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06)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06화
마탄총(2)
황족들이 사는 봄의 궁전 내에서 사격을 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그래서 마탄총 발사는 철혈 마법 병단들이 사용하는 마법 시연장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철혈 마법사들은 훈련 때가 아니면 마법 시연장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빌릴 수 있었다.
마법 시연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더미 인형을 중간에 세워두자 말레우스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마탄총을 꺼냈다.
“오오…….”
라칸은 마탄총을 보자 작게 탄성을 질렀다.
마탄총의 형태는 전쟁 영화에서 봤던 총의 모양과 굉장히 흡사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실루엣만 비슷할 뿐 구성은 전혀 달랐다.
탄창에 들어갈 총알은 없었고, 총알이 발사될 강선이 있는 총열도 없었으며, 심지어 가늠자와 가늠쇠도 없었다.
그나마 탄창을 대신할 마석이 들어가 있는 카트리지와 방아쇠 정도만 있었다.
그래도 이게 판타지 세계 속 총이라고 말한다면, 그냥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그럴싸하게 생긴 놈이었다.
“일단 이 마탄총을 설명하기에 앞서서 쏴볼까요?”
말레우스는 개머리판에 어깨를 견착하고 총신에 눈을 가져다 댔다.
기잉-
그러자 탄창에 들어 있는 마석이 빛나기 시작하며 총신으로 마나가 빨려 들어갔다.
가늠자와 가늠쇠 역할을 할 가상 조준경이 생기며, 총신에 푸른색 마나 원 세 개가 나란히 만들어졌다.
말레우스는 더미 인형을 향해 조준을 한 뒤 방아쇠에 손을 올렸다.
퉁-!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음속의 3배에 달하는 마탄 하나가 더미 인형을 향해 날아갔다.
더미 인형의 강도는 3서클 휴즈 파이어볼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강도였다.
그러나 음속 3배에 달하는 마탄은 더미 인형의 심장을 정확하게 꿰뚫고 마법 시연장 외벽에 부딪혔다.
외벽은 강화 마법이 걸려 있어서 그렇지 평범한 콘크리트였다면 크게 파손되었을 정도로 굉음이 났다.
말레우스는 티그리스를 보며 씨익 웃었다.
“어때? 꽤 쓸 만하지?”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음속 3배의 속도는 웬만한 기사들은 반응하지 못한다.
이런 무기가 일반 병사들에게 쥐어진다고 생각하면, 웬만한 기사들은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3서클 휴즈 파이어볼도 버틸 수 있는 더미 인형이 말끔하게 뚫렸다.
이 정도 관통력이면 황금 기사들이 입는 황금 갑주 정도가 아니라면 버틸 수도 없을 것이다.
“이건 초기 구동 때만 시간이 조금 걸리지 일단 구동만 되면 연사도 가능하네. 그 무엇보다 제일 큰 장점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거지. 검사나 마법사들처럼 긴 시간 동안 훈련할 필요 없이 방아쇠만 당길 줄 안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니까.”
티그리스는 이게 실제 전장에 풀린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키메라들이 아군 곁으로 다가오기 전까지 일반 병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티팩트에 집어넣을 마석을 나르거나 성벽을 보수하는 등 잡일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나 이 마탄총이 저들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 모두 일반 마법사들과 같은 위치에서 전투가 가능하다.
이건 전쟁의 판도를 180도 바꿀 혁신적인 무기였다.
“흐으음…….”
그러나 레인로버는 고개를 계속 갸웃하며 마탄총을 살펴봤다.
“제가 마탄총을 쏴봐도 될까요?”
“음? 예. 여기 있습니다. 사용방법은 간단합니다. 개머리판에 어깨를 견착하고 총신과 눈을 일치시키면 조준경이 나올 겁니다.”
말레우스는 간단하게 조작법을 알려준 후 레인로버에게 마탄총을 건넸다.
레인로버는 말레우스가 알려준 대로 견착을 했다.
