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351)
351화 대서특필
[단독]’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의 공식적인 사과, 그 배경에는 스프라우트 인베스트먼트 송대운 대표가 있었다.’ [비즈패치=김성동 기자] “왜 하필 이런 시기에, 끝까지 잘못을 외면하던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사과를 한 것일까?”지난 3월, 일본에서는 난카이 대지진과 후지산 폭발이라는 믿기 힘든 재앙을 두 번이나 겪었다. 제아무리 경제 강대국인 일본일지라도 휘청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열도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5월에는 일본 최대 기업인 수요미씨 그룹의 총수 사가미 슌사쿠 의장이 비밀리에 한국으로 입국한다.
평소 다른 나라에 방문할 때 수십 명의 경호원을 대동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슌사쿠 의장은 곧장 대기하고 있던 차에 탑승하여 어딘가로 이동한다.
일본에 벌어진 대재앙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기업이 수요미씨 그룹이라는 말이 떠도는 와중에 그는 왜 하필 이 시기에 한국을 찾은 것일까? 대체 그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장거리 운전 끝에 그의 차가 멈춰선 곳은 우리나라 최고급 호텔 중 한 곳인 ‘백제호텔’.
모국인 일본이 초토화된 상황에 비교적 안전한 한국에 호캉스라도 온 것일까?
하지만 슌사쿠 의장은 객실이 아닌 호텔 내에 있는 고급 한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정확히 10분 뒤, 호텔로 의외의 인물이 들어선다.
훤칠한 키에 남자다운 외모, 무일푼에서 시작해 불과 10년도 안 되어 대한민국 최고 거부 자리에 오른 스프라우트 인베스트먼트 송대운 대표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송대운 대표는 정확히 슌사쿠 의장이 들어간 프라이빗 룸으로 뒤이어 들어간다.
의아한 일이었다. 세간에 알려진 송대운 대표의 주 활동 무대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한국이었고, 일본과는 접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룹을 안정화하기도 바쁜 시간에 슌사쿠 의장은 대체 무슨 이유로 직접 한국까지 방문하여 송대운 대표를 만난 것일까?
그리고 회동 이후,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행해진 일본의 사과는 과연 공교로운 우연의 일치일까?
여기까지는 그야말로 소설 속 망상에 불과했기에 우리 비즈패치 측도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 인물 사이에 뭔가 있다고 확신한 우리 비즈패치는 집요하게 그 주변을 수소문했고, 마침내 두 사람 간 오갔던 대화를 잠깐이나마 들었던 종업원의 제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두 사람 무슨 관계는 대체 무엇이며,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종업원의 기억을 통해 유추해보도록 하겠다.
기자: 정확히 이 두 사람이 자리를 가진 게 맞습니까? (사진을 보여주며)
종업원A: 예, 맞습니다. 두 분 다 인상이 강해서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자: 정확히 두 분의 정체에 대해서는 몰랐던 겁니까?
종업원A: 전혀 몰랐습니다. 그날 VVIP 손님이 방문하시니 직원들은 만전을 기하라는 실장님의 당부만 있었습니다.
기자: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까?
종업원A: 밖에서 대기하던 수행원 정도만 있었지 내부에는 두 분밖에 없었습니다.
기자: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종업원A: 두 분 다 일본어를 사용하셨고, 전체적으로 웃으면서 말씀 나누시긴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무겁긴 했습니다.
기자: 일본어라면 A 씨께서는 무슨 말이 오갔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겠네요?
종업원A: 아···. 제가 과거에 일본어 공부를 살짝 했었습니다.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기자: 세상에! 이거 정말 천운이로군요. 두 사람은 대체 무슨 대화를 하던가요?
종업원A: 음식 서빙을 위해 잠깐잠깐 들렀을 뿐이어서 정확히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하나 기억나는게 그 일본인 어르신이 젊으신 분에게 ‘간곡하게 부탁드릴 일이 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건 정확히 기억납니다.
기자: 간곡히 부탁할 일이 있다라···. 그래서요?
종업원A: 일본인 어르신의 표정은 간절해 보였는데 젊은 분은 별로 내켜 하지 않는 표정이었습니다.
기자: 그 다음은요?
