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Investor Who Picks Up Conglomerates RAW novel - Chapter (99)
99화 인생사 새옹지마의 표본
신사동 파랑새 엔터테인먼트 사옥.
매사 차분하던 분위기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김채형이 연신 소파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소파에 앉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 심정도 이해는 갔기에 지켜만 보고 있었다.
“제대로 터졌습니다! 아직 정식 프로모션도 안 한 곡이 이렇게 터지는 경우는 이 바닥에서 이십 년 구르면서도 본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알겠으니깐. 일단 진정하시고 앉아서 차근차근 얘기해보세요. 일단 심호흡부터 하시고. 쭉 숨 들이켜시고. 옳지 잘한다. 이제 후우. 내뱉으시고.”
크게 심호흡하던 김채형이 다소 진정됐던지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
“죄송합니다. 너무 흥분했네요.”
“괜찮아요. 그럴 수 있죠.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건가요?”
탁자 위에 놓인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켠 김채형이 잠시 허공을 응시하다가 천천히 얘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하아···. 처음엔 송 이사님 제안을 듣고 고민 많이 했습니다. 아직 공개도 안 한 곡을 그런 곳에 함부로 올린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꽁꽁 싸매고 있던 2집 컴백 곡인데 그걸 온라인에 그냥 풀어버린 격이었으니.
잘못하면 탄산 빠진 콜라처럼 대중들의 기대감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었다.
멤버들에게 황금빛이 터져 나오는 걸 보지 못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송 이사님이 워낙 강경하게 밀어붙이지 않았습니까? 저랑 실랑이도 많이 했구요.”
실제로 내 제안을 듣자마자 김채형 대표는 두 손 걷어붙이고 격렬한 반대를 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고 그를 설득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거의 가스라이팅 하다시피 날마다 찾아가 집요하게 설득한 끝에 결국 동의를 받아낼 수 있었다.
“첫날 올렸을 때는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 괜히 올렸다 싶었죠. 그러다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에 서서히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영상에 좋아요가 우수수 박히기 시작한 겁니다. 어떤 백인 소녀가 ‘아모르’의 춤을 따라 추는 영상이었는데 알고 보니 틱톡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더군요. 그때부터 무섭게 바이럴 되기 시작했습니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무섭게요.”
김채형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지금 지표가 어떻게 나오죠?”
“영상의 누적 다운로드 수가 벌써 5억을 돌파했습니다. 이 기세면···. 못해도 몇 주 내에 10억도 가능할 겁니다.”
“10억···.”
택톡에 화제가 된 것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듣고 이용되는 음원이 돼버린 것이었다.
실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걸 한번 보십시오.”
김채형이 휴대폰을 나에게 내밀었다.
“지금 택톡에 ‘IRIS Amor를 검색하면 상위 5개의 숏폼 조회수가 각각 550만, 500만 480만입니다.
그뿐 아니라 택톡에서 아모르의 음원이 사용된 영상의 개수는 총 30만 개로 집계됐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치입니다.”
김채형의 말대로 말이 안 되는 수치였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챌린지 효과입니다.”
“챌린지요?”
“아모르의 안무 중에 손과 얼굴을 이용해서 별을 표현하는 포인트 안무가 있는데 그 부분만 따서 각자의 개성을 담아 챌린지 숏폼을 제작해서 올리는 거죠. 그걸 본 누군가는 또 자신만의 스타일을 입혀 영상을 업로드 하구요. 이 아모르 챌린지가 조회수가 잘 나오다 보니 지금은 너도나도 아모르 챌린지 숏폼을 올리고 있습니다.”
허···. 이게 이렇게 되나?
물론 황금빛을 봤기에 잘 풀릴 줄은 예상했으나, 솔직히 이 정도로 파급효과가 클 줄은 몰랐다.
기껏해야 영상을 보고 방송국 관계자 혹은 광고주 정도에게 연락이 닿을 줄 알았으니.
김채형이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나를 응시했다.
흡사 신이라도 영접한 듯한 부담스러운 눈빛이었다.
“지금의 이 열풍이 가능했던 가장 주효한 요인이 뭔지 아십니까?”
