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92)
92화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아이리스 유라의 학폭 논란이 잠잠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연이어 코튼핑크의 리더 김현지 학폭 사건이 터지며 인터넷은 그야말로 들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이 폭로글만 딸랑 올라왔던 유라 때와는 그 분위기도 여파도 차원이 달랐다.
각종 증거 영상과 동창생들의 증언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지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상큼 발랄함의 대명사였던 김현지가 팬 사인회에서 시원하게 내뱉은 찰진 욕설 동영상이 역병처럼 각종 커뮤니티를 떠돌기 시작했다.
덕분에 김현지에게 시발좌라는 별명까지 생겼을 정도였으니.
사이버 렉카라 불리는 너튜버들은 김현지 학폭 사건을 퍼 나르기 바빴고, 드세지는 불길은 좀처럼 잡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ㄴ 와…김현지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개양아치년이었네.
ㄴ 이래서 연예인들은 믿으면 안됨. 다 가면이고 가식임.
ㄴ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저렇게 이중적일 수가 있나? 영상보고 경악함.
ㄴ ㅇㅈ 악마 저리 가라던데? 의자에 압정깔고 찔리니깐 깔깔거리는거 보고 이게 사람인가 싶었음.
ㄴ 이런 년들은 사회에서 영원히 매장당해야함.
ㄴ 근데 욕 존나 찰지게 하드라. 나 팬사인회 현장에서 시발좌 육성 라이브로 들음.
ㄴ 나도222222
“크크크 고년 샘통이다.”
삼겹살집에서 다시 만난 상철이 형이 김현지를 비난하는 댓글들을 보며 고소를 지었다.
“어떻게 그걸 팬 사인회 타이밍에 맞춰서 팬카페에 올릴 생각을 했냐?”
“원래 방심하고 있을 때 급소를 맞는게 제일 아픈 법이거든. 어후. 그 팬카페 등업이 얼마나 빡세던지, 팔자에도 없는 댓글달고 게시글 올리느라 개고생했네.”
“아무튼, 고생했다. 분위기만 보면 이건 절대 수습 불가야. 빼도 박도 못 하는 상황이랄까? 어째 얘는 파도 파도 괴담만 나오냐? 우리가 파헤친 건 그냥 빙산의 일각이었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고등학생이 됐다고 갑자기 정신 차리진 않았겠지. 그 업보가 쌓여서 폭탄으로 돌아온 거고. 이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해.”
“그런 놈 별명이 의왕 미친개였냐?”
“큼큼···. 그때는 보육원 형들이 강제로 싸우게 했잖아! 그리고 나는 싸움 좀 한다고 거들먹거리는 양아치들하고만 싸웠지 약한 애들은 오히려 보호해줬다고.”
“그럼 그럼. 그러니깐 지보다 나이 많은 형들도 뚜드려 패고 다녔지.”
“자꾸 그놈들이 우리 보육원 동생들 건드리니깐 어쩔 수 있나.”
“아무튼, 이제 황희철이가 어떻게 나오려나?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구만.”
“뻔하지 뭐.”
소주잔을 들어 상철이 형과 맞부딪히고 한입에 소주를 털어 넣었다.
“크으~달다. 황희철도 이건 도저히 답 없다 싶어서 아마 자기가 잘하는 거 하겠지.”
“꼬리 자르기?”
“안 봐도 뻔하다 뻔해. 원래 그런 인간이니깐.”
때마침 벽에 달린 TV에서 흘러나온 익숙한 내용의 뉴스.
“거봐? 내 말이 맞지?”
하지만 황희철은 모를 것이다.
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
[코튼핑크 제작사 ‘플레티넘 뮤직’ 리더 김현지 퇴출 결정] [황희철 대표, 우리도 속았다. 학폭 사실 감쪽같이 숨겨] [플레티넘 뮤직, 코튼핑크 4인 체제로 다시 태어날 것. 오히려 더 단단해져.]“어째 나쁜 놈들은 하는 짓이 다 비슷하냐?”
예상 반경안에서 착착 움직여주니 실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분명 효과는 있었다.
문제가 되는 암 덩어리를 적출하니 팬들의 반응도 다소 사그라들었으니.
ㄴ 그래. 나머지 멤버들이 무슨 죄냐. 김현지 없이 잘할 수 있다! 화이팅 코핑!
ㄴ 미꾸라지 한마리때문에 물 다 흐렸네 ㅠㅠ 언니들 힘내요!
ㄴ 솔직히 마음먹고 속이려하면 속을 수 밖에 없지. 김현지 그년이 샹년임.
활활 불타올랐던 장작은 까만 숯이 되어 어느새 잔잔한 열기만 남아있었다.
이제는 여기에 휘발유를 들이부어야 할 때.