종업원A: 아쉽게도 거기까지 듣고 직원들 모두 밖으로 나갔습니다.
기자: 아···. 아쉽군요.
종업원A: 하지만 후식 디저트를 가져다드리면서 확실히 들은 말이 있습니다.
기자: 오! 그게 뭡니까?
종업원A: 안에서 일본인 어르신의 성난 고성이 들려왔습니다. 방음 때문에 자세히 들을 순 없었습니다. 눈치를 살피다가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젊은 분 입에서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이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제가 들은 건 여기까지입니다.”
기자: 혹시 이 사실을 제보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종업원A: 비록 익명이지만 모두가 외면했던 아픈 역사를 두고 홀로 뒤에서 싸워온 거룩한 애국자가 있다는 사실을 널리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종업원이 제보한 내용을 토대로 추정컨데 수요미씨 슌사쿠 의장과 송대운 대표 간에 모종의 불편한 대화가 오갔으며, 팩트는 송 대표의 입에서 ‘사과’와 ‘보상’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확히 57일 뒤, 일본 총리와 슌사쿠 의장은 공식 석상에서 사과 발표를 했습니다. 과연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요? 아니면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온 한 젊은 애국 청년의 노력이 만든 작은 기적인 걸까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라는 내용의 기사를 김선기가 또박또박 명료한 발음으로 읽었다.
저 양반 딕션이 저렇게 좋았나?
아주 그냥 귀에 팍팍 꽂히는 게 누가 보면 아나운서인 줄 알겠다.
“지저스···. 이거 진짜에요 딜런?”
스테파니가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내게 물었고.
“어···. 음. 제가 맞긴 한데···. 그···.”
거짓말은 못 하겠고,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말할 수도 없고,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일단 슌사쿠 의장이랑 만났던 건 팩트네요?”
“예, 그건 맞습니다.”
불현듯 뭔가 떠올랐다는 듯 스테파니가 손뼉을 쳤다.
“아! 그러고 보니 두 달 전이면 무슨 외국인 바이어랑 미팅한다고 나가지 않았어요? 설마 그 외국인 바이어가···. 슌사쿠 의장은 아니죠?”
“그것도 맞습니다.”
순순히 시인하자 스테파니가 어이없다는 듯 다그쳤다.
“아니! 그 사람이 무슨 외국인 바이어에요?”
“일본인이니깐 외국인 맞고, 저한테 뭔가를 바라고 온 사람이니깐 따지고 보면 바이어 맞죠 뭐.”
“그게 말이 된다고···.”
반박하려던 스테파니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하아···. 그렇다고 쳐요. 그럼 정말 딜런 때문에 일본이 사과를 한 건가요?”
“그들 속내를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다만 제가 제안한 건 맞습니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하라고 말이죠.”
“겨우 말 한마디 했다고 그렇게 순순히 말을 듣는다고요?”
“겨우 말 한마디가 아니죠. 슌사쿠 입장에서 제 위치가 좀 바뀌었거든요. 음···. 매우 성가셔졌다고나 할까?”
매튜가 알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딜런의 옵션 투자 수익금이 그들에겐 제법 큰 손해가 되었겠군요. 주식은 오르면 다 같이 웃고, 내리면 다 같이 우는 일종의 히피 공동체 우드스톡의 성격이 있지만, 옵션은 누군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보는 영원한 제로섬 게임이죠. 설마 지진과 화산폭발이라는 변수가 생길 줄 몰랐던 수요미씨 파이낸셜은 대량의 풋옵션 매도 물량을 딜런에게 넘겼을 거고 그게 지금에 와서 발목을 붙잡은 상황이겠네요.”
“역시 매튜네요. 원래였다면 이 정도로 휘청거릴 기업이 아니지만, 지금은 창사 이래 최악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자칫 공격이라도 한다면 아무리 체급 좋은 챔피언이라도 다운 당할 수 밖에 없겠죠.”
“그 틈을 노려서 원하는 바를 쟁취했다라······. 하하하. 정말 재밌습니다. 딜런의 행보를 보고 있으면 정말 기가 막히다는 표현 밖에 쓸 수가 없군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겁니까? 아니, 대체 어디서부터 이런 설계를 한 겁니까? 풋옵션을 샀을 때부터? 아니면 일본에 창업 포럼에 다녀온 시점부터입니까?”
