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90)
90화 빅엿 먹일 핵미사일
성수동 인근 카페.
“황희철 그 개새끼 짓 맞아. 누가 양아치 출신 아니랄까봐 설마 했는데 이 새끼가 정말···.”
유쾌함의 표본이던 상철이 형이 흉신악살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진한 분노를 표했다.
나이 차이가 있어서 유라를 거의 본 적은 없었지만, 같은 보육원 출신이라는 내적 울타리는 마치 내 가족이 당한 것 같은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자세히 좀 설명해봐.”
“후우···. 여기에 소주가 없다는 게 한이구나. 우선 학폭을 폭로했다는 그 게시글. 그것부터 뒤져봤거든? 딱 봐도 구린내가 풀풀 나더라. 별 같잖지도 않은 졸업앨범 하나 덜렁 올려놓고 그럴싸하게 적어놓긴 했더구만.”
속에서 열불이 났던지 상철이 형이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일단 IP부터 따봤어. 어떻게 땄는지는 묻지 말고. 영업 비밀이니깐. 아무튼, 파고 파보니 청담동에 탑플레이스 PC방이라는 곳에서 작성한 글이더라고.”
“청담?”
청담동은 플레티넘 뮤직의 사옥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장소만으로 그놈들 소행인지 어떻게 알아?”
“성질 급한 건 여전하네. 얘기 좀 끝까지 들어봐 인마. 그래서 게시글이 올라 온 시점에 피시방 CCTV를 싹다 돌려봤지. 눈깔 빠질뻔했다 정말.”
“그걸 보여달라고 보여줘?”
“당연히 안 보여주지 새꺄. 내가 형사냐? 큼큼···. 그것도 영업 비밀이니깐 그런 줄 알고. 아무튼, CCTV를 계속 돌려보다보니 딱 봐도 수상해보이는 30대 여자랑 고삐리로 보이는 여자애 하나가 같이 들어오더라고.”
“30대 여자랑 여고생?”
생각지 못한 조합에 고개를 갸웃했다.
“보자마자 내 짐승 같은 촉이 딱 발동하더라고. 아! 이 년들이다. 다행히 화질은 좋아서 얼굴이 비교적 잘 보이는 편이었어. 으아! 그때부터 진짜 노가다의 시작이었다. 직원들 얼굴을 일일이 다 대조해봤으니.”
“그래서 찾았어?”
“안 나오더라고.”
“응?”
“안 나와 시펄. 한 명도 매칭되는 얼굴이 없어. 하아···. 좆됐구나 싶었지. 밤새 담배만 뻐끔뻐끔 피면서 CCTV 속 여자 얼굴만 계속 보다 보니 또 한 번 촉이 발동되더라.”
“거참. 누가 보면 셜록홈즈 빙의하신 줄 알겠네. 그래서 그 여자 정체가 뭐야?”
“왜 영화에서도 나오잖냐. 어떤 한 사람을 존나게 집착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이상한 신념 같은 게 생긴다고. 계속 보다 보니깐 이 년이 일반 직장인은 아닌 것 같은 거야. 얼굴도 다 뜯어고치고, 화장도 떡칠을 한게.”
“그러면?”
“알고보니 술집년이더라고. 정확히 말하자면 룸살롱 마담.”
“아···. 설마?”
그제야 조금 감이 왔다.
“그래 맞아. 혹시나 꼬리가 밟힐까 싶어서 직원들은 배제하고, 뒷구멍으로 운영하는 룸살롱 마담한테 시킨거야. 황희철 그 새끼···. 음흉함이 아주 극에 달한 개새야 그거.”
상철이 형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 그 여고생은 누군데?”
“여기부터가 진짜야. 이 형님의 활약상에 감탄하지 마라. 일단 그 룸살롱부터 찾아갔어. 오픈 시간 전에. 거짓말처럼 딱 마주쳤지. CCTV 속 여자랑.”
“그렇게 무작정 찾아가도 돼? 묻는다고 순순히 불 것 같진 않은데.”
“당연하지 인마. 보통 화류계 마담 정도 되면 조폭 한둘은 찜쪄먹을 정도로 깡다구랑 독기가 장난 아니야. 그런 년들은 겁박하는 게 아니라 속여먹어야지.”
“속였다고?”
“내가 정확히 어떻게 했냐면. 큼큼···.”