“이제 2차전 시작해야지?”
“너 방금 웃는 거 존나 사악해 보인 거 아냐?”
“거울 보고와 형. 자기도 똑같으면서 무슨.”
“흐흐흐. 그러냐? 그래서 우린 천생연분인가 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장가도 안 간 총각한테.”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이 자식아!”
김현지의 탈퇴와 함께 잠잠해진 줄 알았던 코튼핑크에 또 한 번의 쓰나미가 휩쓸었다.
***
어느덧 200만 너튜버가 된 기자왕 김기자 채널에 공지 하나가 올라왔다.
[코튼핑크 김현지 학폭 피해자 전격 인터뷰! 사실 이게 끝이 아니다. 플레티넘 뮤직 황희철 대표로부터 받은 협박 녹취록 공개? 오늘 저녁 8시 LIVE방송 진행 예정!]역시나 어그로의 달인답게 공지 글 하나로 댓글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ㄴ 헐…협박? 미친 리얼임?
ㄴ 에이. 설마. 회사 차원에서 피해자와 원만하게 잘 해결했다고 인터뷰 봤었는디?
ㄴ 김기자가 어그로는 존나 끌긴해도 없는 구라는 안치잖아. 이거 맞을 듯.
ㄴ 일단 중립기어 박아놓고 있는다. 섣부른 판단은 ㄴㄴ
잠시 후, 20시가 되자 기자왕 김기자 LIVE 방송이 켜졌다.
곧이어 토끼 가면을 여자 하나와 김기자가 화면에 송출되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김기자 입니다. 오늘은 특별한 게스트 분을 모셨습니다. 많이 긴장되시겠지만, 인사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학창시절. 김현지로부터 지속적인 폭력과 괴롭힘을 당해온 당사자입니다.”
“그러니깐 며칠 전 뉴스를 뜨겁게 달궜던 코튼핑크 김현지 학폭 폭로자란 말씀이시죠?”
“맞습니다···.”
피해 여성은 어딘지 불안한 기색으로 계속 몸을 비틀거나 움찔움찔했다.
“일단 그 사건은 김현지가 팀을 탈퇴하면서 일단락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이후에 김현지로부터 사과가 있었습니까?”
“아니요. 오히려 저를 원망하는 듯한 장문의 문자만 보내왔습니다···. 보는 순간 숨이 제대로 안 쉬어져서 제대로 읽지도 않고 지워버렸어요···. 이 자리를 빌려 가해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내가 돈을 달라고 했니? 다른 무언가를 바랬니?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하는 게 그게···. 그렇게 어려웠니? 고마워. 앞으로 평생 안고 갈 트라우마를 선물해줘서. 그래서 나도 이제 바뀌려고.”
순간 불안에 떨던 피해 여성의 분위기가 어쩐지 차분해지며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했다.
“계속 웅크리고만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려줘서 고마워. 병신처럼 이젠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진 않을 거야.”
마치 스스로에 대한 다짐 같았지만, 그 저변에 깔린 서슬 퍼런 칼날에 김 기자도 잠깐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애초에 이 학폭사건을 빠르게 공론화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까?”
“시도했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올리자마자 김현지가 속한 플레티넘 뮤직 측에서 연락이 왔었어요. 당장 글을 내리면 사과와 함께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고요. 저는 순진하게 그 말을 믿었고, 김현지와 플레티넘 뮤직 황희철 대표와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만나자마자 그들의 태도는 곧장 돌변했죠.”
“어떻게 돌변한 거죠?”
“사과는커녕, 이걸로 문제가 생기면 제 인생은 물론 가족들까지 파멸시켜버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본인은 돈과 인맥이 많으니 저 하나 묻는 건 일도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것에 대한 녹취 파일은 제 휴대폰에 있습니다.”
그러더니 피해 여성이 휴대폰을 꺼내 들어 마이크에 가져다 댔다.
[너 똑바로 생각해라. 너 이거 일 키우면 너 하나 인생 조지는걸로 절대 안 끝나. 너는 물론 네 가족, 친구, 그냥 너와 관계된 모든 걸 다 부숴버릴 거야. 왜? 내가 못할 것 같아? 한번 알아봐. 나란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한다면 반드시 하는 놈이야 내가. 우리 현명하게 생각하자 응?”휴대폰 스피커에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는데 내용이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누가 들어도 분명 협박이었다.
이 LIVE 방송은 동시 시청자가 10만에 달했으며 관련 뉴스와 콘텐츠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플레티넘 뮤직 황희철 대표, 녹취 속 목소리 본인 아니다 부인. 법적 대응하겠다 엄포]이 또한 뻔히 예상했던 스토리.
밑바닥에서 남의 고혈을 빨며 기어 올라온 놈이 쉽게 인정할 리 있나?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고소 드립을 시전할 것이라건 당연했다.
