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09)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09화
회색 쥐(1)
귀족들은 집회를 시끄럽게 하지 않는다.
평민들과 달리 귀족들은 언제나 태양처럼 빛남으로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깨운다.
고함을 지르고 제발 자신을 봐달라고 소리치는 것은 그레이 타운의 더러운 쥐새끼들이나 하는 행동이다.
그들이 소리를 지르면 사람들이 눈썹을 찌푸리고 비명을 지르지만, 그 누구도 태양을 향해 비명을 지르거나 눈썹을 찌푸리지 않는다.
애써 보려 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지금까지 무의식중에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깨닫게 만든다.
저 지나가는 무식한 기사들과 돈에 얽매여 사는 교관들은 그저 시키는 일만 한다.
저들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가 나서서 저들을 깨워줘야 한다.
마치 태양이 밤의 장막을 찢고 나와 인간들을 깨우듯이 저들의 닫힌 생각의 문을 찢고 사유하는 인간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귀족이자 거대한 마나를 다루는 마법사들의 역할이니까.
마법학부 원소마법학과 대표 테인 폰 해리퍼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햇빛은 사람도 깨우지만, 거인도 깨운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테인 폰 해리퍼드, 해리퍼드 자작의 차남 맞죠? 잠깐 따라오실까요?”
황녀 레인로버의 호출에 테인은 침을 꼴깍였다.
제국 대학의 학생이 아니었다면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을 황금의 일족.
언제 한번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난 틀린 게 없어. 정신 차려.’
테인은 작게 심호흡을 하며 황녀의 뒤를 예법을 갖춰 따라갔다.
그리고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그렸다.
황녀는 분명 황국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할 것이다.
그때, 테인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 것인가?
무수한 예상 질문들과 대답이 치열한 공방전을 치르던 와중, 황녀와 테인은 마법 결투장에 도착했다.
‘어……?’
테인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백지처럼 하얗게 변했다.
테인은 마법 결투장 입구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발을 멈추고 말았다.
“황녀 전하 죄송하지만 여기는 왜 온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건 안에서 알려 드리죠.”
황녀는 그 말을 하고 결투장 안으로 들어갔다.
테인은 심호흡을 했다.
설마 황녀와 결투를 하는 것인가?
아니, 그런 무식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건가?
테인은 떨어지지 않는 발을 간신히 옮겨 결투장으로 향했다.
그곳엔 황녀만 있는 것이 아니라 테인도 알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검술 학과인 주제에 마법을 공부하고 있는 평민.
라칸 우드였다.
“라칸 무리한 부탁을 드려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황녀 전하.”
“지금은 황녀가 아니라 같은 학생 신분이니 선배라고 불러요. 라칸.”
“아, 네. 선배님.”
테인은 눈을 의심했다.
평민이 황녀에게 선배라고 부르다니.
아직 테인도 그렇게 불러보지 못했는데, 저렇게 손쉽게 허락을 받아내다니.
‘혹시 나도 그렇게 불러도 되는 건가?’
쓰잘데기없는 생각이 순간 스쳐 지나갔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자기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황녀와 친해지려고 온 게 아니지 않나?
“황녀 전하 마법 결투장에 왜 온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왜긴 왜겠어요. 마법 결투를 하려고 온 거죠.”
테인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 제가 모르게 황녀 전하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테인이 트리니티의 출범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왜 트리니티를 세우려고 하는 것인지 알려주려고 온 거예요.”
“아니, 저는 트리니티 때문이 아니라 검증받지 않은 자들이 마법을…….”
“테인. 제가 그런 핑계를 들으려고 귀한 시간을 낸 것 같으세요?”
“…….”
레인로버의 살벌한 눈빛에 테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솔직하게 말하세요. 왜 트리니티를 반대하는 건지.”
“……귀족 출신 마법사들은 마법을 배우기 전 가문으로부터 통제를 받습니다. 하지만 평민들이나 수인들은 그런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마법을 배우기 위해 귀족 가문에 문을 두들긴 평민들이 아니라면 말이죠.”