거나하게 목을 푼 상철이 형이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황 사장님 심부름하는 사람입니다. 며칠 전 황 사장님이 지시했던 일에 문제가 생겨서 빠르게 수습하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여자애 연락처를 여기에다 적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십시오. 그래야 당신은 삽니다.”
“그게 통했다고?”
“그러면서 종이 쪼가리 하나 쓱 내미니깐 그 기 세 보이던 여자가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허겁지겁 연락처 적고는 도망치듯 사라지더라. 웃참하느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
“여러 의미로 대단하네···.”
마담 앞에서 폼이란 폼은 다 잡았을 상철이형 모습이 상상되어 좀 웃기긴 했다.
그래도 괜히 업계에서 실력자로 불리는 게 아닌 듯 임기응변과 잔머리는 가히 대가급이었다.
“그래서? 그 여자애 연락처 받아서 바로 찾아갔어?”
“노노놉.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적의 대가리 꼭대기에 설 수 있다는 거 모르냐? 일단 그 여자애 신상부터 팠지. 다행히 금방 나오더라고.”
“걘 뭐 하는 앤데 대체?”
“유라랑 같은 중학교 동창은 맞아. 고등학교는 지금 자퇴한 상태고, 어디 편의점에서 알바생으로 일하고 있고.”
“동창이 맞다고?”
“근데 그것 빼고는 다 구라야. 인터넷에 올린 글은 당연히 전부 허위사실이고.”
상철이 형의 말에 진한 안도감이 들었다.
“순순히 자백했어?”
“그럴 리가. 인생 그리 쉽게 흘러갈 리 있냐? 일단 걘 사회경험 거의 없는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애야. 바로 유라네 소속사에서 고용한 변호사인 척 접근했지.”
“변호사? 형이?”
변호사는 무슨, 누가 봐도 동네 한량처럼 보이건만.
“인마 그때는 번듯한 양복에 머리까지 싹 올리고 갔어! 내가 안 해서 그렇지, 차려입으면 나름 괜찮다고. 아무튼, 아주 고상하게 협박 좀 해줬지. 지금 유라네 소속사에서 너를 상대로 강력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네 인생 아작난다고.”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입장에서 변호사라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말하면 누구든 겁먹기 마련이었다.
“그러면서 당근도 먹여줬지. 원래 이런 건 채찍만 날린다고 될 게 아니거든. 수틀리면 자폭할 수도 있으니깐.”
“무슨 당근을 먹였는데?”
“딱 말했지. 플레티넘 뮤직에서 너 살살 긁어서 그런 글 쓰게 한거 안다. 근데 문제 생기면 걔내들 너 바로 손절할거고 결국 너만 독박써서 좆될거라고. 어차피 이건 허위사실로 밝혀질 수밖에 없는 거라고. 그러니 그놈들이 손쓰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선빵을 날려야한다고 말이야.”
“걔 입장에선 완전 궁지에 몰린 느낌이겠네.”
“완전 멘붕됐지. 이성적인 판단이 되겠냐?”
“근데 그 여자애는 유라한테 왜 그랬데? 유라가 괴롭히지도 않았다면서.”
“그게···. 참. 기가 찬다 기가 차. 자격지심 때문에 그랬댄다.”
“자격지심? 겨우 그것 때문에 멀쩡히 잘 지내는 애를 나락으로 보내려고 해?”
“본인은 중학교 때 존재감도 없이 쭈구리처럼 지냈는데 유라는 아이돌로 데뷔해서 반짝반짝 빛나니 샘이 났나 봐.”
“겨우 그따위 이유로···.”
가슴속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깟 자격지심 하나 때문에 유라가 겪어야 했던 고통은 그야말로 말도 못 할 정도였으니.
막말로 시간이 지나 아이리스라는 그룹이 유라의 학폭사건으로 꽃 한번 펴보지 못하고 시들었으면 유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으리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타인에게 상처 주는 건 바다에 돌 던지는 것처럼 아주 쉬운 일이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그 돌이 바다 아주 깊은 곳, 심해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래도 내가 확실히 조져놨으니깐 너무 열받진 말고. 애가 손발을 벌벌 떨면서 자기 인생 이제 끝났냐고 울고불고하는데 놔두면 걔가 먼저 죽겠더라.”
“이후엔? 이제 유라 살릴 수 있는 거야?”
초조함이 담긴 물음에 상철이 형이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연하지. 일단 그 마담한테 사주받았다는 문자랑 통화는 전부 확보해뒀고, 본인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에 관한 진술이나 자료도 다 받아놨어. 음… 지금쯤이면 올라왔겠는데?”
