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20)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20화
서고(3)
펜트하우스에 밤이 찾아오면 보통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한다.
훈련을 하고 싶으면 훈련을 하고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책을 읽는다.
하지만 티그리스의 펜트하우스에 있는 ‘인간’들은 대부분 수련광인지라 보통 검술 훈련을 했다.
소라는 검술 훈련을 하는 샤를로트와 아이린, 리니아, 트리샤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진짜 대단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제국 대학에서 검술 훈련을 해놓고 또 검술 훈련을 하다니. 안 지겨워?”
소라의 말에 샤를로트는 땀을 식히며 말했다.
“지겹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럼 재미가 있나?”
“옛날엔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딱히 재미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왜 훈련을 하는 거야? 다른 녀석들처럼 놀고 싶지 않아?”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걸요.”
“뭐가?”
샤를로트는 검을 다시 내지르며 말했다.
“티그리스 교관님께 도움이 되는 거요.”
트리샤는 휘두르던 검을 멈추며 말했다.
“놀고 싶은 건 너겠지. 소라. 어서 레이피어나 휘둘러.”
“젠장! 여긴 다 뇌에 근육만 찬 놈들밖에 없나? 우리 연극도 보고 쇼핑도 좀 하고 놀자고!”
“네가 놀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지 않아? 내가 네 실력이었으면 잠도 안 왔을걸?”
“난 엄연히 말하자면 염동술사라고! 레이피어를 못 다루는 게 당연하지!”
네메시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데 티그리스 님이 레이피어를 가르쳐 준 이후로 네 바늘이 제법 날카로워진 것도 사실이야.”
“그래서 그만둘 수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아우 난 모르겠다.”
소라는 한숨을 내쉬며 레이피어를 다시 들었다.
그때, 테라스 문이 열리며 티그리스와 레인로버가 들어왔다.
“어? 티그리스 님 오셨어요?”
“트리샤, 잠깐 시간 되나?”
트리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 * *
티그리스와 레인로버 그리고 트리샤는 서재에 들어와 앉았다.
트리샤는 시원한 생수를 들이켜더니 입을 열었다.
“뭐 때문에 그러세요?”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 그렇다. 혹시 마왕의 성좌에 대해 아는 게 있나?”
마왕의 성좌라는 말에 트리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뇨. 몰라요.”
“별바라기의 천체지도를 갖고 있는데 마왕의 성좌를 모른다고?”
트리샤는 눈썹을 찌푸리며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찾을 수 있긴 한데 굳이 찾지 않은 거예요. 혹시 그 마왕의 성좌를 보고 싶으신 건가요?”
“그렇다. 혹시 마왕의 성좌를 찾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그게 테호 대장로님과 약속을 한 게 있어서요. 마왕의 성좌를 그 누구에게도 절대 알려주지 말라고요.”
“대장로님께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한 이유가 있나?”
트리샤는 미간에 진 주름만큼 깊이 고민하는가 싶더니 생수를 한 번 마시곤 입을 열었다.
“이 별바라기의 천체지도를 사용하는 수인들에게 내려오는 긴 전통이 있었대요. 바로 마왕의 성좌를 절대 찾지 않는 거죠.”
레인로버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트리샤 경은 마왕의 성좌를 찾을 수 있긴 하지만 굳이 찾지 않은 거네요?”
“네. 뭐……. 그게 약속이니까요. 그리고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을 제가 깰 수는 없죠.”
“그럼 왜 마왕의 성좌를 찾지 말라고 하신 건지 알고 계신가요?”
“금기라고만 말씀해 주셔서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조금 이상한 게 테호 대장로님께선 마왕이란 단어 자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굉장히 조심스러우셨어요.”
트리샤는 테호로부터 별바라기의 천체지도를 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절대 그 성좌를 찾아선 안 된다.
-그 성좌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언급하는 것을 피하고 적는 것은 더더욱 절대로 안 된다.
티그리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적는 것도 금했다고?”
“네. 아, 참고로 수인어에는 ‘마왕’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요. 대신 ‘북쪽에서 내려온 나무 살해자’라고 부르죠.”
트리샤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종이와 펜을 꺼내 수인어로 ‘북쪽에서 내려온 나무 살해자’를 썼다.
그런데 무려 글자 수가 36자나 되었다.
“굉장히 길군.”
