 커도 최대 원금만 손실이고 수익은 무제한이지 않습니까? 반대로 옵션 매도자는 수익에는 한계가 있으면서 손실은 사실상 무제한에 가깝고.”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만큼 옵션 매도 포지션이 유리한 게임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해하기 좋게 축구 경기로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한국과 일본 대표팀이 한일전을 치른다고 했을 때 한국이 일본을 6점차이로 이긴다는 옵션이 있다고 칩시다. 전반전이 끝나고 한국이 2:0으로 이기고 있다 해도 옵션의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겁니다. 왜냐면 한국이 경기를 이긴다고 해도 6점차이로 이길 확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박해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경기 종료 직전인 80분대에 한국이 5점 차로 이기고 있다면 옵션 가격은 미친 듯이 상승하기 시작할 겁니다. 옵션 조건인 6점 차로 이길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결국이 옵션이라는 놈은 ‘시간 가치’의 싸움이기 때문에 매도 포지션이 이길 확률이 높은 겁니다.”
한마디로 옵션거래는 미친 짓이니깐 하지 말라는 말을 곱게 돌려 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지금 일본 경제는 명백하게 반등하는 분위기입니다. 닛케이 지수가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외국인들도 일본에 대대적인 자금을 투입하여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지분을 대폭 늘렸습니다. 이 때문에 닛케이225 지수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더불어 도쿄 증시 전체를 포괄하는 TOPIX 지수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망할 거라 보십니까?”
“흐음…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있던 일본 증시가 갑자기 왜 반등한 거죠?”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한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으로 대거 몰렸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신 냉전 등의 지정학적 악재들이 일본 경제에 유리하고 작용하고 있는 거죠. 일본도 물이 들어오는 것을 놓치지 않고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이 힘을 합쳐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시로 일본 주요 대기업이 공동 출자한 ‘스피더스’가 일본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고 아직 전 세계에서 생산 기술이 확립되지 않은 2nm 반도체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향후 일본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김선기 전무 역시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매튜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역사를 되짚어봐도 일본 경제는 세계가 분열할 때 성장했고, 태평성대에 정체되는 패턴을 보여왔습니다. 냉전이 극에 달한 1960년에서 80년 사이, 일본 경제는 급격하게 성장하여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되었지만,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되면서 거품이 꺼져갔고, 이후 침체의 늪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미중 무역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또다시 반등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김선기의 걱정어린 시선이 내게 닿았다.
“사람도 그렇고 증시도 그렇고 모두가 패턴과 리듬이란게 있습니다. 지금은 모든 신호가 일본의 상승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시장의 기대를 상회한 경제 성장률을 보였고, 엔화 약세와 일본 중앙은행의 초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일본의 GDP가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성장을 했습니다. 더구나 오랫동안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일본이 40년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고요. 그런 상황에서 풋 옵션 매수를 한다는 건 그야말로 큰돈 주고 복권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나같이 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뜯어말릴 기세였다.
물론 이들로선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내가 아무리 벤처 투자로 뛰어난 성과를 이뤘다고 해도, 파생상품, 그것도 옵션 투자는 아예 그 궤를 달리했으니.
하지만 나로선 해볼 만한 도박이기도 했다.
상대는 내 패를 본다고 하지만, 나는 미래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
오히려 시장조성자 입장에서 보면 나라는 존재는 재앙에 가까웠다.
물론 한 나라의 국기에서 검은빛을 볼 일이 평생에 한 번 있을까 싶었지만서도.
“여러분들이 무슨 걱정 하시는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 이유도 없이 도박적 쾌락으로 풋 옵션 매수를 하겠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제 나름대로 분석을 했고 어떤 결과를 도출했기 때문에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겠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무리할 정도의 금액을 넣을 생각은 없습니다. 아까 김 전무가 얘기했던 대로 복권 하나 사놓는다는 셈으로 투자할 생각이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내 해명 아닌 해명에 세 사람의 얼굴에 약간의 안도가 깃들었다.
“휴우···.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네요.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저는 딜런이 어디 아픈 줄 알았어요. 뜬금없이 일본에 옵션 투자를 하겠다니. 호호호. 다른 사람이었으면 바로 욕부터 나갔을 거예요.”
표정만 봤을 때는 거의 욕한 거나 다름 없었습니다 스테파니.
“말씀드렸다시피 벤처캐피탈에서 헷지 수단으로 파생상품 투자를 하는 경우가 없는건 아니니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아는 딜런은 한번 꽂히면 반드시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니 차라리 지금 시기에 뼈아픈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나중에 사고 치는 것보단 그게 낫겠어요.”
내 투자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거의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혹시나, 만약에 내 옵션 투자가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세 사람의 표정이 어떻게 바뀔까?
어쩌면 나는 돈 버는 것보다 사람들의 예상을 박살 내는 것에 중독되어있는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들었다.
“암요. 여윳돈으로 소소하게 한번 해보겠습니다. 하하하.”
어색한 웃음이 흘러나왔지만 다행히도 그 뉘앙스를 알아차린 이는 없었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여윳돈과 일반 사람의 여윳돈에는 어마어마한 괴리가 있었지만, 굳이 상세히 알릴 생각은 없었다.
그랬다간 애써 가라앉은 분위기가 또다시 불타오를게 뻔했으니깐.
“아! 그나저나 그 야쿠자 대표님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스테파니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곧 양산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헐. 벌써요? 엄청 빠르네요.”
“제작 난이도가 높은 제품은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더군요. 물량이 나오는 순서대로 곧장 미야기현 곳곳에 설치가 될 겁니다.”
“딜런은···. 정말 그 아이템이 성공할 거라고 확신하나요?”
스테파니의 물음에 나는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리가요. 이 바닥에 확신이란게 어딨습니까?”
“하는 행동만 보면 거의 확신하는 사람에 가깝던데요?”
“아이템의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다케시라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그러니 끝까지 믿고 함께 가야죠. 그가 제 발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은 말입니다.”
“딜런도 그렇고 그 야쿠자···. 아니, 다케시 대표도 뚝심이 정말 대단하네요. 모쪼록 기왕 투자하기로 한 거 잘 됐으면 좋겠어요.”
“잘 될 겁니다. 다케시도 그렇고 그 팀원들도 그렇고. 정말 목숨 걸고 미친 사람들처럼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보통 그 정도의 절박함을 보이는 사람들에겐 기적이 일어나기 마련이죠. 우린 그런 기적에 투자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말은 바로 해야죠. 전 세계에서 오직 딜런만이 하는 투자라고.”
“하하하. 아무튼, 지켜봐 주세요.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겁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거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 5개월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재앙은 눈썹에서 떨어진다고 했던가?’
짧다면 짧은 그 기간 동안 일본 곳곳에 다양한 이상 현상이 관측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