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66)
66화 우리 형이 데리고 온 거물
인천공항에서 날아오른 비행기는 약 10시간의 비행 끝에 아라비아반도 사막 끝에 자리 잡은 인공도시 두바이에 안착을 앞두고 있었다.
“뭐가 없긴 하네.”
히말라야산맥을 넘어서면서 창밖 너머로 보이는 거라고는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모래사막뿐.
하지만 그럼에도 전혀 무료하지 않았다.
비행기 안은 천국과 다름없었으니깐.
나는 이게 비행기인지 호텔인지 여전히 갈팡질팡했다.
‘무슨 비행기에 샤워실이 존재하냐고.’
이 전용기에는 총 13명이 탑승할 수 있다고 하는데 주방과 냉장고, 침실, 심지어 와이파이까지 빵빵하게 터졌다.
술라이만이 나에게 젤랍(Jellab) 한잔을 건넸다.
“한잔하시게 아우님. 제법 맛이 괜찮을 거야.”
손에 들린 저 찻잔도 수백만 원은 호가한다고 한다.
나도 한국에서 돈으로는 방귀 좀 뀐다고 하는 편인데 이건 뭐.
아예 클라스가 달랐다. 감히 비벼볼 수도 없는.
그래서 그냥 즐기기로 했다.
“형님도 한잔 받으시지요. 아우가 한잔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갈 때는 굉장히 적적했는데 아우님과 이렇게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오니 벌써 도착할 때가 되었군.”
“형님 덕분에 편히 온 것 같습니다.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어허. 지금 무슨 말 하는 건가? 진짜는 아직 시작도 안 한 것을. 받은 게 있는 데 윗사람이 되어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기대하게나. 내가 두바이의 정수를 느끼게 해줄 테니.”
기대는커녕 무서울 지경이었다.
도대체 뭘 하려고 저리 엄포를 놓는 것일까.
자포자기하여 이제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비행기가 마침내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고, 공항에는 이미 술라이만의 운전기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도시가 엄청 세련됐네.”
차를 타고 두바이 도심으로 향하는 길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아랍에리미트를 관통하는 셰이크 자이드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보이는 두바이의 모습은 마치 뉴욕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칼리파가 그 위용을 드러내자 내 입도 한껏 벌어졌다.
‘저긴 한 달 월세가 얼마나 나올까나?’
같은 건물주로서의 호기심이었다.
개인적으로 느낀 두바이의 매력은 두 시대가 공존한다는 것이었다.
시내로 들어서자 잠깐 차를 멈춰 세운 술라이만이 나를 사각의 액자로 세워진 타워 전망대로 데려갔다.
전망대에 올라서서 정면을 바라보자 두바이 크릭과 잘 보존된 아라비아 양식의 전통 가옥들이 눈에 들어왔다.
몸을 돌려 반대편을 쳐다보자 별천지 마천루와 황량하면서 신비함도 머금은 사막의 풍경이 펼쳐졌다.
“헐. 저건 또 뭐냐?”
바닷가 한가운데 야자수처럼 생긴 요상한 섬이 눈에 들어왔다.
“팜 주메이라 섬일세. 바다의 모래톱을 야자수 형태로 개발하여 거기에 호텔과 여러 오락 시설을 지어 올려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걸세.”
“끝내주네요.”
“팜 주메이라는 환경을 우선시하는 순환형 개발을 자랑하네. 그 때문인지 자연환경이 보존되며 오히려 더 많은 어종이 생겨나는 해프닝도 벌어졌지.”
환경 이슈가 늘 엮여있는 우리나라 간척지 개발과 다르게 자연은 보존하면서 이런 랜드마크를 만들었다고 하니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숙소 앞까지 데려다준 술라이만이 미안한 기색으로 내 손을 붙잡았다.
“미안하네.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오늘은 여기서 헤어져야겠어.”
“데려다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게 떠나가는 고급 세단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체크인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갔다.
“어후. 숙소 좋네.”
호화스럽기 그지없는 객실 내부를 둘러보니 감탄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두 개의 싱글 베드와 함께 황금색 인테리어 포인트 때문인지 중동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 촤락
커튼을 걷자 두바이 시티 뷰가 한눈에 들어왔다.
