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68)
68화 VVIP 사교모임에서 생긴 일
무함마드 빈 무크 두바이 왕세자는 매해 세계 굴지의 기업인들과 정계 원로 등을 초청하여 사교 모임 겸 비공개 포럼을 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저한 보안이 이루어지는 만큼 정확히 어떤 식으로 모임이 이루어지는지는 알려진 바는 없지만, 극도로 호화스러운 파티라는 점만 암암리에 소문처럼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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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7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 주메이라(Burj Al Arab Jumeira).
모든 것이 화려함 그 자체인 두바이였지만, 그중에서도 정점으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버즈 알 아랍 주메이라 호텔이었다.
호텔 꼭대기층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 알문타하(Al Muntaha)는 아름다운 아일랜드와 아라비아해를 바라보며 술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술라이만 형님 옆에 딱 붙은 나는 티 안 나게 눈동자를 굴리며 연신 놀라움을 삼켜야 했다.
“세상에···. 여긴 아예 다른 세상이구나.”
직원들은 하나하나 웬만한 헐리웃 배우 뺨 칠 정도로 선남선녀였고, 구석에 툭 놓인 작은 장식품조차 범상치 않은 기품을 뽐냈다.
그야말로 호화의 끝.
현실과 동떨어진 별천지 세상 같았다.
호텔에 들어선 후 몇 번의 검문을 받은 것일까?
과연 상류층만 참석한다는 사교모임답게 경비가 삼엄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물론 나는 잘난 형님 찬스 덕분에 별문제 없이 프리패스였지만.
“대체 술라이만 형님은 정체가 뭐지?”
단순히 돈 좀 많다고 이런 모임에 참여할 수 있을까?
더구나 길거리 거지들도 스포츠카를 끌고 다닌다는 두바이에서?
의문이 의문을 낳고 있을 때 어느덧 엘리베이터가 꼭대기층에 도착했다.
진동과 소음이 없어 올라가는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 했다.
옆에 서 있는 술라이만 형님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 형님은 웃는 게 패시브 스킬인걸까?
매번 볼 때마다 사람 좋은 미소가 장착되어 있다.
“형님. 제가 이런 곳에 와도 되는 겁니까? 괜히 형님한테 실례 되는 건 아닐지.”
하지만 술라이만의 미소를 내가 그만 장착 해제시켜버렸다.
“실례라니! 아우님은 내게 있어서 가족이나 마찬가지야. 가족을 데리고 왔다는데 감히 어느 누가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형님···.”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는데 저렇게 펄쩍 뛸 줄이야.
더구나 나에겐 없는 ‘가족’을 언급하자 심장이 간질간질하며 따끈하게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입가에 호쾌한 미소를 장착한 술라이만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당당한 걸음으로 파티장에 입장했다.
호화로운 연회장에는 이미 많은 게스트로 북적였는데 그 면면이 참으로 신선했다.
하얀 토브에 구트라를 두른 아랍인들은 당연했고, 까무잡잡한 피부의 히스패닉, 나이 지긋한 백인 신사까지.
인종은 달랐지만, 이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풍기는 부티와 아우라가 결코 범상치 않다는 것이었다.
‘당연하겠지. VVIP만 비밀리에 초청받아서 오는 곳이니.”
나야 뭐 든든한 빽 덕분에 경관 좋은 곳에서 맛있는 거 먹으러 왔다는 생각에 별로 큰 부담은 없었다.
그때 외곽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 분과 눈을 마주쳤다.
“으잉? 소, 송대운이?”
“회장님?”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다가온 이승환 회장이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아니···. 네가 여길 어떻게···?”
뭐라고 답해야 할지 심히 고민되던 차에 술라이만이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지인을 만났나 보군. 나도 잠깐 지인들에게 인사 좀 하고 와도 될까?”
“그럼요. 저 신경 쓰지 마시고 다녀오세요. 형님.”
안 그래도 여기저기서 술라이만에게 아는 척하는 사람이 많아 부담스러워지려던 참이었다.
나야 뭐 있는 듯 없는 듯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 먹고 다니는 게 목적이었기에 흔쾌히 술라이만을 떠나보냈다.
나를 구석으로 끌고 간 이승환 회장이 폭풍 질문을 쏟아냈다.
“여긴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닌데 어떻게 여길…?”
“별로 오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됐네요. 그나저나 배가 너무 고파서 그런데 일단 음식부터 좀 시킬게요.”
이승환 회장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서버(server)를 불러 술과 음식을 부탁했다.
곧 테이블에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을 허겁지겁 흡입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리가 자리인 만큼 추하지 않게.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린 이승환 회장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운이 너는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온게야?”
우물우물
“부자들 친분 쌓는 모임 아닌가요?”
우물우물
“이야. 무슨 스테이크가 푸딩 같네.”