기잉-
마탄총이 구동하는 소리가 들리며 총구에 동심원 세 개가 그려지자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방아쇠를 연속으로 당겼다.
퉁-! 퉁-! 퉁-! 퉁-! 퉁-!
퉁-! 퉁-! 퉁-! 퉁-!
연속으로 9번을 당기자 카트리지 속 들어 있던 마석이 빛을 잃으며 작동이 멈췄다.
“역시…….”
레인로버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뭔가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황녀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이 마탄총의 구동 방식에 대해 조금 살펴봤어요.”
레인로버는 말레우스에게 마탄총을 건네며 말했다.
“이거 3서클 마법을 마공학적으로 녹여내 만든 거죠?”
“네. 맞습니다.”
“으음…….”
레인로버는 뭔가 말하기를 주저하는 듯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일단 이 마탄총에 문제가 있다는 걸 혹시 말레우스 님은 알고 계신가요?”
레인로버의 충격적인 말에 사람들은 모두 놀랐지만, 말레우스는 헛기침을 하며 눈을 돌렸다.
“이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긴 있죠.”
“혹시 무례가 안 된다면 제가 찾은 문제를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래야 마탄총 기술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말레우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의 피드백이 필요하던 시점이었으니…… 부탁드리겠습니다.”
레인로버는 말레우스의 허락이 떨어지자 곧바로 지적을 했다.
“일단 첫 번째로 마나 사용 효율이 정말로 뒤떨어져요.”
마법 이론상으론 각 서클이 올라갈 때마다 드는 마나의 양은 제곱 으로 치솟는다.
그렇기에 많은 마법사들은 마법의 효율성을 위해 마나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
그러나 이 마탄총엔 그런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나 사용 효율은 정말 중요해요. 이 마탄총에 사용된 마석이 중상급 마석인 것 같은데, 그 가격이 1g당 은화 1~2개 정도를 오가는 거 아시죠? 그런데 이 카트리지에 들어가는 마석 양을 제가 계산해 보니 50g 정도 되는 것 같더군요. 그 말은 방금 시연으로 은화 50개에서 금화 1개 정도를 태운 거예요.”
말레우스는 곧바로 문제가 드러나자 멋쩍은 듯 수염을 긁적였다.
“큼! 그건 우리도 연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경제성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위력 하나만큼은 괜찮지 않습니까?”
말레우스의 고질적인 문제가 터져 나왔다.
아니, 드워프들의 문제점이랄까?
말레우스나 드워프들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할 때는 굉장히 지혜롭고 현명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무기 이야기만 튀어나오면, 경제성이나 효율성 문제는 집어치우고 최고의 역작을 만들어내기 위해 온 힘을 다 쏟았다.
예를 들어 라칸에게 줄 갑주를 만들기 위해 가뜩이나 부족한 미스릴을 왕창 때려 박아 만들어 버렸다.
라칸의 갑주에 들어간 미스릴 양이면 일반 기사들 1,000명은 무장시킬 수 있는 검을 만들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이런 문제점을 분명 인명록에 적어놓긴 했는데…… 역시 저 성격을 고치는 건 쉽지 않았다.
“괜찮긴 하죠. 관통력도 상당하고요. 하지만 마공학 기술로 녹여낸 마법의 구성이 너무 직관적이에요. 이게 두 번째 문제죠.”
레인로버는 마탄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마법에 들어간 것은 마탄, 가속, 응집 세 가지죠? 이걸 한 마법진에 녹여낸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마나가 각 서클을 지나가면서 순차적으로 발현되게 만드셨네요?”
“네. 그렇습니다. 이게 드워프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법입니다.”
“……으음. 확실히 그렇게 하면 마법 발현이 빠르고 쉽죠. 하지만 대다수의 마법사들이 그런 방식으로 마법을 만들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혹시 마석을 교체해 주실 수 있나요?”
말레우스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마석이 들어 있는 카트리지를 꺼냈다.