“에이, 설마요. 저 그렇게까지 고차원적인 사고는 못 합니다. 다만 우연찮게 상황이 맞물려 돌아가서 각이 보였을 뿐이죠. 그리고 저는 ‘제안’만 했을 뿐, 어떠한 ‘강요’도 하지 않았습니다. 뭐···. 자칫 그룹 전체가 조각날 수도 있으니 최선의 선택을 한 거겠죠.”
나와 매튜의 대화를 듣고 있던 스테파니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허어···. 결론은 저 기사 내용이 맞다는 거네요? 세상에···. 무슨 벤처캐피탈 대표가 한 나라의 대표 기업 총수를 협박해서 사과를 받아내요?”
“어허, 협박이라뇨 스테파니. 누가 들으면 오해합니다. 그냥 좋은 말로 권유한 것뿐이죠. 선택은 자기들이 한 거고.”
원래 말이란게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아니겠는가.
무튼 나는 협박한 적은 없었다. 협상했을 뿐이지.
“이거 기사의 여파가 심상치 않은데요?“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김선기가 턱을 긁적였다.
“또 왜요?”
“소설도 이렇게 쓰면 욕먹는다! 말이 되는 소릴 좀 해라! 라고 욕하고 싸우고 댓글에서 자기들끼리 난리도 아닙니다.”
“하아···. 아무래도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겠네요.”
이제는 제법 잘 안다.
말이라는 놈이 한 다리, 두 다리 건너면 얼마나 와전될 수 있는지.
지금이라도 나서지 않는다면 억측이 또 다른 억측을 낳을 것이고 자칫하면 엄한 피해자까지 생길 수도 있었다.
자고로 불씨는 초장에 잡는 게 상책이다.
***
TBS 방송국 스튜디오.
예정된 시간이 되자 멀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 아나운서가 내게 인사를 건넸다.
“요즘 화제의 중심에 계신 인물이죠. 대한민국 자수성가의 상징이자 세계에서 인정받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스프라우트 인베스트먼트 송대운 대표님을 뉴스홈에서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대표님.”
“네, 반갑습니다. 송대운입니다.”
“요즘 모 언론사의 단독 기사 때문에 여기저기서 연락 받으셨을 것 같은데요. 대표님을 둘러싼 많은 의혹과 소문들이 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모 언론사에서 제가 수요미씨 슌사쿠 의장을 만나 그들의 만행에 대해 꾸짖고, 사과까지 하게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가요?”
“우선 제가 슌사쿠 의장을 만난건 맞습니다.”
“정말 만났다고요?”
실제로 만나긴 했다고 하니 아나운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건 비즈니스 미팅이었을 뿐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에 큰 변고가 닥치며 수요미씨 그룹 역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와 관련한 일적인 얘기를 했을 뿐, 협박을 했다거나, 그분을 꾸짖었다거나 한 적은 없습니다. 아니, 생각해보세요. 상대는 일본 최대 기업인 수요미씨 그룹의 총수입니다. 제가 뭐라고 그런 사람한테 큰소리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그분과 제 나이 차이가 40이 넘습니다. 동방예의지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저 그렇게 예의범절 없는 사람 아닙니다.”
진심이 담긴 절절한 해명에 아나운서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정황이 짜 맞춰지면서 뭔가 오해가 생겼나 보군요. 아무튼, 이걸로 시청자 여러분도 잘못된 루머에 대해······.”
내가 했던 말을 정리해주며 상황을 마무리하려던 아나운서 곁으로 갑자기 누군가 난입했다.
녹화 방송이었기에 그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PD로 보이는 남자가 아나운서에게 무언가 귓속말로 속닥였고, 두 눈이 왕방울만 해진 아나운서가 말을 더듬으며 내게 물었다.
“저기…송대표님?”
“예?”
“지금···. 속보가 하나 들어왔는데 일본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슌사쿠 의장이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결정적인 이유는 송 대표님께 호된 꾸짖음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풋옵션 투자를 통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얘기도 돌고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이런 망할.’
예고없이 날아든 비보에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