“끌끌끌. 맙소사. 엉뚱한 놈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여긴 오고 싶다고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그러니 종훈이도 못 데리고 왔지.”
“그래요? 이 대표님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익스큐즈미? 샴페인 플리즈.”
지나가는 서버 하나를 붙잡아 야무지게 샴페인까지 주문했다.
“사교모임으로 포장되어있지만 여긴 사실상 비공개 경제 포럼이나 마찬가지야. 세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각 나라에서 미래 산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의견을 나누는 자리인게지.”
“아 그래요?”
역시 최고급 호텔답게 음식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이지만 그냥 술술 넘어간다.
내 심드렁한 태도가 답답했던지 이승환 회장이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켰다.
“저 양반 혹시 누군지 알아보겠는가?”
때 수건 같은 붉은색 점박이 구트라를 두른 인물을 가리킨 이승환 회장.
“글쎄요···? 낯이 익긴 한데···.”
“무함마드 빈 사르 사우디 왕세자야. 추정자산만 2,700조에 달하지.”
“헐. 2,700조. 엄청나네요.”
솔직히 27조도 아니고 2,700조라는 숫자가 와닿겠는가?
그 정도 수준이면 누구든 ‘우와 쩐다!’ 감탄하며 고개 한번 끄덕이고 말 것이다.
“끌끌끌. 역시 배포 하나는 알아줄 만하구나.“
이승환 회장의 주름진 눈가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쪽을 향했다.
“여기 있는 사람 대부분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양반들이야. 여기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규모만 못해도 몇십조는 될걸세. 거기서 떨어지는 콩고물만 주워 먹어도 재벌 소리는 충분히 듣는다는 말이지.”
“대단하네요.”
사실 별 관심 없었다.
나는 사람에 투자하여 돈을 버는 ‘과정’이 재밌는 거지, 단순 숫자 늘리기에는 크게 감흥이 없었으니.
그때 우리 쪽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벌써 기력이 쇠한 게요? 궁상맞게 여기서 뭐합니까? 저쪽에 왕촨푸 회장이 2차전지 관련해서 얘기 좀 나누자고 이 회장을 찾더구먼.”
재계 서열 1위 오성의 임관훈 회장이었다.
“끌끌끌 아쉬운 놈이 알아서 오겠지. 비즈니스 한다는 놈이 부른다고 쪼르르 달려가면 쓰나. 우연찮게 지인을 만나서 인사 좀 나누고 있었소만.”
“지인?”
고개를 갸웃한 임관훈 회장이 나를 보며 눈을 크게 치켜떴다.
“자넨 어디 집안 자제분이신가?”
순간 뭐라 답 해야 할지 고민됐다.
새싹보육원 강 마리아 원장 자제라고 말할까?
말없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으니 뭔가 오해했는지 임관훈 회장이 갑자기 혓바닥을 굴리기 시작했다.
“이런. 내가 실수했나보구만. Where are you from?”
“암 프롬 코리아.”
“오우 코리아! 굿!”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차 싶었다. 이게 바로 주입식 영어교육의 폐해가 아니던가.
떨떠름한 얼굴의 임관훈 회장이 결국 이승환 회장을 쳐다봤다.
“크하하하. 옆에서 보고 있자니 아주 웃겨 죽겠구만. 인사하게. 우리 회사 직원일세.”
“직···. 원?”
임관훈 회장의 얼굴이 괴이쩍게 일그러졌다.
“북산가 자제인가?”
“그럴 리가. 우리 집안에 저런 대책 없이 용감한 아해는 없네만.”
“그럼 북산에서 전략적으로 키우는 인재인가? 아니지. 그렇다고 해도 여길 올 순 없었을 텐데···. 자넨 대체 정체가 뭔가?”
“처음 뵙겠습니다. 북산벤처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송대운이라고 합니다.”
“뭣이 인턴?”
임 회장의 얼굴이 더욱 괴이하게 일그러졌다.
벌어진 입에선 침이라도 떨어질 기세다.
하긴. 어이없을 만도 하지.
대표일지라도 감히 올 수 없는 자리를 일개 인턴이 떡하고 앉아 있으니.
근데 저도 별로 오고 싶지 않았다고요.
“자네 거짓말하면 큰일······.”
“아우님! 한참을 찾았는데 여기 있었구만!”
누가 감히 오성 임 회장 말을 싹둑 잘라먹을 수 있을까? 했는데 역시나 술라이만 형님이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형님?”
“하하하. 내 동생 찾는데 굳이 이유가 있어야 하는가?”
“당연히 아니지요. 막 찾으셔도 됩니다.”
“다름이 아니라 내 친구들한테 아우님 소개를 해주고 싶어서 말이야.”
“친···. 구들이요?”
그제야 술라이만 뒤에 잔뜩 몰린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삼사십대의 젊은 아랍인들이었다.
“자! 다들 인사하시게! 먼 한국에서 온 내 아우 쏭일세.”