난데없이 휴대폰을 꺼낸 상철이 형이 무언가를 뒤적거리다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 타이밍 좋게 올라왔네.”
“뭐가 올라와?”
“기자왕 김기자 너튜브 한번 가봐.”
기자왕 김기자는 과거에 새싹보육원 부지를 날로 먹으려던 전세사기왕 마석도를 보내는 데 큰 공헌을 했던 기자 출신 너튜버였다.
기자왕 김기자 채널을 검색하니 새로 업로드된 영상 하나가 있었다.
[특종! 아이리스 유라 학폭 폭로자, 허위사실 시인! 인터뷰 공개.]영상에서는 얼굴이 노출되지 않은 앳된 여자의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아이리스의 멤버 유라의 학폭 사건을 허위로 폭로한 당사자입니다. 제가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의 내용은 전부 허위사실이며 유라는 절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중학교 시절 조용하고 존재감 없던 저에 비해 유라는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항상 밝고 활동적이게 행동하는 게 부러워서 자격지심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아주 작은 거짓말이 누군가에겐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고 유라에게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형 작품이야?”
“그래. 예전에 너한테 김기자 소개받고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잘 지내왔지. 이런 건 파급력이 있는 곳에 터트려야 효과가 확실한 거 아니겠냐?”
일 한번 야무지게 잘한다.
실제로 지금 연예 뉴스란에는 유라 학폭 허위사실에 관한 기사로 도배 되고 있었다.
[신인 걸그룹 아이리스 유라, 학폭 의혹은 허위사실, 작성자 사과 영상 올려] [아아리스 유라, 학폭 의혹 허위사실 판명, 폭로자 사과]ㄴ 그럴 줄 알았다 ㅅㅂ 중립기어 박고 있길 잘했네.
ㄴ 딱봐도 우리 유라가 그럴애가 아니라고! 내가 몇번을 말했냐!!
ㄴ 유라 마음고생 심했을텐데 어쩌누 ㅠㅠ
ㄴ 썅년이네 진짜. 지 인생 찌질하다고 왜 엄한애를…
ㄴ 옛날이었으면 못 걸어다닐때까지 곤장 ㅈㄴ 후려쳤어야했음.
반응은 가히 폭발적.
무지성으로 욕만 박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가고, 여기저기서 마음고생 했을 유라에 대한 응원과 옹호가 빗발쳤다.
“무섭네. 말 한마디가 미치는 파급효과라는 게.”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사람이 사람에게 던지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로 돌아올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나저나 결국 배후는 플래티넘 뮤직이잖아. 얘네까지 싹 묶어서 보도해야 하는 거 아냐?”
“심정이야 백번이라도 그러고 싶지. 그런데 잘 생각해봐. 룸살롱 마담하고 저 애하고의 관계성은 어느 정도 입증할 수 있어. 문제는 마담이랑 황희철과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게···. 지금으로선 불가능에 가깝다는 거지.”
“하···. 그렇겠네.”
애초에 마담의 존재가 언론에 밝혀진다면 황희철은 곧장 꼬리를 잘라버릴 것이 분명했다.
뿐만 아니라 어설프게 황희철을 공격했다간 되려 역공 맞을 확률까지 있었다.
놈은 여론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베테랑이나 다름없으니깐.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넘어간다고?”
정공법이 안된다면 그동안 벌어놓은 돈과 인맥으로 찍어누르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내 서슬 퍼런 기색에도 상철이 형은 어쩐 일인지 산뜻한 미소로 나를 쳐다봤다.
“당연히 그냥 못 넘어가지. 우리 동생이 그 개고생을 했는데. 후훗.”
“근데 뭐가 좋다고 그렇게 혼자 실실 웃고 있어?”
“놈들한테 제대로 빅엿을 먹일 핵미사일을 준비했거든.”
“갑자기 무슨 핵 타령이야?”
“이것을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동무?”
상철이형이 휴대폰에서 또 다른 영상 하나를 내게 보여줬다.
배경은 화장실.
웬 교복 입은 여학생들이 여자애 하나를 두고 물을 끼얹고 침을 뱉으며 자기들끼리 낄낄대는 영상이었다.
“이건······?”
“거기 맨 앞에서 낄낄대는 기집애.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냐?”
“글쎄···?”
“플레티넘 뮤직에서 이번에 제작했다는 걸그룹, 코튼핑크랬나? 거기 리더야 걔가.”
“헐. 미친?”
형 말대로 핵미사일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