카트리지 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냥 걸쇠를 누르고 다 쓴 카트리지를 빼낸 뒤 다시 집어넣으면 끝이었다.
“이제 다시 더미 인형을 향해 조준해 주세요.”
말레우스는 레인로버의 말대로 더미 인형을 향해 조준했다.
“이제 발사해 보세요.”
기잉-
말레우스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동시에 레인로버의 손에서 마법진이 그려졌다.
“어?”
총구에 그려져 있던 푸른 원 중 하나가 깜빡이며 사라지더니 마탄이 좀 전과 달리 라칸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느리게 날아갔다.
텅-!
마탄총에서 날아간 마탄은 더미 인형의 몸에 맞자 뚫리지 않고 산산이 부서져 사라졌다.
위력이 말도 안 되게 줄어들었다.
“제가 지금 뭐를 한 건지 아실 것 같나요?”
대답은 라칸에게서 나왔다.
“디스펠을 하신 거군요.”
마공학 기술이 접목된 기술도 결국은 마법을 공학적 기술로 표현해 낸 것에 불과하다.
그 말은 마법사들이 이 마탄총을 구성하고 있는 마법을 이해하고 있기만 하다면 지금처럼 간섭이 가능했다.
“네. 맞아요. 그런데 심지어 이 마탄총은 각 서클이 몸통 부분을 지나면서 순차적으로 발현되는 구조로 짜여 있어요. 이걸 보통 병렬 구조라고 하는데, 1,000년 전 서클 마법이 한창 개발되기 시작할 즈음에 만들어진 구식 마법이죠.”
“……1,000년 전 구식 마법.”
레인로버의 말이 이어질수록 말레우스는 마치 흡혈귀가 피를 빨아먹는 것처럼 생기를 잃어갔다.
“이런 병렬식 마법 구조는 굉장히 단순하고 직관적이지만 외부 간섭에 굉장히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세 서클 중에 하나만 건드려 줘도 마법 발현이 안 되거나 방금처럼 원하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지죠.”
레인로버의 말에 대꾸하기엔 말레우스의 라이프 포인트는 거의 다 소모된 것 같았기에 티그리스가 대신 물었다.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까?”
레인로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마지막이에요. 이것도 좀 전과 똑같은 맥락이긴 한데, 이 마법 술식은 정말로 마탄을 발사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네요.”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보안 술식이 단 하나도 없다는 뜻이에요. 제가 보기엔 일부러 그렇게 한 것 같은데 왜 그러신 거죠?”
말레우스는 몇 분 전과 달리 굉장히 의기소침해졌다.
“보안 술식을 집어넣으면 연사가 안 됩니다……. 그리고 마탄총에 과부하가 너무 심해져서 열이 발생해 내부가 망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뺐습니다.”
“역시……. 왠지 병렬식 마법 구조라 감안하더라도 각 서클당 술식이 너무 단순했어요.”
“커흠!”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테호가 입을 열었다.
“보안 술식이 뭔지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레인로버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음……. 그러니까 마법이 외부적인 요소에 방해받지 않고 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술식이에요. 티그리스 경 더미 인형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보시겠어요?”
티그리스는 일단 레인로버의 말대로 더미 인형을 향해 걸어갔다.
티그리스가 레인로버의 옆을 지나치자 레인로버는 티그리스를 향해 힘껏 밀쳤다.
“……?”
그러나 오히려 레인로버는 반작용으로 자기가 뒤로 밀려나 버렸다.
“어어?!”
티그리스는 뒤로 넘어지는 레인로버의 허리를 잡고 일으켜 줬다.
“……고마워요. 티그리스 경.”
레인로버의 얼굴이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레인로버는 헛기침을 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큼! 원래 이런 걸 기대한 것은 아닌데…… 다시 설명을 드려야 겠네요. 마법사들 간의 싸움은 누가 상대방의 마법을 먼저 디스펠을 하냐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 난다고 보셔도 돼요.”