“뭐죠?”
“송 이사님 전략 덕분입니다.”
“제가 무슨···. 아!”
“원곡을 영어로 번안해서 올리자고 했던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이용자들이 큰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으니까요.”
연습실에서 영상을 찍고 와서 생각해보니 이대로 올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톡 자체가 다국적 SNS 플랫폼이다 보니 만국공통어에 가까운 영어버전으로 올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번득였다.
분석했다기보다는 직감의 영역에 가까웠다.
다행히 아이리스 멤버들은 영어에 능숙한 편이었고, 영어 버전으로 다시 촬영하여 업로드한 비하인드가 있었다.
“송 이사님은 정말 엔터 쪽에 경험이 없으신 게 맞습니까?”
“네?”
“이 바닥이 보기엔 그냥 전부 운처럼 보여도 경험과 연륜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래서 보통 성공한 프로듀서들이 쭉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구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송 이사님의 기발함과 추진력은 말이 되질 않습니다.”
뭔가 단단히 오해한듯하여 바로 잡아주려 했지만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내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김채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만의 착각을 이어갔다.
“송 이사님은 이 모든 걸 내다보고 계셨던 겁니다. 중소 기획사의 특성상 일반적인 루트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파하고 역발상으로 곧장 글로벌 시장으로 치고 들어간 겁니다. 아마 이런 신들린 통찰력이 연이은 투자 성공의 비결이겠죠.”
“아니···. 저는 그런 게 아니라···.”
“송 이사님이 저에게 찾아오셨을 때 표정이 어땠는지 아십니까? 이건 절대 안 될 수가 없다. 무조건 해야 한다. 거절은 거절한다. 그냥 닥치고 내 말을 따르라는 얼굴이었습니다.”
제가 그 정도로 막무가내였나요?
나름 정중하게 제안한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처음 보는 네 쌍의 황금빛에 눈이 잠깐 돌아간 듯싶었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으면 거부감이 들었겠지만 송 이사님은 회사의 대주주십니다. 막말로 아이리스가 망하면 저보다 더 큰 손해를 보게 되죠. 그런 분이 저렇게까지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거면 뭐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한 거였습니다.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결과로 돌아올 줄 몰랐지만요.”
그건 저도 몰랐어요.
이걸 예측할 수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신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돌연 김채형이 내 손을 덥석 붙잡았다.
“송 이사님이 만들어주신 불꽃. 절대 꺼뜨리지 않고 더욱 불 지펴보겠습니다.”
“아···. 네. 꼭 그렇게 해주세요.”
그러면서 그의 양손에 잡힌 내 손을 슬그머니 빼냈다.
“애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아! 지금 MV 촬영 현장에 있습니다.”
“벌써요? 2주 후 아니었나요?”
“해일이 닥쳐왔는데 빨리 노 저어야죠. 택톡에서 아모르 인기가 꾸준히 오르고 있으니 뮤비가 완성되는 대로 곧장 2집 활동 시작하려고 합니다.”
“애들이 좋아하겠네요.”
“좋아하다마다요. 요즘 아주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맨날 택톡만 쳐다보느라 매니저한테 자제시키라고 말했을 정도라니까요. 그러면서 너무 들뜨지 말라고 계속 당부하고 있습니다. 큰 행운에 취했다가 자칫 방만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건 맞는 말이었다.
더구나 아직 제대로 된 사회경험을 해본 적 없는 아이들이었기에 어설픈 성공에 되취되면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었다.
“아무튼, 화이팅하십시요.”
“네. 송이사님 아! 그리고.”
“네?”
“혹시 이번처럼 무언가 번득 떠오르는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십시오.”
이제는 무슨 나를 용한 무당 대하듯 하는 김채형이었다.
하지만, 딱히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디까지 날아가려나···.”
나는 물꼬만 터줬을 뿐이었고 이제는 본인들의 노력 여하에 달린 문제였다.
당첨이 확실시 된 복권을 사놓은 느낌이랄까?