“수인어 중에 제일 길고 복잡한 단어예요. 원래 총 51글자인데 몇 글자를 빼서 썼어요.”
“전부 다 적는 것은 금기기 때문인가?”
“네. 맞아요. 수인들 중에서도 철자를 모두 아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예요. 아마 소라도 모를걸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수인들은 마왕을 언급하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리샤는 조심스럽게 티그리스를 보며 말했다.
“혹시 마왕의 성좌를 보고 싶으시면 제가 별바라기 천체지도를 여기에 잠시 놓고 갈 테니까……”
“괜찮다. 나중에 테호 대장로님을 만나면 여쭈어보도록 하겠다.”
트리샤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해요. ……그런데 왜 마왕의 성좌를 찾고 싶으신 거예요?”
“비밀이다.”
“뭐, 대충 그럴 것 같긴 했어요. 혹시 성좌에 대해 더 궁금하신 건 없어요? 마왕 빼곤 다 얘기해 줄 수 있어요.”
그때, 레인로버가 말했다.
“혹시 용사 페레이라나 검성 호스의 성좌는 없나요?”
“아, 그건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저도 별명이 성물 사냥꾼인지라 그 두 영웅의 성물이 있는지 정말 궁금해서 열심히 찾아봤거든요? 그런데 없어요.”
“없다고요?”
트리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딱 두 사람 것만 없어요. 불굴의 전사 ‘아하드’나 세계수를 지키는 송곳니 ‘엘리시아’, 하늘을 굽어보는 자 ‘아치피터’ 이 세 사람의 성좌는 있거든요? 하지만 용사 페레이라와 검성 호스의 성좌는 없어요.”
“그게 말이 되나요? 왜 그 두 사람의 성좌가 없죠? 성좌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자연스럽게 태어난다고 들었는데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긴 해요. 하지만 뭔가 더 조건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없어요. 하지만, 성물을 추적하고 다니는 모험가들 사이에서 오가는 재밌는 말이 하나 있긴 해요.”
“그게 뭐죠?”
“‘성좌와 사람은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죠.”
트리샤는 종이에 아무렇게나 별자리를 그려 넣었다.
“예를 들어 황제 폐하께서 티그리스 경을 상징하는 별자리를 직접 만드셨고 황국 전역에 이를 알렸다고 칠게요. 그러면 티그리스 경을 상징하는 성좌가 탄생했으니 성물이 만들어져야 하는 게 맞겠죠?”
“으음……. 그렇겠죠?”
“하지만 자신을 상징하는 성물을 들고 있는 사람은 등장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 예외가 하나 있죠.”
티그리스는 그 답을 알 것 같았다.
“마왕.”
“네. 맞아요. 오직 마왕 하나만 자신을 상징하는 갑주와 검을 들고 대륙을 지배했죠. 참 이상하지 않나요?”
“……듣고 보니 그렇군.”
티그리스는 고민에 빠졌다.
페레이라나 호스도 자신을 상징하는 검을 들고 싸우지 않았다.
그런데 마왕은 어떻게 자신을 상징하는 성물을 그것도 두 개나 들고 대륙을 활보한 것일까?
마왕의 정체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마왕은 굉장히 이상한 존재였다.
“그래서 사실 마왕이 들고 있던 갑주와 검은 성물이 아니라 드래곤의 비늘과 뼈를 이용해 만든 아티팩트라고 말하는 모험가들이 많아요.”
“하지만 성물이 맞겠지. 만약 성물이 아니라면 마왕이 사라진 이후에 마왕을 상징하는 성물이 이 땅에 등장했어야 할 테니까.”
“맞아요. 일단, 마왕은 정말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치고 용사 페레이라와 검성 호스의 성물이 없는 이유를 모험가들이 추측해 봤을 때, 두 분의 성물이 없는 이유는 아직 그 두 사람이 살아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어요.”
“…….”
티그리스와 레인로버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페레이라는 현재 마왕과 함께 신비의 땅에 봉인되어 있다.
그걸 살아 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모리스의 말에 따르면 페레이라의 영혼과 육체는 그 신비의 땅에 갇혀 있다.
그래서 페레이라의 성물이 존재하지 않는 거라면, 검성 호스도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고 보니 검성 호스도 멸지로 향한 뒤 아무도 그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었지.”
