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359)
359화 세기의 결혼식(2)
[고아출신 자수성가 재벌과 재벌 가문 여식 간의 백년가약, 세기의 결혼]따듯한 오월의 봄날, 스프라우트 인베스트먼트 송대운 대표와 북산모직 이지원 상무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같은 대학 동창에서 연인으로, 이제는 부부가 된 두 사람.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부터 특별했다. 얼핏 보면 주선을 통해 만난 사이로 오해받을 수도 있지만, 여느 커플들과 다를 바 없이 같은 대학에서 대외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오랜 시간 지인 관계로 지내다가 연인관계로 발전한 것.
그리고 올해 5월,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은 서울 백제호텔에서 비공개로 백년가약을 맺었다.
마치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듯 따듯한 햇살과 함께 부드러운 봄바람이 살랑였고, 두 사람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이날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하객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하는데, 직접 전세기를 이끌고 한국을 찾은 초호화 하객들로 인해 인천 국제공항은 최대 운항 기록을 경신하며 몸살을 앓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철저한 보안과 삼엄한 경호로 인해 정확한 파악은 힘들지만 알려진 바로는 국내 10대 기업의 총수는 하나도 빠짐없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빈사르 왕세자와 아랍에미리트 왕족 또한 다수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최고 명문가이자 HSSL의 총수인 세인트 케빈 부회장, 로버트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관심을······.
***
서울 장충동 백제호텔.
오늘의 결혼식을 위해 일찍이 호텔 전체 객실을 통으로 예약해 뒀다.
아무래도 해외에서 오는 손님들이 적지 않기에 편히 쉬다 갈 수 있도록 한 나름의 배려였다.
난생처음 준비해보는 결혼식은 그야말로 사람의 혼을 쏙 빼놓았다.
남의 결혼식 하객으로 갈 때는 사진 하나 딱 찍고, 밥 먹으러 가면 그만이었지만, 결혼식 당사자는 그런 간단한 시스템이 아니었다.
자정 예식을 위해선 새벽부터 기상하여 신부와 함께 메이크업을 받으러 가야 했다.
화장을 하는건지 가면을 씌우는 건지 모를 장시간의 작업이 끝이 나면 전체적인 의상과 스타일을 다듬었다.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진짜는 그 이후부터 찾아오는 지독한 기다림이었다.
남자는 상대적으로 준비가 빨리 끝나는 편이었지만, 웨딩드레스와 신부 화장을 받는 여자는 준비 시간이 신랑에 비할 바가 안 됐다.
마치 시간과 정신의 방에 갇힌듯한 기분을 느끼며 진이 빠질 때가 되면 드디어 신부도 준비가 끝이 난다.
“어때요?”
“와···.”
모든 무장을 마친 지원이가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에도 이쁜 얼굴이었지만, 각잡고 메이크업까지 받으니 이건 뭐 천사가 따로 없었다.
과장하는 게 아니라 정말, 너무너무 예뻐서 호들갑 떨지도 못하고 멍하니 입만 벌렸다.
“푸훕. 지금 오빠 표정 사진으로 남기고 싶네요.”
지원이의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탈출했던 정신머리가 돌아왔다.
“너무너무 예쁘다! 세상에···. 이거 꿈 아니지?”
“주책 그만 떨고 이제 슬슬 내려가요. 손님 맞이하려면 시간이 없어요.”
우리 두 사람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대기하고 있던 대형 밴에 몸을 실었다.
“준비 다 되셨습니까 아가씨?”
“네. 이제 출발하셔도 돼요 강 기사님.”
“예. 제가 식장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부우우웅
“후우···. 결혼 이거 두 번은 절대 못 하겠다.”
“두 번 하려고 했어요?”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다가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렸다.
생각해보니 크나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멘트가 아닌가?
“그, 그럴 리가! 절대로! 그냥 결혼식이라는 게 생각보다 진짜 힘들구나 싶어서.”
“후우···. 아무래도 집안 행사이다 보니 의례적으로 해야 할게 너무 많아요. 그래도 오늘만 꾹 참아요.”