레인로버는 더미 인형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제가 마법 술식이고 더미 인형에까지 걸어가면 발동한다고 가정하죠. 그런데 중간에 티그리스 경이 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면 마법 발현이 안 되겠죠? 그래서 마법사들은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보안 술식을 짜요.”
레인로버는 다양한 방법으로 걸었다.
지그재그를 하며 걷거나, 걷다가 다시 뒤돌아가기도 했다.
“마법 술식을 복잡하게 꼬는 방법도 있고, 다른 마법을 발현할 것처럼 페이크를 주는 방법도 있고, 정해진 마나 파동 패턴이 아니면 간섭하지 못하게 막는 방법도 있죠.”
레인로버는 마탄총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저 마탄총엔 그런 보안 술식 자체가 없어요. 물론 단순히 마법을 발현시키는 것 하나만 보자면 문제는 없지만, 만약 상대측에 2서클 마법사가 하나라도 있는 순간 모든 마탄총은 먹통이 될 거예요.”
말레우스는 조금 충격을 받은 듯 마탄총을 쥔 손을 떨었다.
“……그 정도입니까?”
“네. 맞아요. 그런데 화산 지대에 있는 모든 마공학 무기들이 이런 병렬식 구조로 발현된다고 했었죠?”
“……예. 그렇습니다.”
“흐음……. 만약 펠렌 정도의 대마법사라면, 혼자서도 모든 마공학 무기들을 먹통으로 만들 수 있겠어요.”
레인로버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화산 지대를 지키는 모든 무기와 방어시설이 마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최근 마공학 기술을 접목시킨 무기와 방어 시설로 교체 중이다.
실제로 7년 후엔 성물들을 제외한 모든 방어 시설들이 마공학 무기들로 교체될 예정이었다.
‘……설마 로타와 아르펨의 권속들이 이걸 노리는 건가?’
모든 방어 시설이 마공학 시설로 바뀌게 된다면, 손도 써보지 못하고 당하고 말 것이다.
드워프들이 멸망한 것은 ‘월식 기사’와 ‘검은 사신’들 때문이었지만, 굳이 그런 악령 키메라들이 아니라 펠렌 정도의 대마법사 하나만 있어도 무너질 테니…….
말레우스는 온몸의 털이 삐쭉 솟는 것 같았다.
‘우리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구나.’
300년은 제법 긴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화산 지대에 처박혀 다른 인종들과는 교류를 일절 끊고 자기들 좋아하는 마공학 연구만 했으니 이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진 것이었다.
말레우스가 정신적 충격에 비틀거리자, 레인로버는 급하게 마탄총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점도 있어요. 보통 아티팩트들은 수준 높은 마법사들이 보면 발동하기도 전에 알아채거든요? 하지만 이 마탄총은 공학적인 기술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발사하기 직전까지 무슨 마법인지도 몰랐어요.”
“그러니까 한 발만 쏘고 다음 발은 못 쏘는 불쌍한 녀석이라는 거 아니요…….”
“마법사를 대상으론 조금 힘들겠지만 일반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제법 괜찮을지 몰라요. 물론 마나 효율 문제를 개선해야겠지만……. 연구할 가치는 분명히 있어요.”
말레우스는 마른세수로 정신을 차리더니 입을 열었다.
“왜 티그리스 경의 회귀록에 마탄총이 나오지 않았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 것 같습니다. 쓸모가 있었다면 전장에서 자주 보였을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그랬다.
이 마탄총은 확실히 혁신적인 무기였다.
이 무기들을 모든 병사가 갖추고 있었다면, 키메라들에게 그리 쉽게 밀려나지 않았을 것이다.
티그리스는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다.
“이 마탄총은 트리니티의 공방에서 같이 연구를 하는 것으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보아하니 마법사들의 조언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말레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산 지대 놈들의 대가리를 모두 깨부숴서라도 내가 잘 설득해 보겠네.”
말레우스의 눈은 활화산처럼 이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