아이리스가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
[아이리스 ‘아모르’ 빌보드 핫 100′ 차트 50위에 오르며 자체 기록 경신!]아이리스가 나날이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들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데뷔 3개월 차 신인 걸그룹 아이리스가 디시 한 번 빌보드 기록을 자체 경신했다. 최근 발표된 차트에 의하면 아이리스의 곡 ‘아모르(Amor)가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50위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중고 기획사에서 나온 생소한 그룹이었지만 반응은 해외에서 먼저······.
[중소돌의 기적, ‘아이리스’ 영국 싱글차트 9위, K팝 걸그룹 최초!]한국 걸그룹 아이리스의 타이틀 곡 아모르(Amor)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 2주 연속 차트 연주행을 달성하며 k팝 걸그룹 최초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미쳤네 그냥.”
냐아아앙
한 손으로 열심히 장난감 낚시대를 흔들며 다른 한손으로는 모바일 뉴스를 훑었다.
현재 ‘아이리스’의 인기는 대기권을 뚫고 우주 밖으로 뛰쳐나갈 기세였다.
전염병처럼 무섭게 퍼져나간 아이리스의 인기는 특히나 북미 지역에 제대로 빵 터져버렸고, 각국 음원 차트의 상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뜨거운 해외 반응의 여파로 아이리스의 1집 곡들이 한국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을 시작하며 결국 1위까지 차지해버리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좀···. 무서울 정돈데?”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에이톤 트럭이 되어버렸다고 할까?
이제는 뭘 하지 않아도 눈덩이가 알아서 굴러가며 몸집을 부풀리고 있었다.
그 끝이 어디가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어디 보자···. 어제 너튜브에 뮤비가 올라왔다고 했지? 아야야. 알았어 이것들아! 잠깐 한눈팔았다고 거참.”
냐아아앙
낚싯줄 끝에 달린 깃털의 움직임이 둔해지자 귀신같이 알아챈 삼탄이 형제들이 내 다리를 툭툭 건드렸다.
“오! 올라왔네.”
듣기로는 뮤비 계의 GOAT로 불리는 감독을 섭외한 것은 물론, 세트장과 의상 제작에도 거액의 돈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완성된 뮤비가 어떻게 나왔을지 기대가 됐다.
“근데 조회 수가···?”
[IRIS – ‘Amor’ M/V ]조회수 4412만회, 1일 전
“4천4백만!?”
공개한 지 불과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 준하는 숫자가 찍혀있었다.
나는 낚싯대 흔드는 것도 잊은 채 홀린 듯 영상을 클릭했다.
스치듯 봐도 돈을 제대로 쏟아부었구나 느껴질 정도의 고퀄리티 영상미가 느껴졌다.
화려한 의상과 소품은 잠깐 방심하면 바뀌어있었고 세련된 카메라 구도도 인상적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과하다거나 유치해 보이진 않았다.
딱 적당하게 그러면서 아이리스라는 팀의 색깔과 매력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비싼 값 하네.”
충분히 만족할만한 결과물이었다.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을 확인했다.
한글 댓글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부분 영문으로 달린 댓글이었다.
@SuzanAva: 글로벌 베스트 곡… IRIS는 경의롭고 이젠 아무도 그녀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Crewbrew: 뛰어난 실력, 남다른 비주얼, 군중을 홀리는 매력까지. 이런 아티스트가 있다니!
@Jonsonbayby: 유라, 다영, 채린, 나비, 4인의 소녀들이 만든 완벽한 무대! 나는 영원히 이 소녀들을 응원할 것이다.
대부분 호평 일색이었고 베스트 댓글은 수백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주를 이루었다.
“인생이란게 원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지만 참 신기하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엎어지네 마네 했던 그룹이 이제는 세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해져 버렸다.
그야말로 인생사 새옹지마의 표본이 아닌가.
지이이이잉
소파 팔걸이에 올려두었던 휴대폰이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
[한영대 실리콘밸리 연수 프로그램 결과 안내.]안녕하세요. 한영대 창업지원단입니다. 실리콘 밸리 연수 프로그램 최종 선발되셨음을 알려······.
메세지를 확인하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가자! 기회의 땅? 아니, 노다지의 땅 미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