“그래야지. 그나저나 백제호텔 정도면 장소로는 부족하진 않겠지?”
“그럼요. 우리나라 최고 호텔 중 하나인데. 그리고 오빠 지인 중에 귀빈들이 워낙 많아서 다른 선택지도 없었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가 웨딩홀을 고른 가장 최우선 조건은 외부 관심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언론 노출을 꺼리는 손님이 많을 것을 고려하면 인근에 높은 건물이 없어 외부에서 망원 렌즈로 촬영이 불가능한 백제호텔이 최적의 장소이긴 했다.
“예상 하객을 1,000명으로 잡은 건 너무 오바한건가?”
“아닐걸요? 추리고 추려도 우리 쪽에서 워낙 손님이 많아서 넉넉히 잡는 게 아무래도 마음이 편할 거에요. 오빠도 손님이 적진 않잖아요.”
“난 도무지 가늠이 안 되네. 다들 온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지구 반대편에서 결혼식 하나 때문에 온다는 게 쉽진 않잖아.”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초대할 사람은 많았지만, 대부분 외국인이다 보니 참석은 쉽지 않았다.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 보니 차가 어느새 백제호텔에 도착해있었다.
호텔 측에 요청한 대로 삼엄한 경계와 보안이 흡사 판문점이라도 통과하는듯한 분위기였다.
도착하기 무섭게 지원이는 헬퍼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신부대기실로 향했고, 나는 로비에서 서서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그때 저 멀리서 보이는 익숙한 회색 실루엣에 절로 함박웃음이 입에 내걸렸다.
“어머니!”
깔끔한 수녀복 차림의 강 마리아 어머니가 머쓱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그래도 아들 결혼식인데 복장이 이래서 되겠니?”
“어후, 어머니는 무조건 수녀복이 잘 어울려요. 한복 같은 거 입으면 제가 어색해요.”
역시나 우리 마리아 어머니는 수녀복 차림일 때가 가장 어머니답게 보였다.
잠시 후, 한산했던 로비에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하며 금세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모 회장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최 대표님 아니십니까? 얼굴이 더 좋아지셨습니다?”
내 주둥이가 한시도 쉴 틈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이승환 회장님을 따라 꾸준히 정계 모임에 나갔던 것이 빛을 발했다.
대한민국에서 돈으로 한 끗발 날린다는 양반들은 총집합 한듯싶었다.
잠시 후, 로비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져갔다.
홍해가 갈라지듯 수많은 인파가 반으로 갈라지더니 그사이를 헤치며 반가운 인물들이 한 번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동식 구트라와 터번을 뒤집어쓴 일련의 무리들이 우르르 몰려와 내 앞에 섰다.
“아니, 어떻게 이리도 한 번에 오셨습니까?”
당황한 나는 마치 도열하듯 서 있는 수십의 중동인들을 멍하니 쳐다봤다.
다들 안면은 있었지만, 문제는 내가 이들을 다 초대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하하하. 사랑하는 아우님의 결혼식인데 당연히 축하해주러 와야지! 자네와 친분이 있는 인물들은 내가 모조리 다 끌고 왔다네.”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는 술라이만 형님.
중동 최고 인싸답게 정말 많이도 데리고 오셨다.
“그대가 결혼하는 장소치고는 너무 조촐한 것 아닌가?”
내부를 한번 쓱 둘러본 빈사르 왕세자의 적나라한 평이었다.
물론 세계 최고의 거부였기에 할 수 있는 멘트이기도 했다.
“정말 모시고 싶은 분들만 초대하고 싶은 마음에······.”
“흐음···. 하긴, 그대는 쓸데없는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성품임을 잠시 잊고 있었군.”
최고급 호텔 하나를 통째로 빌렸고, 최대 수용 인원만 1,500명에 이르는 대형 연회장이었지만, 그의 눈에는 그저 단출한 일반 예식장처럼 보이나 보다.
“아무튼, 결혼 진심으로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왕세자님. 이렇게 직접 한국까지 찾아주시고···. 저 많이 감동했습니다.”