곧 밤이 찾아오면 은하수처럼 펼쳐질 야경도 기대가 되었다.
“비싼 값을 하네.”
몰랐던 사실인데 경제사절단에 대한 비용 지원은 일절 없다는 것이었다.
항공이나 숙소 비용 전부 업체 측에서 부담해야 했다.
물론 나 같은 경우에는 북산에서 전액 지원했지만.
숙소에 짐을 풀고 이종훈 대표에게 전화를 넣었다.
“네 대표님. 방금 막 숙소 도착했습니다. 3시간 뒤요? 네. 알겠습니다.”
– 뚝
이종훈 대표는 아버지인 이승환 회장을 모시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전화를 끊고 이번에는 송시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송 대표님. 어디쯤이세요?”
– 코앞이에요! 택시타고 가고있습니다.
“아 그러세요? 체크인은 제가 했으니깐 호텔 도착하면 곧장 방으로 오시면 돼요. 네네. 자세한 내용은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통화한 곳은.
“네 슬기씨. 탄이 녀석들은 잘 있던가요? 아하하. 그래요? 다행이네요. 며칠만 신세 좀 질게요. 네 감사합니다.”
타이밍 좋게도 휴식기에 들어 간다는 홍슬기가 자처해서 우리집 검냥이들을 맡아 주기로 했다.
“선물이라도 하나 해줘야겠네.”
홍슬기와 통화를 마치고 객실 내 비치된 의자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내려다봤다.
“대운아. 놀러 온 거 아니다. 제대로 한번 날뛰어보자.”
노을에 불그름히 물들어가는 두바이 도심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각오를 되새겼다.
***
[UAE-KOREA BUSINESS FORUM]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릭소스 마리나 호텔 연회장에 아랍인과 동양인 객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상석에는 박창수 대통령과 UAE의 알 나야한 국왕이 자리했다.
[BUKSAN]북산 푯말이 놓인 거대한 원형 테이블에는 이승환 회장과 이종훈 대표, 북산방산 하승후 대표가 자리했고, 변두리에는 나와 매튜, 송시호 대표가 앉아있었다. 재계 거인과 동석 했다는 사실이 퍽 부담스러운 것인지 잔뜩 얼어 있는 모습이었다.
특유의 너털웃음을 흘린 이승환 회장이 나를 보며 악동 같은 미소를 지었다.
“끌끌끌. 비행기가 처음이라는 게 참말이더냐?”
“헉! 벌써 소문났어요? 확실히 비행기가 좋긴 좋더라고요. 빠르기도 하고 시설도 좋고.”
“당연히 좋았겠지. 끌끌끌. 생애 첫 비행을 왕실 전용기로 하다니. 네놈 같은 놈은 또 없을 게다.”
이종훈 대표가 웃으며 이승환 회장에게 말했다.
“이번 파트너십 체결은 딜런···. 아니 대운씨 역할이 컸습니다.”
“나도 듣는 귀 있다.”
그러더니 이 회장이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아무튼, 고맙구나.”
“네? 뭘요?”
“네놈 덕분에 오성 임 회장한테 시원하게 한 방 먹여줬거든.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오랜만에 두 다리 쭉 뻗고 잠자리에 들었다니깐 끌끌끌.”
“고마우면 이제 제발 장기 두자는 말은 그만 좀…”
“어허. 장기는 왜 이놈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판만 두면 되지.”
절대 한판으로 끝날 리 없다.
애초에 시작을 말아야지.
나는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안됩니다. 장기 두자고 할 거면 저 안 갈래요.”
“고얀 놈. 기어코 늙은이를 이겨 먹으려고 쯧쯧쯧. 알겠다 이놈아!”
조손처럼 친근하게 대화 나누는 우리 두 사람을 보며 다른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히나 북산방산 하승후 대표는 거의 기함하는 수준이었다.
시베리아 호랑이와 다름없던 이승환 회장의 저런 풀어진 모습이라니.
다른 계열사 사장들에게 말해도 아마 믿지 못할 것이었다.
**
“흐으음······.”
역시나 국가 행사답게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터져 나오는 하품을 억누르느라 눈에 눈물이 고일 정도였으니.
