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95)
95화 실리콘밸리 연수 프로그램 면접에서 생긴 일
택톡(tacktok)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광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 이용자 수가 10억 명에 달하는 글로벌 SNS이다.
한국은 이제 막 불타오르기 시작한 단계이지만, 북미 지역은 이미 너튜브보다 택톡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고 통계치가 나왔을 정도였다.
차별점이라고 하면 기존 SNS가 ‘친구 중심’의 관계 맺기였다면, 택톡은 ‘취향 중심’의 SNS라는 점에서 신세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인기 배경에는 숏폼 콘텐츠라는 게 있는데, 짧게는 몇 초, 길어도 몇 분 안에 끝나는 짧은 영상을 뜻했다. 이 숏폼을 통해서 다양한 챌린지나, 밈(meme)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
“숏폼 그게 뭐냐?”
마치 현대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원시인을 보는듯한 소녀들의 시선이 전해졌다.
“와! 이 오빠 완전 아재 다 됐네! 숏폼을 몰라?”
“요즘 애들 사이에서 택톡 안 하면 왕따 당해요오.”
“그 정도야? 한번 보여줘 봐봐.”
소파에서 내려가 유라가 보여주는 숏폼 하나를 시청했다.
영상 속에는 교복입은 여고생 셋이 흥겨운 멜로디에 맞춰 귀여운 율동을 선보이고 있었다.
다른 영상을 봐도 느낌은 얼추 비슷했다.
대부분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뜬금 반전으로 빵 터뜨리는 코믹 영상들이었다.
하지만 그 연출이나 구도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기발한 게 많았다.
“일종의 플래시몹 축소판 같은 건가?”
“플래시몹? 그건 또 뭐야? 게임이야?”
막내 채린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지만, 일부러 못 들은 척했다.
설명해봤자 아재 소리만 들을 것 같았기에.
“이게 그렇게 유행이란 말이지?”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상이 워낙 짧다 보니, 보는데도 부담이 없었고 같은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게 되는 중독성도 있었다.
근데 이것과 황금빛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이게 아닌가···?’
깊은 혼란에 빠졌다.
“너네 확실 이거 보고 있던 거 맞아? 다른 이상한 거 보고 있던 거 아니지?”
“꺄악! 이 오빠 지금 우리를 대체 뭘로 보는 거야! 그리고 그런 걸 누가 다 같이 봐! 집에서 혼자 보는 거지.”
너 도대체 집에서 혼자 뭘 보는 거니.
다영이의 은밀한 사생활을 낱낱이 파헤치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확실히 네 사람 다 그걸 보고 있었다는 거지?”
“그래. 요즘 엄청 뜨고 있는 숏폼이 있어서 다 같이 그거 보고 있었어.”
유라의 말에 나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정리하자면 아이리스 멤버들에게서 동시에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는 것.
그리고 다 같이 숏폼이라는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었다는 것.
순간 번개가 내리친 듯 머리가 번쩍였다.
“혹시 너네 오늘 연습한 게 2집 타이틀 곡이야!?”
끄덕끄덕
아이들이 벙찐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찍자.”
“뭘 찍어?”
“숏폼인가 똥폼인가 하는 거 그거.”
“으응? 우린 올릴 게 없는데···?”
소녀들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찍을 게 왜 없어? 너희 방금 연습하던 거 올리면 되지.”
“에이 안돼. 얼마 전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곡을 어떻게 올려. 그런 거 함부로 올렸다가 회사 난리나.”
“너네 나 누군지 벌써 잊었니?”
“응? 대운 오빠···. 아! 이사님?”
“나도 관계자야? 연습 한 번 더 하는 셈 치고 일단 한번 찍어보자.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이 꼬락서니로?”
소녀들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난색을 보였다.
분홍, 파랑, 노랑 등등,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
“잘 어울리는구먼 뭘. 그리고 너네는 옷발보단 얼굴이 되니깐 더 괜찮아.”
살짝 망설이던 아이들이 내 말 한마디에 반색했다.
“그럼 우리 그냥 재미 삼아 한번 찍어볼까?”
“그래. 맨날 보기만 했는데 한번 찍어보는 것도 재밌을 듯!”
해보자는 분위기로 여론이 뒤집히자 나는 휴대폰을 들고 구도를 잡았다.
물론 전문가는 아니었기에 내 눈에 가장 괜찮아 보이는 곳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자자. 부담가지지 말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냥 한번 찍어보는 거야. 그래도 평소 연습 때처럼 진지하게!”