“후후, 당연한 일 아닌가. 그리고 그대가 좋아할 만한 선물까지 준비했다네.”
“선물이요?”
이제 저 양반 입에서 선물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절로 몸이 움찔하게 된다.
선물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배웠건만, 워낙 기상천외한 선물들을 내놓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오는 반응이었다.
“예전에 그대가 내 별장에 왔을 때 부러워하던 모습을 눈여겨봤지. 그래서 프라이빗 아일랜드를 하나 선물할까 하는데.”
“예···? 섬이요?”
“카리브해 에그즈마 제도에 있는 섬일세. 선착장은 물론 포장된 도보도 깔아놨고 발리 풍 가옥 6채에 커다란 핫 탭을 갖춘 풀 파빌리온까지 갖추고 있지. 오로지 그대를 위한 맞춤형 별장일세.”
“아니···. 업무도 바쁘실 텐데 언제 또 그런 것까지···.”
진심 감동이었다. 물론 개인 휴양지를 갖게 된 것에 대한 기쁨도 있었지만, 전 세계를 돌아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양반이 나를 위해 자투리 시간을 내서 저런걸 준비했다는 게 심금을 울렸다.
“올여름에는 거기에서 왕세자님과 휴가를 보내면 되겠군요.”
“응? 와이프와 보내지 않고?”
“휴가는 자고로 북적북적한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지난번처럼 보육원 아이들도 초대해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게 하고, 왕세자님은 저랑 따로 볼일 보시죠.”
한마디로 뷰 좋은 방구석에 박혀서 같이 게임이나 하자는 얘기였다.
내 말뜻을 이해한 빈사르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하고 있겠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술라이만 형님이 스윽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보게 아우님. 이 우형도 자네를 위해서 이번에 우리 집에 새로 태어난 백사자 새끼 한 쌍을 선물로 줄까 하는데···.”
“마음만 받겠습니다 형님.”
칼 같은 답변에 어깨를 축 늘어뜨린 술라이만이 쓸쓸히 식장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손님맞이를 하다 보니 어느새 예식 시간이 다가왔다.
결혼식 사회는 같은 보육원 출신이자 친형과 다름없는 상철이형에게 부탁했다.
부담스럽다고 극구 사양하던 걸 삼고초려 끝에 겨우 설득할 수 있었다.
지금도 얼굴이 납덩이처럼 창백헸지만, 생각보다 잘 해주고 있었다.
“신랑 입장!”
상철이 형의 외침과 함께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고개를 치켜든 나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와아아아아!”
주변에서 환호성이 들려왔고, 여유롭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다음은 오늘 하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신부를 모셔보겠습니다. 신부 입장!”
우아한 왈츠풍의 음악으로 바뀌며 거대한 문이 활짝 열렸다.
눈 부신 햇살을 머금은 지원이가 우아한 드레스 자태를 뽐내며 아버님의 손을 붙잡고 천천히 입장했다.
버진로드를 밟으며 가까이 다가오는 지원이의 모습을 보자 이제껏 느껴본 적 없던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그 어떤 성과를 이뤘어도 느껴보지 못한 황홀함 그 자체.
마주 선 우리 두 사람은 맞절을 했고, 혼인서약서를 낭독하며 사람들 앞에 부부가 되었음을 공표했다.
“다음은 예물 교환식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아주 특별한 화동들이 예물을 전달해준다고 하는데요. 모두 입구를 주목해주시겠습니까?”
사회자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쏠렸고, 그곳에는 홍슬기가 유모차를 이끌고 등장했다.
씨익 미소를 지은 홍슬기가 캐노피를 젖히자 모습을 드러낸 네 마리의 검정고양이.
“어머나! 귀여워라.”
“oh my god! so cute!”
다들 목에 붉은 리본을 매달고 있었는데 그중에 두 마리는 앙증맞은 가방을 메고 있었다.
홍슬기가 준비됐다는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사회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좋습니다. 오늘 결혼식의 특별 화동, 검냥이 가족들! 입장해주세요!”