“그러니까 올바른 인성을 갖춘 사람과 수인에게 마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십니까? 테인?”
“적어도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미치광이 마법사가 되진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럼 트리니티는 그런 해리퍼드 자작가와 달리 인성 교육을 제대로 진행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판단하시는 거군요.”
테인은 순간 멈칫했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리퍼드 자작가는 긴 역사 동안 검증을 받아왔지만, 아직 트리니티는 증거가 없으니까요.”
“지금까지 그 어떤 가문의 가주도 말하지 않은 논점을 짚으시다니 대단하시군요. 황국이 젊은 마법사들을 올바른 길로 안내할 자격이 없다니.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는 알고서 말하는 건가요?”
“……결코 황국을 폄훼하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그럼 제가 오해하지 않게 잘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테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서 입을 잘못 놀렸다간 황국 모욕죄로 목이 매달릴지도 몰랐다.
테인은 논점을 바꾸기로 했다.
“사실 그 천재라는 기준이 애매모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기술이 있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황녀는 논점을 바꿨다고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테인은 정말로 황국 모욕죄로 목이 매달릴지도 몰랐으니까.
황녀는 테인이 그 정도로 나쁜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 테인 경은 자기가 천재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최근 3서클 마법을 성공시킨 적이 있습니다. 1년에서 2년 정도 더 노력하면 3서클 공통 마법을 모두 섭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에둘러 말했지만 ‘나 정도면 천재가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건 저희가 천재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황녀는 라칸을 가리켰다.
“티그리스 교관님이나 라칸 같은 사람을 천재라고 부르는 거죠.”
“……네?”
“못 믿겠죠? 계속 말하는 것도 입 아프니까 아주 직관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면 되겠네요. 한번 붙어보세요.”
레인로버 황녀는 결투장 관리인으로부터 보호막 아티팩트를 받아 둘에게 건넸다.
테인은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쳤다.
“황녀 전하. 저는 무려 10년 동안 마법을 연구한 마법사입니다. 그리고 라칸은 이제 겨우 6개월 정도 마법을 배운 초짜 마법사이고요.”
“그러니까 한번 붙어보세요. 아, 그러고 보니 한 번 졌던가요? 저번 서열전에서 라칸이 2등 했잖아요. 테인은 분명 15등 했었죠?”
“그건 아이린도 함께해서……”
“아이린도 1학년인 것은 알고 있죠?”
테인은 이를 뿌득 갈며 라칸을 쳐다봤다.
라칸은 멀뚱멀뚱 테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테인은 그 모습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좋습니다. 붙어보도록 하죠.”
테인은 보호막 아티팩트를 착용했다.
‘분명 서열전 당시 1서클 공통 마법을 이제 막 배웠다고 들었는데?’
라칸이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그 이후 1서클 전투 계열 마법이나 원소 마법 정도만 익혔을 터.
반면 테인은 2서클 마법사다.
심지어 해리퍼드 자작 가문은 원소 마법을 활용한 전투 마법을 개발하는 것으로 유명한 마법 가문이다.
테인도 해리퍼드 자작 가문의 피를 이어받은 만큼 마법 전투에 한해서는 프로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결투 방식은 알고 있겠지만, 아티팩트에 걸려 있는 보호막 마법이 발동되면 그 사람이 지는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라칸과 테인은 서로 거리를 벌리고 떨어졌다.
테인은 품속에서 완드를 꺼내 들었다.
라칸도 소매에서 완드를 꺼내 들었다.
‘저건……!’
저 완드는 로드엘림 가문에서 특별히 제작한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아무 나무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마나가 풍부한 포그우드 지역에서 아주 가끔 발견된다는 ‘마나목’의 심재 부분으로만 만들어진 놈이었다.
