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70)
70화 비장의 무기
중동 게임스콘 (Middle East Games Con)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제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중동 최대 규모의 게임 전시회이다.
전시장은 12개의 전시 홀과 2개의 컨퍼런스 홀로 구성되어 세계적인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약 2만여 명의 게임산업 종사자와 관람객이 방문하는 초대형 전시회이기도 했다.
***
두바이에서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라메르 해변이 한눈에 보이는 토마템 게임즈 사옥.
대표실 소파에 앉은 나와 송시호가 만둣집 사장님처럼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무자히드를 닦달했다.
“그러니깐 정말 저희가 게임 스콘에 참가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하하하 그렇다고 몇번 말씀드립니까.”
“허···. 며칠 남지도 않은 시점에서 그것도 그런 대형 전시회를 그냥 그렇게 들어갈 수 있는 겁니까?”
“원래라면 불가능하지요. 하지만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요?”
“원래 참가하기로 했던 업체 한곳이 돌연 폐업했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빈 부스가 생긴겁니다. 물론 메울 업체는 줄을 섰지만, 전시 운영회장이 저와 친분이 두텁습니다. 다행히도 저희에게 먼저 기회를 주더군요.”
“그래서 무자히드 대표님은 저희 스튜디오SH를 밀어주신 거고요?”
“물론입니다. 저는 ‘헌팅피그’가 중동에서 잘 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양반. 인상과는 달리 시원시원하다.
술라이만이 귀띔해준 그대로였다.
언제나 허허실실, 두루뭉술하게 사람을 대하지만 자기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만큼 잘챙기는 사람도 없다더니.
“그런데 시간이 너무 촉박한 건 아닐지···.”
송시호가 약간의 걱정을 내비쳤다.
아무리 그래도 부스를 꾸미려면 배너라던가 현수막이라던가 준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부분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스에 관한 부분은 저희측에서 준비하겠습니다. 그런 거 하라고 퍼블리셔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다. 가이드만 잡아주시면 우리 직원이 준비할 겁니다.”
일 한번 똑 부러지게 잘하네.
순간 무자히드의 머리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듯했으면 착각이겠지?
“그래도 너무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달아오른 분위기에 돌연 찬물을 끼얹는 무자히드.
“부스라 해봤자 2개 밖에 안 되기도 하고, 위치도 가장자리에 있어 방문객에게 많이 노출되진 않을 겁니다.”
“아···.”
보통 대형 게임사 같은 경우에는 적게는 50개에서 많게는 200개 이상의 부스 규모로 구성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이 영세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이거라도 어딘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백번 나았다.
“현재 ‘헌팅피그’에 관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저희가 보유한 다양한 채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죠. 그러다 보니 다소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사이 저런 전시회를 통해 중동 게임 시장에 대한 분위기도 익히고 업계 관계자들이랑 비즈니스 하는 경험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쉽게 말해 큰 효과는 기대하지 말고 경험한다는 샘 치라는 말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충분히 알겠습니다. 그래도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당연한 소릴 하십니다. 게임이 잘돼야 저희도 잘되는 것이니 열심히 해야죠.”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 세 사람은 끈끈한 눈빛을 교환하며 악수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두바이에서 며칠을 더 보내게 된 우리 두 사람이었다.
***
두바이 공항
“저도 도와드려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한국에 중요한 일정이 잡혀있는 터라.”
이종훈 대표가 나에게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냥 전시회 부스에서 잠깐 앉았다 오는 건데요 뭘. 잘 마무리하고 오겠습니다.”
현재 북산벤처스의 인턴을 하고 있긴 하지만 나 역시 엄연히 스튜디오SH의 지분을 가진 투자자였다.
그들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 두바이가 마음에 들었다.
백만장자가 널린 동네라 그런가? 사람들이 하나같이 친절하고 얼굴에도 여유가 넘쳤다.
빡빡한 한국 생활에서 벗어나 이런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때 이종훈 대표 옆에 있던 이승환 회장이 투덜거렸다.
“그래. 아주 코쟁이 놈들한테 둘러싸여서 헤헤거리는 꼴이 여기랑 잘 맞나보구나. 아예 눌러살지 그러냐?”