“제발 법적 대응해라. 쥐덫이 입을 쫙 벌리고 있으니.”
물론 이 또한 사전에 미리 대비를 해두었다.
피해 여성에겐 국내 최고 로펌 변호사를 붙여줬고, 어떤 법적 공격이 오더라도 되받아칠 자신 있었다.
아니, 오히려 환영이었다.
여론은 철저히 우리 편이었고, 증거는 넘치도록 쌓여 있었기에.
이참에 아예 숨통을 끊어버릴 심산이었다.
***
플레티넘 뮤직 사옥.
분에 맞지 않게 호화로이 꾸며진 대표실 내부에는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형님! 이번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애절하게 양손으로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황희철.
“저 황희철이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번만 잘 넘기면······. 형님! 형님!? 이런 씨발!”
쾅!
거칠게 집무실 책상을 내리친 황희철이 분을 참지 못하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퀭한 얼굴, 안구에 돋은 실핏줄이 현재 그의 심리 상태를 말해주는 듯했다.
“필요할 때는 개처럼 부려먹더니 이젠 쓸모없다 이거지? 이 개새끼가 이 황희철이를 좆으로 봐? 내가 뒤지면 혼자 뒤질 것 같냐고? 으아아!!”
광분한 황희철이 집무실 집기들을 마구잡이로 집어 던졌다.
“후욱···. 후욱···.”
가쁜 숨을 몰아쉬던 황희철이 다시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이 황희철이. 절대 이렇게 안 죽어. 내가 이 자리에 어떻게 올라왔는데 씨팔. 두고 보라고 개새끼들.”
화풀이하듯 혼자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던 중,
황희철의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그러면 그렇지! 형님이 날 버릴 리가 없잖아!”
반색한 황희철이 발신자 확인도 않고 곧장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형님! 네···? 어디라고요? 검찰청이요?”
전화 통화가 이어질수록 황희철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
[여자 연예인 성매매 기획사 대표가 브로커 충격적] [아이돌 연습생 및 여성 연예인 원정 성매매 알선 기획사 대표 구속]‘연습생 및 국내 유명 여가수 등의 해외 원정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던 연예 기획사 대표 황 모씨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철 대법관)는 성매매처벌법 성매매알선 혐의로 구속기소 된 연예기획사 대표 황 모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 및 벌금 5천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뿐만 아니라 정치계 인사들도 황 모씨에게 접대 성매매를 받은 정황이 포착되어 충격을······.‘
치이이익
열심히 삼겹살을 굽던 상철이 형이 뉴스를 노려보며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처벌이 너무 약한 거 아니냐?”
“법이 그런 걸 어쩌겠어? 그래도 제일 세게 두드려 맞은 거래.”
“쩝···. 그러냐? 하긴 황희철 저 새끼는 이제 모든 걸 다 잃었으니. 코튼핑크인가? 걔내들 사실상 공중분해야. 듣기로는 임대료도 못 내서 숙소에서 쫓겨났다고 하더라, 회사 건물은 당연히 없어졌고, 거기 외국인 멤버는 비자까지 방치해서 벌금까지 물게 생겼다던데? 아주 난리도 아니야.”
“그나저나 김현지 쪽은 어때?”
“거기도 이제 좃됐다고 봐야지. 고소 진행 중이니깐, 네가 붙여준 고앤고 법무법인에서 칼을 갈았다더라. 이제 와서 피해자한테 울고 불면서 사과하고 있다던데. 씨알도 안 먹히지.”
“잘됐네. 그러면 이제 얼추 정리된 건가?”
“아주 깔끔히 정리된 거지. 어후. 같은 편이니 든든하지, 너랑 절대 적으로는 만나면 안 되겠다. 무섭다 무서워.”
“무섭긴 뭐가 무서워. 파고든 건 본인이 더 집요했으면서.”
“그거야 인마. 열 받으니깐 그러지. 아무튼, 유라는 요즘 괜찮아?”
“요새 난리도 아냐. 바빠서 눈코 뜰 새가 없다던데.”
때마침 TV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방송.
무대 위에서 아이리스 멤버들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팬들의 환호성을 받고 있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아이리스 멤버들의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졌고, 무대 퍼포먼스도 더욱 화려해졌다.
현장에 있는 팬들의 환호성은 브라운관을 뚫고 울려 퍼질 정도였다.
메인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엔딩포즈를 짓고 있는 화면 속 유라의 얼굴을 응시했다.
“아이리스는 이제 시작일뿐이야.”
유라에게 뿜어져 나온 황금빛의 기적은 이제 시작이었다.
아이리스의 비상과 더불어 소속사인 파랑새 엔터테인먼트의 주가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