게다가 570년 역사의 노하우가 담긴 로드엘림 가문의 특별 기법으로 만들어져 ‘술식 자동 보정’과 ‘마나 환원’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었다.
‘저걸 라칸이 어떻게…….’
레인로버가 손을 들었다.
“그럼 준비.”
테인은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마법사들 간의 싸움은 멘탈 싸움이다.
아무리 저놈이 로드엘림 가문의 완드를 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기가 안 된다면 의미가 없다.
테인은 라칸을 향해 완드를 치켜세웠다.
“시작!”
테인은 곧바로 마법을 빚어냈다.
준비하는 술식은 가장 기본적인 마탄.
원래 마법사들 간의 전투는 가장 기본적인 견제 마법으로 상대방의 술식 집중을 흩뜨리고, 상대방보다 먼저 방어할 수 없는 최고의 마법으로 공격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테인은 마탄으로 라칸의 술식 계산을 흩뜨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최고의 2서클 마법 ‘조여오는 불길’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퉁-!
‘이게 무슨……!’
테인은 곧바로 날아오는 라칸의 마탄에 눈을 번쩍 떴다.
2서클 마법사인 테인이 마탄을 빚어내는 속도는 약 1초.
그러나 라칸은 불과 0.5초 만에 마탄 술식을 빚어내 쏘아냈다.
테인은 날아오는 마탄을 향해 마탄을 쏘아냈다.
펑-!
마탄이 공중에서 폭발하며 사라졌다.
‘이 자식이!’
1서클 마법사가 마탄 마법을 저렇게 빠르게 빚어낼 리가 없다.
저건 분명히 로드엘림 가문의 완드의 능력 때문에 저렇게 빠르게 빚어낸 것이리라.
로드엘림 가문의 완드에는 ‘과거 술식 기억’ 능력까지 탑재되어 있었으니까.
테인은 곧바로 다시 날아올 마탄을 기다렸다.
어쩔 수 없지만, 이번은 몸으로 피해야 한다.
그러나 라칸의 완드에서 날아온 것은 마탄이 아니었다.
2서클 파이어볼 마법이었다.
쾅!
파이어볼 마법이 테인의 코앞에서 터지더니 테인의 배리어를 흔들었다.
테인은 폭발 충격에 볼썽사납게 뒤로 나자빠졌다.
“라칸 승.”
테인은 벌떡 일어나 라칸을 쏘아봤다.
“이건 사기야!”
레인로버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이게 사기죠?”
“이건 사기입니다! 라칸이 로드엘림 가문의 완드만 안 들고 있었어도 제가 이길 수 있었습니다!”
레인로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완드 때문이다? 그럼 라칸이 1초 만에 파이어볼 마법을 사용한 건 뭐가 되는 거죠?”
“그건……! 그건!”
“아뇨. 납득이 안 되는 것 같으니 다시 하죠. 둘 다 완드를 집어넣으세요.”
라칸은 소매에 다시 완드를 집어넣었고, 테인은 완드를 바닥에 내던졌다.
‘이럴 리 없어.’
‘이럴 리 없어.’
‘이럴 리 없어.’
테인은 다시 심호흡을 했다.
이건 분명히 장비 차이다.
백번 양보해서 라칸이 2서클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빨리 파이어볼 마법을 빚어낼 리가 없다.
테인도 정말 집중하더라도 파이어볼 마법을 쏘아내는 데 2초는 걸린다.
그런데 라칸이 무슨 수로 1초 만에 캐스팅을 한다는 말인가?
테인은 자신이 라칸보다 못하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레인로버는 다시 손을 들었다.
“그럼 준비.”
테인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술식 계산을 했다.
시작 사인이 나오면 곧바로 마탄을 쏘아낼 수 있도록.
“시작!”
퉁-!
테인은 마탄을 쏘아냈다.
그러나 또 라칸은 1초도 안 걸려 마탄을 쏘아냈다.