이 영감님 삐져도 단단히 삐졌다.
지난번 연회장에서 사람들 소개받느라 혼이 쏙 나갔을때 안 챙겨줬다고 저러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승환 회장의 마음을 단번에 푸는 방법을 알고 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어디 물 좋고 공기 좋은 데에서 회장님이랑 곡차에 장기 두는 것만큼 좋겠습니까? 그게 제 인생 최대 행복인데요. 돌아가면 날 잡으시죠?”
“뭣이?”
삐졌다고 시위하듯 뒤돌아 있던 이승환 회장의 귀가 쫑긋거렸다.
이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 이 회장.
“참말이렷다? 돌아오면 원 없이 장기 둔다는 게?”
저 ‘원 없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무섭게 들릴까.
하지만 토라진 이 회장의 마음을 풀어주는 게 급선무였기에 나는 웃으며 답했다.
“물론이죠. 대신 연습 단단히 해놓으십시오. 요즘 제 장기 폼이 예전하고 또 다르거든요.”
“건방진 놈. 너야말로 예전의 나를 생각하고 있다면 큰코다칠 게다. 특훈비에 내가 얼마를······. 큼큼. 아니 그게 아니고. 아무튼, 한국 돌아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게다.”
그렇게 엄포를 놓은 이승환 회장은 몸을 홱 돌려 게이트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보았다.
이승환 회장의 입가에 걸린 만족의 미소를.
그렇게 두 사람과 작별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온 나는 일정을 체크했다.
송시호 대표는 오늘이야말로 제대로 두바이 관광을 해보겠다며 혼자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전시회까지는 다소 시간이 남았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나 역시 오늘 중요한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띠리리리리 ♬]“네 형님. 알겠습니다. 4시까지 나가 있을게요. 저 택시···. 아이고 그렇게 할게요. 조금 있다가 뵙겠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술라이만 형님의 집으로 초대받아 가는 날.
택시를 타고 가겠다 했지만, 한사코 차를 보내준다고 닦달하여 결국 그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일단 복장부터 점검했다.
나는 미리 사두었던 옷을 서랍장에서 꺼내어 침대 위에 펼쳐 놓았다.
“그래도 친한 형 집에 놀러 가는 건데 예의는 갖춰야지.”
길이가 발목까지 오고 품이 넉넉한 흰색 면 가운인 토브(Thobe)와 머리에는 하얀 구트라(ghutra)를 두르고, 검은색 아갈(agal)로 단단히 고정했다.
“오케이. 완벽해.”
완벽한 두바이 현지인 복장이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확인하자 흡족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구석에 박아놓은 커다란 가방 하나를 꺼내어 지퍼를 열었다.
“내가 정말 이거 구하려고 어후···.”
한국에서 정말 너무도 어렵게, 그리고 고생해서 공수해온 내 비장의 무기.
술라이만 형님 가족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뇌, 아니 선물이었다.
“좋아하시겠지?”
가지고 싶은 건 뭐든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무슨 선물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분들한테 명품 같은 게 의미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모름지기 선물은 정성과 마음이라고 했던가.
돈 지랄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성을 보이는 것으로 노선을 틀었다.
“가보자.”
다부지게 기합 한번 외치고 문밖을 나서려던 찰나.
발걸음을 멈칫했다.
그리고 주섬주섬 옷을 벗고 안에 내의를 한 겹 껴 있고는 다시 현지 복장을 걸쳐 입었다.
“이 정도면···. 치타 이빨도 못 뚫겠지?”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었다.
***
호텔 정문으로 나가니 이제 제법 안면이 있는 운전기사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차가 범상치 않았다.
“이···. 차가 맞나요?”
“사장님이 특별히 보내셨습니다.”
흰색 바탕에 붉은색 라인이 돋보이는, 고급스러우면서 중후함이 느껴지는 디자인.
세계 3대 명차 브랜드로 손꼽히는 롤스로이스였다.
차에 탑승하자 상부에 별처럼 반짝이는 불빛이 들어왔다.