“오케이. 오빠한테 우리 실력 한번 보여주자!”
“아이리스 출격!”
뭔가 신이 난 소녀들이 해맑게 웃으며 각자 위치에 섰다.
“시리야!”
[부르셨나요?]“우리 2집 타이틀곡 ‘아모르’ 틀어줘!”
[띠링! ‘아모르’를 재생할게요]저렇게 말귀 잘 알아듣는 인공지능 친구라니.
곧이어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피커에서 경쾌한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헤헤거리던 소녀들의 표정도 단번에 바뀌었다.
새삼 프로는 프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반짝이는 별과 같아. 네 곁에 있으면 나도 빛나는 걸, you’re my star~]나는 사뭇 진지한 태도로 휴대폰 화면과 아이들의 춤사위를 번갈아 주시했다.
‘좋은데?’
대중가요와 거리가 먼 내가 들어도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노래는 듣기 편하면서 중독성이 있었다.
무엇보다 안무와 노래가 찰떡이었다.
살랑살랑 힘을 빼고 추는 춤이었지만, 손가락을 이용해 별을 표현하는 포인트가 특색 있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3분 가량의 소박한 무대가 끝이 났다.
“헉헉···. 오빠 어땠어?”
기대감 가득한 아이들의 눈초리에 나는 망설임 없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엄청 좋은데? 처음 들었는데도 머릿속에 계속 멜로디가 울려.”
빈말은 아니었다.
여전히 멜로디와 안무들이 자전하는 지구처럼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으니.
“헤헤 다행이다. 저 오빠가 좋다면 진짜 좋은 거야.”
“맞아. 대운 오빠는 아니다 싶으면 칼 같이 아니라고 하잖아.”
“대우니짱 처음 봤을 때 초큼 무서워써.”
“꺄악! 어떻게 2집 완전 잘 될 것 같은 느낌들자너.”
대체 너희한테 내 이미지는 어떠한 것이니?
오두방정을 떨어대며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니 뭐라 하지도 못하겠다.
우리는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방금 찍은 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오오오. 이렇게 보니깐 진짜 숏폼 감성 나긴 하는데?”
유라의 감탄과 함께 옆에 있던 다영이가 울상을 지었다.
“앗! 나 손동작 틀렸다 히잉.”
“그럼 다시 한번 찍을까?”
“아니. 굳이? 절대! 놉!”
단호한 그녀의 의지에 더는 묻지 않았다.
“헤헤. 그래도 열심히 연습한 보람이 있네! 훨씬 좋아진 게 느껴지지 않아 언니들?”
신난 채린이의 물음에 다른 멤버들도 흡족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고생했다. 일단 김 대표님이랑 얘기 좀 나누고 택톡인지 택견인지 거기에 따로 올리던가 할게.”
“하아···. 그러세요. 우리는 이제 아무것도 못 해. 에너지가 방전됐어.”
“나도오오 빨리 숙소 가서 환승연애보고 퍼질러 자고 싶다아.”
종일 연습만 했으니 피곤함이 몰려오는 것도 당연했다.
“얼른 퇴근하도록. 다들 고생했다. 곧 매니저가 데리러 올 시간이지?”
말 끝나기 무섭게 연습실 문이 열리며 아이리스의 매니저가 들어왔다.
“엇! 안녕하세요 송이사······. 송이 사러 오셨어요?
당황한 이승호 매니저가 뇌를 거치지 않고 횡설수설 나오는 데로 말을 내뱉었다.
“승호 너는 송이 사러 아이돌 연습실로 오냐? 이제 편하게 불러도 돼 인마. 애들도 이제 다 아니깐.”
“아? 그래요? 휴우···. 식겁했네. 잘됐어요. 안 그래도 난감할 때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나 때문에 곤욕을 치른 사람이 적지 않았나 보다.
미안한 마음에 승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아이들을 부탁했다.
“얘네들 지금 완전 녹초 상태니깐 숙소까지 안전운전 부탁해.”
“넵! 걱정 마세요. 이사님.”
그때 누군가 등 뒤를 쿡쿡 찌르는 게 느껴졌다.
“응? 유라 왜?”
“오빠 차 끌고 왔지?”
“그..렇지?”
“그럼 나는 오빠 차 타고 갈래.”