“에이 그냥 장난으로 한 말인데 설마 믿으시는 거예요? 그 두 사람이 어떻게 살아 있…… 어?”
트리샤는 티그리스와 레인로버의 굳은 표정을 보고 동공이 떨렸다.
“에이……. 아니죠? 저 놀리시는 거죠?”
“…….”
“에이…….”
트리샤는 말이 없는 티그리스를 쳐다보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티그리스는 차라리 말을 안 했으면 안 했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진짜?”
“호스는 모르겠지만 페레이라는 살아 있다.”
트리샤는 손에 들려 있는 생수병을 떨어뜨렸다.
* * *
티그리스는 아침 햇살이 눈앞을 간지럽히자 눈을 떴다.
매일 새벽마다 진행하는 명상에서 벗어나니 유난히 밝은 테라스의 초록색 테라스가 시야에 꽉 차게 들어왔다.
티그리스는 고개를 돌려 옆을 봤다.
옆에는 레인로버가 같이 앉아 있었다.
얼마 전부터 새벽 명상을 같이 하고 싶다고 하길래 허락해 줬더니 제법 잘하는 것 같았다.
“음냐…….”
‘……아닌가.’
레인로버는 생각보다 잠이 많았다.
듣자 하니 소환수들과 정신 공감을 하는 게 생각보다 정신적으로 지치는 일이라 잠을 많이 잔다고 했다.
평소엔 언제나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이렇게 허술해질 때면, 가슴을 간질이는 묘한 기분에 무심코 레인로버를 계속 보게 되었다.
티그리스는 레인로버를 깨우지 않기로 했다.
대신 명상을 조금 더 길게 갖기로 했다.
티그리스의 붉은 심연을 내려다보는 것이 아닌 어제 있었던 일들을 곱씹어 보며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티그리스는 심호흡을 하며 어제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어제 하루 종일 서고에 처박혀 자료를 찾고 트리샤와 대화를 나누었지만 생각보다 소득은 없었다.
마왕의 성좌에 대해 알아내지 못했고, 우노에 대한 힌트도 얻지 못했으니까.
그저 이 세상에 생각보다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 하나만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찝찝한 마무리이긴 하지만 결국 드워프의 기록 보관소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모든 의문이 풀릴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아예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우로스를 되찾아줘야 한다는 거군.’
드워프들의 성물 우로스.
티그리스는 그 성물을 드워프들에게 돌려주는 조건으로 기록 보관소의 출입권을 받기로 약속했다.
회귀 전에 우로스의 성좌의 시련을 극복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회귀 전보단 훨씬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내년 이맘때에 우로스가 나타났었지……. 하지만 지금 몸 상태로는 안 된다.’
우로스가 대륙에 모습을 드러내고 무려 6~7년 동안 그 주인을 찾지 못한 이유가 있다.
우로스의 성좌의 시련 난이도는 그야말로 극악이다.
우로스는 드워프들이 드래곤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갑주인 만큼, 실제로 드래곤과 대적하기 때문이다.
물론 드래곤을 죽이는 게 아니라 우로스가 완성될 때까지 드래곤의 공격을 버티기만 하면 된다지만, 작정하고 덤비는 드래곤의 공격으로부터 버텨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티그리스도 성좌의 시련에 들어갈 당시 소드 마스터가 아니었다면, 성좌의 시련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년 이맘때까지 고리 2개라…….’
6번째 고리를 완성하는 것은 내년 초까지 어떻게든 가능하다.
토드 황제가 준 붉은 마나초가 몇 뿌리 남아 있기도 하고, 지금까지 꾸준하게 육체를 단련해 왔으니까.
하지만 7번째 고리는 다르다.
소드 마스터의 상징인 검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려면, 오러 양은 둘째치고 육체가 기본적으로 받쳐줘야 한다.
오러가 지나는 통로인 마력 회로가 질기고 더욱 넓어져야 하며 근육과 뼈는 인간이 훈련으로 만들 수 있는 극한까지 성장시켜야 한다.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황금 잉어라도 찾아야 하나?’
붉은 마나초는 오러 양을 늘려주는 데 특화되어 있는 영약이지 육체를 비약적으로 성장시켜 주는 영약이 아니다.
페레이라가 먹었다던 황금 잉어나 설계(雪鷄)처럼 먹기만 하면 근육과 뼈를 아예 새롭게 재단장시켜 준다는 영약을 먹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흔할 리가 없다.
