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7)
7화 역시 돈이 최고야
“아니. 멀쩡한 남의 땅에 이렇게 건물을 지어놓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여긴 법도 없습니까? 나 원 참.”
“기차 화통을 삶아 드셨나. 귀 아파 죽겠네. 그쪽은 예의도 없습니까?”
“뭐? 젊은 양반이 말하는 싸가지가···.”
귀를 후비적거리며 인상을 찌푸린 나를 보며 남자가 한마디 하려던 순간 강 마리아 원장이 반론을 제기했다.
“무슨 말인지요. 여긴 50년도 더 된 건물입니다만.”
새싹보육원은 6.25 전쟁으로 인해 길가에 버려진 고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아동들을 보호하고 양육할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었다.
남자가 손가락으로 보육원 건물을 가리켰다.
“이 건물이 세워진 땅 절반을 이번에 내가 현찰 주고 매입했수다. 당신네들 지금 엄연히 남의 땅에 건물 지어놓고 사는 거라고.”
남자의 말은 이러했다.
원래 새싹보육원 부지 절반은 땅 주인이 따로 있었는데, 당시 버려지는 고아들이 안쓰러웠던 땅 주인이 이 땅을 아동 양육사업에 쓰라고 무료로 사용을 허가했다.
세월이 흘러 땅 주인은 노환으로 사망을 했고, 기다렸다는 듯 그 자식들이 부지를 남자에게 팔아버린 것이었다.
“자! 등기도 떼 왔으니 한번 확인해보시고. 무튼, 다음 달까지 건물 철거하십시다?”
“아니.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서 막무가내로 건물을 철거하라고 하시면 우린 어쩌라는 겁니까? 아이들은 어떡하구요?”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따져 묻습니까? 따지고 보면 나도 피해잡니다? 헐값에 나와서 얼씨구나 샀더니. 에이! 니미럴.”
천박한 욕설을 내뱉은 남자가 인상 쓰며 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아무튼, 난 분명히 고지했수다. 다음 달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토지반환 소송이 들어갈거요. 피차 서로 피곤하게 거기까진 가지 맙시다.”
“제발 사정 한 번만 봐주세요. 저희가 여기 말고 갈 데가 어디 있겠어요?”
사정하는 강 마리아 원장을 힐끗 쳐다본 남자가 넌지시 말했다.
“정 그렇게 여기 계속 살고 싶으면 정당하게 토지 사용료를 내시던가.”
“토지···. 사용료? 그게 얼마죠?”
“뭐. 여기 사정도 딱하고 하니 많이는 안 받겠수다. 차 떼고 포 떼서 딱 월 2천씩. 여기 땅값 생각하면 진짜 저렴하게 책정한거요? 아니면 매입하시던가. 내 특별히 10억에 넘겨드리리다.”
“우, 우리가 그런 큰돈이 어디 있나요?”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후원금으로 당장 아이들 밥도 제때 먹이기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허 참. 나라에서 지원금 같은 거 많이 들어올 거 아니오? 듣자 하니 애미애비없는 불쌍한 고아들 많다고 후원금도 나름 짭짤하게 들어 온다더만. 설마 그 돈 다 딴 데로 새는 거요?”
“말씀 가려서 하세요! 아이들이 듣습니다!”
늘 온화한 모습만 보였던 강 마리아 원장이 사내를 노려보며 호통쳤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아이들이 보육원 선생님의 다리를 애처롭게 부여잡았다.
표정을 푼 강 마리아 원장이 선생들을 보며 말했다.
“일단 아이들 데리고 실내 놀이 활동 부탁드려요.”
의도를 알아들은 보육원 선생들이 울먹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가 콧방귀를 끼며 구시렁거렸다.
“고아를 고아라고 하지 뭐라고 하나? 아이고 우리 고아님들 그럴까?”
화를 가라앉히려는 듯 숨을 깊게 들이마신 강 마리아가 뒤늦게 내 존재를 깨닫고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 모습 보여 미안하구나. 일단···. 오늘은 이만 돌아가 줄래?”
애써 부드럽게 말하는 원장 엄마의 말에 머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뇨. 어머니. 저도 같이 얘기하시죠.”
‘어머니’라는 단어 때문인지, 같이 가자는 말 때문인지 원장 엄마의 얼굴에 놀람이 서렸다.
“일단 사무실로 올라가서 마저 얘기 나누시죠. 여기서 감정적으로 나눌 얘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나서자 남자가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러던가 그럼.”
이내 별 볼 일 없다고 판단했는지 시선을 돌린 남자가 성큼성큼 건물로 향했다.
“대운아···.”
“괜찮아요. 다 잘 해결될 거에요.”
불안에 떠는 가녀린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린 나는 원장 엄마를 부축하여 사무실로 향했다.
벌컥
사무실에 들어선 남자는 소파에 털썩 앉더니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우···. 더 얘기할 게 있소? 어차피 답은 둘 중 하난데? 철거하거나, 돈 내거나.”