마탄이 공중에 터지며 희뿌연 연기를 토해냈고, 테인은 곧바로 다음 마탄을 빚어냈다.
그러면서 자신의 비장의 마법인 ‘조여오는 불길’의 술식을 계산했다.
그러나 라칸의 마탄이 더 빠르게 날아왔다.
펑-!
테인이 마탄 마법을 쏘아내는 데 걸리는 속도는 약 1.5초라칸이 마탄 마법을 쏘아내는 데 걸리는 속도는 0.7초가량.
완드를 들 때와 안 들 때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점점 폭발이 테인에게 가까워졌다.
그럴수록 테인은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이 막혔다.
펑-!
네 번째 폭발은 테인의 코앞에서 터졌다.
다행히 배리어는 작동하지 않았지만, 이제 한 번만 더 마탄을 맞으면 진다.
그러나 테인은 ‘조여오는 불길’을 완성했다.
이번에 날아오는 마탄을 몸으로 피하고 조여오는 불길을 캐스팅만 하면 승리다.
훙-!
테인은 몸을 틀어 라칸의 마탄을 피해냈다.
그리고 술식을 빚어냈다.
“뒤져어어어!”
그러나 조여오는 불길의 마법진이 그려지다가 갑자기 크게 요동치더니 사라졌다.
“이게 무슨…….”
테인은 순간 이해를 못 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디스펠.
테인의 보안 술식을 뚫고 조여오는 불길의 술식을 완전히 망가뜨려 버린 것이었다.
뒤이어 날아오는 마탄.
펑!
테인은 다시 볼썽사납게 뒤로 넘어졌다.
* * *
“이게 되네.”
[보안 술식 100% 이해 완료.]라칸은 눈앞에 뜬 메시지를 치웠다.
2주 전 레인로버가 보여준 디스펠 마법에 순간 꽂혀 버린 라칸은 보안 술식 공부에 매진했다.
심지어 디스펠 마법은 ‘탐색’ 능력 보정을 크게 받아 라칸이 마법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상세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원래 두 번째 결투는 파이어볼로 테인을 금방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테인의 보안 술식이 생각보다 허술하다는 것을 ‘탐색’ 능력이 알려주었고,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디스펠 마법으로 완벽하게 이기자는 생각으로 디스펠을 시전했다.
레인로버도 라칸이 테인의 마법을 디스펠할 줄은 몰랐던 듯 눈을 토끼처럼 크게 떴다.
“라칸 승.”
테인은 벌떡 일어나 다시 말했다.
“다시 해! 다시!”
테인은 자신의 마법이 완전히 파훼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이미 라칸에게 보안 술식이 뚫렸는데 어떻게 마법 전투를 하려는 건가?
보안 술식은 일종의 현관문 도어락 같은 거라서 한 번만 파훼되면 다른 마법들도 모조리 디스펠 할 수 있었다.
물론 재빨리 보안 술식을 고친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마법이란 게 그렇게 쉽게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안 술식을 고치면 마법 자체의 밸런스가 완전히 깨져 버려서 마법 자체를 통째로 바꿔야만 했다.
물론 디스펠 당할 것을 대비해 마법사들은 여러 보안 술식을 준비해 놓긴 하지만, 테인이 보안 술식을 여러 개 준비할 정도로 철저한 마법사로는 보이지 않았다.
라칸은 레인로버를 쳐다봤다.
“다시 할래?”
“네. 선배.”
라칸의 퀘스트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라칸의 퀘스트는 ‘테인을 이겨라’가 아니라 ‘테인을 납득시켜라’니까.
몇 번 더 이겨주면 테인은 알아서 자멸할 것이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결투.
레인로버의 시작 사인이 나오자마자 테인은 곧바로 마탄 마법을 빚어냈다.
하지만 라칸은 곧바로 디스펠을 해버렸다.
역시나 보안 술식을 고치지 않았다.
펑-!
라칸은 마탄을 날렸다.