그러자 하얀 토브 차림의 아랍 남정네들이 우르르 몰려와 너 나 할 것 없이 악수를 청하기 시작했다.
“반갑네. 압둘라 빈 아모드 알레구아라고 하네. Jenan이라는 식품공장을 운영하고 있네.”
식품공장이라고 하길래 과자 같은 거 만드는 회사인가 했더니.
“하하하. 중동 최대 파스타 공장 오너가 겸손하구만.”
“반갑네. 압둘라 알프라임이라고 하네. AL Futtaim Group을 운영하고 있지. 주로 전사, 보험, 부동산 등의 잡다한 사업을 하고 있네.”
“후세인 사주완일세. 두바이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체를 운영하고······.”
술라이만 형님은 진정 인싸 중에서도 핵인싸였다.
형님이 나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고 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눈에서 꿀이 뚝뚝 흘렀다.
어느새 내 손에 두둑이 들린 명함들.
그런 내 모습을 이 회장과 임 회장이 입을 떡 벌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인사하느라 혼이 쏙 빠지는 사이 술라이만이 누구 한 사람을 더 데리고 왔다.
그런데 남자의 포스가 실로 범상치 않았다.
군계 중에 일학이면 군학(群鶴) 중에 일봉(一鳳)이랄까?
아랍 남자 중에 이토록 잘생긴 사람은 난생 처음 봤다.
“꼭 만나게 해 주고 싶었던 두 사람을 드디어 소개해 주는군. 인사하게. 셰이크 무함마드 빈무크 알만툼일세. UAE 부통령이자 두바이 군주이신 빈 라시드님의 둘째 아드님이시지. 나랑은 친척뻘 되는 동생일세.”
어마어마한 거물이었다.
군주의 아들이면 왕세자란 말 아닌가.
과하게 잘생긴 빈무크 왕세자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드디어 만나 뵙는군요. 반갑습니다. 빈 무크입니다.”
“반갑습니다. 한국에서 온 송대운입니다. 술라이만 형님 덕분에 귀한 분을 뵙는군요.”
“하하하. 형님 말씀대로 아랍어가 상당히 능숙하시네요.”
“두 사람 잠깐 대화 좀 나누고 있게. 저쪽 가서 금방 인사만 하고 오겠네.”
또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버린 술라이만 형님.
“술라이만 형님은 참 인기가 좋으십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 가장 매끄럽게 대화할 수 있는 주제는 역시 교집합이 되는 사람 얘기였다.
“인품과 능력이 워낙 출중하시니까요. 어딜가든 사람이 뒤따르시죠. 배울 점이 많은 분입니다. 그나저나 참 궁금했습니다. 그대라는 사람이.”
“저···. 말씀입니까?”
빈무크의 호수같이 깊은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다.
“저는 형님이 누군가를 그렇게 칭찬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더구나 외국인을.”
“그랬습니까?”
참 주책맞은 형님이다.
그래도 나에 대해 좋게 얘기했다니 기분은 좋았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형님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와 교분을 나누진 않습니다. 늘 선이 존재하죠.”
금시초문이었다.
나에겐 언제나 빙구 웃음만 보이는 형님인데.
“형님이 집으로 초대했다고 들었습니다.”
“꼭 놀러 오라고 신신당부하셨지요.”
“하하하. 지인 중에서도 형님댁을 가본 사람은 아마 다섯 손가락에 꼽을 겁니다.”
“정말입니까?”
어안이 벙벙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과거에 집으로 사람을 초대했다가 안 좋은 일을 당하실뻔한 이후로 집에 외부인을 들이지 않게 되셨죠. 그렇기에 형님이 누군가를 초대한다는 것은 그만큼 믿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참···. 고마운 일이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누추하지만, 우리 집에도 초대할 걸 그랬다.
“아무튼, 저 역시 그대에게 호기심이 많습니다. 일정만 아니라면 새로 이사한 집에 초대하고 싶군요.”
“저를요?”
저흰 오늘 초면입니다만?
“하하하. 형님과 달리 저는 집에 손님 초대하는 걸 좋아합니다. 총으로 무장한 경호원이 많이 배치되어있으니 큰 문제 생길 일은 없을 겁니다.”
집들이 한번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니. 아주 그냥 짜릿했다.
어찌 됐건 나로서도 손해 볼건 없었기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초대 해 주신다면 언제든지요.”
“하하하. 호탕해서 좋군요. 아!”
빈 무크가 돌연 얼굴을 굳히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사자는 좋아하십니까? 하하하 애교 많은 암사자입니다.”
어쩐지 데자뷰 같은 느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자가 취향에 안맞으면 인도에서 데리고 온 백호도 있습니다.”
취향 문제가 아니잖아 이 양반아!
나는 다급히 고개를 돌려 애타게 술라이만 형님을 찾았다.
차라리 치타가 낫겠다는 심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