다리를 꼬고 앉은 남자가 거만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아니면 내가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그쪽도 좋고 나도 좋은 상부상조의 계획.”
“뭡니까 그게?”
내 물음에 한껏 몸을 앞당긴 남자가 속삭이듯 말했다.
“언론팔이 한번 제대로 해보는 게 어떻소? 내가 잘 아는 기자가 있는데 여기 사정이 어렵다고 기사를 내는 거지. 옷도 좀 허름하게 입혀놓고, 밥도 부실하게 해서 기사로 대문짝만하게 딱 내보내면? 캬! 이거 그림 제대론데? 잘만하면 한탕 제대로 땡길 수 있을 것 같거든? 수익 배분은 6:4. 대신 아까 말했던 땅 대여료는 내가 30% 삭감해주고. 어때?”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마치 인심 쓴다는 듯 생색내는 남자를 보자 그저 헛웃음 밖에 안 나왔다.
“어떻게 그런 소릴···. 아이들이 받을 상처는 생각 안 하시나요!?”
얼굴이 시뻘게진 강 마리아를 보며 남자는 오히려 적반하장이었다.
“참나. 사정이 딱한 것 같아서 좋은 제안 한 사람한테 되려 성이나 내다니. 어이가 없구만. 보육원이 없어져서 길거리에 나 앉는 게 상처일거 같소? 그냥 쇼 한번 하는 게 상처일거 같소?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
안하무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남자의 행동에 강 마리아 원장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꼬우면 토지 사용료 내든가.”
“내죠.”
“뭐?”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낸다고. 아니 살게요. 땅.”
똑같이 다리를 꼬아 앉고 남자를 직시하며 태연하게 말했다.
벙쪄있던 남자가 이내 코웃음을 쳤다.
“허. 그쪽이 산다고? 이 땅을? 그럴 돈은 있수?”
흔해 빠진 흰 티에 청바지 차림.
이제 막 삼십 대나 됐을까 싶은 외모.
아무리 뜯어봐도 그런 큰돈을 낼 능력은 없어 보였을 것이다.
“그건 그쪽이 상관할 바 아니고. 10억에 넘길 겁니까 안 넘길 겁니까?”
“대운아···.”
옆에서 날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원장 엄마의 눈길이 느껴졌다.
주름진 손에 내 손을 살포시 포개어 얹었다.
“질질 끌 필요 있습니까? 이 자리에서 바로 계약 진행하시죠?”
의중을 파악하겠다는 듯 남자가 지긋이 나를 노려봤다.
“만약···. 장난이면 나 절대 그냥 안 넘어가?”
“거참 속고만 사셨나. 빨리 부르기나 하라니까? 나도 바빠요.”
이제는 서로 존대도 없었다.
어른답지 않은 어른에게 나도 굳이 예의 차릴 생각은 없었다.
휴대폰을 집어 든 남자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박 소장 나야. 문자로 주소 하나 찍어줄 테니까 토지매매 계약서 챙겨서 지금 당장 이쪽으로 튀어와. 그래. 최대한 빨리.”
탁
테이블에 휴대폰을 거칠게 내려놓은 남자가 나를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자. 이제 어떻게 수습하는지 구경이나 한번 해볼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중 돼서 말 바꾸고 그러면 정말 재미없어.”
“지금도 더럽게 재미없으니깐 빨리 오라고나 해요.”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메시지를 확인하는 척하면서 보육원 인근 토지 시세를 검색했다.
혹시나 바가지 씌웠을까 싶었지만, 남자는 진짜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빨리 넘기고 싶었던지 토지 가격에는 문제가 없었다.
똑똑
머리가 반쯤 벗겨진 남자가 낡은 서류 가방을 들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흐트러진 옷매무새가 그가 얼마나 다급하게 왔는지 보여주는 듯 했다.
“헉헉. 마 사장님. 저 왔습니다.”
“박 소장도 나이 먹었나 봐? 옛날보다 많이 굼떠졌네.”
“죄, 죄송합니다. 수원에서 넘어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수원에서 이곳까지 20분 만에 주파했다는 건 그야말로 미친 듯 밟았다는 방증이었다.
“계약서는 가져왔지?”
“그럼요. 준비 해왔습니다.”
공인 중개사가 가방에서 서류 파일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나에게 등기부등본을 펼쳐놓고 해당 부지에 관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간혹 고개도 끄덕였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근저당이 잡혀있거나 지분이 분할돼있거나 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깔끔한 땅입니다.”
“계약서 좀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부동산 쪽으로 잘 아시는 분 같은데 꼼꼼히 살펴보십시오.”
계약서를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펜을 집어 들어 꼼꼼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는 오늘 저녁은 뭘 먹어야 잘 먹었다는 소문이 날까에 대한 깊은 고찰을 했다.
그렇게 10분이 흘렀다.
“거참 성격 한번 더럽게 꼼꼼하네. 장난질 친 거 없으니깐 적당히 좀 보쇼. 왜? 이제야 좀 아차 싶은가? 돈을 어디서 구할지 막막하지?”