사회자의 외침과 동시에 웅장한 라이온 킹 OST가 흘러나오며 네 마리의 검냥이들이 도도한 걸음으로 버진로드를 가로질렀다.
흡사 모델과도 같은 완벽한 워킹에 하객들은 환호했고, 가까이 다가온 검냥이들이 내 바짓단에 머리를 비벼댔다.
흑탄이와 연탄이의 가방에서 예물을 꺼내 들자 녀석들은 제 소임을 다했다는 듯 다시 유모차 안으로 폴짝 뛰어들었다.
짝짝짝짝!
휘이이익!
임팩트 넘치는 입장과 깔끔한 퇴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오는 하객들.
“다음은 신부 측 할아버님이자 북산 그룹 이승환 명예 회장님께서 두 사람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축사를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깔끔한 정장 차림의 이승환 회장님이 단상 위로 올라섰다.
“큼큼···. 반갑습니다. 신부 이지원의 할애비이자 신랑 송대운의 할애비이기도 한 이승환이라고 합니다.”
순간 울컥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입술까지 깨물며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다.
“80년 가까이 살았지만 인연이라는 게 참으로 신기하더이다. 내가 저 녀석···. 아니, 송대운 군을 언제 처음 봤는 줄 아십니까? 한 8년 전쯤이었나···. 당시 창립 기념일 행사로 이 늙은이와의 식사 자리를 경매에 부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거금을 내고 낙찰 받은 게 당시 대학생이었던 송대운 군입니다.”
흥미진진한 얘기에 하객들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당시엔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한 줄 알고 혼구녕을 내줄 생각으로 불렀는데···. 껄껄껄, 쪽지 시험을 쳤다며 지각을 하지 않나, 저를 앞에 두고도 전혀 긴장한 기색을 보이지 않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이놈은 특별하거나 제대로 정신이 나갔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하하하하”
이 회장님의 거친 농담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때부터 쭉 인연을 이어갔고, 바로 옆에서 대운 군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볼 수 있었지요. 참으로 경이로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업적들을 하나하나씩 일궈가는 모습이 나이를 떠나 존경심마저 들게 되더군요. 그러고 보니 대운 군과 처음 만난 곳이 이곳 백제호텔입니다. 그런 의미 있는 장소에서 제 손녀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니···. 인연이란게 정말 신기하지 않습니까?”
그날로 돌아간 듯 이 회장님의 눈빛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젖어 들어갔다.
“저는 이 두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확신할 수 있습니다. 서로를 배려해가며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갈 수 있을 거라고.”
봄날의 햇살 같은 따스한 눈빛이 우리 두 사람에게 닿았다.
“사랑하는 지원아, 대운아. 결혼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저희 아이들 결혼을 축하해주시기 위해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참석해주신 하객 여러분께 온 마음을 담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짝짝
결국, 참지 못한 지원이의 눈에서 이슬 같은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나 역시 눈시울이 붉어진 건 어쩔 수 없었고.
축사 이후에는 세계적인 그룹이 되어버린 ‘아이리스’의 리더이자 리드 보컬인 내 동생 유라가 축가를 불러줬고, 신랑 신부 행진 이후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기념 촬영 시간이 다가왔다.
“자자자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최대한 붙어 주세요. 저···. 음···. 왕세자님? 스마일 플리즈?”
사진작가의 요청에 빈사르 왕세자가 무표정을 깨고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 좋습니다. 배고프실 테니 빨리 찍겠습니다. 자! 하나 둘 셋!”
-찰칵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서 마침내 백년가약을 맺게 되었다.
비록 철저한 보안 속에 이루어진 비공개 결혼식이었지만, 언론에서는 세기의 결혼식이라 일컬으며 연신 기사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무릇 세상 이치가 그러하듯 시간이 지나며 그 관심은 조금씩 시들어갔다.
그렇게 결혼이라는 인생 3막이 펼쳐지며, 내 인생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가는 세월은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다고 했던가.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내게 십 년은 세계를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