굳이? 라는 말이 나올 뻔했으나 유라의 눈을 보니 뭔가 할 말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러던가. 승호야. 유라는 내가 숙소까지 태워다 줄게.”
“넵 이사님. 얘들아! 언른 가자. 숙소에 이모님이 딸기 씻어놨데.”
“와아아! 딸기 딸기!”
딸기는 연호하며 나머지 소녀들이 이승호를 따라 우르르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우리도 가자.”
“응.”
**
부우우웅
“……….”
어색한 침묵.
곁눈질로 유라를 힐끔 쳐다보니 말없이 손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무슨 말 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여?”
“아니···. 하아···.”
“땅 꺼지겠다 이것아. 뭔데 그래?”
“고맙다는 말하려고.”
“응? 뭐가?”
“오빠가 한 거지? 내 일···. 수습해준 거.”
“……”
당황했다.
상철이 형과 김채형 대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일 텐데 얘가 어떻게 안 거지?
일단 시치미 떼자는 생각에 아무 말 없이 핸들을 잡은 채 정면만 응시했다.
“오빠가 분명해. 보육원 출신들이 눈치가 빠른 거 알지?”
그건 인정한다.
애들이 눈칫밥을 먹고 자라서 그런가 눈치 하나는 귀신같았으니.
“오빠가 우리 회사 투자자라는 말 듣고 더 확신했어. 우리 회사에 투자한 것도···. 나 때문이지?”
“뭐···. 아예 관련 없다고는 할 수 없지.”
엄연히 말해서 유라에게 황금빛을 봤기 때문이었지만.
만약 유라에게 황금빛을 보지 못했다면 투자라는 수단 말고, 회사에서 유라를 빼내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뭐 그런 복잡한 속사정은 나만의 것이고 유라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을 터.
“정말 고마워···. 데뷔도 못 하고 망할뻔한 회사를 살려줘서. 나 때문에 사라질 뻔한 아이리스를 구해줘서. 그리고 무엇보다···.”
여전히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오른쪽 얼굴이 불타 없어질듯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나를 온전히 믿어줘서 정말 고마워 오빠.“
밀려오는 민망함에 볼을 긁적이다 괜스레 툴툴거렸다.
“오빠가…동생 믿는 건 당연한 거지 인마.”
“당연한 거야?”
“그럼. 우린 가족이잖아. 힘들 땐 보듬어주고, 기쁠 땐 함께 끌어안아 주는 가족. 안 그러냐?”
“가족···.”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씹은 듯, 유라가 연신 가족이라는 단어를 곱씹었다.
어색했겠지.
우리에게 가족이란 단어는 알라딘에 나오는 지니 램프처럼 가지고 싶어도 가지지 못하는 것이었으니.
하지만 진심이었다.
가족이 없는 나에게 보육원 식구들은 가장 가족에 가까운 이들이 분명했으니깐.
“그리고 그게 그렇게 고마우면 너도 나중에 똑같이 해.”
“똑같이?”
“너는 곧 아이돌로 성공할 테니까 그때 돼서 잘나간다고 꼴값 떨지 말고, 보육원 동생들 잘 챙겨주고, 특히 원장 엄마한테 효도하고.”
“이 오빠는 날 뭘로 보고! 말 안 해도 당연히 그렇게 할 거거든? 흥. 별꼴이야 정말.”
민망하니깐 괜히 토라진 척 하는 거 눈에 다 보인다 이 가스나야.
하지만 유라의 진심은 잘 알았기에 흐뭇함과 대견함이 섞인 미소로 운전대를 고쳐잡았다.
그리고 보지 않아도 알았다.
유라 역시 나와 비슷한 미소를 입에 걸고 있음을.
***
오늘은 드디어 한영대 실리콘밸리 연수 프로그램 면접이 있는 날.
[면접자 대기실]“후우···. 이게 뭐라고 은근 떨리네.”
마지막 차례라 그런지 대기실에 남은 사람이라고는 덜렁 나 혼자뿐이었다.
제대로 방음이 되지 않아 방금 면접장으로 들어간 남학생의 우렁찬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저는 2년 전에 본격적인 창업 활동을 시작했으며, 청년창업사관학교 12기를 수료하였고, 현재는······.”
쭉 들어보니 창업과 관련된 자신들의 업적들을 줄줄이 나열하는 식이었다.
“가만있어보자···. 나는 뭘 말해야 하지···?”
그런데 나 같은 경우에는 말할 게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