남자가 조롱이 담긴 미소를 짓자 형광등에 반사된 금이빨이 번쩍였다.
배에서 더한 모욕도 숱하게 겪은 나에게 저 정도 비아냥은 귀여운 것이었다.
“돈 앞에 적당히가 어딨나? 그동안 설렁설렁하게 살았나 보네.”
“뭐야?”
남자를 깔끔히 무시한 나는 중개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계약 진행하시죠.”
“알겠습니다. 보시다시피 별다른 특약사항은 없습니다. 우선 계약금 10% 걸어주시고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에 관해서는 마 사장님과 조율 하시면 됩니다.”
공인 중개사의 말에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야! 계약금 20%에 중도금은 30%, 잔금일은 오늘 날짜 기준으로 3개월 이내에 완납하는 조건이야.”
남자가 금이빨을 내보이며 나를 쳐다봤다.
“흐음···. 이 조건은 저도 마음에 안 드는데요?”
“왜? 부담 되나 보지?”
“그냥 일시불로 지급할게요. 귀찮게 무슨.”
“뭐?”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더니 실소를 터트렸다.
“하! 그래. 어디 맘대로 해보슈. 어디까지 가나 이제는 궁금할 지경이네. 어이 박 소장. 특약사항 하나 추가하지. 계약 불이행시에 전체 대금의 절반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말이야.”
어디 이래도 굽히지 않을 거냐라는 띠거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남자.
“인간 불신이 극에 달하셨네. 안타까워라. 적어 드리세요.”
“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바꾸겠습니다.
공인 중개사가 수정된 계약서를 내게 보였다.
“그러면 대금 지급일은 언제로 할까요?”
“지금이요.”
“네?”
“지금 바로 한다구요.”
공인 중개사가 꾸물대자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하나 박 소장! 꾸물대지 말고 빨리 마무리해.”
“네, 넵. 알겠습니다.”
그렇게 계약서 위로 양쪽의 간인 날인이 오갔다.
옆에서는 원장 엄마가 연신 불안한 기색으로 내 팔을 움켜쥐었다.
비릿한 미소를 지은 남자가 내게 물었다.
“이봐. 젊은 양반. 아직 세상 무서운지 모르는 모양인데 여기에 서명한 이상 이제 빼도 박도 못 해. 무슨 말인지 알아?”
“거참 더럽게 땍땍거리시네. 목청 좀 죽이세요. 고막 아파 죽겠네.”
휴대폰을 꺼내든 나는 은행 어플을 실행했다.
‘이체 한도 풀어놓길 잘했네.’
현재 내 최대 이체 한도는 1일 한도 15억 원에 1회 한도 1억 원.
총 10번의 이체 끝에 10억 원의 대금을 그 자리에서 지불했다.
“뭘 그렇게 멍청히 있어요? 확인 안 해요?”
“뭐···?”
남자가 다급히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어···?”
남자가 벙찐 얼굴로 휴대폰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제 다 끝났죠? 그만 나가주시죠. 이제 여긴 내 땅이니까요. 계속 버틸 거면 경찰 불러드리고요.”
이 멘트 하나를 위해 10억을 질렀다.
단언컨대 단 한 점의 후회도 없었다.
새싹보육원은 나에게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있는 곳이기에.
더구나 이때는 알지 못했다.
향후 이 땅에 벌어질 기함할만한 소식을.
축객령에 남자는 쫓기듯 떠나갔고 사무실에는 나와 원장 엄마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원장 엄마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해 있었다.
“이제 땅 가지고 시비 거는 놈들은 없을 거예요.”
“넌 대체···.”
“자세한 건 다음에 와서 말씀드릴게요. 앞으로 자주 찾아뵐 테니까요.”
“그, 그래.”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는데 원장 엄마가 내 손을 덥썩 붙잡았다.
“혹시 너한테 문제 생기거나 그런 건 아니지···?”
한껏 걱정이 담긴 얼굴로 바라보는 원장 엄마를 보며 씨익 웃음을 내보였다.
“설마요. 나중에 설명드리겠지만 저 돈 많이 벌었어요. 이 정도 돈은 저한테 아무것도 아니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대운아.”
“네. 어머니.”
“고맙다···.”
왠지 더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아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도망치듯 보육원을 빠져나왔다.
그러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돈이 최고야!’
보육원을 나와 큰 도로가 나오는 곳까지 한참을 걸었다.
잠깐 멈춰선 나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연락처 목록을 뒤적이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사랑을 잊었다고~ 어떻게 말해야해~]통화 연결음이 한참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형 나야 대운이. 그래 송대운. 너무 오랜만이지? 형 소식은 간간이 들었어. 나 부탁 하나만 할게. 사람 하나만 따줘. 보수는 확실해. 그래 알겠어. 자세한 내용은 문자로 보내줄게.”
이제 천지 분간 못하는 인간에게 세상 무서운지 알려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