마탄은 테인의 명치에 날아가 꽂혔다.
쩡-!
배리어는 내구도가 다했는지 산산이 부서졌다.
“으아아아아!”
테인은 누운 채로 고함을 질렀다.
자기가 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 몸부림을 치는 것 같았다.
레인로버는 멘탈이 아예 나가 버린 테인에게 말했다.
“테인.”
테인은 레인로버의 호명에 못 이기는 척 일어났다.
테인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트리니티는 그냥 평민들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는 곳이 아닙니다.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천재들을 올바르게 성장시키는 곳입니다.”
“마법사에게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인성이라고 하셨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죠. 그러니 트리니티에서 따로 교육을 하겠다는 겁니다. 라칸과 같은 천재들이 엇나가지 않도록 말이죠.”
“그래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까?”
테인은 이를 으득 갈며 라칸을 쏘아봤다.
“저런 괴물은 마법을 배우면 안 됩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저런 괴물이 마법을 배우면 얼마나 위험해질지 모르시겠습니까? 지금은 황국에서 통제가 가능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황국을 위협하는 자가 될 거란 말입니다!”
테인의 눈은 귀신에 씐 것처럼 위험해 보였다.
“저는 이런 괴물 같은 놈을 하나 알고 있습니다. 제 아버지의 오른쪽 눈을 가져가고 가솔들을 무자비하게 죽인 그 괴물 같은 놈. 평민이지만 싹수가 있어서 받아주었지만 결국 미쳐 버렸습니다!”
라칸은 눈앞에 뜨는 메시지에 놀랐다.
[탐색 결과]1. ‘회색 쥐’들과 같은 세뇌를 당한 것 같다.
2. 당장에라도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다.
3. 트라우마에라도 빠진 것 같다.
…….
테인은 품속에서 완드를 꺼내 들었다.
“저놈은 죽어야……!”
당장에 테인이 마법을 난사할 것 같자, 레인로버가 먼저 움직였다.
레인로버는 빠르게 마탄 술식을 빚어 테인의 관자놀이에 꽂아버렸다.
“컥!”
테인은 그대로 기절했다.
레인로버와 라칸은 서로 쳐다봤다.
“테인이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죠?”
라칸은 잠시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네.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아마 테인은 정신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신적으로요?”
“네. 제 눈에 보기엔 세뇌를 당한 것 같은 느낌…… 아니, 세뇌를 당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시스템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으니 이들은 그레이 타운의 ‘회색 쥐’들처럼 세뇌를 당한 게 맞다.
“그 근거는요?”
“정론에 부딪혔을 때 비이성적으로 변하는 것이나, 극단적으로 변하는 행동이 ‘회색 쥐’들과 똑같습니다.”
레인로버는 회색 쥐란 말에 침음을 삼켰다.
그들은 최근 나타난 신흥 집단으로 자신들을 ‘회색 쥐’라고 칭하며 룩스가 아닌 ‘티그리스’를 신봉하는 집단이었다.
“하지만 만약 테인이 ‘회색 쥐’라면 티그리스 교관의 집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었을 리가 없을 텐데요? 트리니티도 반대할 리가 없고요.”
“회색 쥐들과 같이 세뇌를 당했다는 거지. 회색 쥐는 절대 아닙니다. 아마 동일 인물에게 세뇌를 당한 것 같습니다.”
라칸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왠지 퀘스트 보상이 무려 1,000포인트나 되더니만, 설마 테인이 세뇌를 당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럼 다른 마법사들도 세뇌를 당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 가능성이 있죠. 그런데 티그리스 경은 ‘회색 쥐’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레인로버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 나달과 셋이서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일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됐네요.”
레인로버는 저 멀리 달려오는 결투장 관리인을 봤다.
갑자기 테인이 기절하니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게 아닌가 싶어 달려오는 것이었다.
“일단 테인을 데리고 바스티얀 학교장님께 데려가죠. 테인에게 걸린 세뇌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