물론 왕도는 수련하면서 몸을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티그리스는 세포 성장술로 그 누구보다 빠르게 육체를 완성하고 있다지만, 내년까지 육체를 완성시키는 것은 무리다.
적어도 2년은 더 필요하다.
물론 스물둘의 나이에 소드마스터가 되는 것도 굉장히 빠르긴 하다.
그러나 이미 회귀 전과 미래가 너무나도 많이 바뀐 상황이다.
지금까진 알고 있는 미래를 이용해 이득을 취해왔지만, 지금은 불확실한 미래를 오직 이 육체로만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티그리스는 심장이 미세하게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조급해진 것이다.
티그리스는 다시 심호흡을 하며 명상에 집중했다.
‘라칸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라칸은 전쟁 통에서도 영약을 찾아내 먹었다.
아마 찾은 것이 아니라 포인트 상점으로 구매한 것일 테지만, 세기에 하나 나올 법한 천고의 영약을 포인트만 있다면 구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희망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라칸도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1포인트도 아까운 상황이다.
포인트 투자 대비 티그리스의 성장 폭보다 라칸의 성장 폭이 월등하게 높으니 티그리스에게 포인트를 투자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그때, 옆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레인로버가 잠에서 깨어난 모양이었다.
티그리스는 눈을 뜨지 않고 계속 명상했다.
아니, 명상하는 척을 했다.
레인로버는 명상을 하다가 깜박 잠에 들었다는 게 부끄러웠는지,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티그리스는 레인로버의 심장박동 소리가 잦아질 때쯤 슬며시 눈을 떴다.
“커흠! 명상을 하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티그리스는 무슨 말을 할까 순간 고민했다.
명상은 안 나와도 좋으니 침대에서 편히 자라고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피곤해 보이니 아침을 먹기 전까지 잠을 더 자라고 하는 게 좋을까?
티그리스는 때론 굳이 해답을 주지 않는 것도 현명한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아침은 어떤 것으로 드시겠습니까?”
“글쎄요. 오늘따라 출출하네요. 레니한테 고기 스튜를 끓여달라고 해야겠어요.”
레인로버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다른 건 몰라도 이렇게 높은 곳에서 아침 햇살을 마주하는 기분은 꽤 좋은 것 같네요.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서 좋고요.”
“그렇습니까?”
“네.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티그리스 경.”
“……제가 한 일은 없습니다.”
“옆에 같이 있어 주셨잖아요. 아마 티그리스 경이 없었다면 평생 이런 기분은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제가 아침잠이 워낙 많잖아요.”
레인로버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매일같이 깨워줘요. 알겠죠?”
“……알겠습니다.”
레인로버는 스트레칭을 하며 말했다.
“아, 그리고 제가 명상을 하면서 갑자기 생각난 건데요. 그 황궁에 있는 골드 드래곤 말이에요. 아르펨이 노린다고 했었죠?”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 드래곤을 처리할 방법이 없을까요? 이미 오랫동안 봉인을 당해서 완전히 정신을 잃은 상태에 빠졌을 때 처리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드래곤의 비늘을 뚫으려면 최소 오러 블레이드를 상시 펼칠 수 있는 베르강이 해결해야 합니다.”
“베르강 경이 드래곤을 죽일 수 있을까요?”
“쉽지는 않을 겁니다. 완전히 멸아(滅我) 상태이긴 하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요. 괜히 건드렸다가 무의식중에 팔이라도 내젓는 순간 대참사가 일어날 겁니다.”
레인로버는 아쉬운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때처럼 대규모 텔레포트 마법으로 처리를 해야 한다는 건데…… 조금 아깝긴 하네요. 그 골드 드래곤 비늘과 뼈를 이용해서 무기를 만들면 정말 좋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안전하게 처리하려면 그게 맞습니다.”
“에이……. 아쉽네. 드래곤 하트를 빼내서 티그리스 경에게 약혼 선물로 드리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죠.”
드래곤 하트란 말에 티그리스는 순간 벼락을 맞은 듯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드래곤 하트.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약 중에 최고 아닌가.
드래곤 하트가 드라코 레퀴엠에 잠들어 있는데, 지금 어디서 영약을 찾을지 왜 고민을 한 거지?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방법이 없더라도 찾아야 한다.