“그냥 택시나 한 대 보내주시지.”
뭐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형님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깐.
하지만 미처 간과했다.
이건 시작해 불과하다는 것을.
나를 태운 롤스로이스가 주택 단지로 들어섰고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저택의 정문으로 차가 들어섰다.
거대한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차고에 배치된 이십여 대의 슈퍼카.
“이래서 매번 볼 때마다 차가 바뀌는 거였구나.”
차고를 보자 단번에 납득이 됐다.
차에서 내려 운전기사의 안내를 받아 녹빛 잔디가 축구장처럼 펼쳐진 정원으로 들어섰다.
이미 정원에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는데 나를 발견한 술라이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걸음에 달려왔다.
“오시느라 고생했네!”
“아닙니다. 형님. 덕분에 편하게 왔는걸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그리해야지. 어서 이리로 오게. 다들 자네만 기다리고 있어.”
물줄기가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분수대에는 뷔페식 상차림이 성대하게 차려져 있었고, 카페처럼 보이는 공간에는 바리스타 복장의 인물이 셋이나 상주해있었다.
잔디밭에 반원형으로 배치된 의자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꼬마 아가씨까지 다양하게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내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술라이만 형님의 가족들이라고 생각하니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먼 한국에서 온 내 아우 쏭입니다.”
눈치껏 앞으로 나서며 먼저 인사했다.
“앗쌀라무 알라이쿰. 송대운입니다. 술라이만 형님의 가족분들을 뵙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찰나의 침묵 이후.
짝짝짝짝짝
“드디어 한번 뵙는군요! 이 사람이 출장 다녀올 때마다 쏭 얘기를 어찌나 하던지. 호호호 귀에 딱지 앉을 뻔했어요.”
“반갑네. 술라이만의 아비 되는 사람일세.”
어마어마한 환대였다.
내 앞으로 쪼르르 줄을 선 가족들이 차례대로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심지어 이제 막 걸어 다니기 시작한 세 살배기 막둥이까지도.
“먼저 식사하고 계세요. 저는 아우님한테 잠깐 집 구경만 시켜주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형님을 따라 궁전 같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와···.”
감탄밖에 터져 나오지 않았다.
일단 거실 크기만 우리 집 세 배는 될듯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금광이야 뭐야.”
벽걸이 시계도 금, 접시도 금, 의자도 금, 집안이 온통 금색 물결이었다.
천장에 달린 열기구만 한 샹들리에를 보자면 우리 집 샹들리에는 그냥 반딧불이 같았다.
특히나 전체가 금빛으로 치장된 화장실은 호화로움의 극치였는데 여기다가 일을 본다는 것 자체가 송구스러울 정도였다.
입을 벌리고 집안을 둘러보는 나를 보며 씨익 미소지은 술라이만이 나를 뒤뜰로 안내했다.
“아니. 무슨 집에 이런 것까지 있어?”
수영장은 기본이었고, 헬스장, 심지어 골프장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압권은 집안에 동물원까지 있다는 것이었다.
대충 봐도 그 규모가 범상치 않았다.
“오늘 자네에게 내가 애정하는 치타를 소개해 주려고 했으나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듯하여 그냥 우리에 넣어놨네. 아쉽구만.”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는 술라이만 형님을 보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고맙다 치타야. 마침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렇게 생태공원 탐방하듯 집안 구경을 마친 후 다시 정원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는 그냥 편안한 식사 자리였다.
“하하하. 정말요?”
“껄껄껄. 쏭은 참 말을 재밌게 하는 재주가 있군.”
역시 언제 어디서나 인기 많은 내 원양어선 썰.
술라이만의 가족은 다들 친절했고, 또 화목해 보였다.
아내가 셋이면 불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도 했지만 다들 친자매처럼 잘 지내는 듯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이런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열망이 다시 들불처럼 번져갔다.
“언젠가는···.”
분위기가 무르익자 살짝 눈치를 보다가 모두를 주목시켰다.
“타지에서 온 저를 이토록 환대해주시니 너무 감동입니다. 그래서 저도 가족분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드디어 꺼낼 때가 되었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내 비장의 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