각국의 높으신 양반들의 거창한 소개와 함께 환영사가 이어졌다.
흡사 결혼식 주례와 같은 환영사가 드디어 끝이나나 했더니, 이번에는 하얀 터번을 두른 UAE 경제부 장관이 올라와 축사를 했다.
“UAE를 방문해주신 귀빈 여러분······.”
이제는 진짜 끝났겠지 했는데 양국 대통령이 올라와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이때는 정말 허벅지 안 꼬집었으면 위험했다.
기조연설이 끝나고 나서야 본격적인 행사의 알맹이 파트가 시작되었다.
대기업 대표들이 차례대로 나와 UAE 경제부 장관과 MOU 증서를 맞교환하며 환한 자본주의 미소를 지었다. 물론 우리의 이승환 회장님도 당당한 발걸음으로 UAE 장관과 악수를 나누었다.
수라의 길을 걸어온 거목답게 않게 아직 범과 같은 기백이 살아있었다.
“아흐···. 대체 언제 끝나냐.”
지루했던 포럼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공식 포럼 일정은 여기서 종료되었습니다. 경제사절단으로 참석하신 기업들은 ‘한-UAE 비즈니스 상담회’의 준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드디어 왔다.
사실상 이거 하나를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UAE 비즈니스 상담회는 UAE 바이어들과의 네트워킹, 수출계약, 투자 유치를 할 수 있도록 자리였다.
우린 여기서 뭐라도 하나 건져가야만 했다.
[STUDIO SH]고즈넉한 가장자리에 아담하게 마련된 부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무슨 헬스케어니, 블록체인이니, AI니 하는 첨단 기술들로 굉장히 있어 보이게 꾸며진 배너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 우리 부스 배너를 쳐다봤다.
귀염뽀짝한 고양이가 흉악하게 생긴 돼지를 총으로 겨냥하는 앙증맞은 일러스트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그러면 안 됐지만, 솔직히 좀 쪽팔렸다.
“어째 사람들이···. 이쪽으로는 오질 않네요.”
멋쩍은 웃음을 지은 송시호가 턱을 긁적였다.
확실히 중앙에 위치한 부스 쪽은 터번을 둘러쓴 아랍 바이어들이 바글바글했지만, 외곽으로 갈수록 드문드문해졌다.
몇몇 아랍인들이 우리 부스에 기웃거리긴 했지만 이내 흥미를 잃고 쓱 지나갔다.
“이걸 우짤꼬···.”
극심한 빈익빈 부익부.
저 멀리 부스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악수도 하고, 명함도 나누고 했지만 우리쪽은 그야말로 파리만 날렸다.
나이트 삐끼마냥 호객 행위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오! 여기 있었군.”
익숙한 목소리에 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형님!”
세상에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을까?
친구까지 데리고 온 술라이만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튀어나올 뻔했다.
버선발로 뛰어나가 두 사람을 자리로 안내했다.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술라이만에게 연락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역시 UAE의 고위 인사였기에 일정이 빡빡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하하. 이제 북산벤처스와 우리는 동반자가 아닌가? 더구나 아우님 일인데 당연히 두 발 벗고 나서야지.”
“형님······.”
이 형님.
사람 감동시키는 재주가 있다.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술라이만이 데리고 온 친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같이 오신 이분은···?”
“아! 내 정신 좀 보게나. 서로 인사하시게. 스튜디오SH 입장에서는 반가운 손님일게야.”
칸두라 복장이 아닌 노란색 반팔 셔츠에 머리가 반은 벗겨진 중년 아랍인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술라이만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무자히드라고 합니다.”
무자히드가 지갑에서 명함 두 장을 꺼내어 나와 송시호에게 건넸다.
[TOMATEM GAMES CEO Mujahid]“토마템 게임즈? 게임 회산가?”
명함을 받아들고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옆에서 송시호의 경악성이 들려왔다.
“허억! 토, 토마템 게임즈?”
“왜 그래요? 아는 데에요?”
명함과 무자히드를 번갈아 보던 송시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다마다요! 중동 3대 게임 퍼블리셔 중 한 곳인데요!”
아무래도 우리 형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거물을 데리고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